김려
풀을 베다가
몸통 반이 날아간
맹꽁이를 발견했다
무릎을 꿇고
수풀을 뒤져
달아난 살점 반을 찾았다
무릎을 꿇고
민들레 옆에 구덩이를 파고
냉이 잎을 깔았다
비로소 제자리에 놓인 살점들
박새가 둥지를 허물고 있었다
- ‘숲은 왜 오월을’ 전문
“몸통 반이 날아간” 맹꽁이의 시신을 발견한 시의 화자는 구덩이를 파서 냉이 잎을 깔고 그 위에 살점 반을 찾아 시신을 수습해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숙연만 마음으로 애도를 표한다. 어떤 존재의 죽음이든지 모든 죽음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엄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박새가 둥지를 허물고 있었”던 것도 맹꽁이의 시신 위에 덮을 것을 마련하여 그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