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샘 고분 유적은 4~6세기 축조된 신라 왕경인들의 집단 무덤군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부터 쪽샘 유적에 대한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4월 우리나라 고고학계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쪽샘 유적 내 C-10호라고 부르는 무덤에서 거의 완벽한 형태의 말과 장수의 철제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이다.
1600년 전 신라시대 갑옷이 출토된 것만으로도 드문 일인데, 말과 장수의 두 갑옷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굴되었다는 것에 당시 학계나 관련연구자, 그리고 언론에서 주목했었다. 두 갑옷은 비늘 모양의 작은 쇠 조각(小札)을 엮어 만든, 소위 찰갑(札甲)으로 부르는 형태였다. 이러한 찰갑은 넓은 쇠판으로 제작한 판갑(板甲)보다 발전된 기술로 이동성에 있어 훨씬 용이하다. 이러한 완벽한 형태의 찰갑, 그것도 말과 장수의 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은 동아시아에서 최초의 사례이다.
발굴 당시 말 갑옷은 목·가슴-몸통-엉덩이를 가리는 한 벌이 펼쳐져있고, 말 몸통 갑옷 위에 장수의 갑옷 일부가 깔려있었다. 주변에는 장수가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투구, 목가리개와 긴 칼 등이 놓여있고, 말 얼굴을 보호하는 갑옷 부분(馬<5191>)은 별도의 나무곽(副槨)에 넣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굴된 말 갑옷은 당시 부식 상태가 심각해 긴급하게 현장에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흙 속에 묻혀 있던 말 갑옷이 노출되면서 상태변화로 인해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굴 현장보다는 안전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발굴 현장에서 연구소 보존과학실로 이동해 오래시간 동안 정밀 보존처리가 이뤄졌다.
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을 별도 마련된 처리실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발굴된 원형대로 말 갑옷을 이동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였기 때문에 안전한 이송을 위해 먼저 국내·외 유사 사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모의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이동계획이 수립되었다.
먼저 말 갑옷이 부서지거나 흐트러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제를 도포하여 임시 강화처리를 하고, 충진재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한지를 덮고 석고붕대로 드레싱을 한 후 우레탄폼으로 유물(갑옷)을 보호했다. 말 갑옷 아래쪽은 흙을 깊게 파고 바닥과 주변에 목재프레임으로 벽을 세운 후 빈곳을 우레탄폼으로 채워 보강하고 크레인을 이용하여 들어 올려 이송하였다. 즉, 발굴된 갑옷만 수습한 것이 아니라, 갑옷에 고착된 흙을 비롯해 주변 흙을 통째로 이동한 것이다. 작은 철판 하나하나가 부식이 심해, 하나씩 수습하는 것은 유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유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더라도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원형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보존실로 옮겨온 말 갑옷은 현장에서 포장한 방법과 반대로 포장재를 해체하는 작업부터 실시했고, 이후 갑옷의 내면부터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이송 중 파손을 줄이기 위해 보강된 우레탄폼, 임시강화제 등을 제거하고, 에어브러시브를 이용해 표면의 이물질과 부식화합물 등을 클리닝했다.
분리가 가능한 편들은 X-ray 촬영을 실시하고 가죽, 목질, 섬유 등 남아있는 유기질에 대한 자료 등을 기록했다. 이물질 제거 후 파손되거나 결실된 부분은 접착제로 접합하고 복원재로 결실부를 제작했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혀 실제 유물과 어울리도록 복원했다. 그리고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도록 내면에 불소계 수지(V-flon 10%)를 2차에 걸쳐 도포하여 전면을 코팅했다.
내면 처리가 완료된 후 외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유물을 다시 뒤집어야 했다. 말 갑옷은 약 740매의 작은 철판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뒤집을 시 각각의 철판이 움직이거나 유동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유물의 유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여러 보호 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먼저 말 갑옷 주변부에 유토를 사용해 높이를 맞추고, 그 위에 한지를 덮었다. 말 갑옷 표면에는 얇은 주석박지를 밀착시켜 다시 보호한 후 유리섬유, 거즈 등을 덮고 실리콘으로 도포했다. 그 위에 우레탄폼으로 1차로 층을 만들고 목재 격자프레임을 설치한 후 격자 안에 2차로 우레탄폼을 다시 채웠다. 전체 중량 때문에 혹시라도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벌집형구조체를 덮어 보강했다.
안전하게 말 갑옷을 뒤집은 후 우레탄폼과 한지 및 강화제, 흙, 자갈 등을 차례로 제거한 후 말 갑옷 표면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에어브러시브로 클리닝 해주었다. 내면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수착된 가죽, 목재 등 유기질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X-ray촬영도 함께 했다. 이후 이동이나 뒤집기 과정에서 파손된 편을 접착제로 접합하고, 결실된 부분은 주변부와 이질감이 없도록 복원했다. 기타 부가적인 처리작업은 내면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었고, 말 갑옷은 발굴되었을 때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문화재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에 묻어 있는 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때로는 깨지고 부서진 부분은 다시 수리하고 복원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보존처리는 오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작업이며, 각 분야 전문가의 세밀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 화려하게 전시된 문화재 역시 대부분 이러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유물들이다. 지난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특별전시 ‘말, 갑옷을 입다’에 출품된 말 갑옷은 이러한 지난한 문화재 보존처리의 과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전시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