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토함산에 자리한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시작해 혜공왕 10년(774년) 완성한 사찰이다. 불국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대성(金大城)이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지은 사찰이다. 그러나 김대성은 사찰의 완성은 보지 못하고 그 뒤에 국가에서 이어받아 완성하였다.
불국사에 대한 발굴조사는 복원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불국사의 법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가탑과 다보탑, 조선후기에 지은 대웅전, 자하문, 범영루 등 다수의 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루어진 발굴조사는 무설전(無說殿)과 대웅전(大雄殿) 영역 내 회랑, 익랑, 비로전(毘盧殿), 관음전(觀音殿)에 대해 이루어졌고 백운교 남쪽으로 연지(蓮池)의 흔적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불국사는 신라사람들이 염원한 불국의 세 가지를 구현했다고 한다. 첫째는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여래의 사바세계, 둘째는 무량수경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마지막으로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로 불국사 대웅전, 극락전, 비로전 일대와 비교된다.
불국사는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등 다수의 불교문화재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대웅전, 무설전, 극락전과 안양문 등 건물지도 우수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계단이라 할 수 있다.
극락전 앞에는 안양문, 대웅전 앞에는 자하문이 있고 문 앞으로는 2단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안양문과 연결되는 연화교(계단에 큰 연꽃잎이 새겨져 있음)와 칠보교는 합하여 18단이고, 자하문과 연결된 청운교(푸른 청년의 모습)·백운교(흰머리 노인의 모습)는 33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쪽에서 우러러보아야 하는 이 계단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높디높은 불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명칭을 살펴보면 청운교(靑雲橋)·백운교(白雲橋)로 즉 다리를 의미하는데 ‘다리는 물을 건너는 구조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의 불국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전에는 아래쪽으로 연못이 있어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청운교·백운교 사이 하단에는 다리에나 있을법한 아치형의 홍예구조를 볼 수 있다.
불국사에서 수려함을 자랑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또 어떤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알려져 있는 탑이다.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이 충실히 구현된 석가탑은 비례와 균형미가 뛰어난 탑으로 인정받고 있고, 사방에 계단과 기둥으로 이루어졌으며 화려한 상륜부를 자랑하는 다보탑은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신라인들의 미적감각과 돌을 다루는 기술을 마음껏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두 탑은 후대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다보탑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되었고 탑 안에 봉안되어 있던 사리장엄구는 현재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석가탑은 1966년 도굴꾼들에 의해 훼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석가탑은 해체·보수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때 신라인들의 불교예술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2층 탑신석 상면 중앙 사리공에서 금동제 방형 사리합, 소형의 은제 사리합, 초록색유리병, 곡옥, 수정 및 각종 구슬 등의 사리장엄구가 확인된 것이다.
특히, 사리공에서는 세계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발견되어 깜짝 놀라하게 하였다. 다라니경은 길이 약 600㎝, 너비 8㎝의 두루마리 형태로 금동제 사리 외함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금동제 사리 외함의 바깥쪽에서는 묵서지편(墨書紙片)도 발견되었는데 고려시대에 필사된 ‘보협인경’의 잔편과 약 10×13~15㎝ 크기의 고려시대 중수문서 3종 등이 밝혀졌다. 특히, 중수문서에는 고려시대에 석가탑이 서석탑으로 불려졌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려주었다. 이렇듯 불국사는 신라사람들이 바라는 불국세계를 현세에 펼치기 위해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동원하여 통일신라시대 불교예술의 정점을 이루었다.
경주는 수학여행지, 답사지, 여행지로써 손색없는 곳이다. 경주를 여행하다가 간혹 오랫동안 운영된 식당 벽에 기와지붕이 올려진 오래된 건물과 그 아래 축대처럼 쌓인 돌 그리고 계단이 보이는 흑백사진을 보게 될 수 있다.
‘저 사진이 왜 여기에 걸려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참 의아했는데 그 사진이 불국사의 옛 모습임을 알게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는 경주이고 경주의 대표적 유적은 불국사이니 저 사진이 걸려있는 건 당연하다는 공감의 끄덕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