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정책 통해서 본 한국 전력난 극복 방안
올 여름 전국민이 무더위로 고통을 겪었다. 사상 최고의 더위, 최장 열대야, `전력난`등 더위와 관련한 온갖 수식어가 쏟아져 나왔다. 궁극적인 원인은 전력부족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전력소비자들은 그 화풀이를 정부 또는 전력사업자에게 돌렸다. 더군다나 이번 겨울에도 전력난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나 전력사업자는 아직까지 속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매년 여름과 겨울철마다 재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본다. 원전 3기 정지한 한국
올여름 전력난에 가슴 졸여
일본, 50기 멈추고도 여유
美, 지난해 34년만에
신규원전 건설 허가
中·유럽·중동 산유국도
원전 비중 확대에 초점
한국, 1차에너지 96% 수입
20일이내 분량만 비축 가능
에너지안보 상황 고려해야
□ 원전 50기 정지하고도 버틴 일본지난 5월말 시험성적서 위조 때문에 신월성1호기를 비롯한 원전 3기가 정지했다.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을 앞둔 시점에서 전력 비상사태는 불보듯 뻔했다. 무더위가 닥치자 국가 전체가 허리띠 졸라매듯 전기 다이어트를 해야했다.원전 3기 정지로 대한민국 전력사정이 비상사태를 방불케 했다면 일본은 어떻게 된 건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은 무려 50기의 원전을 정지했다. 의무절전 및 자율절전 노력이 뒤따랐지만 50기 발전소를 세울 수 있었던 일본의 전력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원전 정지후 원자력 발전량을 가스와 석유 발전으로 대체하였다. 2012년석유소비량이 2010년 대비 218.9% 증가하고 가스소비량은 39.4% 늘어났다. 화석연료 수입증가로 일본은 31년만에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석유와 가스 소비가 많이 늘었지만 일본 전력사정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은 일본의 전력설비예비율 때문이었다. 일본의 원전 발전 비율은 30%선. 전력설비예비율이 28.3%여서 원자력발전소를 다 정지해도 전기소비를 조금만 줄이면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 英·美·中·러시아 등 원자력 비중 확대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유지 또는 비중 확대에 중심을 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2월 34년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노심용융 사고였지만 외부 방사능 유출은 없었음) 이후 원전 추가건설을 하지 않고 원전 유지만 해왔던 미국이 원전 확대정책으로 선회한 것.
미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는 오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내 신규원전 인허가 신청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리(Lee)원전 2기 등 모두 14기에 달해 원전 건설분위기가 활발하다.
영국은 `저탄소 경제 정책`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중점을 두고 원자력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래된 화력발전소 폐쇄를 대비해 2030년까지 16GW 규모의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현재 19%인 영국의 원자력비중은 오는 2030년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는 현재 원전 11기를(9.3GW) 추가 건설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 10%에서 25%로 확대할 계획이며, 중국은 28기(용량 27.8GW)의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전 확대에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석유가 풍부한 중동지역 국가들도 원전 국가로 새로 진입하거나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장 먼저 원전 건설을 승인한 국가이다.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수주해 오는 2020년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인 바라카 원전 1~4기를 준공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16기의 원자로와 관련 전력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며, 이란은 지난 2월 신규원전 후보지 1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터키는 아쿠유 지역에 1호 원전을 건설중이며 시놉 지역에 2호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외에 최근 박근혜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의 원전 건설 협력을 논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은 원전 추진 정책에 적극적이다. 앞으로 10.7GW 규모의 원전 10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1차 러시아, 2차 일본에 이어 3차 원전건설에 한국원전 수출이 유력하다는 평이다.
또 방글라데시,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 새로 원전 건설이 추진중이거나 사업자 선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전은 13개국 68기이며, 건설계획은 26개국 162기에 달한다.
□ 자원 없고 전력수입 못하는 한국은한국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는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승과 화석에너지 비중 감소에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는 꾸준히 기술력과 경제성을 높이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단가(39.6원)에 비해 풍력 160.8원, 태양광 400원 내외로 4배~10배 정도 비싸다. 더구나 하루 24시간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전력원(석탄, 원자력)에 비해 이용률(20%내외)이 매우 낮다는 문제도 있다.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있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한계 때문에 국가 전력수급계획으로 적극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전기생산의 연료가 되는 1차 에너지를 96.5%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유연탄이나 LNG는 15~20일치 밖에 비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원자력의 경우 18개월분의 농축우라늄을 저장할 수 있고 장전된 연료까지 감안하면 3년정도 발전이 가능하다.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한 전력공급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지적이 있다.
경희대 정범진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확실히 장점이 가장 많은 발전원”이라며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한다면 원자력에 인적 투자와 기술적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