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시장 동향과 월드워터파트너십 구축
물 부족 현상은 지금까지 몇몇 특수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로 여겨져 왔다.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천㎥ 미만은 물 기근국가, 1천㎥ 이상에서 1천700㎥ 미만은 물 부족국가, 1천700㎥ 이상은 물 풍요국가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1천488㎥로 물 부족국가에 해당하고 2025년에는 많게는 1천327㎥, 적게는 1천199㎥가 될 것으로 분석되는 등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물 선진국들은 21세기에는 물산업이 블루골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물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도 물 산업에 대한 인식은 기껏해야 먹는 샘물이나 상하수도 등을 떠올리는 수준으로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물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이에 물 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미래성장 동력산업 가운데 하나다. `대구 신성장동력 물산업클러스터` 기획 시리즈 2편에서는 물산업 분야 전반에 대한 조망과 글로벌 물산업 선도국가별 물시장 트랜드,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 성공 조성을 위한 월드워터파트너십(WWP:world water partnership) 구축 현황을 살펴본다.
한국 물이용·관리수준 세계 8위지만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70% 불과
네덜란드·프랑스 등 선진국들 워터파트너십으로 물산업 강국 부상
올 4월 `한국물산업협의회` 설립,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준비 착착
□ 물 산업과 글로벌 물 시장 동향
물 산업이란 물의 취수·처리·공급 및 하·폐수 처리·이송과 관련된 제조업 분야, 수처리시설을 만드는 건설업 분야, 운영서비스업 분야로 나뉜다.
물산업은 이들 3개 분야가 긴밀히 연계돼 전·후방 연관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등 클러스터적 접근이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 분야이다.
글로벌 물산업 시장 추세는 광역화, 민영화, 개방화(글로벌화 및 전문화)의 심화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지자체 중심의 중·소 상하수도 운영관리 시스템의 영세성과 비효율성 해소를 위해 광역화와 상·하수도의 통합을 통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물산업의 민영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각국의 물산업 개방화와 물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게다가 IT·BT·NT 등과 융·복합을 통한 기술혁신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은 물관련 투자규모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래의 물산업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비한 신규 수자원 확보, 홍수 예방, 친수공간 및 유역종합개발 등 물 순환 체계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세계 물강국의 다양한 물산업육성 전략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로 물 자급율이 60% 수준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는 하·폐수 재이용, 해수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기술 확보로 세계 2위 수준의 물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2006년부터 글로벌 물산업 허브를 목표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70개 이상의 물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현재 GE를 비롯한 10개 사가 싱가포르에 R&D센터와 지역 본부를 두고 있으며 자국의 주요 물기업 10개 중 8개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물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는 물관련 정부부처, 공공기관, 기업, NGO 등 자국의 물관련 분야를 총결집해 네덜란드 워터파트너십을 구축해 연간 10조원 이상을 수출하는 세계 물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2000~2001년에는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물산업 세부범위를 설정했고 200여개 관련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물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했다. 특히, 국가차원에서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과 6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도, 베트남, 남아공 등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네덜란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240여개 물 관련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독일 워터파트너십을 설립, 미국을 잇는 세계 2위 상하수도 기술 수출국이 됐다. 회원사간 네트워킹에 중점을 두고 기술혁신, 정보, 프로젝트 발굴 등 분야별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물산업 진출대상 국가와 지역을 15곳으로 압축해 각 국가·지역별로 전문가 중심의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 글로벌기업 지멘스는 도시화, 인구구성 변화, 기후변화라는 3대 메가트랜드를 반영해 물산업 분야 사업을 집중 발굴, 육성하는 동시에 M&A를 통한 기술습득과 시장진출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수에즈, 베올리아 등 세계적인 물기업의 활약으로 상하수도 운영관리 분야 세계 1위인 프랑스는 지난 2007년 회원기관 100여 개가 참여하는 프랑스 워터파트너십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해외수출 200억 달러의 `물산업 기술 분야 실리콘벨리 도약`을 목표로 국가 성장전략 차원에서 물산업 육성을 추진중이다. 18개 부처와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NEWTech 프로그램에 착수, 20여개 분야 270개에 달하는 중소벤처기업을 통해 첨단 물산업 시장을 창출해 10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Mekorot(수자원공사) 중심의 클러스터링 전략을 통해 공동연구개발, 기술보증, 마케팅 등 물산업 앵커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인 연간 11조원 규모의 수도산업이 형성된 미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상하수도 기술시장 점유율 1위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체 사업의 89%를 지자체가 직영하고 있다. 2013년 포브스지가 `물의 수도`로 지목한 밀워키시는 UN지정 글로벌 혁신도시, 완전한 물순환도시로서 권역 내 150개 이상 물기업, 미국 유일의 담수과학 대학원(위스콘신대 밀워키캠퍼스)이 있는 도시다. 밀워키 권역 물기업을 중심으로 2009년 설립된 기업주도 비영리 단체인 미국 물위원회는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 인재양성, 재정투자, 신기술 연구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구분 | 아이슬란드 | 가나 | 캐나다 | 브라질 | 미국 | 일본 | 중국 | 한국 | 이집트 | 쿠웨이트 |
1인당 연간 가용 수자원량 | 578,818 | 313,818 | 90,766 | 45,039 | 10,169 | 3,362 | 2,218 | 1,453 | 775 | 7 |
<단위=㎥>
□ 월드워터파트너십 구축
국내 물 시장은 세계 8위 규모인 약 12조6천억원으로 이 중 85%가 상·하수도 시장이 차지하고 있으나 물이용 및 관리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70% 정도에 불과하다. 건설·시공, 상·하수도, 해수담수화, 먹는 샘물 등은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나 멤브레인 등 핵심부품 소재분야는 기술력 차이, 운영·관리 경험 부족, 투자자금 조달·운용 능력 등에서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물산업 해외 진출도 시설·건설 분야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 전문 물기업이 적어 해외프로젝트 수주실적이 낮고 글로벌 물 시장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갈 국내 전문 물기업의 성장기반도 취약하다.
이에 환경부는 3천137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2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물산업 클러스터는 올해 말 공사가 발주해 2018년 6월에 준공된다. 물산업 진흥시설(R&D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산학캠퍼스), 실증화 시설(Test Bed), 물기업 집적단지를 조성해 물산업 전주기에 걸친 원스톱 기업지원 환경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단일지역 내 대규모 실증화 시설(Test Bed)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 시설 인프라 면에서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는 단연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
현재 대구시는 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물중심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 워터네트워크와 연계한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 성공 특화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워터 파트너십을 운영해 자국의 물 기관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주요 물산업 강국들의 물산업 육성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물산업 선진국들이 구축한 워터파트너십을 능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물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4월초 한국물산업협의회(KWP, Korea Water Partnership)가 설립되었다.
대구시는 지난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기간 중 미국 밀워키시·미국물위원회·한국물산업협의회 등과 4자간 상호협력협약 및 이스라엘 NEWTech 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해 물산업 해외 네트워킹을 가시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밀워키시, 프랑스 몽펠리에시, 중국 이싱시 등 해외 물산업 클러스터 선진도시, 환경산업 중심도시와의 활발한 교류·협력 활동을 통해 월드워터파트너십 구축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