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재이용案 관련부서 몰랐다
특히 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가장 중요한 용수확보 계획조차 관계부서 협의 없이 검토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포항시가 지난해 복합화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마련한 구평산업단지(추진 당시에 구룡포 구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확인됨) 용수공급계획(안)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운영을 위한 용수로 하수재이용수 1만5천t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5만5천t(생활·공업) 규모의 공단정수장 생산량을 증산 시설을 통해 7만t으로 늘리고 증산에 따른 1만5천t의 원수는 하수재이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것. 관로시설 22km와 가압시설, 배수시설 등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2단계로는 블루밸리에 공급예정인 영덕 달산댐의 용수를 수자원공사와 협의해 사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하수재이용수를 원수로 공급하겠다는 포항시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담당부서인 하수재생과와 상수도사업소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졸속추진이라는 지적이다.
9일 하수재생과장과 담당자 모두 이 같은 안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중인 하수재이용수 사업은 총 생산량 10만t 가운데 포스코 8만t, 일부 기업 2천t은 민자사업자가 직접 공급하고 포항철강공단 입주기업의 공업용수 1만3천t은 공단정수장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9만5천t을 제외한 5천t에 대한 수요처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하수재생과 관계자는 “하수재이용수사업은 지난해 착공해 공사가 진행중이며 오는 2014년 완공예정”이라면서도 “공문을 통한 공식 협의도 없었고 담당(계장)이나 과장을 통한 구두의견 협조도 없었다”고 밝혔다.
공업용수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상수도사업소도 하수재이용수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기업유치과에서 요구한 구평산업단지 공업용수 공급계획에 대해 `임하댐 등으로부터 원수가 확보될 경우 공단정수장 시설증설을 통해 1만5천t을 공급할 수 있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신한 공문 어디에도 하수재이용수를 이용하겠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취재에서도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원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근 구룡포산업단지, 광명산업단지 등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우선 공급해야 할 상황인데도 수자원공사로부터 원수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포항시가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공업용수 수요량도 논란이 되고 있다. 포항시는 1만5천t을 제시했지만 현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용수규모를 감안하면 낮춰 잡았다는 것.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국내 1천MW급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용수는 8만4천t.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포항시가 유치하려한 5천MW급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용수는 42만t으로 이 가운데 냉각수로 활용하는 40만t은 바닷물로, 나머지 2만t은 공업용수다. 포항시가 제시한 1만5천t에 비해 5천t 정도 차이가 난다. 1만5천t 규모의 용수확보도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하면 2만t 확보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최근 현대건설이 다시 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포항시의 이 같은 용수공급계획을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포항시가 사업 유치에 앞서 관련부서와의 협의를 통한 공업용수 공급계획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