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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경찰, 절차무시 수사 논란

김두한기자
등록일 2019-01-17 20:26 게재일 2019-01-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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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 혐의로 체포된 주민들
“몇몇 모여 바둑 두고 있었는데 
  수갑까지 채우는 등 인권유린”
  경찰 “적법절차 따라 연행”
경찰관이 포함된 도박사건<본지 1월 17일자 4면>과 관련 울릉경찰이 무고한 주민을 도박범으로 몰고 절차를 무시하고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로부터 도박혐의를 받고 있는 울릉주민 최모(59)씨 등은 “지난해 12월 29일 울릉읍 저동 가정집에서 선후배들이 연말 송년회를 겸해 술을 마시고 한편에서는 바둑을 두고 있는데 밤 11시50분께 도박신고를 받았다며 출동한 경찰이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네 선후배 8명이 모여 2명은 바둑을 두고 6명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출동한 경찰은 도박 현장을 잡지 못하자 장롱과 서랍장을 뒤져 화투 1목과 카드 2목 등을 찾아내고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수색해 휴대폰과 지갑, 현금 1천600여만 원을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과정에서 최씨가 특별한 위해를 가하거나 반항하지 않았는데도 경찰관이 욕설을 하면서 양팔을 뒤로 젖혀 수갑을 채웠다”며 인권유린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모두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이모씨(52)가 강제 연행에 항의하자 경찰은 이씨를 유치장에 입감조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장시간 조사받았지만, 도박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개별 면담에서 ‘한판만 도박했다’고 진술하라고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이 집에 커피 배달을 왔던 다방 종업원까지 경찰서로 불러 조사했지만, 도박을 했다는 범죄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이 이처럼 수사에 매달린 것은 당시 현장에 도박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A(56) 경위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해당 주민들의 설명이다.

최씨 등 8명 중 일부는 도박행위로 벌금을 문 전과가 있다. 또 이번에 말썽이 된 가정집은 과거 도박하우스로 소문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경찰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징계 중인데 늦은 시간에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이상하고 후배경찰관의 얼굴보기가 민망해 화장실로 피신했다”며 “도박을 하지 않아 당연히 돌아갈 줄 알았는데 체포하라는 등 소란스러워 숨어 있다가 문을 열고 나왔다”고 말했다. A 경위는 “아무리 도박에 미쳐도 정직 중인데 도박을 하겠느냐”며 “황당하다. 같은 경찰관이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C씨(62·울릉읍)도 “이날 오후 3시께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후배들이 모여 놀던 가정집에 놀러 가 11시30분께 나왔는데 도박하지 않고 바둑을 두고 술을 먹었다”고 같은 취지로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주민들은 당시 도박한 사실이 없고 특히 무기를 들지 않고 말로 항의하는 민간인을 제압, 쇠고랑을 채우는 등 과잉 단속은 물론 강압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수갑이 채워졌던 최씨는 “우리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강압수사를 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 동영상을 확인하면 현장에서 강압수사를 했는지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 측은 강압수사를 했다고 하지만 적법절차에 따라 연행했다”며 “도박신고는 물론 도박을 했다는 현장의 정황증거도 있고 A경위가 화장실에 숨었다는 것은 도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수갑을 채운 최씨의 경우 도박에 대해 현장 조사 중 회피는 물론 경찰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등 8명의 많은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울릉/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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