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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폭력…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6-14 20:25 게재일 2021-06-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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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본 사건의 재구성  <br/>동거녀에 무자비한 욕설과 폭행<br/>피해자 딸 앞에서도 멈추지 않아<br/>재판부 “엄벌 불가피” 실형 선고
“피고인, 여성을 본인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성은 피고인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엄정했지만, 조금의 분노가 담겼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호 법정에서 박진숙 부장판사가 막 판결을 선고한 후 피고인을 일갈하며 내뱉은 말이다. 고개를 푹 숙인 A씨(46)에게 적용된 혐의는 상해, 특수협박,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총 7건. 모두 자신의 동거녀와 7살난 딸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행들이다. 이날 이 남성은 절반 정도의 죄만 인정을 받아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월 연인관계였던 B씨(51·여)와 그녀의 집에 같이 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B씨의 하나뿐인 딸과도 함께 지냈다. 그러나 동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날 즈음, A씨의 폭력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지난 1월 11일 오전 9시, A씨는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했고,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했다. 무자비한 폭행으로 B씨가 잠시동안 정신을 잃은 상황에서도 A씨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딸아이가 그 자리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지켜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음에도 그는 1시간 이상 폭력행위를 계속했고, B씨는 이로 인해 병원에서 뇌진탕 판정까지 받았다. 다음날에도 그의 폭력은 이어졌다.


폭력 발생 일주일 뒤인 1월 18일,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A씨는 그 자리에서 자해했다. 이 역시 어린 딸이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B씨 모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부둥켜안고 우는 것 뿐이었다. 또 A씨는 B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확인했다. 그럼에도 A씨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마음을 굳게 먹은 B씨가 수신거부 후 112에 신고하자 A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협박성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전송하기도 했다.


이날 이 사건의 판결을 맡은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했으며, 벌금형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박진숙 부장판사는 “A씨는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해 갈비뼈와 다리뼈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차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전화통화를 엿듣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있다”며 “비록 피해자들과 합의하기는 했지만, 피해자들은 이 사건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합의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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