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구사진비엔날레’ 내달 10일 개막<br/>대구 문예회관·동산병원 등 일원서 54일간 예술 향연<br/>국내 유일 사진 비엔날레이자 아시아 최대 사진 축제<br/>올 32개국 351명 작가 참여, 어느 때보다 관심 뜨거워
국내 최대 사진 축제인 제8회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오는 9월 10일 개막해 54일간의 가을의 예술 향연에 들어간다.
원래 지난해 열렸어야 할 제8회 행사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 열리게 되는 이번 축제는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동산병원 등 대구 시내 일원에서 오는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전과 다른 시도를 선보여 막을 올리기 전부터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까지 대구의 사진전통에 기반을 둔 주제선정을 통해 아시아와 다큐멘터리 사진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국제 미술을 선도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현대미술의 최신경향을 보여주는 행사로 꾸며진다.
‘누락된 의제(37.5 아래)’를 주제로 내건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전에 비해 규모가 늘었다. 참여 작가는 32개국 351명으로 25개국 259명이 함께했던 2018년 행사보다 30% 조금 넘게 증가했다. 기간도 33일에서 이번엔 54일로 길어졌다. 이 기간 작품은 총 2천여 점이 전시된다.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팬데믹 상황에서 시대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의 사명을 그들만의 작품으로 승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오늘날 문명건설이 인간 상호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부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분열과 차별을 거듭하고 있는 인류 역사 속에서 사진의 기능과 역할을 사진예술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주제전시인 ‘누락된 의제(37.5 아래)’는 어윈 올라프, 사라 추징, 사이먼 노폭 등 세계적인 사진가 50여 명이 참여해 전례가 없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실험적 표현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주제에 들어간 37.5도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위협을 받는 현재 우리나라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결정하는 발열의 기준으로서 지금 우리에게 위협적인 숫자가 됐다. 37.5도 아래, 곧 의학적으로 표준이지만, 우리가 삶의 방식, 문명의 노선을 위탁해 온 ‘논란의 여지가 많은 표준’에 전향적인 단초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대구문화예술회관 1∼10전시실에는 현재의 우리의 위협적인 정황을 다큐멘터리식으로 기록하거나 이를 토대로 구상된 대안정, 미래지향적 시나리오들이 펼쳐진다.
특별전(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은 요나스 벤딕센, 알렉스 마졸리 등 세계 11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8명이 참여해 21세기에 대한 다양한 기록, 해석과 전망을 제시하는 장으로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류문명의 모습을 조망한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비엔날레 최초로 대구 시내 한복판 야외로 전시공간을 옮겨 열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등 실내 전시장에서만 개최됐지만, 시민의 일상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는 야외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
‘포토월 프로젝트’는 시민의 일상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는 콘셉트 전시다. 중견 사진가 장용근과 도시디자인 전문가 정재완 영남대 교수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극복과 실험을 통한 새로운 시각예술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 일대에서 대형사진으로 건물을 뒤덮는 포토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카운터 VI: 저항가의 이상’은 2018년 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최종 선발된 김민주초원, 이한구, 이예은, 정성태, 서종혁 등 작가 6명의 참신한 작품을 통해 한국 사진계의 미래가치를 탐구한다. 사진비엔날레 최초로 제한된 실내 전시장을 벗어나 동대구역 광장에 조성되는 야외 전시장에서 개최돼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향유기회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대구사진사 시리즈 II’(대구문화예술회관 12, 13 전시실)는 과거 한국사진계를 선도한 고(故) 신현국, 고(故) 배상하, 권정호, 김일창, 장진필 등 대구사진 선구자들의 작품세계를 고찰하고 대구사진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자매우호도시 사진전-국경 없는 여행’은 코로나19로 자유로운 세계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진을 통해 다양한 해외도시의 모습을 만나본다. 대구시와 자매 우호 협력을 맺고 있는 25개 도시 중 8개국 16개 도시가 참가한다.
‘포트폴리오 리뷰’는 국내 작가들에게 유능한 기획자와 출판 등의 만남을 제공해 작가 발굴 및 육성,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참여 작가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작가 브랜딩 시스템을 도입한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비롯해 작가들의 각각의 특징을 개발하고 전문가들과 1:1 매칭해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리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는 시민들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중구에 위치한 대구근대역사관에서는 대구·경북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대구·경북 옛 사진전’이 열린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실과 팔공산 인근에 위치한 방짜유기박물관에서는 ‘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지금, 여기’와 ‘황금 문화재 사진전’이 열리며 대구예술발전소 1층 전시실에서는 전국 대학 사진학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사진학과연합전: 내일의 사진’이 마련된다.
달빛동맹의 일환으로 유네스코 미디어 창의도시 광주와 함께 수준 높은 미디어 파사드를 펼칠 예정이며 코로나19 의료진 등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되는 ‘히어로즈 2020전’, 대구시립예술단과 경북도립교향악단 축하 공연 등 연계 전시와 부대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코로나19의 시대상황을 담은 다양한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하고, 사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전시를 선보인다”고 설명하고 “사진뿐만 아니라 도시디자인, 문화재, 공연, 소셜미디어, 비대면 프로그램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질적인 언어와 다양한 생각들이 시민들의 삶에 평화와 행복을 한껏 전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6년 1회를 시작으로 현대사진의 흐름을 망라해 선보여 온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그동안 일곱 번의 행사를 통해 동시대 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사진 축제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사진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 결과 부산, 광주 비엔날레와 함께 우수등급 평가를 받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비엔날레로 성장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