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중
바닥에서도 혼자서
씩씩하게 한 목숨 살려왔건만
이불을 머리꼭대기까지 끌어 덮어도
머릿속 구름 일어 잠 못 드는 밤
창 밖에는 겁먹은 바람이 덜컹거리고
어린 고양이는 울음으로 보채고
해소처럼 돌아가는 보일러 소리
불면의 수돗물 똑똑 떨어지는 소리
여보, 죽으면 끝없이 잠만 자겠지만
저것이 다 살아 있다고 가까스로
발버둥치는 소리, 오돌오돌 추워서
몸 오그라드는 소리
고스란히 내리는 눈옷 입고
뼈만 남은 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나서
뼈도 없이 소나무 밑에 심어진 아우도
자꾸 생각나서 잠 못 드는 밤
창밖의 바람과 어린 고양이, 그리고 보일러와 수돗물이 내는 소리들. 그 소리들은 시인의 마음과 뒤섞이면서 죽음을 감지하는 시인의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탈바꿈한다. 시인이 가까스로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그 소리들은 어머니 아버지, 돌연사한 아우의 실제적인 죽음을 생각하게 이끈다. 시인의 삶은 사랑했던 이들의 죽음이 쌓인 ‘지층’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저 소리들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