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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족(聖家族)...김진경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11-24 20:54 게재일 2011-1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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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밭둑

다 덮이지 않은 마른 덤불

지금 막 깨어나고 싶은지

포르륵포르륵

작은 새

날아다닌다

그 서슬에 놀랐는지

토끼며 고라니며 노루 발자국

홀로 깨어

눈 덮인 산길을 오르고

숲길의 끝

오래 쉬고 있는 밭을 가로지른다

오, 인간이여

너는 이제 오랜 부재(不在)와

휴식으로서만 여기에 이를 수 있구나

저기 오랜 어머니처럼

자작나무 한 그루

쌓인 눈에 가지를 늘어뜨린 채

서 있다

마른 덤불 위의 작은 새, 눈 덮인 산길의 짐승 발자국에서 신성하고 깨끗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인위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움이고 초월의 세계고 본질의 세계다. 인간계와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다른 생의 방식으로 인간세계를 채워준 것이다. 그들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세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그들과 공존해 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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