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미리 가 본 동빈내항<br>시속 430㎞로 신포항역에 안착
바로 그(T7 오션프로젝트) 중심에 동빈운하가 있다. 동빈운하가 완공되면 포항의 도시 전반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지 가상르포를 통해 그려본다. 시점은 서울∼포항 구간 KTX 직결 노선이 연결되는 2014년 말이다.
열차는 부드럽게 출발해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서울 시가지를 벗어나자 들판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최고 속도로 시속 430㎞를 자랑하는 이 기차의 속도가 빨라지기 까지는 30여분의 시간이 걸렸다. KTX는 동대구로 달려 신경주역에서 직결선을 타고 신포항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교에 다닐 때 포항으로 바로 올 수 있는 KTX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열차 차창 밖으로는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마치 열차와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들, 다리 밑 강에서 낚시하는 어르신, 열차와 맞닿을 듯한 다리와 나무 사이를 지나 우거진 수풀… 그것만 보고 있어도 맺히고 뭉쳤던 마음의 근육들이 스르르 풀려나가는 듯했다. 어느덧 내 고향 포항에 이르렀다.
오전 11시20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에 위치한 포항신역사에 내리는 순간부터 달라진 포항을 느낄 수 있었다. 신역사 답게 역사 내외부는 깔끔했다. 나는 포항에 있는 일본의 전자반도체와 회사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택시를 타고 동빈내항으로 향한다.오전11시50분 동빈내항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자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동빈내항은 언뜻 보기에도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빈내항은 낡은 주택과 어선들이 쌓아놓은 그물 등으로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또 정체된 물 때문에 심각한 오염에 직면해 있었지만 바다 속으로 노니는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맑아져 있었다. 또 1.3㎞ 규모의 동빈운하로 시민과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과 보트가 줄을 지어 떠다니고 있다.
동빈내항은 19세기 초 형산강 범람으로 둑을 쌓으면서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년 내내 물이 고여 호수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동빈운하가 완공되면서 그 아래 있는 동빈내항의 물이 차츰차츰 순환하면서 수질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포항시의 계획대로 운하 주변에 특급호텔과 워터파크, 아울렛매장, 상가와 문화체험공간 등이 다 들어서면 동빈내항은 관광지로써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갑자기 포항이 내 고향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세히 눈여겨보니 다양한 선박이 눈에 띈다. 길을 지나던 시민에게 물어보니 30인승 연안크루즈 뿐만 아니라 10인승 미만인 소형리버크루즈도 보인다. 또 베네치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곤돌라도 연인들을 태우고 뱃사공에 의해 물길을 거슬러간다.
센터 교량 위로는 물이 흐르고 인도교에서 밑으로는 선박이 지나다닌다. 3층에 위치한 홍보관으로 향하자 동빈내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3층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향하자 많은 이들이 차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연인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하는 이야기를 엿들어봤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은 “어렸을 때 포항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호미곶이 포항의 명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동빈내항이 포항의 명물이 된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었나 보다. 만나기로 했던 일본 전자반도체 회사 소속 사토 씨가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각자 마실 커피를 주문하고 간단한 안부 인사를 한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고향에서 계약에 대한 대화를 하니 일이 더 잘 풀리는 것만 같다. 한 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좋은 답변을 듣고 웃으며 다시 볼 날을 기약했다. 전화로 목소리만 듣다 실제로 만나 본 사토 씨는 웃음이 많아 인상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나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좀 더 앉아있기로 결정했다.
오후 2시 앉아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것 같아 많이 바뀌어 버린 포항을 좀 더 둘러보기로 한다. 형산강 물관리센터를 나서 다른 곳으로 향한다. 잘 닦인 자전거길로 많은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혼자서 운동 중인 것 같은 남성들, 여성들… 많이 추운 날이지만 그들에게는 칼바람 따위는 큰 벽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20여분을 걷다 보니 특이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해상공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궁금증이 생겨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부력식 대형콘크리트를 물에 띄워놓은 공원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음악분수, 돌고래분수, 시민광장 등이 있었다. 예전에는 포항에 공원같은 곳이 많지 않아 편히 쉴곳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고향인 포항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같이 즐거워 보이는 얼굴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든다.
울릉도로 가는 대표적인 관문인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송도 구항으로 연결된 다리를 걸어간다. 타워브릿지를 걸어가다 보니 동빈내항과 북부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타워브릿지에는 해양전망대, 문화시설, 각종 판매시설 등이 다 갖춰진 복합빌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송도구항에서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한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15분여를 걸어가니 송도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백사장이 예전보다는 더 늘어난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1960~1970년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송도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2007년 결국 폐쇄됐다. 하지만 포항시는 380억원을 국비로 들여 백사장을 복원하는 사업을 해왔다고 한다.
백사장이 많이 늘어난 송도해수욕장에 있다 보니 어느덧 옛 친구를 만날 시간이 가까워 온다. 오후 6시 40분 송도해수욕장 인근 횟집에 앉아 친구를 기다린다. 기다리던 중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횟집 주인에게 말은 건넨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로 너머에 바로 바닷물이 있었는데 최근 모래사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모래사장이 늘어나고 북부해수욕장과 송도해수욕장이 연결되고 송도해수욕장, 동빈내항, 북부해수욕장이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면서 횟집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도 더 늘었다”고 말하며 싱긋 웃는다.
오후 7시10분 낯익은 얼굴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내일이면 내 고향을 등지고 다시 서울로 향해야 하지만 오늘은 오래된 나의 벗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횟집 창 밖으로 보이는 포스코의 야경이 아름답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