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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주소득원 쌀산업 경쟁력 강화해야 연쇄파탄 막는다”

황재성기자
등록일 2014-07-29 02:01 게재일 2014-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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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년 쌀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농민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으로 400% 이상 고율 관세 적용, 의무수입물량(MMA) 용도제한 철폐, FTA·TPP 협상의 양허(관세철폐 또는 인하) 대상 품목에서 쌀 제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쌀 관세화` 조치는 이미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예상돼 있었지만 농업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뚜렷한 대체작목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갈수록 쌀 소비량이 줄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미 열린 빗장을 누가 걸 수 있겠는가.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즐기라”고 했다. 지난 20년 간 미뤄 온 `쌀 관세화` 이행이 우리나라 쌀 산업의 파멸이 아니라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충실하고 효율적인 대책에다 농업인들의 슬기로운 대처, 그리고 소비자들의 우리쌀 애용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주식(主食)이자 농가의 주소득원인 쌀산업을 남다른 의지를 갖고 확실하게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한 만큼 결연한 의지를 갖고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쌀 관세화`란 1986~88년도의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해당 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며, 수입물량 제한 등 관세 이외의 국내시장 보호 수단을 관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94년 타결된 UR 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은 관세화하기로 했으나, 우리나라의 쌀은 예외를 인정받아 95년부터 200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해 왔다.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관세화 유예를 10년(2005~2014년) 더 연장해 올해 말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유예기간을 늘인 만큼 쌀 의무수입물량(MMA)을 95년 51만t→2004년 205만천 t→2014년 409만t(5% 관세율로 수입) 등으로 증량했다.

정부, 수입쌀 고관세 부과 - FTA·TPP 양허대상서 제외 방침

농민들 “관세화 시점·방향, 보상책 등 제시안해 신뢰 못한다”

◇`쌀 관세화` 배경

우리나라는 94년 타결된 UR 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 원칙을 채택했다. 쌀은 올해 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받아 최소 시장접근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왔는데 올해 말로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할지, 아니면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관세화를 좀 더 늦출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관세화 유예` 대가로 지난 20년 동안 매년 늘어난 쌀의 MMA가 국내 쌀 수급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더 이상 유예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MMA는 40만9천t. 이는 작년 기준으로 쌀 소비량의 9%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쌀 수급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

정부는 그동안의 제시된 농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관계부처의 면밀한 검토, 국회 차원의 논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쌀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렵게 관세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업계의 우려를 고려, 국내·외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외국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주요국 의견도 타진하며 관세화 유예 재연장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유예를 연장하면 MMA를 추가로 늘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결국 WTO 회원국의 의무인 관세화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검토해 온 관세율 수준, 국내·외 쌀값, 중장기 환율 및 국제가격 전망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관세화 후 현행 MMA(40만9천t) 이외의 쌀 수입량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WTO 설립 협정을 근거로 `일시의무면제`(waiver, 웨이버)를 획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160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MMA 증량 등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는 것.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지난 18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쌀이 우리 농업 및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고 전문가·관계부처와 면밀히 검토한 결과 쌀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이 지난 1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 일리의 한 논에서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에 항의하며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br /><br />/연합뉴스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이 지난 1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 일리의 한 논에서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에 항의하며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농업인 등 관련업계의 의견

올해 말 `쌀 관세화` 유예기간 종료에 대비해 정부는 전문가·관계부처 등의 협의를 통해 관련쟁점을 검토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60여 차례에 걸쳐 설명회·간담회·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4월 토론회 주최를 시발로 6월 16~24일 권역별 설명회, 5~6월 경북·경기·충북에서 농업인단체 주최 토론회를 열었고 6월에는 농식품부·산업부 합동 공청회를 가진 결과 농업계는 쌀 의무수입물량 추가 증량에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고 정부·농업계·전문가 모두 수입 최소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김상원 한국쌀전업농 상주시연합회장은 “정부의 `쌀 관세화` 발표는 농민들의 입장이나 의견을 전혀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관세화 시점이나 구체적인 방향, 보상책 등을 제시하지 않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관세율 등 대책은 어디까지

쌀 추가 수입 가능성은 관세 수준에 의해 결정되므로 높은 관세율 확보는 쌀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최대 과제이다. 그동안 쌀에 대해 정부가 수입물량 제한으로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해 왔으나 관세화 후에는 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관세로만 국내 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최대한 높은 관세를 설정, 쌀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향후 체결될 모든 FTA, 그리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할 경우 쌀은 계속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정부는 쌀 농가 보호를 위해 300~500%의 고관세율을 적용하되 수입물량이 과도하면 특별긴급관세(SSG, Special Safeguard )를 부과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보통 UR 협상 시기인 1980년대 후반 국내·외 가격차를 토대로 계산한 관세에서 UR 협상의 개도국 간 최소감축률(10%)을 차감한 수준으로 확정되는데, 지난 20년 동안 쌀 시장은 국제 쌀값 상승으로 국제 쌀값 대비 국내 쌀값이 2005년 4~5배에서 2013년에는 2~3배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일단 관세를 부과한 후 수입 쌀값은 국내 쌀값보다 높게 된다는 결론이다. 즉 종가세가 종량세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오는 9월 말 WTO에 최종 관세율을 통보하면서 국민에게 전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관세화 이후에도 주식(主食)의 공급원으로서 쌀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농가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쌀 관세화` 절차는

정부는 향후 전문가 협의, 이해관계자 설명,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쌀 관세율 등을 포함한 양허표(협상에 따른 시장 개방 조건상 자유화 계획 일정표로 일반적으로 관세율 조건과 일정 등을 정해 놓은 관세양허표를 뜻함) 수정안을 확정한 후 오는 9월 말까지 WTO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관세화를 시행한다.

9월 말까지 WTO에 쌀 수정 양허표를 제출하는 것은 WTO의 양허표 수정 관련 규정(국제법적 근거)에 근거한 것이며, 내년부터 관세화 의무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WTO 회원국들이 우리나라의 설정 관세율 등에 대해 3개월 동안 이의를 제기할 기간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대만·필리핀도 `쌀 관세화`를 유예했으나 일본(99년)과 대만(2003년)은 이미 관세화했다. 일본은 관세화시 관세율을 종량세(341엔/kg)로 선택했다. 최근 국제 쌀값을 기준으로 종가세로 평가하면 300~400% 수준. 일본 내 쌀값은 우리나라 쌀값의 약 2배이나 MMA 외 관세를 통한 수입량은 연 500t 미만이다. 대만의 경우도 당초 설정한 MMA(국내 소비량의 8%)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17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다시 연장한 필리핀은 `쌀 관세화`를 5년 더 미루는 대가로 MMA가 35만 t에서 80만5천t(5년 간 총 증가물량 166만t)으로 늘어났다.

◇쌀산업 발전 방향과 대책

`쌀 관세화`와 관련, 농업인들은 수입쌀 고관세율 확정과 소득 안정 강화, 수입 최소화 및 생산기반 유지, 수입쌀 부정유통 방지책 마련, FTA 및 TPP 협상에서 쌀 양허 제외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량 농지를 중심으로 이용을 효율화하고, 소비·수출 촉진 및 가공산업 육성 등을 통해 수요 기반을 확충하고, △이모작 확대를 통해 소득을 높이고 곡물과 식량 자급률을 높이며, △전업농과 50ha 이상 들녘경영체 육성 등 규모화·조직화를 지속하고, 쌀 생산비 절감과 국산쌀의 품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며, △국산쌀과 수입쌀을 섞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등의 쌀산업발전 방안을 내놓고 있다.

◇쌀 주산지 경북도 “앗! 뜨거워”

2013년 쌀 생산량(논벼 기준) 57만2천166t(면적 10만8천501ha)으로 쌀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북도와 너른 평야를 낀 기초단체들도 후속 대책 마련하느라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열을 내고 있다.

경북도는 쌀산업의 `고부가 6차산업화`를 통해 쌀산업의 연착륙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안정적 수요 창출을 통해 소득증대를 이끌어내고, 수급불균형 해소로 식량안보를 지키고, 녹색소비를 통해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고부가상품 개발=정책 선도 인재풀 조성, 쌀산업관련 연구시스템 구축, 차세대 기술융합 R&D 활성화 △융복합시스템 구축=쌀산업클러스터 조성, 가공식품기업 육성, 전통주산업 활성화, 안정적 생산인프라 조성 △안정적 소비시장 확대=생활공감 식문화운동 전개, 로컬푸드 활성화, 글로벌 소비시장 확대 등 3개 전략, 10대 과제를 도출해 놓고 착실히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1만3천406ha에 연간 쌀 생산량이 9만4천t으로 도내 1위인 경주시와 1만3천77ha에서 6만9천836t을 생산하고 있는 상주시도 쌀 시장 개방에 지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읍·면·리별 소모임을 통해 애로사항과 정책 반영 우선 요구사항 청취에 나서고 있는 경주시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렉터 콤바인 등 대형농기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쌀 전업농에 대해 들녘별 경영체지원 사업을 펴고 벼육묘시설(보조 70%) 지원을 올해(18동)보다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전국 시·도별 쌀 생산량
  재배면적(ha) 생산량(톤)
2012년 2013년 증감률(%) 2012년 2013년 증감률(%)
전국 849,172 832,625 -1.9 4,006,185 4,230,011 5.6
서울 267 249 -6.7 1,238 1,140 -7.9
부산 3,309 3,255 -1.6 16,191 16,439 1.5
대구 2,981 3,165 6.2 14,648 16,159 10.3
인천 12,007 11,695 -2.6 58,374 54,613 -6.4
광주 5,603 5,512 -1.6 26,856 27,073 0.8
대전 1,526 1,398 -8.4 7,452 7,036 -5.6
울산 5,841 5,703 -2.4 27,417 28,433 3.7
경기 90,824 88,949 -2.1 420,844 407,258 -3.2
강원 34,806 33,968 -2.4 163,739 159,030 -2.9
충북 43,254 42,893 -0.8 212,748 220,383 3.6
충남 153,091 151,814 -0.8 783,501 823,526 5.1
전북 130,351 126,799 -2.7 622,181 680,501 9.4
전남 173,283 170,690 -1.5 700,405 822,795 17.5
경북 111,505 108,501 -2.7 563,960 572,207 1.5
경남 80,002 77,732 -2.8 385,615 392,561 1.8
제주 522 302 -42.1 1,017 858 -15.6
■ 경북 밭벼 생산량
구분 재배면적(ha) 10a당 수량(kg) 생산량(톤)
2012년 2013년 증감률(%) 2012년 2013년 증감률(%) 2012년 2013년 증감률(%)
경북 46 22 -52.2 248 185 -25.4 114 41 -64
■ 경북 시·군별 논벼 생산량
구분 재배면적(ha) 10a당수량(kg) 생산량(톤)
2012년 2013년 증감률(%) 2012년 2013년 증감률(%) 2012년 2013년 증감률(%)
경북 111,505 108,479 -2.7 506 527 4.2 563,960 572,166 1.5
포항 7,775 7,472 -3.9 533 536 0.6 41,426 40,019 -3.4
경주 13,466 13,301 -1.2 526 532 1.1 70,826 70,805 -0.1
김천 4,852 4,679 -3.6 495 529 6.9 23,996 24,763 3.2
안동 6,073 5,892 -3.0 499 522 4.6 30,307 30,749 1.5
구미 7,489 7,039 -6.0 495 537 8.5 37,076 37,770 1.9
영주 4,807 4,572 -4.9 513 516 0.6 24,679 23,574 -4.5
영천 3,684 3,422 -7.1 491 503 2.4 18,072 17,220 -4.7
상주 13,464 13,077 -2.9 512 549 7.2 68,962 71,768 4.1
문경 4,893 4,663 -4.7 503 542 7.8 25,063 25,254 0.8
경산 1,463 1,359 -7.1 486 492 1.2 7,110 6,691 -5.9
군위 2,524 2,577 2.1 486 544 11.9 12,262 14,021 14.4
의성 10,455 10,430 -0.2 511 524 2.5 53,471 54,613 2.1
청송 1,195 1,216 1.8 490 516 5.3 5,853 6,272 7.2
영양 944 813 -13.9 490 516 5.3 4,624 4,194 -9.3
영덕 2,334 2,289 -1.9 490 516 5.3 11,431 11,807 3.3
청도 2,930 2,829 -3.4 502 523 4.2 14,711 14,791 0.5
고령 3,391 3,560 5.0 484 474 -2.1 16,426 16,873 2.7
성주 3,154 3,078 -2.4 464 496 6.9 14,632 15,257 4.3
칠곡 2,328 2,549 9.5 497 512 3.0 11,577 13,056 12.8
예천 8,840 8,392 -5.1 509 537 5.5 44,964 45,104 0.3
봉화 2,833 2,815 -0.6 503 529 5.2 14,256 14,899 4.5
울진 2,475 2,455 -0.8 490 516 5.3 12,122 12,664 4.5

경주/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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