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로닐은 가축의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는 살충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하면 간장이나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로 다량 섭취할 경우 두통이나 감각 이상, 간 등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벨기에·영국·독일 등 유럽 각국의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돼 수백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개·고양이의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쓰는 피프로닐은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에 경기도 남양주 농장의 달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성분은 ㎏당 0.0363ppm으로 국제 농약 잔류 기준치(㎏당 0.02ppm)를 1.8배 정도 초과했다. 살충제 계란은 이미 10만개 이상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당국은 그 동안 피프로닐에 대한 기준치를 설정하지 않고, 표본 검사만을 실시해와 구멍이 뚫렸다. 온·오프라인에서 계란 판매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통대란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계란은 국민들의 식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은 재료다. 계란을 사용하는 수 많은 식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 예상되는 경제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친환경 생산방식을 채택한 농장에서조차 피프로닐이 검출된 터라 사전 검사를 받지 않는 일반 농가의 계란은 더 심각할 수 있다. 닭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는 7~8월에 살충제를 닭에 직접 뿌렸을 경우 체내에 흡수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4월 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산란계 농가의 61%가 진드기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를 내놨는데도 당국이 이를 무시했다는 부분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당국의 안일과 국민건강을 소홀히 여긴 양계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함께 빚어낸 소동이다. 유해식품이 밥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잠시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국가의 으뜸책무다. 식품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잠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하루속히 `유독성 계란`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당국과 양계업자들이 일심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소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