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에서 36차례나 핵을 언급하면서 “핵기술을 고도화하고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핵전략의 중대한 변화이다. 전쟁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절대무기’인 ‘전략핵’에 비해서 ‘전술핵’은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안보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전술핵의 표적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다. 북한은 당대회 보고에서 “15,000km 사정권 안의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의 고도화 목표가 제시되었다”고 함으로써 핵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북한의 전술핵이 초대형 방사포나 KN23 미사일에 탑재된다면 한국안보에 치명적이다. 게다가 한반도 유사시 수도권에 대한 전술핵의 선제공격 가능성은 한미연합군의 대응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전술핵을 개발하면 한국과 일본을 인질로 해서 미국에 INF조약 체결을 제의하고 핵군축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주된 관심은 북한의 전략핵과 장거리미사일이지만, 한국은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에 전술핵이 탑재되는 상황이 더욱 두렵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이 한미동맹에 내재하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핵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북한의 전술핵 개발은 한국의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전술핵은 실제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고, 북한은 한국에 대해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우리가 아무리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증강하더라도 북한의 새로운 핵능력에 맞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강온 양면전략, 즉 한편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미협상을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전술핵 공격에 대비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평화적 협상과 무력적 억제의 병행이다. 평화적으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화·협상·제재가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북미대화가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협상보다 제재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한 평화적 접근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같은 민족에게는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6·25 남침을 잊어버린 치매자의 어리석음이다. 평화를 말한다고 평화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핵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중국 칭화대의 자오퉁(趙通)은 “북한이 전략핵으로 미국의 간섭을 막고, 전술핵으로 한국을 압박하여 한반도 통일을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이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한미동맹에 의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억제력(extended deterrence)’밖에 없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