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또간다아득하다이따금 바람이 풀잎을 건들고 지나가지만그냥 바람이다후딱 지나간 저것이 설마귀신은 아니겄지?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밖을 본다. 산, 구름, 하늘, 호수, 나무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흙장난을 하고 있다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세상에, 세상이이렇게 무의미하다니바람이 스치는 산골 학교의 풍경을 잔잔한 서정의 필치로 묘사하고 있는 시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흙장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평온하고 평화로움을 얘기하는 듯하지만, 시의 뒷부분은 아름다운 자연과 삶의 무의미성에 관한 시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예리한 시적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시인
2018-02-12
꽃들 벙글고잠자리떼 날고강아지 조으는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손바닥만한가을 햇볕에흑요석을 깜박이며아장아장 걸어오시는우리 아가야너는 보았니네가 넘어질 때네가 칭얼댈 떼너를 안아주시는그 분너와 똑같이 생긴그 분우리가 험산준령 같은 인생길을 건너갈 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손길이 있어 우리를 고난과 위험에서 건져준다고 믿을 때가 있다. 시인은 이런 잠언적 성찰을 통해 그 수호천사를 일러주고 있다. 투명한 종교적 심성의 세계를 가만히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8-02-09
바람이 몹시 부는 날지붕이 비슷비슷한 골목을 걷다가흰 비닐에 덮여 있는둥근 지붕 한 채를 보았습니다새가 떨고 있었습니다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날개를 접고 추락한 작은 새가바람에 떠밀려가지 않으려고흰 비닐을 움켜쥔 채조약돌처럼 울고 있었습니다네모난 옥상들 사이에서조그맣게 웅크린우는 발로 견디는둥근 지붕도심의 주택가 골목을 걸으며 시인의 눈에 들어온 풍경 한 장을 따스한 목소리로 묘사해 건네 주는 시다. 지붕은 우리 일상의 삶을 덮어준다. 그 지붕은 친구, 연인, 이웃, 직장, 종교 혹은 사회 전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붕은 넉넉한 사랑과 배려와 나눔으로 우리를 그 아래에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을 본다.시인
2018-02-08
산맥 같았던 삶들이밀리고 밀려서 변방인 동쪽 끝 호숫가지나가는 물새가 잠시 해를 가리는 동안새 혓바닥만한 버들잎이 한 몸 떨어진다넓은 호수가 한 순간 숨을 멈춘다천지간에 화살처럼 살다가막 지워진 파문에 꽂혀 끝없이죽음을 타전하는 작은 잎뒤돌아 하늘을 올려다보면호수에 그늘을 드리운 버드나무들의반짝이는 오늘은 얼마나 평화스러운가잠시 흔들린 수초들의 그림자가 다시 꼿꼿해지고수면은 명경지수로 봄날이 가는데흐린 물바닥에선 지붕이 날아가고전신주가 뿌리째 뽑히고더 깊은 물 속에선 거대한 별똥이휙 제가 지나온 길을 손가락질하며사라졌다시인이 제시하는 풍경은 앵글 속에 갇혀 정지된 경치가 아니다. 시인의 시선과 마음의 움직임 따라 움직이는 풍경이다. 그 풍경은 평화와 고요가 깃든 풍경이 아니라 그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절망과 상처의 불길한 그늘이 스며 있다. 명경지수의 호수보다는 어떤 예감과 징후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시인
2018-02-07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지우고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거기 먼저 와나를 보고 울음 터뜨릴 것 같은저 눈벌판도 덮지 못한내가 끌고온 길들눈 내려 지워진 산길따라 찾아간 옛집,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폐가로 변했지만 시인은 지난날의 온기를 찾으려 한다. 평생 노동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걸온 고통과 상처의 길이 같이 따라와, 흰 눈 벌판도 덮지 못할 아프고 서럽고 힘겨운 생의 길이 같이 따라와 텅 빈 고향집 마당에 선 시인의 젖은 가슴을 본다.시인
2018-02-06
열대어 블루 그라스가 죽어화려한 지느러미가떠올랐다물에 새긴 무늬가어항 속을 물들였다제 무늬에 빠져 죽은블루 그라스머릿속에 새겨진 무늬는좀처럼지워지지 않았다시인이 키우던 열대어의 죽음과 함께했던 애완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좀처럼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느끼고 있음을 본다. 미물인 열대어 한 마리가 떠난 자리에서 시인은 애틋한 무늬를 바라보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그려내는 무늬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데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는 존재의 생의 무늬와 향기는 어찌 쉬 잊혀지겠는가.시인
2018-02-05
물안개 속 버드나무가 흔들리고 있다그 아래 골풀과 부들이 밀애를 즐기는지수런수런 뒤섞여 흔들리고 있다거기, 민달팽이 한 마리 뿔을 흔들며은단 같은 이슬에 목을 축이고 있다집 없어도 잠 잘 잤다는 것인지느릿느릿 풀잎을 타고 내려와돌 하나를 넘어간다내 근심을 넘고 싱싱한 풀밭을 지나조용히 아침을 불러오는자그마한 저 우주한 모금 이슬에 취한 생각의 뿔을 흔든다오늘은 가시연꽃이 무더기로 필 것 같다생명의 보고인 창녕 우포늪의 시인 배한봉의 섬세하고 깨끗하나 생명예찬의 목소리를 듣는다. 새벽 우포늪 가를 산책하면서 아침을 열어가는 싱싱하고 고운 자연의 생명체 들고 눈맞추고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열어가는 아침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시인
2018-02-02
가장 낮은 쪽으로 혈류를 타고생은 중심에서부터 헐떡여왔다초를 다투는 생명의 위험한 바퀴를 돌아오면그대보다 높은 자한 발을 딛고 져버리는 오십오 초생은 분과 시간으로 목마르다한 순간도 쉼없이 돌아가는 시계를 보면서 시인은 우리네 인생을 읽어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시계는 순방향으로 일정한 간격 돌고 있지만 우리네 인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시간을 초월하려고 애쓰며 악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시계처럼 일정하고, 규칙적이며 예측이 가능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시인
2018-02-01
어느 날 너는 내게로 왔어두 팔을 뻗어 안으려 하자너는 낱낱의 원소가 되어 사라졌어넌 공중에 빗방울 파종하는 구름이었지낮잠 끝에 흩어지는 모래알이었어안 돼, 그렇게 가버리는 건 싫어안 돼, 네가 없다면난 미쳐 버릴거야네 살점을 조금만 떼어주면 돼네 피를 한 모금만 마시게 해 주면 돼아아, 그러면 살 수 있을텐데널 사랑할 수 있을 텐데인간이 갈망하고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쉽게 와 닿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원하는 고양이는 쉽게 가질 수 없으며, 원소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숙명적 한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와 좌절이 연속되더라도 인간은 끝없이 욕망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네 삶이고 한 생이다.시인
2018-01-31
한 할머니가 가네텅 빈 유모차를 몰고 햇빛 속을 가네저 텅 빈 유모차에오옹 텅 빈 유모차에 넘치게 가득한 백일(白日)!가네, 댓바람에 휩쓸린 멧새 울음 속을내 어머니의 어머니의살아 생전이 가네세월의 삽날에 허리 꺾인바퀴살이 아직은 쓸 만한 유모차가 가네다마 일그러진 쇠붙이젖먹이 울음소리 텅 빈 유모차들도상(傷)한 풀잎을 지상으로 떠받치는저토록 단단한 힘이 되네한 생을 신산(辛酸)한 삶을 살았을 할머니의 유모차를 보면서 시인은 빛을 읽어내고 있다. 텅 빈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것은 늙은 할머니가 아니라 신의 은총과도 같은 빛이라는 것이다. 좌절과 낙망, 힘겨움과 상처까지도 사랑과 축복, 은총을 비춰주는 빛이 이 땅 소외되고 어두운 곳에 소복 스미는 날을 기다리고 소망하는 간절한 시인의 마음을 본다.시인
2018-01-30
숯가마처럼 생긴 찜질방에 해면체로 누워 있었지 그만 잠들었었지 어디선가 물속 같은 꿈이 왔었지 저쪽에 해사한 해파리 하나 올 듯 말 듯 너울대고 있었지 자세히 보면 양면 코팅된 당신의 얼굴이었지 질척대는 건 싫어 뽀송뽀송하게 살거야 당신의 미소가 종이꽃으로 부서졌지 눈을 떴을 땐 내 혀가 없었지 마른 꽃향기만 입 안에 그득했지말은 근본적으로 일종의 립싱크다. 말은 끊임없이 본질을 향해 나아가거나 그 반대로 본질에서 벗어나려는 이중성을 가지게 된다. 종이꽃이라면서, 유사성이라는 것에 깊이 내포된 한계에 시인의 예리한 시선이 가 닿아있음을 본다.시인
2018-01-29
대형마트 진열대 위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완두콩 통조림금빛 양철 뚜껑을 열어 젖히는 순간오래된 햇빛과 바람과 빗방울들도거세당한 얼굴들로 빠져 나오고생의 절정인 그 순간만을 불하받은푸른 알갱이들은 유효기간의 실체를 모르는 체둥글고 깊은 진공 속에서 발아의 꿈을 꾸고 있다이 도시의 중앙으로 진공의 통로가 열려 있다그 길 따라 가면 발아점을 상실한 21세기가 있다보이지 않는 손에 선택되어 포박 당한 우리들의탱탱하게 부풀어진 욕망의 절정들부패되지 않게 봉인되어 역사의 한 켠에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누군가를 위한 두엄조차 될 수 없는대형마트와 통조림이라는 시어로 대표되는 근대적 메커니즘에 갇히고 얽매인 현대인들의 비극성을 고발한 시다. 발아를 꿈꾸는 푸른 알갱이 같은 인간의 희망은 결국 발아하지 못하고 양철 통 속에 갇혀 통제되고 상실되어, 끝내는 두엄도 되지 못하는 처지에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묶여버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시인정신이 뚜렷한 작품이다.시인
2018-01-26
급히 팔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어돌아보니막 떨어지고 있는커다란 손 같은 낙엽이었다팔 없는 손은 내 팔을 더 붙잡지 못하고힘없이 땅에 떨어졌다마침 뒤에서 오고 있던 발 하나가무심히 밟자바스락!발밑에서 무수한 틈이 갈라지는쇳소리가 터져나왔다아무것도 모르는 발이 멀리 가버린 뒤에도소리들은 틈 사이에 남아오랫동안 저희들끼리 바스락거렸다가을 햇빛이 주름살을 쓰다듬듯깨어진 마른 핏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넓은 잎은 크고 앙상한 손바닥을 오므리며바스러진 틈으로 빠져나가는 허공을오래오래 쥐고 있었다가을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가 닿은 시인의 섬세한 눈을 본다. 시인 특유의 관찰과 묘사가 돋보이는 시다. 싱싱했던 나무 이파리, 그 치열했던 생명의 연대들이 남긴 가을 플라타너스 낙엽을 바라보며 시인은 생각한다. 가련하고 소중한 가치를 떨어져서 밟히는 낙엽속에서 찾아내는 시안이 참 따스하고 아름답다.시인
2018-01-25
가을 산이 옷을 벗고눈을 뜬다갈대들도 마른 발짝 소리를 낸다지난 여름 우리는 참으로 뜨겁게 불타올랐다그러나 이제 조용히 눈을 감고스스로의 중심을 향해 돌아서야 할 때가을 산이 갈색 눈을 뜨고뿌리 깊이에서 다시 한번 불끈 솟는다왕성한 생명의 시간에 껴입었던 성장(盛裝)을 벗는 가을산을 바라보며 시인은 깊은 뿌리의 힘에 마음이 가 닿는다. 뜨겁게 타올랐던 여름 산처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시인에게도 가을산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잎을 내려놓는 가을산 나무가 든든한 뿌리에 힘을 모으듯 민주화를 일궈낸 민중의 깊은 저력에 대한 신념에 대한 확신을 피력하고 있음을 본다.시인
2018-01-24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 호두나무가 서 있어서가슴속이 처연해졌다철 지난 메미떼가 살갗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빨고 있었다나는 지난 여름 내내 흐느끼는 호두나무의 곡(哭)을 들었따그러나 귀가 얇아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불에 구운 흙처럼 내 마음이 뒤틀리는 걸 보니나의 이 고백도 바람처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다호두나무 열매가 다 떨어진 뒤 고향을 찾아온 시인에게 호두 열매가 달렸던 나무의 중심에 늦은 매미떼가 붙어 울고 있는 풍경이 비친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처연해지는 시인을 본다. 그가 돌아온 고향은 늙은 호두나무처럼 그의 생명을 아낌없이 줘버리고 쓸쓸히 서 있는 모습임을 느낀다. 철 지난 매미처럼 시인도 고향이라는 호두나무에 붙어서서 생명력을 흡입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리라는 생각이 든다.시인
2018-01-23
남들 다 가는 그 어디에서결국 만날 수 밖에 없다면내 삶도 크게 잘못 들어선 길은 아닐 텐데바람처럼 지나가는 이 길에서내 그림자의 모습이 너무 흔들리는 건그들이 지나가며 일으킨 바람 탓인가고개를 돌려도보이는 건 다 알 수 있다가슴 속 깊은 사랑으로 살아야지인생은 길을 가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그림자가 흔들린 것을 남들이 지나가며 일으킨 바람 탓으로 자신의 그림자가 흔들린 것이라고, 소심하게 자기 위로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끝내는 죽음이라는 것에 이를 수 밖에 없는 허무한 인생이지만 그런 허무감을 가슴 속 깊은 사랑으로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시인
2018-01-22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시인이 지칭하는 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일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 뜨겁게 살아가거나 타인에 의해 따스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연탄불이 자신을 태워 남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남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며 살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자신을 포함한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8-01-19
토요일의 은행창구에서는 방울방울 빗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커다란 우산 속에 제 몸을 구겨넣으며 자동문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지친 걸음들은 은행 앞 튜립나무에 오렌지 등불 같은 웃음을 방울방울 매달아 놓고 우산 속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쨍그랑거리는 우물 속 제 모습만 훔쳐보게 했다은행창구 앞에 웅크린 사람들을 시인은 우물에 빠진 사람들로 표현하는 발랄한 시상을 펼치고 있다. 건강한 서민들의 모습, 그들의 건강한 웃음과 삶의 모습들을 풍경화처럼 그려내면서 그 속에 흐르는 해맑은 미소와 따스한 인간미 같은 것을 끄집어 내 보여주고 있다.시인
2018-01-18
나는 은어를 본다물의 힘줄 속에 그것들의 길이 있다물의 힘줄을 은어들이 당겨 탱탱해진다나는 은어를 본다강의 힘줄이 내 늑간근에도 느껴진다그 밖에 중요한 것은 없다나는 은어를 본다언어에 기대어서이건 물론 중요한 게 아니다누가 강의 힘줄을 풀어놓느냐강에는 은어가 올라와야 한다그 밖에 중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대가천을 오르는 은어떼를 보면서 시인은 인간의 일들을 생각하고 있음을 본다. 은어들이 사력을 다해 강을 오른 일은 당연한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의미와 가치는 반드시 옹호되어야 하고, 사력을 다해 지켜지고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8-01-17
아이들은 내게한 송이 붉은 꽃이 되라 하네내 책상 위 빨간 장미 한 송이꽃이파리 떨어져그네들 포근한 꿈이 되라 하네꽃다운 젊음 지키는날카로운 가시가 되라 하네푸르러 푸르러 무성히 자랄 때까지날카로운 가시에 심장이 찔려흐르는 피로 땅을 적시고앙상한 몸뚱이 그네들 푸른 희망으로덮힐 때까지스스로 붉은 꽃 자꾸자꾸 피워올리는한 그루붉은 꽃나무가 되라 하네평생 아이들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가르치다 교단을 떠난 시인이 젊은 교사 시절 쓴 작품이다. 꽃다운 젊음을 지키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리라는 신념으로 이 땅의 참교육 실현을 위해 청춘을 바친 교사의 육성을 듣는다. 시인의 시간들에는 해직이라는 피 흘리는 아픔이 있었지만 꿋꿋이 견디며 한 송이 붉은 꽃을 피워내기 위해 헌신의 시간들이 있었다.시인
201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