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철강산업 위기와 포항 지역경제
해외 철강도시 위기극복 사례
염미경 제주大 교수
◇왜 포항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가?현재 포항은 철강산업으로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세계 경제위기와 신생국의 추격으로 철강산업 침체와 함께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로 인해 지역경제도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지역산업 다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제1의 철강산업도시 포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역산업 다변화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이러한 가운데 포항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철강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면서 지역경제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강산업도시 포항은 이제 철강산업 이후의 도시 비전 모색에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나서야 할 때이고 나서고 있다.
과연 포항은 어떤 도시 비전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이에 따라 `유사한`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해 `서로 다른` 대응을 한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그것이 입지한 기타큐슈(北九州)의 경험과 미국의 US Steel(1986년부터 USX)과 구 철강지대인 피츠버그지역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포항의 미래 도시 비전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 신일본제철과 기타큐슈의 대응
1986년의 철강불황을 계기로 해서는 철강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근본적으로 제기되었고 1986년 11월부터 1987년 2월에 걸쳐서 일본의 철강대기업들은 `탈철강`화 노선을 내걸고 근본적인 기업 합리화계획을 발표했다.
신일본제철은 1970년대부터 정보통신, 화학, 지역개발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하여 다각화를 추진해왔는데, 1980년대 이후 상품이나 사업분야를 강점이 있는 분야로 집중하는 작업을 했다.
1985년 이후 철강수급구조 변화와 대폭적 엔고의 진행이라는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1차 중기경영계획` 및 `사업다각화 추진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책정하고 철강사업부문의 근본적인 슬림화와 정보통신시스템, 엔지니어링,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러지, 사회개발, 생활개발 등 신규사업 분야 확대 등 사업구조의 전환을 시도했다.
노조와 지역사회는 어떠한 대응을 하였는가?
신일본제철의 구조조정, 특히 고용합리화에 대해서 노조는 위기타개책을 기업내부에서 찾기보다는 경영측과 일체로 혹은 기업 외부 활동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다.
특히 새로운 고용창출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을 적극 지지하거나 고용창출을 위한 정책활동에 보다 주력하는 한편, 산별 노조의 기능을 강화하고 춘투를 재구축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상부조직인 신일철노련은 철강산업의 활성화와 기업의 신규사업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하는가 하면, 1987년 `지역활성화계획 만들기`를 제창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활성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음으로 기타큐슈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을 보면, 대부분의 산업도시들처럼 기타큐슈도 도시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도시재개발을 선택했다.
즉, 신일본제철이 공동화된 경영자산을 활용하는 `민관협력형` 지역전략에 역점을 두면서 기타큐슈에서는 “기업과 지역의 공생” 이념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이와 관련해, 신일본제철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철강업에 기반해 축적해온 경영자원을 기타큐슈의 활성화를 위해 제공한다는 이념을 대외홍보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과 키타큐슈시 당국의 협력체제 하에서, 1990년대 들어 기타큐슈 르네상스의 방향은 `새로운 산업도시`, 특히 `환경산업도시`의 건설로 보다 구체화된다.
그 추진과정에서 기업, 교육연구기관, 시민 등 다양한 수준의 민간 참여가 강조되었다.
◇ US Steel과 피츠버그의 대응
US Steel은 1901년 철강왕 카네기(Carnegie)와 금융자본가 모건(Morgan)이 피츠버그와 시카고 지역 내에 있던 12개의 주요 철강사들을 합병해 성립한 기업이었으나 1970년대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노후설비를 가진 제철소들에 대해 무엇보다도 먼저 공장폐쇄를 시도했으며, 이와 함께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1982년 미국내 17위의 석유회사였던 마라톤(Marathon)오일사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US Steel사는 에너지, 철강, 그리고 다각화된 사업들에 관련된 주요 운영단위들을 가진 종합 유에스엑스(USX)사가 되었고, 현재 US Steel은 USX사의 한 사업부서로 존재하고 있다.
US Steel이 몬 밸리 제철소들을 폐쇄할 것을 발표한 뒤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대응양상은 크게 두 흐름으로 대별된다.
먼저 공장폐쇄를 수용한 집단은 듀케인제철소가 위치해있던 듀케인시의 행정관료들과 알레게니지역개발협의회 (Allegheny Conference on Community Development, ACCD)였다.
ACCD는 정부의 주요 역할이 공공 하부구조의 개발과 증진에 있다는 견지에서 경제개발접근을 강조함으로써 공장폐쇄를 수용하고 하이테크, 재정, 그리고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지역의 새로운 산업과 기업환경, 국제무역, 그리고 인간자원 측면의 과업을 정립했다.
다음으로 공장폐쇄 반대 움직임들 가운데 SVA(Steel Valley Authority)로 알려진 경제개발당국(economic development authority)을 창출하려는 캠페인이 주목할 만하다.
이 조직은 경제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 정책적 대응의 한 형태로 지역사회와 노조활동가, 지방정부관료들이 계급을 초월해 연합함으로써 발족했다.
SVA는 1986년 피츠버그시와 11개 철강지대 지방자치단체들, 그리고 노조와 종교단체 리더들에 의해 창출된 재개발당국(redevelopment authority)으로, 이 조직의 목표는 제조업 일자리들의 기반을 보유하고 확대시키고 서부 펜실바니아의 지역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 해외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큰 흐름에서 보면 철강산업의 사양화는 피할 길이 거의 없다. 현재 포항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지역 산업계와 노동계는 정치적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철강산업 사양화·공동화의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 이 글의 해외 두 사례가 미래 우리의 철강산업 사양화와 철강도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철강기업의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대응은 철강사, 정부, 지역사회 모두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선 철강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다각화이다.
국내 철강사의 다각화 실적은 USX나 신일본제철과 같은 세계적인 철강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철강산업 재구조화와 대비한 민관파트너십 구축이 절실하다.
해외 사례들에서 볼 때, 산업도시는 그 지역의 지배적인 산업, 예를 들어 포항지역의 경우 철강기업의 기업전략이 노사의 선택범위에, 이것은 다시 지역사회의 선택에, 그리고 각종 협력체제의 구조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본격화될 철강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역노동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전략 마련은 물론,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노-사-공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 노-사-공 협력체제가 지역사회의 미래 만들기를 리드해나가야 한다
또한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사양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철강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의 파장이 크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면, 지역사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지역주민들의 고용유지와 창출이다. 철강산업 사양화로 철강산업에서 일할 자리가 사라지면 주민의 소득이 줄고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비하여 철강재 고부가가치화와 같이 철강산업 내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철강산업을 대체할만한 다른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지역 내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강산업과 지역의 미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위기의식와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철강산업의 고도 성장기 보다 사양화 단계에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단체의 역할이 커진다. 노동조합과 지역시민단체들의 협조가 없으면 사양화 단계에서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하여야 한다. 철강노조와 지역시민단체의 성장은 이런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는 일본의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포항지역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기업들의 노조는 어떠한가? 이와 관련해,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방안, 노동단체와 지역시민단체의 연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의 상시적인 협력 틀을 마련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한 지역 노동단체 관계자의 제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포항 경제의 특성
김진홍 한은 포항본부 부국장
포항 경제의 가장 큰 특성은 지나치게 제1차 금속제조업인 철강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조사 결과 포항시 GRDP의 49.9%가 제조업을 차지한 가운데 1차 금속이 78.3%로 나타났다. 지역총생산의 39.1%가 철강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철강업의 부가가치 원천은 지역자체 철강 비중인 21.8%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 서울의 건설업과 경남의 기계장비, 울산 자동차 등의 생산활동에 좌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포항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32개사 전체 매출액의 91.3%, 고용인원의 86.1%, 수출액의 99.2%를 각각 포스코 그룹사가 차지하고 있다. 지역 철강산업이 포스코 독과점적 시장구조로 돼 있어 포스코의 업황변화에 민감한 지역경제의 취약한 체질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철강산업의 부진 장기화는 2000년대 초반(2000~2005), 중반(2005~2010), 최근(2010~2014)의 철강공단 생산액 증가율이 17.1%에서 3.0%, 0.6%로 급격히 감속함에 따라 포항의 경제성장률(GRDP)도 4.4%에서 1.6%, 2010~2012년은 -2.3%로 사실상 최근 10년간 거의 0% 성장에 가까운 `잃어버린 10년`을 경험 중이다.
포항은 2009년 영일만항, 2015년 KTX동해선 개통, 2016년 포항-울산 고속도로 개통 등을 통해 철강산업의 후방 지원하면서 지역의 제2위의 위상을 지닌 물류산업의 육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영일만항의 경우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의 사업진행(1992년 계획이후 15년 이상 소요)으로 환동해거점항만으로서의 성장가능 기회를 잃어버린데다 앞으로도 인입철도, 자유무역지역, 배후단지 조성 등이 남아있어 관련 부족 인프라를 최대한 조기에 압당겨 완공시키지 못할 경우 세계경기 회복과 철강경기 회복의 기회가 다가오더라도 항만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항은 지능로봇연구소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승격, 포항로봇시티선언, 국가 수중로봇시범사업의 유치 등 다양한 방면으로 로봇산업의 육성 기반확충에 노력 중이다.
로봇산업 육성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나 사실상 대경권 , 게다가 포항 내 지자체, 여타 부문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로봇융합연구원 등과의 협력, 제휴 등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에 끈기를 가지고 중·장기적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포항운하크루즈의 개통은 계획 추진 중인 포항마리나항의 완공과 관심이 이어져야만 요트대회 등의 개최성과가 지역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포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전체의 도시공간과 지역산업의 구조개편을 함께 시야에 놓고 산업의 발전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하며 현재 시점의 도시주민(50만 시대의 도시환경과 주민의식)이 아닌 미래시점의 도시주민(100만 도시의 환경과 주민의식)을 시야에 두고 도심재생 및 개발, 산단조성, 주거지 정책, 공원조성 등을 조감할 수 있도록 도시발전전략을 수립 및 추진해야 한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수십 년에 걸친 환경,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기업유치 및 인구유인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지자체는 지역 내 연구기관, 기업 등이 상호 밀접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 나가야만 가능하다.
포항 소재 철강사 위기진단
박병칠 한국채권연구원 선임연구원
2003~2014년 국내의 상장 60개사 합산치 기준(IFRS 별도)으로 유형자산은 연평균 13.5% 증가하는 등 설비 투자 증가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매출은 같은 기간 7.7%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과 EBITDA는 각각 -0.4%, 0.3%로 정체됐다.
투자가 증가한 가운데 수익성은 하락하고 자산의 활용률도 떨어진 결과 업계의 부채 의존도는 상승했다.
◇POSCO=국내 철강산업 및 포항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는 POSCO의 경우 철강 본업은 물론 그룹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06년 36%에서 2014년 88%로 상승한 가운데,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과거 2조원 중반에서 24조원대까지 늘어났다.
대표적 지표인 차입금/EBITDA 비율은 연결 기준으로 2000년대초 1배에서 최근 7배로 상승했다. 물론 이 같은 재무, 수익지표의 악화는 철강 및 타소재나 이후 투자 성과의 회수 부진에 기인한다. 본사(별도) 기준으로 유형자산 투자는 수년간 감가비를 1~2조원 상회했었고, 국내외 연결 대상 및 관계사 지분 인수도 지속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역내외 경쟁심화로 투자비회수는 불가했다.
◇현대제철=대규모 고로 신설 및 압연공정 증설 투자 등으로 동사의 부채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 100% 대에서 최근 120% 전후로 상승했고 유동성 약화 압력도 여전하다. 철강, 특히 주력 시장인 자동차용 강재의 사업 성과가 향후 재무 구조 개선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다.
◇동국제강=심각한 수익성, 재무 지표 악화에서 아직 탈피하기 못하고 있다. 중장기는 물론 단기 채무 상환 부담 또한 적지 않은데, 운전자본 개선을 통한 개선도 제약적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위기의 배경=산업 특성상 철강재 생산 능력은 철강 가격과 수익성, 현금 축적에 후행하여 증대하나, 중국 주도로 그 변동폭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 현재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세계 업계의 자본지출/감가상각비 비율은 2008년 0.8배에서 2011년 1.9배까지 상승하는 등 투자가 단기 집중되었었다. 현재는 `가격/수익 개선→현금 잉여→설비 투자→공급 과잉`이라는 중장기 사이클의 반대 국면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주요 업체들의 공격적 투자 및 그에 따른 수급 Balance 악화로 가동률은 하락하고 가격 협상력도 약화된 결과 업계의 가격 전가력 및 수익성은 바닥세다. 물론 국내의 경우 공급 능력 잉여가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산의 시장 침투가 확대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2014년 기준 수입재는 40%, 그 가운데 중국산은 60% 수준이다.
◇향후 전망=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 철강 소비 탄력성 약화로 향후 철강 수요의 증가율 약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발표된 IMF의 세계 GDP 성장률 예상치는 소폭 추가 하향 조정된 바 있고, WSA의 철강재 수요 전망치도 2015년 1.7%의 수요 감소를 예견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부진은 투자, 부동산 등 철강 소비 견인력의 약화를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공급 과잉기의 출하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급 과잉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인 원재료 가격도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생산 증가율 둔화, 원재료 공급 증가, 그리고 달러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 등 때문이다. 취약해진 철강 산업의 재무 구조가 영업을 통해 단기 해소되는 것은 어렵고, 전략적 측면에서 구조조정 등이 필요한 이유이다.
철강산업 위기 대응방안
서정헌 스틸앤스틸 대표
지금 한국 철강산업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러한 철강산업의 위기는 포항지역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포항 지역경제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철강산업 사양화 속도를 늦추면서 포항지역이 감당하여야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이 경착륙하는 이유는 다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철강산업 고유의 특성 때문에 경착륙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철강은 장치산업으로 경기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철강은 어느 정도 과잉이 불가피한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잉 때문에 철강이 사양화 단계로 들어서면 다른 산업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
둘째는 한국 철강산업의 특성 때문에 경착륙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과거 포스코의 높은 경영성과가 모두 포스코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는 포스코 내부 경쟁력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많은 부문은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에서 나왔다. 따라서 포스코의 높은 경영성과가 바로 철강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는 국내 철강사 경영전략이 시장지배력 중심에서 시장적응력으로 바뀌면서 철강사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산업의 후퇴가 빨라진다. 따라서 철강사들이 투자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보다 적응력 중심으로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철강사는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비퇴출이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철강사가 투자보다 구조조정을 더 강조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후퇴는 더 빨라지는 것이다.
이상 3가지 요인에 의해 한국 철강산업은 경착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포항 지역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철강산업의 연착륙이 전제되어야 한다. 4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수입방어 노력이다. 수입방어는 가장 손쉬운 철강산업 연착륙 방안이다. 직접 규제하거나 품질 등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이 있다. 수입방어를 위해서는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철강사간 공동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노조나 지역주민의 참여도 수입방어에 힘이 될 수 있다.
둘째는 감산 노력이다. 감산을 위해서는 철강사간 공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정 철강사가 감산을 하는데 다른 철강사가 증산을 한다면 감산의 효과는 사라지고 감산을 시도한 기업만 시장점유율을 잃게 된다. 감산을 위해서는 철강사간 공조가 필요한데 이러한 공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인 공정위의 협조가 필요하다.
셋째는 구조조정 지원 노력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강사의 회생을 지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철강산업을 연착륙시키는 방법이다.
넷째는 복점적 경쟁구도 유지다. 한국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늦추는 또 다른 유용한 방법은 포스코-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함으로써 경쟁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양 철강사 사이에 분업과 공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포스코 지배력은 점유율 중심의 지배력이고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의 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스코 힘은 약화되고 현대제철 힘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복점적 경쟁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