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 지구 신라 고분유적은 신라 귀족들의 집단 묘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적은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4년 이상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대 왕국 신라의 역사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노력들로 인해 수년 간의 조사로 700여 기가 넘는 많은 무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덤 속에서는 부장품으로 사용된 다양한 종류의 신라시대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는 발굴자와 연구자들의 땀이 이뤄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물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깨지고 부서지고, 부식된 상태로 출토된다. 긴 세월의 흐름에 따른 것이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파손되거나 부식된 신라시대의 유물들 중 상당수는 보존과학실로 옮겨져 보존처리 작업이 이뤄진다. 여기서부터 유물의 과학적 분석이 시작되는 것이다.
쪽샘 41호 고분(2010~2013년 발굴)에서 발굴된 청동 삼환령 역시 부식이 상당히 진행되고 파손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였으니 주변의 작은 편까지 모두 수습하여 보존과학실로 옮겨와 보존 처리와 과학적 분석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청동 삼환령의 처리 방법과 전반적인 처리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상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상태조사는 유물의 구조와 형식, 형태를 먼저 서술하고 부식 상태와 녹의 색상, 파손 부위, 유기질 유무, 재질 성분의 특이점 등 세부적인 것을 상세하면서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철저한 상태 파악과 기록 조사 이후에는 삼환령 표면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유물 표면에는 몇 가지 부식층이 확인되었는데, 동합금 유물의 부식물과 삼환령 구슬 내부의 철환에서 생성된 철제부식물 두 종류가 표면에 두텁게 고착되어 있어서, 두텁게 생성된 부식물은 실체현미경을 보며 메스나 소도구를 이용하여 물리적인 방법으로 신속히 제거해 주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고대 유물 연구에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물질을 깔끔하게 제거하는 작업이 끝나면 유물 내부의 부식인자를 제거해주는 안정화 처리와 부식으로 인하여 재질이 약화되어 있는 유물에 강화제를 주입하고 표면을 코팅해주는 강화처리를 해주어 보존처리 과정을 완료하였다. 서두르지 않고 순차적으로 작업은 진행됐다.
이러한 세세한 보존처리 과정 이후에는 다시 전체적인 조사를 통해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혹은 처리 후에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의 여부를 정리하는 ‘처리 후 조사’를 하고 보존처리를 마무리 하게 된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삼환령의 모습은 둥근 고리에 세 개의 방울이 달린 매우 특징적인 유물로 확인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삼환령은 둥근 고리에 정삼각형 형태로 방울이 달리는데 반해 쪽샘 삼환령은 한 개의 방울이 파손되어 제작 혹은, 사용 당시 리벳으로 수리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처럼 보존처리 후에 해당 유물의 재질 확인, 내부 구조와 결합 방법, 수리한 흔적을 더 알아보고자 다양한 분석연구를 실시하는데, 삼환령의 경우는 재질을 확인하기 위해 X선 형광분석기(P-XRF)라는 장비를 이용하게 됐으며, 내부 구조와 결합 방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X선 촬영과 실체현미경 등을 사용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첨단의 과학기술이 과거 유물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분석을 진행한 결과 삼환령의 성분은 구리, 주석, 납이 주성분인 청동합금으로 밝혀졌는데, 구리의 함량이 다소 높게 확인되었다. 한편 X선 촬영을 통해 삼환령 방울 내부에는 작은 구슬이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기존에 발굴된 삼환령은 대부분 방울 안에 작은 돌이나 청동 구슬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쪽샘 출토 삼환령의 경우는 철로 만든 구슬(철환)이라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으며 이 수리된 방울에만 철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속적이고 면밀한 연구의 결과가 현실에서 도출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삼환령의 용도에 대해서는 각각의 연구자마다 이견이 있다. 말에 매달아 장신구로 사용했다는 견해와 사람이 착용한 장신구로 보는 견해로 나뉜다는 것이 그것이다.
발굴된 신라 무덤 속에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발걸이나 안장과 같이 기능적인 유물도 있고, 말을 꾸미기 위한 장신구도 있다. 삼환령은 말에 매달아 소리를 내는 말방울의 기능을 하면서 말을 꾸미는 역할도 했을 것으로 보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 중에는 무덤에 매장된 사람의 허리 위치에서 출토된 점으로 미루어 사람이 착장한 장신구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신라 무덤 유적에서 발굴된 깨지고 부서진 보잘것없는 유물이 보존 처리와 보존과학의 노력으로 1500년 전 신라인의 문화와 기술을 전해주는 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의미가 작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