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른 그 까닭은언덕에 서서내가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밤새언덕에 서서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그 까닭만은 아니다언덕에 서서내가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구겨지고 역류하고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세상의 강물을 보고 시인은 온 종일 울고 또 울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왜 일까? 상처투성이의 암울한 시대를 청빈하게 살다간 시인, 잠시 소풍 왔다가 저승으로 돌아간 천상병 시인의 세상을 향해 던지는 목소리를 듣는다.시인
2018-08-08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바람에 쓸리며 흔들리던 갈대는 어느 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힘겹게 살아 조용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시인은 우리네 삶을 겨냥하고 있다. 세찬 바람 같은 생의 풍파를 견디며 서 있는 우리들 자신도 가만히 지나온 삶을 뒤적여보고 현실을 직시해보면 갈대처럼 울며 서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생에 대한 성찰을 일러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8-08-07
망종, 망종마지막 종소리 같다보리 베기 후볍씨 뿌릴 즈음 세상 떠난 사람평소 불던 색소폰 소리들길 자욱이 깔리는데노심초사 아내 병수발 후먼저 세상 떠난 예순 여덟구름 흘러가는 언덕 위성도(聖徒) 이름표 달고 몸 뉘었다‘하늘가는 밝은 길’ 연주 따라청미래덩굴 사이로 손 흔들며노을 너머 메아리처럼울려오는 종소리망, 종, 망, 종망종(芒種)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를 베고 난 뒤 씨앗 뿌리기 좋은 때를 일컫는 말이지만 세상을 등진 고인을 위해 울리는 마지막 종소리 같다고 말하는 시인은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쓴 말이다. 어쩌면 이승에서의 한 생을 타작하고 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리라. ‘망종’, ‘망종’ 되뇌이며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본다. 시인
2018-08-06
나는, 솟아나고 가라앉으며 60억 광년 회로를 따라약속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억만 년 전에 찢긴 흰 구름푸른 물결로 출렁이면서이 모래밭에 뿌리 내리려던 한 알갱이 모래모든 일몰은 죽음으로 간다, 다시 내장되거나캄캄하게 태어나는 빛헤어지지 말아요해의 누이 달이 속삭이는 소리약속을, 동쪽 끝에 걸어두었는데 어느새혈육으로 깁지 못하는 저녁이 왔다이 구멍은 테두리뿐인 가락지처럼 속이 환하다흔히 쌍가락지는 굳은 언약, 약속의 의미를 가지는 증표로 알려져 있다. 이 시에서의 쌍가락지는 해와 달의 운행이라는 우주적 약속을 비유하고 있다. 우주적 순환질서 속에서 서쪽까지 걸어가는 해와 캄캄한 시간을 뚫고 태어나는 달의 약속은 소멸과 죽음을 건너 생명과 빛으로 나아가려는 약속으로 읽혀진다. 시인의 비유가 심오하기 이를 데 없다.시인
2018-08-03
나무들은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나무는 제 가진 모든 것을 자연에게, 사람에게 돌려준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게 나무다. 평생 제 태어난 곳에 서서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단다. 해, 바람, 비,눈을 맞으며 자연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그리고 불평하지도, 더 나은 생태의 조건을 부러워하거나 원하지도 않는다. 최선을 다해 생육하면서 자기를 다 줘 버리는 나무의 거룩한 덕성을 시인은 짧은 시행에 담아내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8-02
님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후미진 산기슭에서 피고지고향기 발하여 기다리던 나거역 못할 자연 앞에서단내 나도록 입 다물고때로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하르르 떨고 있는 나언제쯤 올까 님은지칠 수 없는 그리움으로다소곳이 기다리는 나누구의 발길도 시선도 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꽃은 핀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꽃은 최선을 다해 제 빛깔과 향기를 발산하는 것이다. 시인의 눈과 마음은 그런 무명의 야생화에서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목소리를 듣고, 그 외로움에 깊이 공감하며 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8-01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늘 그대 뒤를 따르던길 문득 사라지고길 아니 것들도 사라지고여기저기서 어린 날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성긴 눈 날린다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몇 송이 눈눈발 속에 청청히 서 있는 푸른 소나무처럼 우리네 가슴 속에 푸르게 살아있는 추억이라는 나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떨림과 설레임으로 열에 들떴던 청춘의 시간들이 그 푸른 추억의 나무에는 올망졸망 달려있으리라. 세월 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조그만 사랑노래가 우리네 가슴 속에는 고이 접혀져 간직되어 있는 것이리라. 노 시인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읽는다. 시인
2018-07-31
이제 그만 잠행의 세월은 마감하자가도 가도 끝없는 망망대해물밑 깊이 찾아다녀 보지만사랑은 보이지 않고아득하고 막막함이여아스라이 수평선을 넘어가면또다시 나타나는 거대한 바다내 속에 있는 끝없는 욕망으로물밑 잠행의 세월이 너무 길었네몸속 한 방울의 물까지 다 내뿜어은빛 분수로 솟아오르자 사랑이여번번이 검은 물속에 곤두박하고 마는데이제 그만 잠행의 세월은 청산하자비겁과 안일과 욕심과 이기또 무슨 말로써 수사가 필요하리솟구쳐 올라 분수처럼 떨어져 온몸 다저 치열한 바다에 던지자사랑이여오직 이 땅의 참교육 실현을 위해 투신하다 교단을 떠나온 시인이 부르는 희망을 노래를 듣는다. 고래를 얘기하면서 치열한 현실인식의 시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어둡고 절망적인 바다 속에서 고래는 끝없는 욕망으로 희망을 호흡하며 망망대해를 유영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속의 거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그 속에도 고래처럼 치열하게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7-30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잠시 진저리 친다눈발을 뒤집어쓴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생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하고 있음을 본다. 거칠고 차디찬 눈발을 맞으며 꿋꿋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진저리 쳐지는 생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용서하고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한겨울의 솔바람 속에 느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7-27
아이는 이 세상의 영웅이었던새빨간 거짓말쟁이 아버지를 생각하며컴컴한 밤을 혼자 지낸 후등교를 하며 교복에서 춥춥한 습기냄새가 난다임종이 다 되어가는 노인의 기저귀 냄새늦은 봄밤의 십자가 불빛 따라길에서 마주친 아이를 바라보며김밥 한 줄 내밀었지만어두워오는 하늘을 향해 아이는 고개를 돌렸다시인이 교육현장에서 겪은 늦봄의 쓸쓸한 장면 몇 컷을 본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집, 오랜 가난과 가정적 아픔이 운명처럼 뒤덮인 집에는 임종을 앞둔 노인이 있다. 그 캄캄한 절망의 상황에서 학교로 와 누군가 내민 김밥 한 줄을 받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의 막막한 가슴을 시인은 가만히 들춰보고 같이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7-26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인간의 근원적 속성 중의 하나가 외로움이 아닐까. 시인은 그 외로움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고 외로움 속으로 깊이 걸어가라고 일러주고 있다. 외로움은 또 다른 외로움에 이르게 하지만 그 외로움 때문에 가치로운 존재로 다시 일어서게 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다고 시인은 가만히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7-25
꽃은 피었다말없이 지는데솔바람은 불었다가간간이 끊어지는데맨발로 살며시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와불님의 팔을 베고겨드랑이에 누워푸른 하늘을 바라본다엄마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엄마’라는 말이 아닐까. 시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엄마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엄마라는 말을 배우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얼마나 그립고 그리운 엄마인가. 운주사 와불 팔을 베고 겨드랑이를 파고들며 흐느끼며 엄마를 불러본 시인은 오래전 그리운 엄마 곁으로 돌아가 버렸다. 언제 불러도 그립고 눈물겨운 말 ‘엄마’가 아닐까. 시인
2018-07-24
호우 경보억세게 비내리고온나라가 물에 잠겼지만안동호깊이 가라앉은 고향더 이상 젖지 않는다수몰 30년해마다 안개 더욱 짙어지고고향은 깊디깊은 전설속깨어날 수 없는깊은 잠에 갇혀있다돌아가 발 디딜 고향지상 어디에도 없다다만 죽어 고향 언저리로 돌아오는긴 장의차 행렬물 먹은 지방도 933호선이길게 막혀있다경북 안동에는 다목적 댐을 만들며 수몰되어 이제는 흔적을 찾을 길 없는 수많은 마을이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물에 잠겨 돌아갈 수 없는 수몰민들이 고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이주하여 살고 있다. 이제는 가 닿을 수 없는 고향, 깊은 잠에 갇혀버린 옛집 옛 땅을 그리워하며 가슴으로 우는 사람들이 그 언덕에 서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7-23
종지부 같다빈 까치집 한 덩어리가잎 진 미루나무 높이시꺼멓게 걸렸다, 도대체어떤 결말이하늘 입구에다 외딴 구멍을 내놨나바깥 사방이 흉흉하겠다삼켜버리고 싶은 과거는 맛이 없다. 대개거칠고 쓴데, 저기들어가 웅크리는 슬픔은 또누구인지, 언제둥근 종소리 날까그렇게 한번 깊이 울고전소되겠다흉가를 바라보며 시인은 깊은 상념에 빠져있음을 본다. 한 때는 가족공동체의 살갑고 아름다운 생이 소복소복 담겨서 따스하고 정겨웠던 집인데 무슨 영문인지 사람이 살지않는 폐가로 흉물이 되어있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거기 걸쳐져 있는 슬픔이며 절망 같은 것들이 언제쯤 걷혀지고 온기를 되찾고, 둥근 희망과 행복의 종소리가 날까하는 기대감도 함께 피력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7-20
소가 눈 들어 앞산을 바라보니앞산이 호수에 잠긴다눈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구름이 잠긴다소가 끔뻑,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산이 눈을 빠져나오고구름이 또 끔뻑,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구름이 빠져나온다소는 느리게 걸어 다니는 호수를 가지고 있다소의 눈 속에 산과 하늘이 비치고 소가 끔벅하고 눈을 뜨면 산과 구름이 빠져나온다는 깨끗하고 조용한 풍경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인연과 관계를 떠올리고 있다. 서로의 인연과 연관관계와 질서 속에서 서로의 순수한 모습들과 속성들을 서로 연결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7-19
강원도 정선 산중 세 칸짜리 투망집정지문 한쪽 비스듬히 걸려있고안방 여닫이 싸리문 거미줄이 내려앉았다산중살림 산골 칼바람에 흔들리고투망집 뒤켠으로 탱자꽃, 달빛 탱자꽃일제히 흔들린다탱자나무 가시처럼 모진 살림살이지아비는 서른 해 전바람처럼 떠돌고예전처럼 탱자꽃, 달빛 몸 안 가득 품고꿈처럼 흐르던 봄날, 이토록 짧은지탱자꽃 환하게 문풍지 흔들던지아비 너른 등짝으스러지게 안기던, 탱자꽃도 환한봄날시인은 가슴 아린 풍경 하나를 건네고 있다. 서른 해 동안 바람처럼 떠도는 지아비를 기다리며 첩첩산중에서 모진 생을 이어가는 한 여인을 보여주고 있다. 여인의 투망집 뒤란에 핀 탱자꽃은 지아비의 사랑처럼 환하게 피어 그리움을 더해주고 있음을 본다. 탱자꽃 환하게 핀 봄밤은 여인의 한 맺힌 가슴속에도 피어나 미치도록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가슴 아픈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시인
2018-07-18
나도 모르게 지은 죄에 묶여내 영혼이 제 갈 길 가지 못하거든부디 살풀이 한 가락 춰주오그래도 제 갈 길 찾지 못하거든바다소리 끊이지 않게메아리라도 남겨주오그런데도 제 갈 길 찾지 못하고 헤매거든바람에 잘 말려한지에 곱게 싸깊은 땅 속에 묻어주오지상에 두고 가야 할 마음자락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이 탐욕 어여삐 여겨부디 봉분 하나 만들어주오삶도 죽음도 순간이다. 이 땅에 목숨 얻어 그저 바람이 불 듯이 바람에 불리어 다니다가 바람에 쓰러져 눕고 허망하게 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장례의 형태가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육탈의 과정을 풍장이라는 장례 풍속을 연작시로 엮어가는 시인의 생에 대한 깊은 상념을 본다. 풍장은 몸의 소멸과정을 쓴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허무하고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시다. 시인
2018-07-17
돌아가야 하느니끝없이 떠다니는 바람의 혼백마저잠시 풀잎 위에 눕는황혼은오랜 세월 떠돌던 사람들기나긴 유랑을 끝내는 시각떠나온 것들 모두 돌아가는이런 황혼에는 생각에 잠긴 사물들조용히 두 손 모으고노을이라도 신들의 그림처럼 피어오르면사람들이 눈빛은한결 성스러워진다그 때 어둠은 저만큼엄숙한 판관처럼 검은 제복을 걸치고느린 걸음으로 다가오고이윽고 거대한 어둠의 나라의 사자가침묵의 시종들을 거느리고 와온갖 물살들의 머리에따스한 손을 얹는다날빛을 받아 길고 험난한 순례의 시간을 보낸 하루가 붉은 노을에 젖는 황혼을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시안을 본다. 차오르는 어둠에 몸을 맡기는 시간이야말로 운명의 시간이고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엄숙하고 진실한 시간이 아닐까. 시인
2018-07-16
제 몸에서 가장 먼 곳까지그러니까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꽃을 쥔 손을 뻗었다가가만 펼쳐 보이는꽃나무처럼나무의 가장 끝자리, 그 아슬아슬한 난간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은 시인의 말처럼 참으로 간절하고 아득하다. 그 절실한 아름다움과 아득한 공간의 거리감에 시인의 눈과 마음이 간절하게 가 닿아있음을 본다. 아름다운 생명의 발산은 경이롭고 위대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시인
2018-07-13
몇 마리 개미들이 빠져나온다세월이 부식시킨 틈새헐거워진 시멘트와 철근이 갈라서고오래 다물었던소리들이 빠져나온다완강한 것들은 그 무엇도품지 못한다 비로소 숨쉬는 것들은참으로 오래 견뎌온 것들이다저 좁은 틈새마다집들이 들어서고 해와 달이 뜨고오래 삭은 냄새들이 굳어간다벌어져가는상처만이 따뜻하게 모든 것을 품는다생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그윽하고 깊다. 시멘트 갈라진 틈새에서 기어나오는 개미떼를 보고 인간의 삶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한 생이 평안하고 풍파와 시련이 없을 때보다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혹은 상처로 아파할 때 진정한 생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이리라. 시인
2018-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