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나는 걷는다정처 없이, 쓰라린 가슴에바람을 안고한밤중에 나는 걷는다정처 없이, 부엉이 우는캄캄한 숲을 지나서새벽에도 나는 걷는다정처 없이, 풀잎에 내린이슬을 밟고아침을 향해 나는 걷는다정처 없이, 노고지리 하늘 높이날아오를 때까지!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며 불구의 세상을 향해 정의의 목소리를 던진 시인의 겸허한 목소리를 듣는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는 사람 살만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필자의 글방에는 어느 해 새해 아침 민영시인이 보내주신 신년 덕담의 편지 한 장이 있다.시인
2018-05-14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다 팽개치고 눈 맞으러 달려갈 생각을 한다동백꽃 보러 미황사로 갈 생각을 한다구계등 바닷가에 자갈돌 밟으며 소리쳐 통곡을 할 생각을 한다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끝없는 그리움에 때로는 소스라치고 때로는 맥없이 주저앉고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미쳐도 곱게 미쳐야 할텐데내일은 큰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 대설에 대비하지 않고 눈 맞으려 달려갈 생각을 하고 눈 속에 피는 동백꽃을 보러가야겠다는 시인의 심정은 무엇일까.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이라는 부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쉰이 넘은 나이인데도 왜 나는 이렇게 비틀댈까 하는 자괴감 혹은 외로움 같은 것들이 이 시를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5-11
새에게 하늘의 깊이를 가르쳐 준 나뭇잎은 이제 떠나갔습니다더러 어떤 이는그새에게전쟁의 무서움도 가르쳐 주었지만누님,상처로 얼룩 이 우주에도 가을은 오겠지요오겠지요문득 저 꽃 한 송이에도 눈이 부셔새삼눈을 뜰 수도 없습니다문득 떨어지는 이파리들을 바라보며 세상을, 아니 상처뿐인 우주를 느끼는 시인을 본다. 시인의 목소리에는 무변광대한 우주를 전쟁과 왜곡된 인간의 문명으로 더럽히고 상처를 내는 인류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있다. 시인이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곱게 피어오른 꽃 한 송이처럼 순리에 따르고 자연 그대로의 우주, 세상인지 모른다. 시인
2018-05-10
이 절벽 끝을 찾아와서 본 것은바다가 내게 가르친 것은세찬 파랑을 찍는 갈매기 한 마리알 밴 양미리를 입에 물고고개를 숙이고 떠오르는 두 날개바닷물에 터진 알을 흘린다타악, 탁, 아프게도 공기를 때린다시인이 고향 바다로 돌아와 목격한 것은 바다 새의 생존을 위한 절실하고 차가운 풍경이다. 깎아지른 바다 기슭, 세찬 파랑을 찍고 먹이를 물고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모습에서 시인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비정하게도 생존을 위해 인생이라는 세파를 뚫고 차가운 세상의 바다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시인
2018-05-09
겨울 이른 아침맑은 공기 속에싸락눈 쏟아지기 시작하자동그마한 흙마당에나보다도 더 작은하나님들이여기저기에서 들떠왔다갔다하시네살구나무들이뿌리를 가지런히하는 소리싸락눈 제일 많이 쌓이는그 그늘모퉁에서 들리네겨울 아침 마당 싸락눈, 그 하얀 알갱이들이 굴러다니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며 어떤 예감으로 일렁이고 있음을 시인은 발견한 것이다. 머지않아 하얗게 꽃을 터뜨릴 살구나무들이 꼼지락거리며 분주함을 느낀 시인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시인
2018-05-08
나의 고향은 여름 구름내 사랑도 여름 구름내 무덤도 여름 구름물을 가득 머금은음울한 웃는 구름여름 하늘에서언젠가 흘러가야 할배반의 구름이적해야 할 이교도의 구름태풍의 눈에서태양의 심장으로 타들어간이력도 내력도 없는전설의 구름!여름구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순간적으로 변하며, 머무르지 못하고 떠도는 도무지 예측하거나 믿지 못할 것을 뜻한다.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도 몰라보게 변했고, 굳은 결의도 사랑도 변하고 마는 것이 요즘 세상이 아닌가. 배반의 구름, 이적해야 할 이교도의 구름 같은 세상 속에서 쉬 변하지 않는 가치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키려는 시인 정신을 본다. 시인
2018-05-04
바다에 가서입을 씻는다 다시는입을 열지 않으리라 생각하며눈을 씻는다 다시는눈을 뜨지 않으리라 생각하며얼굴을 씻는다내게 얼굴이 있다면그것은 세상이어서 세상의 바다여서치욕들이 살아온 시간만큼 가라앉고 있다세상은 다물어지지 않고감기지 않은 채로 또 하나의 얼굴을 열고 있다수평선 너머로 창문 하나가 살풋 열리고 있다우리 살아가는 세상을 바다에 비유하며 순결은 정신세계를 염원하고 있음을 시인은 본다. 혼탁하고 더러운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묻은 치욕과 더러움을 씻어내려는 시인의 깨끗한 지향을 본다. 시인
2018-05-03
열무 삽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열무 삼십 단을 팔러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어두운 방에 찬밥처럼 남겨진 아이는 숙제하며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잊으려하지만 내리는 빗소리는 그런 분위기를 더 심화시키고 있는 젖은 풍경을 본다. 이 땅 어디서나 있었을 법한 가슴 아픈 서사다. 가난과 궁핍의 지난 유년시절을 추억나게 하는 눈물겹고 가슴 아픈 서정의 작품이다. 시인
2018-05-02
나무 그늘은 한 번이라도 물 안에 잠기고 싶다. 그늘에는 무게가 없다 무게가 없는 나무 그늘은 언제나 물 위에 떠 있다. 물 위에 거꾸로 서서 나무의 꿈은 밤 안개에 젖은 가로등 불빛처럼 가늘게 떨기만 한다. 도라지 꽃색 동해 불빛 위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햇살. 돌 위에 고인 해맑은 별빛. 아름다운 것은 가늘게 떤다. 땅 위에 눕기 직전의 가을 나뭇잎. 새가 날아오른 뒤의 빈자리. 보일락 말락 떨고 있다. 분명히 떨고 있다. 가시관을 쓰고 돌아온 자식의 싸늘한 몸무게를 무릎에 껴안고 흰 미사포 쓴 어머니의 두 어깨.관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하찮은 자연물이거나 사물들도 그 나름의 아름다운 존재의 태(態)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가 닿은 섬세한 시인의 마음을 본다. 그 사소한 것이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시인의 미학적이고 존재론적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2018-05-01
참새도 까치도 해바라기도 벼들도 들깻잎들도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해도 달도 별도 바다도 섬도 파도도노을도 안개도모두들 춤을 춰라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라아지랑이의 미립자 같은 정령들이옆구리를 질벅거리면서사랑도 미움도 춤이고 춤은우주의 율동이라고소리쳐대니까바람 불면 춤을 춘다전축 귀청 터지도록 틀어놓고징 치고 꽹과리 치고 북 치고 장구 치면서사랑도 미움도 춤이고, 춤은 우주의 율동이라는 표현에 시인의 세계관,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소리치며 춤을 추는 삼라만상에 징, 꽹과리, 전축이라는 문명의 요소를 섞어 넣으며 춤을 춘다는 것은 신명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생의 힘겨움과 서러움 같은 애환들을 소리 내고 춤추며 훌훌 날려 보내 버리고 싶은 시인의 염원이 담겨있음을 본다. 시인
2018-04-30
누군가의 뒤 그 구석구석에털실보푸라기, 모기찌어진 날개, 바오밥나뭇잎, 모닥불남은껍질, 네안데르탈검은머리카락, 피톨속을뛰쳐나온단세포, 책상모서리떨어진나이테. 페르샤의담요그씨줄.음표에서흩어진메아리, 치약을빠져나온페프민트향기, 팽이무지개회오리, 대모산가을햇빛,그리고 부서진사철나무빗방울, 아- 이-우-오-에-으-애-야 이 균들의 홀씨들회색 구름뭉치를 닮아 서로 모여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는지구에 부딪쳐, 떨어져, 흩어진우리는 별의 식구함께, 별이었던떠나온 몸으로 돌아가려 한다시 전체가 먼지처럼 다양한 사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것들이 다 먼지처럼 가벼운 물상들이지만 나름의 무게들을 품고 있는 것들이어서 뭉치고 연합하면 일정한 무게가 된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거기에서 소멸과 탄생, 뭉침과 풀림, 이합집산의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결국은 작든 크든 힘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보잘 것 없고, 사소한 것들의 존재감을 역설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4-27
불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걸어온 길도 걸어갈 길도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두려워 떨면서나직이 노래를 부르네노래는 어둠 속으로길을 보여주고순식간에 다시 지우네사라지는 노래의 길을 따라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기네어둠은 내게 노래를 부르게 하고노래는 어디론가 나를 이끄네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불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시인은 노래를 부른다. 캄캄한 암흑 속을 걷는 것 같은 우리네 인생길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자신을 격려하며 나아간다면 반드시 길은 보이고 그 길로 이끌어줄 빛이 보인다는 시인의 넉넉하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2018-04-26
깨달음을 찾아 헤매는 그에게폭우가 쏟아지던 밤홀로 찾아온 가련한 여인차마 내칠 수 없어 받아들이고계는 깨어졌으나도는 깨달았네어찌하면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가절에서 내 준 수박한 입 베어 물고 깨닫느니기갈난 사람의 목을 틔어주는 수박 한 쪽 같은그런 서늘한 삶이여인간의 욕망을 벗고 아무리 도(道)에 이르려 애써도 그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 우습게도 절집에서 내준 수박 한 입을 베어먹고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는다는 역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깊이 성찰하는 생의 자세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음을 느낀다. 시인
2018-04-25
개울가에 가면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돌쌓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제 멋대로 생긴 주위의 돌들 주워 모아숨 죽여 가며모난 돌 잘난 돌 쌓아 올리는데눈 여겨 보면움푹한 쪽엔 뾰족한 쪽을 받쳐 올리고왼쪽으로 기운 돌에는오른쪽으로 기운 돌로 균형을 잡아준다빈틈을 작은 돌로 메워주면 돌탑 하나가 완성되는데그렇게 쌓은 돌들이 돌탑 되어여기저기 모양을 내면 마른 강은작은 공원만 같았다친구는 세상살이도 늘 그렇게돌탑을 쌓듯모자란 쪽에 서서 받쳐주기를 좋아했는데돌탑이 자꾸 무너지듯세상살이도 자꾸 무너져 내렸다그럴 때마다 잠시 낙담하기도 했었지만그가 쌓고 싶은 돌탑의 돌들지천에 늘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개울가에 정성들여 쌓은 가지런한 돌탑을 보며 시인은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닫는다. 한 쪽이 낮고 모자라면 그 만큼의 높이와 넉넉함을 더해 균형있는 돌탑을 쌓듯이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리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시인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아름다운 생의 균형을 이뤄가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
2018-04-24
산 하나 쌓으니 산 하나 무너진다꿈을 가지면서 노예는 모습을 드러냈다육신을 무너뜨린 노동의 절반은 노예가 되어 있었다부드러운 말 매무새 단정한 옷차림은 사라졌다탈춤을 꿈꾸지 마라. 그것은 싸움의 시작이다절망은 늪이 아니라 무르익은 유기질의 토양이거늘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너무 멀리 돌아 온 길을 후회하지 않으리무너질 것도 없고 막을 것도 없다강 하나 막으니 강 하나 흘러간다평생을 노동현장에서 육신을 노예로 삼았음을 겸허히 고백하면서 시인은 얻은 것과 동시에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다. 그 어떤 불의나 절망에 이르게 하는 패배감을 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겠다는 치열한 대결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4-23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삼십년이 넘게 군사독재 속에 지내오면서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보니사람 꼴도 말이 아니고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신부님 앞에 가서 고백했더니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 열 번을 외우라고 했다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그냥 그대로 했다시인은 너무도 오랫동안 미움의 언어들에 길들여져 왔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 증오의 언어들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동안 시를 써 온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런 증오의 말들로부터의 자유, 해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4-20
흐린 날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비젖은 것들이 몸이 잘 보인다 치잉 칭 감기는, 빗줄기의 한쪽 끝을 물고 새 날아간다. 건물과 건물 사이 세 뼘 잿빛 하늘 가로질러 짧게 사라진다 창유리 창유리들이, 나무 나무의 이파리 이파리 풀잎들이 모두 그쪽을 보고 있다 잘 보이는, 뇌리 속의 새 길게 날아가는 아래, 젖어 하염없이 웅크린몸, 섬 같구나 그의 유배지인 몸시인의 시선이 가닿는 풍경은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해진다. 젖은 것들의 몸, 젖어서 하염없이 웅크린 몸에서 시인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읽어내고 있음을 본다. 섬처럼 홀로 견디는 우리네 생을 유배지의 삶으로 표현한 것에 깊이 공감하는 작품이다.시인
2018-04-19
목이 잘린 채축 늘어진 머리카락으로빨랫줄에 걸려 있다언제쯤에나시린 세상 풀어헤치고보글보글 거품 개워내며 끓어오를까새벽 인력시장 꽁탕치고 돌아앉은다리 밑 식객들의허기진 창자에 몸풀까시인은 가톨릭의 사제다. 줄에 걸려 마르고 있는 무청 실가리처럼 무기력하게 세상 변두리에서 가난과 궁핍의 생을 이어가는 실직자들에 대한 연민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무청 실가리가 웅크리고 배고픈 그들의 허기진 창자를 풀었으면 하는 간절한 사제의 바람이 나타나 있음을 본다. 시인
2018-04-18
하늘과 물안개 하나 된 공산폭포이쯤에서 한번 뒤돌아보거라아래로만 흘러가는 물결에도탐욕이 실리는지절벽이다온몸 얼얼하도록 채찍질하는맵고 뜨겁고 차디찬 낙차에무섭게 붉어진 개옻단풍 가지 사이로얘야, 여기 피해 갈 생이란 없단다어머니 목소리에살얼음 끼는 소리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폭포는 자연의 순리, 이치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시인은 맵고 뜨겁고 차디찬 폭포의 낙차를 얘기하면서 우리네 삶의 자세, 태도를 한번쯤 돌아보고 성찰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폭포라는 자연물을 내세워 우리의 신념, 가치가 정말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는 시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다. 시인
2018-04-17
개나리 유채꽃 아름답대도저 금빛 출렁이는 벼꽃에 비기랴불볕더위 건너온 세상 함성으로 피워 올리는농사꾼 아버지에그 아버지들 피땀으로 차려주신이 푸진밥상벼꽃을 밥꽃이라고 표현한 시인의 인식에는 불볕을 견디며 평생 논바닥에 엎드려 밥꽃을 피워올리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피땀 흘린 고생의 덕분에 대학도 가고 선생도 되어 이 풍진 세상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 땅 어느 골 어느 들판에 눈물겨운 밥꽃 피어오르지 않는 곳 어디 있으랴. 우리의 아버지들이 피눈물로 피워올린 거룩한 꽃이 바로 밥꽃인 것이다. 시인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