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가는 길
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
내게 한마디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나는 비로소 그것이
들판 그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
새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도
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
그것, 꽉 쥐고 있자니
어느새 내 손바닥은 눈물로 흥건하다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말 중에 운(運)이라는 말이 있다. 그 한 마디 속에는 사실은 너무 많은 말들이 감춰져 있다. 인력으로 어찌 해볼 수 없음을 표방으로써 애쓰는 일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해온 말이기도 하다.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온 존재는 사실 운이라기보다 화자 자신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눈물흘리고, 정직하고 선하게 살아온 시인이 운이라고 말하는 그 속엔 시인의 착한 심성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