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외로운 아침이지만 혼자 있는 것은 아니다광속으로 광고를 살포하는 광케이블여우는 화끈한 밤을 즐기시라는 콘텐츠를보내왔다 오늘 오전 섹스코리아도 안녕하다이 네트워크는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를 능가한다샤워기에서 뜨거운 디지털이 뿜어져나온다혼자 외로운 아침 나는 혼자 있을 수 없다이 시에서 제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어 인간의 자율성이나 존엄성까지도 침해하고 조정하는 문명이라는 괴물이 아닐까. 우리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나 선에 의해서 통제되고 지배되는 무서운 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힘에 의해서 조정당하고 외로워하는 현대인의 서글픈 초상을 이 시에서 본다. 시인
2018-07-11
나무 껍질을 보고뿌리 생김새를 짐작하는버릇이 있다껍질이 얇고 반질반질하면잔뿌리가 많은 나무이고두껍고 꺼칠꺼칠하면그렇지 못한 나무라고잔뿌리 별로 없을저기 말 없는 저 나무껍질이 엄니 발뒤꿈치 같다파 보지 않아도알 것 같은 일생이내 안에 그렇게뿌리를 내린다나무의 뿌리를 들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음을 본다. 잔뿌리가 많은 나무는 껍질이 얇고 반질반질하지만 굵은 뿌리는 두껍고 꺼칠꺼칠하다는 말에 이 땅 어머니들의 한 생을 읽는다. 자식들을 위해 다 퍼주고 자신까지 아낌없이 헌신하는 꺼칠꺼칠한 껍질 같은 어머니의 한 생은 굵은 뿌리가 아닐 수 없다. 잔잔한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다.시인
2018-07-10
아득한 허공에서 비는좌천도어 산동네 흑백사진의 저녁으로 내리네요내리면서 어두워지는 비는작은 허공들입니다이마에 찬 허공이 닿습니다사글세 낮은 지붕 흐린 골목에허공이 켜집니다시멘트 길 틈 사이에 개망초 잎사귀누나를 기다리다 잠든 아이의 얇은 잠 단칸방 지붕으로전신주 옆에 오래 혼자 서 있는 사람의 우산 속에도허공 하나씩 켜집니다등나무 줄기를 타고 내리다가등꽃에 맺힌 허공 하나우산을 치우고 쳐다보는 내 눈 속으로툭 떨어집니다허공 속에 들어와 젖는 세상등꽃이 핍니다가난한 산동네 골목, 오래 쌓인 가난과 서러움 안으로 비가 내린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적시고 그들의 핍진한 생을 위로하듯이 타오르며 보라색 고운 꽃 타래를 피워올리는 등꽃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내리는 데마다 만들어지는 허공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가슴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을 것이다. 시인
2018-07-09
친구여 너는 가고너를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대신그 그리움만한 중량의 무엇인가가 되어이승에 보태지는가나뭇잎이 진 자리에는 마치그 잎사귀의 중량만큼 바람이가지 끝에 와 머무누나내 오늘 설령글자의 숲을 헤쳐가락을 빚는다 할손그것은 나뭇가지에 살랑대는바람의 그윽한 그것에는비할래야 비할 바 못되거늘이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친구여 너가 감으로 뼈 속 깊이 저려오누나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인은 나뭇잎 진 자리에서 그 나무 잎사귀 만큼의 중량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 쓰는 일의 어려움과 나날이 이어지는 생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시인에게서 진솔하고 그윽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인
2018-07-06
가래잎나무, 물푸레나무, 엄나무들의뿌리 사이 검은 흙들 부드럽다 물기에 젖어돌을 녹이고, 깡통들을 녹여 흙은 스스로를한없이 넓혀놓는다. 물줄기 곤두박질하는홍류동 계곡의 물소리에 모든 시간들 씻어 보내며바위에 새겨놓은 이름들과 시들, 물과 바람과 어둠과비에 닳아간다. 물소리 흙 속에 스미며비닐과 수은, 철제 부스러기들의 귀를 먹이고흙들 그것들 감싸안고 얼리고 녹이며봄과 여름 또는 가을을 가리지 않고초목들의 끝 가지까지 물에 실어 보낸다마침내 봄 하루의 바람, 물소리와 바위와흙 밑에 얽힌 모듬 뿌리만의 것인가야산산의 넓은 생명 오지랖을 예찬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정겹고 섬세하다. 물기에 젖은 산은 나무들에게 생명력을 키워주고 깡통, 철제 부스러기 같은 문명의 찌꺼기들마저도 품고 정화시켜 낸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넉넉한 자연의 오지랖을 느낄 수 있다. 시인
2018-07-05
몇 푼 벌러 대전 갔다 온 날 대전 가서 하룻밤 자고 온 날 쑥구렁에 처박혔다 돌아온 날 슬픔, 아지랑이로 피어오른다 오냐오냐, 이별가로 피어오른다목이 메인 이이벼얼가를 불러야 옳은가요 돌아서서 피어누운물을 흘려야 옳은가요고운 때깔로 슬픔, 저 혼자 흥얼거리는 날 몇 벌러 대전 갔다 온 날 설움 뚫고 온 날 사랑,저 혼자 사랑하다 돌아온 날 옳은가요 옳은가요, 이별가로 아득히 피어오른다대학에서 시간강사로 동분서주한 시인의 신산한 삶이 고백적으로 그려져 있는 시다. 먹고 살기 위해 고달픔을 참고 견디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시인은 대중가요를 빌어 자신의 서글픈 처지를 풀어내고 있다. 깊숙이 뿌리내린 생의 근원적 비애를 노래하는 시인의 고백은 실직의 시대라 불러도 될 만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시인
2018-07-04
빨간 혈흔 하나 떨어졌다누군가 밤새 사랑했던짤은 삶의 딱지처럼못다한 사랑의 감정과언제 피고 질지 모르는다음 생애에 제대로사랑이 열릴까눈 감고 떨어지는 석류꽃흙에 얼굴을 묻는다죽어도 좋아끝내 잠들지 못하는 밤시인은 붉은 석류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사랑도 우리의 짧디 짧은 한 생도 붉은 석류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꽃잎이 떨어지듯이 사랑도 가고 우리의 한 생도 별로 거둔 것 없이 금방 나이 들어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피력하는 시인에게서 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정신을 읽는다.시인
2018-07-03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내가 좋아하는 바람을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나는 무엇인가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너가 좋아하는 노을을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너가 좋아하는 들판을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너는 어디엔가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자꾸 뒤를 돌아다본다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살다보면 무언가를 마음을 다해 챙겨오거나, 일을 다 하지 않은 상태로 다음날을 맞을 때가 있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두고 온 것만 같아 자꾸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한다는 시인의 고백에서 근원적인 쓸쓸함이랄까 고독함을 읽는다. 우리는 그렇게 남겨지거나 잊혀지거나 관심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시인 정신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인생론은 잔잔한 감동을 거느리고 있다. 시인
2018-07-02
꽃들은 자신의 몸 열어가끔씩 달빛에 젖은 얼굴내어 보이는데내사랑은 북쪽으로 기울어진 가지섣불리 손수건 매달지 못한다북쪽엔 그가 있다내가 찾아 가야하는 길 끝에그가 기다리고 있다잉걸불 사랑에 녹아 내리는 눈물차마 내어 보이지 못해 출렁이는연애는 밑 빠진 항아리다앞서는 바람 부르지는 않으련다다만,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상처 보듬으며환한 세상 열어가련다인간은 생래적으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시인이 말하는 북쪽은 방향성을 말하진 않는다. 다만 근원적인 그리움이 몸 안에 일렁이고 아득히 멀어져 있거나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시간 속에 간절히 그리워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 상처는 새로운 잉태와 결실로 가는 길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움 가득 안고 그 길을 가겠다는 시인의 마음 한 자락을 읽는다. 시인
2018-06-29
찔레꽃이 피면 갈거나약산 동대진달래꽃이 피면 갈거나봄날은 다시 와 광주천변에 휘늘어진 수양버들하마 꾀꼬리 울음도 깃들일 법하다만내 고향은 넹변이야유한잔 술에도 얼큰한 복덕방 김씨 영감오늘은 어린 손주놈 손목 잡고 나와촘촘한 버들눈을 훑어내어때끼칼로 촐래를 만들어 부니고운 가락이 샘물 솟듯 한다어린 손주놈도 멋모르고 따라 솟고오가는 행인들 발끝도 따라 솟는다잠시 제가끔 아득한 향수가 물결을 친다내 고향은 넹변이야유한잔 술에도 얼큰한 복덕방 김씨 영감찔레꽃이 피면 갈거나약산 동대진달래꽃이 피면 갈거나김소월 시인의 시에도 나오는 영변의 약산 동대는 봄이면 온 천지 진달래꽃이 만발한 곳이다. 시인은 꼭 김소월을 닮은 남녘 빛고을 광주의 서정시인이다. 올 봄은 실향민 김씨 영감의 소망처럼 민족 화해와 분단 극복의 희망적인 기운이 반도를 덮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시인은 몇 해 전 돌아가셨다. 시인의 바람처럼 남북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화합하여 통일의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인
2018-06-28
사라진 전설이 숨쉬고 있다수면을 흔들어 물수제비 뜨는 물닭자운영 꽃빛 뺨에삼월 햇살이 졸고 있다우포늪,말밤들 까맣게 수런거리고뻘 밑 가시연 뿌리시간을 간직한다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생태천국이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이닐 수 없다. 약 1억4천만년 전 형성된 그 곳에서 시인은 영원의 시간을 느끼고 있음을 본다. 1천여 종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그 영원의 시간 속에서 자신들의 아름다운 목숨들을 가꾸고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눈에 가슴에 비쳐든 3월 햇살 속 자운영 곱게 핀 우포늪의 아름다운, 살아있는 그림 한 장을 본다. 맑고 깊고 고운 생명의 빛살들을. 시인
2018-06-27
꽃 질 때를 기다리는 나이다피고 지고 기대어온 나무에게 꽃은 엄숙히 나이테를 둘렀건만오래도록은 꽃 질 때가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꽃 진 자리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그대를 기다리던 저녁이 있었다어둠이 보슬비를 이끌고 찾아왔었다의자에 앉은 내 눈길이 서늘했을 것이다벚나무 아래 앉은 나이 든 사내가이제 지는 잎을 기다린들 나무는 반갑기만 할라고활짝 피었다 하르르 져 버리는 벚꽃은 황홀함과 동시에 쓸쓸함에 젖게 하는 꽃이다. 화자는 벚꽃 진 자리에 앉아 사랑을 기다리던 청춘의 시간들을 회억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웠던 젊음의 시간들도 금방 추억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는 씁쓸한 마음으로 비에 젖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보는 아침이다. 참으로 아득하고 아쉬운 시간들이다. 시인
2018-06-26
황사도 꽃샘바람도 멈칫절뚝이며 가는 걸음 비켜섰다지하 동굴 같은 중환자실의 벽을자유로이 넘어 상근씨는훌훌 몸 벗고저리 근엄하게 침묵하고 있으니청매실 꽃비가 내리는창 밖은 이월 스무나흐레멍든 무릎 꺾어 놓던 저녁도 지고 있다어디서부터 뒤틀렸던가볕 들 날 없었던 생의마른 옆구리에 발 내린 씨앗들떨고 섰는데반백의 고우들 씁쓸한 술잔에별이 뜬다영정 속의 상근씨도 눈 붉어지며촛불 파르르 눈물 떨군다이제 왕생원의 광경 속에서그는 관람객이다망자(亡者)를 관람객이라 일컫는 시인의 인식이 깊다. 망자는 가난과 질고, 멍든 무릎, 생의 상처와 아픔을 이제는 훌훌히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유인이라 하면 지나친 말일까. 어쩌면 자기의 죽음을 조문하러와 소주를 마시며 눈 붉히는 반백의 친구들을 영정사진 속의 망자도 관람객이 되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시인의 인식이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시인
2018-06-25
봄이다신생이다여기저기서 밝고 온유한 것들이 몰려온다야트막한 야산 둔덕지난 해 죽고 말라 비틀어진잡풀들 사이로쇠비름, 개망초, 쑥부쟁이, 씀바귀 같은자잘한 것들이 생기 있는 얼굴을 내민다암탉이 햇병아리 떼를 이끌고종종걸음을 친다논배미의 갈아엎은 흙무더기사이로 땅강아지 한 마리가쏜살같이 달아난다아 온갖 것들이 몰려온다성한 것 하찮은 미물들 할 것없이저마다 가슴속의 하늘을 열어젖히며봄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작고 미미한 것들의 되살아남에 시인의 눈길이 세심하게 가 있음을 본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대게 아름다운 것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인의 생각은 다르다. 작고 초라하고 소외되어 있는 존재들, 곧 밝고 온유한 것들이 이 세계를 떠받치는 근본과 토대가 된다는 존재의 원리를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6-22
오래된 몸 서러운 색깔로 물들이는복사꽃잎, 연분홍에서 진분홍에 이르는첩첩한 꽃길, 젊은 날 그 길을그토록 두려워 떨며 걸었던 것이다한 세상 여는 일이세미하게 채도 다른꽃잎 밟는 일인 것을꽃잎 밟을 때마다 숨 멎는 줄 알았던묵시의 시간들은 아팠다이제는 헐거운 마음으로저 연분홍 꽃잎 가장자리 밟으며바람 느릿느릿 지나는 조치원에서한나절 보낼 수 있겠다 복사꽃잎흩날리는 아름다운 적소 황홀한꽃길의 자락청춘의 색깔은 연분홍 혹은 진분홍이 아닐까. 황홀한 아름다움이 그들을 사로잡고 그들을 흔들리게 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이 들어서 그리도 황홀하게 사람을 사로잡던 연분홍색도 여유 있고 안정되게 그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균형감 있고 안정된 정서에 깊이 공감하는 아침이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
2018-06-21
비가 와서, 기계면 구지리 여울로 와서 능금나무 푸른 능금 떨어지네 비가 오면, 늙은 도화지 속 설레던 그리움도 문지방 건너 구들목에 들어 축축하네 추억 저 안의 캐시미론 이불도 쟁여둔 능금 한 알의 그리움, 비에 젖네 퉁 퉁 불어 터지네비 그쳐 과수밭 잎사귀 연록으로 세수하고 볕살에 맛들일 능금의 계절, 담뱃잎 귀밑머리께와 단내 나는 가지마다 찢어질 듯 사태진 능금알로 가을하는 내 사랑, 네 거기서 그렇게 바람 맞아라 바래지 않는 한 장 흑백사진으로 오롯히 살아있으라 서쪽하늘 한 줌 선홍의 노을도 적시지 말아라푸른 여름비가 내리면 세상은 온통 푸른 물이 들고 동네 앞 여울에도 푸른 여름이 흐른다. 시인은 능금나무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붉게 익어 가지가 찢어질 듯 사태지는 능금알을 떠올리고 잇다. 푸른 여름비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결실의 시간들을 전제하고 있어서 그냥 서서 비에 젖고싶은 뜨거운 비가 아닐 수 없다. 시인
2018-06-20
꽃 그려 새 올려놓고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소식파르티잔은 빨치산을 일컫는 말이다. 해방공간과 6·25 전후 지리산을 비롯한 남도의 깊은 산악에는 좌익이념에 편향된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이 심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같은 소설에는 이념이 얼마나 그들을 혹독한 시련을 견디게 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은신처에도 어김없이 봄이 와서 진달래와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을 것이다. 산 아래 두고온 가족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지랑이 속으로 날리어가는 그런 아픈 봄날이 있었을 것이다. 시인은 짧은 3행의 시 속에 이런 것들을 다 쓸어 담아내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6-19
열매를 솎아보면 알지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나 처음엔열매 많이 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아니, 그 주렁주렁 열린 열매 아까워제대로 솎지 못했다네한 해 실농(失農)하고서야 솎는 일이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올망졸망 매달린 어린 복숭아 열매를 솎는 것은 튼실하고 소담스런 열매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좋은 결과에 이르기 위해 작은 집착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버릴 건 버리고 지키고 얻어야할 것들은 단단히 지켜야한다는 생의 원리를 일러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2018-06-18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누가 사다리 좀 다오(….)달이 내려와지붕에 어른거리는 목련꽃 핀 자국마다 얼룩진다이마에 아프게 떨어지는 못자국들누구의 원망일까조용히나무에 올라 발자국을 낳고 싶다오염 투성이인 이 땅이 싫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난과 질곡이 끝없이 대물림되고 병들고 죽어야 하는 이 땅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초월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엔 순수하고 병들지 않은 생명이 푸르게 살아 있는 곳이리라. 시인
2018-06-15
산 고개 가는 길에개미도 집을 짓고움막도 심심해라까중나무 마을선푸성귀 남새살구나무 마을선때를 모를 졸음산 고개 가는 길에솔이라도 씹어야지할멈이라도 보아야지햇살이 따사롭게 내리비치는 봄날, 고요한 시골의 정경 속에 시인은 편안하여 졸음을 스밀 정도로 평화로운 시간을 느끼고 있음을 본다. 온통 봄빛과 봄 향기로 가득한 산 고갯길과 마을에는 가슴 따스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시인은 봄 한 때 절대평화와 안식의 시간을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8-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