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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유치원은 오늘 문 여나요?”

이바름기자
등록일 2019-03-03 20:25 게재일 2019-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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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파인 의무 도입 등 싸고<br/>한유총-교육부 기싸움 일관<br/>개학 연기 vs 불법 처벌 맞서<br/>대구·경북 90여곳 연기 의사<br/>학부모 “애들 볼모로…” 반발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반발하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유치원이 개학연기를 결정했다. 3일 오후 개학 연기에 동참한 포항시 북구의 한 유치원에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와 교육부 간의 힘겨루기가 어린이들을 볼모로 한 치졸한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한유총 소속 일부 유치원들이 유치원 3법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의무도입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실행에 반대, 개학연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4일로 다가온 개학연기 사태가 현실화되자 교육당국은 형사고발·폐원 방침 등으로 맞대응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유치원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학일 하루전까지 수습이 안되는 데다 개학연기 유치원 숫자도 들쭉날쭉이어서 당국이 예고된 파행을 두고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대구·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대구·경북에서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은 전체 494개원 중 91곳에 이른다. 대구지역은 동부지역 12개원, 남부 31개원, 달성 7개원 등 모두 50곳의 사립유치원이 개학 연기 의사를 밝혔다. 경북지역도 포항 35개원과 경산 6개원 등 41개원이 4∼5일 사이로 예정됐던 개학일을 무기 연기했다. 전국에서는 3일 정오 기준으로 사립유치원 총 3천875곳(3월1일 기준) 중 9.8%인 381곳이 개학을 연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모든 유치원이 자체 돌봄서비스를 운영해 혼란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북의 경우 포항 상지아이들유치원과 대한유치원 등 단 두 곳만 돌봄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맞벌이 학부모들의 반발이 특히 거셀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역 학부모 김모(36·남구 이동)씨는 “개학 연기라는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한유총도 문제지만, 개학 연기사태를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에 실망했다”면서 “맞벌이 부부인데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도 없어서 막막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단 입학 연기사태는 정부가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기로 하면서부터 일어났다. 3월부터 사립유치원에 적용되는 에듀파인에 반대하는 한유총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과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는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갖고 집단 반발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립유치원 집단사태와 관련해 여·야간 입장대립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을 뿐 관련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문은 닫혀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에 대해 “그동안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던 졸속 정책의 결과”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교육 당국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에듀파인 의무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실행 등을 강행하면서 현 사태를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3면>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은 지난 2일부터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유치원 개학연기 현황을 파악, 긴급돌봄 대책을 수립하고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대해 엄정 대응키로 했다. 오는 4일 시정 명령을 거쳐 5일부터는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입학 일을 연기하려면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연기하는 것은 유아교육법상 불법”이라며 “향후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유총이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지회견을 열고 “개학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이 1천533곳”이라고 밝힌 데 대해 교육부는 “진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은 (개학연기 명단에) 이름을 안 올리면 뒤에서 회유나 협박을 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한유총 중앙본부나 지회에서) 강하게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동참한다’고 답한 곳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천 곳이 넘는다고 해도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 공동육아나눔터, 유아교육진흥원 등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하면 돌봄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4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3.1%가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에듀파인 도입으로 사립유치원의 사유 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한유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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