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수<br />
나무 껍질을 보고
뿌리 생김새를 짐작하는
버릇이 있다
껍질이 얇고 반질반질하면
잔뿌리가 많은 나무이고
두껍고 꺼칠꺼칠하면
그렇지 못한 나무라고
잔뿌리 별로 없을
저기 말 없는 저 나무
껍질이 엄니 발뒤꿈치 같다
파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일생이
내 안에 그렇게
뿌리를 내린다
나무의 뿌리를 들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음을 본다. 잔뿌리가 많은 나무는 껍질이 얇고 반질반질하지만 굵은 뿌리는 두껍고 꺼칠꺼칠하다는 말에 이 땅 어머니들의 한 생을 읽는다. 자식들을 위해 다 퍼주고 자신까지 아낌없이 헌신하는 꺼칠꺼칠한 껍질 같은 어머니의 한 생은 굵은 뿌리가 아닐 수 없다. 잔잔한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