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니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눈발 속에 청청히 서 있는 푸른 소나무처럼 우리네 가슴 속에 푸르게 살아있는 추억이라는 나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떨림과 설레임으로 열에 들떴던 청춘의 시간들이 그 푸른 추억의 나무에는 올망졸망 달려있으리라. 세월 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조그만 사랑노래가 우리네 가슴 속에는 고이 접혀져 간직되어 있는 것이리라. 노 시인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