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致命)에 들려서라도 돌파하고 싶었던연애가 있었다 하자, 그 찌꺼기까지기꺼이 받아 마실 어떤 비굴함도배 바닥으로 끌고 가면서할 수 있다면 나, 독배(毒杯)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다아편에 저린 듯 자욱한 몽롱을 헤쳐 나왔지만난파한 뒤에도 오랫동안 거기 계류되어 있었다는 것이명처럼 흔들어서 나를 깨운 것은누구의 부름도 아니었다한 구덩이에 엉켜들었던 뱀들봄이 오자 서로를 풀고 서둘러 구덩일 벗어났지만그 혈거 깊디깊게 세월을 포박했으니이 독창 내가 내 몸을 후벼 파서 만든 암거(暗渠)!서로에게 흘려보낸 저의 독으로마침내 지우지 못할 흉터를 새겼으니허물 벗은 뱀은 제 허물이더라도벗은 허물 다시 껴입을 수 없는 것을!`독창`은 치명적인 사랑의 흔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흔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비록 흔적으로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영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사랑이란 어쩌면 영원히 지속이 불가능한 비영속성 같은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편에 걸린 듯, 사랑을 접은 뒤에도 거기에 계류되어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질기디 질긴.시인
2012-01-04
때마침눈높이로 뜬한 떼의 고추잠자리그 중에맴돌던 놈은연밥 위에 앉아 쉬고못 가본저승 일보다이승이 아득해 온다군더더기를 떨쳐버린 깔끔한 작품이다. 시인은 잠시 포착된 한 떼의 고추잠자리를 통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인 아득한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본다. 우리 살아가는 동안 어느 순간 문득 눈에 들어오는 사소한 사물 속에서 우리 이승에서의 모습들과 우리 가야할 저승의 길이 아득히 보일 때가 있다.시인
2012-01-03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아,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무변광대한 자연 앞에 너무도 변덕 심한 인간의 모습을 비춰보는 시인의 개탄스러운 심정이 참참히 깔려있는 작품이다. 그렇다. 천년을 변함없이 불어오고 있는 바람 앞에 오욕칠정에 눈이 멀고 마음을 허비해버리는 우리네 인생이란 얼마나 가소롭고 형편없는 것인지. 오늘 아침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앞에 서서 번잡스런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며 천년의 시간을 느껴볼 일이다.시인
2011-12-30
반시간도 지나지 않아 의문이 온다 손깍지 베개를 하고 아스라이 누워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나다 아니다 각자선생이다 아니다 점차 몽롱해지는 사이, 멀리서 자동차소리 들려온다 조카애들 까불대는 소리, 풋살구 떨어지는 소리….잡념은 끊이지 않고 정신은 집중력을 잃을 때가 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시인은 크고 요란한 소리에서 시작해 가녀린 섬세한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있다. 시끄러운 소리들 속에서 고요하고 평안한 경지에 이르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이 그 시끄러움 속에서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잃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고요한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한 아침이다.시인
2011-12-29
중부지역난방공사 앞마름 꽃만한 눈이 내리고손을 대면 금방 녹을 것 같은빠알간 겨울 열매,오전 열 시에서열 한 시 사이혼자된 동박새가갸웃갸웃 바라만보다날아가는눈 내리는 겨울 아침나절의 정밀한 풍경을 가만히 펼쳐 보이고 있다. 절대 평화가 흐르는 자연 속에 혼자된 동박새의 마음을 새겨 넣으며 시인은 그 고요한 평화의 향기를 이 아침 우리들에게 한 줌씩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1-12-28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 손을 잡고할머니 느릿느릿 걸어간다아이가 급한 기색을 보이자서슴없이 길섶에 앉혀 똥을 누이고찹쌀떡처럼 하얀 엉덩이를 괜히 한번 찰싹 때리고는바지춤을 여며주며 함빡 웃는데오래된 금니 하나아침햇살에 반짝 빛났다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상에 어떤 꽃이 유치원 가방 멘 어린 손주 같은 것이 있을까. 오래된 금니 하나 아침 햇살에 빛나는 저 행복한 할머니의 시간들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빌어본다.시인
2011-12-27
먼 곳 수평선 푸른 마루에 눕고 싶다 했다타관 타는 몸이 마루를 찾아, 단 하나의 이유로 속초 물치항에 갔다그러나 달포 전 다솔사 요사체, 고요한 안심료(安心療)의 마루는 잊어버려요대패날이 들이지 않는, 여물고 오달진 그런 몸의 마루는 없어요근경(近境)에서 저 푸른 마루도 많은 날 뒤척이는 유민(流民)일 뿐당신도 나도 한 척의 격랑이오니 흔들리는 마루이오니마루는 푸른 수평선을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몸의 마루는 여물고 오달지지 못하고 푸석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한 생을 건너면서 몸의 마루는 생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고 뒤집히고 요동치기 마련이다. 마루가 가지고 있는 수평이라는 속성, 안온하고 편안한 속성이 한 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바라고 꿈꾸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시인
2011-12-22
하늘 한끝 걸터앚??옥탑방 앞에 걸린외줄기 빨랫줄에 바지가 펄럭인다한사코 바람을 미는 김씨의 두 다리쉰 나이 다 되도록 쉼 없이 달리고 달린바지에 밴 관성은 아직도 탄탄하여제 힘껏 하늘을 당겨 스스로 길이 된다오늘도 달려간 만큼 또 멀어질지라도희망이라는 허공, 허공이라는 희망을 향해소리쳐 달려 나가는 저 눈물겨운 바지 하나옥탑방 앞 빨랫줄에 걸려 펄럭이는 바지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인생의 절망과 고통과 어둠의 한 면을 읽어내고 있다. 쉰 나이 넘도록 삶의 중심을 혹은 그 주변을 끝없이 달리고 달린 바지가랑이. 그런 그에게 다가온 것은, 그가 쥘 수 있었던 것은 절망과 좌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그는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희망이라는 허공을 향해, 허공이라는 희망을 향해서.시인
2011-12-20
창문을 연다. 이름마저 잊어버린야생 난 한 포기 청초하다지난해 늦여름, 깊은 산에서 유배된 뒤세 계절을 이겨내고 여름 문턱에서홀로 시를 읊고 있는지, 그런 불을지피고 있는 건지, 유월 이 아침진보라 꽃들을 온몸에 달고 있다촘촘한 꽃잎들이 나를 올려다보지만잎사귀의 초록빛은 꼿꼿하고 차갑다산속이 아니라 지조를 지키려는지몸에 밴 절제 때문인지, 수절하며끝내 숨으려 하는 여인처럼새치름, 내 마음 흔들어 당기고 있다진보랏빛 야생란의 꽃잎 앞에서 시인은 자연과 자신이 합일됨을 느끼고 있다. 자연의 작은 반응에서 조차 거기에 투영되는 인간을 발견하고자 애쓰고 있음을 본다. 깨끗한 생명의 자연스런 발현에 대비해 우리 인간의 속물스러움을 비춰보고 자기를 정화해 가고자 하는 시인정신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시인
2011-12-15
정년을 맞아 모처럼 고향을 찾았다마을 어귀늙어진 팽나무만 덩그러니 맞아 줄 뿐이웃들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다텅 비어 있는 집바람에 짓눌려 부대끼는 대나무 숲오늘따라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일몰이 하산하는 뒤란할머니 가꾸시던 더덕과 도라지 향이예전 그대로 코를 찌른다작약꽃 창백한 얼굴로 하직하는 뜨락찍찍대던 쥐떼들 움직임 사라지고야생이 된 고양이 텃밭의 비닐 뜯으며무료함을 달랜다그리운 누이와 형제들떠나가신 아버지, 어머니 불러보아도내 목소리 바람에 쓸려간다이제 고향은 소리조차 끊어져바람만이 찾는 빈 시간의 창고로 박제되었다교직에서 퇴임한 시인이 기계면 봉계리에 있는 고향집을 찾았지만 낡고 기울어진 옛집과 늙은 팽나무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풍경 앞에서 세월의 무상함과 가슴에 스미는 쓸쓸함만 느끼고 있다. 박제된 빈 시간의 창고 같은 고향이지만 거기는 목숨을 얻은 첫 둥지요 부모형제의 사랑과 정성과 헌신이 녹아있는 정겨운 공간이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 아닐까.시인
2011-12-14
너처럼 사는 것이다마음 한 자락 큼직이 펼쳐놓고내리는 폭우구슬로 흩트리며지나가는 바람과 오래건들대더라도 꽃은함부로 피우지 않는 법이다싱거운 듯 밋밋하게그러나 땅 속 어둠처럼속 깊이 여무는 것이다진흙 깊이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줄기와 잎을 피워 올리는 토란을 보면서 우리 한 생의 길을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건네고 있다. 그리 무성한 생육의 상태에서도 쉬 꽃 피우지 않는 토란처럼 절제와 겸허함과 무욕의 정신을 본받으라고 이르고 있다.시인
2011-12-12
세월 속에는바람이 벼린 칼날이숨겨져 있나부다그러지 않고서야 어찌저 늙은 소나무가하얀 피눈물을다리께 젖도록 울겠는가민족현실과 민중적 생명력을 노래해온 시인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깊은 침묵에 들고 있다. `세월 속에는 바람이 벼린 칼날`이 숨겨져 있고, `하얀 피눈물을 다리께 젖도록` 울었던 존재는 늙은 소나무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이기도 하다. 가만히 눈 감고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싶은 아침, 아슴아슴 가슴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시인
2011-12-09
검수로 한 편의 시를 쓰겠다가지와 잎, 꽃과 열매 모두가 칼인 나무어딜 쥐어도 피가 철철 흐른 그 나무천 년을 삶아 종이를 만들겠다꽃잎 모양의 칼끝으로 철필을 새기겠다저 땅으로부터모든 부채와 소통에서 해방되어칼로 된 꽃과 맞설 것이다그가 나를 찌르면 나는 꽃이 된다허공을 가로지르는 필살의 가지 끝에서나는 참혹한 노래다검수는 가지와 잎, 꽃, 과실이 모두 칼로 되어있는 지옥의 나무다. 시인의 상상이 처절하기 이를 데 없다. 억겁을 거듭하는 환상을 제거하고 진실과 대면하는 것, 그것이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될지언정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엿보인다. 땅 위의 헛된 약속에서 벗어나서 참혹한 존재의 본질을 견지하려는 결연한 삶의 자세가 확고하다.시인
2011-12-07
바닷가 언덕에 방풍수 위로 바람이 말타기를 하고 있었다작은 나무들이 큰 나무에 기대어무게 중심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나무 등짝에 쏟아지는 햇살마저 쟁강쟁강 휘어졌다마지막 깊숙이 구겨진 소나무 밑동에선허리에 찬 납처럼 무거운 신음소리가 났었다달이 끌어당기는 힘에방향을 바꿔 가는 바람썰물 따라 허리 쫘악 펴는 것인데때맞춰 퉁겨 젖히는 저 힘이솔숲을 받쳐주는 것이었다그러고는 가지가 잔 그물처럼 엉켜햇살의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었다환하게 구븐 등으로 어린 나무를 업어 주던해풍으로 무두질한 해녀 얼굴을 나는 보았다물질 마치고 돌아오는 대보 바닷가에서바람 세기로 치면 대보 구만 바람만한 것이 없으리라. 그 세찬 해풍에 견디는 바닷가 해송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한결같이 한쪽 방향으로 굽어져있는 소나무에 오래 머문다. 서로를 격려하며 거친 세파에 견디고 이겨나가는 옹골찬 이웃들의 모습을 거기서 보고 있다. 물질 마치고 나오는 해녀들이 어린 나무들을 업어준다는 표현에서 우리는 따스한 손으로 가슴으로 함께 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다시 본다.시인
2011-12-02
그대 우연찮게 내게로 왔다, 아니다 책 들고 혼자 여기저기 어림짐작으로물어물어 애타게 내가 찾아간 거지첫 만남의 순간부터 나는 광신도가 되었는데꼭 무슨 단추 같았네 아니면 천년 신라로 들어가는 배꼽이라고 할까화려한 석장승 대신 나무 몇 그루 둘레둘레 세워두고보문 들판 지나 낭산(狼山)을 건너다보며단촐하게 자리잡은 그대가 있어, 릉 드넓은 보문벌이 하늘 위로 휘-익 날아가지 않고신라 서라벌이 서라벌로 그냥 남아있다고나는 생각하네 남의 이목(耳目)을 던져버린 그대내 눈을 옹골차게 붙들어매고 있다가만 그대 옆에 앉아 있으면 길이 사라진다시간을 지워버린 고요 속으로 날 굴려갈 것만 같은 그대왕릉 앞에 서면 시간을 느낀다. 화려했던 한 시대를 살다간 신라 27대 진평왕릉은 왕릉이라기에는 규모나 치장이 화려하지 않은, 너무도 수수한 느낌을 준다. 들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왕릉에서 시인은 또 하나의 허물어지지 않는 시간을 느끼고 있다. 영원으로 가고 있는 시간들이 거기 단촐한 왕릉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요한, 평평히 흐르는 시간 속에 신라왕 진평도 우리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1-11-30
이력서를 낸 곳에 시외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면접 보러 가는 길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내게 한마디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달려왔다고 생각하니눈물이 난다나는 비로소 그것이들판 그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새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도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그것, 꽉 쥐고 있자니어느새 내 손바닥은 눈물로 흥건하다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말 중에 운(運)이라는 말이 있다. 그 한 마디 속에는 사실은 너무 많은 말들이 감춰져 있다. 인력으로 어찌 해볼 수 없음을 표방으로써 애쓰는 일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해온 말이기도 하다.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온 존재는 사실 운이라기보다 화자 자신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눈물 흘리고, 정직하고 선하게 살아온 시인이 운이라고 말하는 그 속엔 시인의 착한 심성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시인
2011-11-29
이력서를 낸 곳에 시외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면접 보러 가는 길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내게 한마디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달려왔다고 생각하니눈물이 난다나는 비로소 그것이들판 그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새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도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그것, 꽉 쥐고 있자니어느새 내 손바닥은 눈물로 흥건하다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말 중에 운(運)이라는 말이 있다. 그 한 마디 속에는 사실은 너무 많은 말들이 감춰져 있다. 인력으로 어찌 해볼 수 없음을 표방으로써 애쓰는 일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해온 말이기도 하다.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온 존재는 사실 운이라기보다 화자 자신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눈물흘리고, 정직하고 선하게 살아온 시인이 운이라고 말하는 그 속엔 시인의 착한 심성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시인
2011-11-28
눈 덮인 밭둑다 덮이지 않은 마른 덤불지금 막 깨어나고 싶은지포르륵포르륵작은 새날아다닌다그 서슬에 놀랐는지토끼며 고라니며 노루 발자국홀로 깨어눈 덮인 산길을 오르고숲길의 끝오래 쉬고 있는 밭을 가로지른다오, 인간이여너는 이제 오랜 부재(不在)와휴식으로서만 여기에 이를 수 있구나저기 오랜 어머니처럼자작나무 한 그루쌓인 눈에 가지를 늘어뜨린 채서 있다마른 덤불 위의 작은 새, 눈 덮인 산길의 짐승 발자국에서 신성하고 깨끗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인위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움이고 초월의 세계고 본질의 세계다. 인간계와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다른 생의 방식으로 인간세계를 채워준 것이다. 그들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세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그들과 공존해 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시인
2011-11-24
나무는 몰랐다자신이 나무인 줄을더욱 자기가하늘의 우주의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그러나 늦은 가을 날잎이 다 떨어지고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그는 보았다고인 빗물에 비치는제 모습을떨고 있는 사람 하나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온종일 그렇게 조용히하늘 아래울고 있는 자신을작고한 설악의 시인 이성선의 작품이다. 나무를 하늘의 악기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이 너무도 곱고 선하다. 어느 날 `모두 현이 된` 그 가지는 하늘 아래에서 울릴 것이다. 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소리들을 던져넣을 것이다. 우주 속의 사람 하나.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모른다.시인
2011-11-14
살구꽃 몇 그루가 피어온 마을이 다 환하다이런 날은 황사바람 타고자꾸만 장독대에 날리는 살구꽃잎-----갈대 움 트는 것 보러앞 강변에 나간 마을 사람들혈기 방장한 나이로 복쟁이떼 건져다날회(膾) 먹고떼초상 난 적 있었지지금쯤 금강 하류서시유방(西施乳房)처럼 매끈한 배때아리 뒤집으며??황복떼 오를까황산옥(黃山屋)에 들러 자는 듯 먹어 봤음원초적인 생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토속적 삶의 한 모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강 하류에 올라오는 황복어와 함께 관능의 정서가 뒤엉켜 생명감을 더해주고 있다. 시인의 시에서 많이 등장하는 남도음식과 함께 생명 본능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다.시인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