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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찌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들었다 제멋대로 각목들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 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 가고 있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들, 돈에는 비린내가 난다 돈에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 냄새에 진절머리를 쳤다 눈 없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시인이 설정한 장면 두 개가 무거운 그늘을 뒤집어 쓰고 있음을 본다. 한 장면은 소위 후레자식들이 훔쳐온 자전거로 흉기를 만드는 장면이고 한 장면은 어물전에서 고기를 팔고 돌아온 어머니들의 몸에서나는 비린내다. 시인은 두 장면에서 모두 비린내가 나 진저리쳐진다고 말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다 삶이고 삶에서 나는 비린내인 것을. 시인은 이런 불구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시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네 한 생이 비린내 속에서 굴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시인

2018-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