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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철강을 다시 세우는 것이 포항을 다시 세우는 길입니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영일만의 바닷바람과 제철소의 열기가 만나 ‘영일만 기적’을 만들었고, 그 기적은 곧 포항 시민의 일자리와 삶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지금 포항의 심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의 저가 공세, 탄소중립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철강 산업은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철강의 위기는 특정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포항의 위기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 기반의 위기다. 포항이 재도약하려면 답은 분명하다. 철강 산업 재건이 제2의 영일만 기적의 시작이다. 철강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협력업체의 생존이고, 하도급 노동자의 생계이며, 골목상권의 매출이고, 도시 전체의 체온이다. 제철소 가동이 주저앉으면 지역 중소기업과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철강을 살리는 일은 ‘특정 산업 지원’이 아니라 ‘도시 생존 전략’이다. 첫째, 철강 산업 고도화는 더 늦출 수 없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고부가와 친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수강 분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비중은 12% 수준이지만, 일본은 17%, 독일은 38%에 달한다. 경쟁력 격차를 줄이려면 고부가 특수강 핵심 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전기강판 등 경쟁력 유지 품목에 대한 선제 투자도 필요하다. 수출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도록 금리 우대, 보증 한도 확대 등 금융지원 역시 확대되어야 한다. 철강을 버티는 산업에서 다시 뛰는 산업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철강 재건의 가장 시급한 해법은 산업용 전기요금 개혁이다. 철강은 전기 집약형 산업이다. 전기요금이 곧 원가이며, 원가가 곧 경쟁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구조에서 수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문제를 외면한 채 철강 재건을 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가 된다.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규모 발전소 건설, 해상 풍력 발전단지 조기 완공, ‘K-스틸법’에 근거 한 우대요금제와 고정요금제 도입을 병행해야 한다. 전기요금 결정권의 지방정부 이양, 지역 차등 요금의 즉시 실행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값싼 에너지가 있는 곳에 기업이 모인다. 에너지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지방의 내일도 없다. 셋째, 포항은 철강 생산도시를 넘어 철강 수요 모델 창출 도시로 확장해야 한다. 만들기만 하는 도시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공공사업에 강재 사용 기준을 명시하고, 기술개발 제품이 실제 납품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테스트베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공주택 강구조 모듈러 시범단지를 만들고, 모듈러 건축 기업을 유치·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도 있다. 공원과 버스 쉼터 등 공공시설에도 저탄소·고내식 강재 적용 모델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철강 소재 기반의 2차 경공업 유치로 산업 사슬을 포항 안에서 완성하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과 행정의 협업을 총괄하는 시장 직속 ‘철강 산업 지원 전담 부서’ 설치와 같은 실행 체계가 꼭 필요하다. 포항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도시에 머물 것인지, 다음 성장을 준비하는 도시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철강을 다시 세우는 것이 포항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포항이 다시 뛰어야 대한민국이 다시 뛴다. 제2의 영일만 기적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에서 시작된다. /박용선 경북도의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2-09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지금 포항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철강산업의 침체로 산업 현장이 흔들리고 있고, 그 여파는 도심 상권과 시민의 삶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상가 700여 개 점포 가운데 약 30%가 비어 있는 현실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도시 전체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일부 공장은 문을 닫거나 가동 규모를 축소했고,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역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수록 경계해야 할 말이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오래된 경고다. 위기일수록 준비되지 않은 판단과 경험 없는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2017년 포항 지진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포항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뒤흔든 대형 위기였다. 수많은 시민이 주거와 생계의 불안을 겪었고, 많은 피해 시민들은 오랜 시간 정신적 고통 속에서 일상을 견뎌야 했다. 초기에는 일반 재난 기준에 따라 소파 약 5만 세대에 세대당 평균 100~200만 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에도 말만 앞서는 해법과 즉흥적 대응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전환점은 지진특별법이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약 11만 세대에 총 4900여억 원 규모의 보상과 지원이 이뤄졌다. 이는 지진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제도적 선언이었다. 종교시설을 포함한 다수의 공공·생활 시설이 추가 지원을 받았고, 보건소 신축과 체육·수영장·도서관 등 생활 인프라 확충, 각종 안전·편의 시설 개선 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포항이 ‘지진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구호가 아니라 경험과 책임에 기반한 판단, 다시 말해 선무당식 대응을 배제한 결과였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 문제는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피해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책임 있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시민과 정치, 행정이 다시 한 번 단합하는 일이다. 위기는 선언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끝까지 관리할 수 없는 말과 약속은 또 다른 ‘선무당’을 낳을 뿐이다. 지금 포항이 마주한 철강 위기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철강 위기는 곧 기업의 위기이며, 기업의 위기는 노동 현장과 지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상 위에서 만든 이론보다 기업과 산업 현장의 경험,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결국 기업이 살아야 포항이 산다는 말은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판단이다. 위기 앞에서 선무당식 처방은 가장 위험하다. 포항은 지진이라는 한 차례 대형 위기를 시민의 힘과 제도적 대응으로 관리해 본 도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라, 검증된 경험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철강 위기와 지진 극복의 교훈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아진다. 선무당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원식 전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2-03

2026년을 ‘리셋 포항’의 원년으로 삼자

지난해부터 지역의 성장한계를 절감하며 ‘리셋 포항’(Reset Pohang)을 꾸준하게 주장해 왔다. ‘리셋 포항’은 산업 구조의 편중, 청년 유출과 인구 감소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한 포항의 도시 구조·산업·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자는 것이다. ‘리셋 포항’은 과거의 성과를 부정한다는 정책이 아니라 포항이 가진 소중한 자산들을 재설계·재배치·재조합해 지속 가능한 미래 100년을 열어나가는 성장 전략이며, 선택이 아니라 포항의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추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왜 ‘리셋 포항’인가. 이유는 이렇다. 먼저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다. 포항은 지금까지 포스코라는 강력한 엔진에 의존해 오면서 산업 다각화는 미미했고, 신산업 유입·육성도 제한적이었다. 이는 지금의 산업 구조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다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다. 청년층은 수도권과 대도시 등으로 떠나고, 고령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활력을 저하하고, 소비·문화·교육 등에도 동반 약화를 촉진한다. 이는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점점 ‘조용한 도시’로 전락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리고 도시 이미지의 고착을 들 수 있다. 포항은 여전히 산업 도시 이미지에다 일자리가 있어도 살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인식이 많은 편이다. 이는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도, 기업도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진과 홍수 등을 경험하면서 ‘안전한 도시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이는 도시 설계와 생활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리셋 포항’은 지금이 바로 적기가 아닐 수 없다. 포항은 지금, 이대로 계속 정체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변화와 성장의 길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있다. 한 도시가 쇠퇴를 시작하면 이를 되살리는데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이 든다. 포항은 회복 가능한 마지막 지점에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래서 2026년을 ‘리셋 포항’의 원년으로 삼자고 제안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산업 구조 리셋이 필요하다. 산업 구조를 철강 중심에서 에너지·바이오·신약·신소재 등 신산업으로 확장하고, 기존산업과 신산업 연결형 클러스터 조성도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도시 공간 리셋이다. 산업과 차량 중심 공간에서 생활·문화·보행 중심 공간, 노후화된 산업·항만·도심 공간의 단계적 재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다. 이제는 청년을 정책 ‘대상’이 아닌 기획·운영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하고, 더불어 도시 이미지 리셋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도시를 리셋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 직속의 전담 조직은 물론 전 부서가 참여하는 통합 기획 기능 구축도 요구될 것이다. 이에 더해 시민 참여형 포항 리셋 프로그램 운영 등 행정 주도에서 시민 협력형 정책 구조 전환도 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리셋 포항’은 △지속 가능한 산업·환경 구조 확보 △청년 유입 및 정착 기반 마련 △도시 활력 및 지역 경제 회복 △지역의 중장기 도시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미래 성장 전략이 아닐 수 없다. 2026년이 리셋 포항의 원년이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2-01

'내 일’이 있는 포항, ‘내일’이 있는 포항으로

포항은 지금 도시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은 흔들리고, 청년은 떠나고, 원도심은 비어간다. 골목의 불이 하나둘 꺼질 때, 시민은 본능적으로 안다. “이 도시가 지금 방향을 잃고 있구나”. 포항은 분명 위대한 산업도시였지만, 그 위대함이 시민의 삶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 포항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내 일’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내일’은 무엇으로 만드는가?. 지금 포항의 문제는 단순한 불황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철강은 여전히 포항의 중심이지만, 세계 시장은 관세와 공급과잉, 탄소 규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산업을 지탱하는 비용 구조는 악화하고, 협력업체와 하도급 노동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충격이 먼저 전달된다. 한편, 청년들은 “포항에서 커리어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 교육, 의료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야 하는데, 이 연결이 약하다. 이대로는 산업도, 도시도, 삶도 함께 지치게 된다. 그래서 포항의 해법은 분명하다. 산업을 살리되, 시민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살려야 한다. 기업만 성장하는 포항이 아니라, 시민의 월급과 가게의 매출, 아이들의 미래와 부모의 안심으로 이어지는 포항이어야 한다. ‘내 일’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그 첫 단추는 산업의 재설계다. 철강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철강을 지키면서, 수소와 이차전지, AI, 신소재, 바이오, 해양에너지 같은 신산업을 철강과 연결해 포항형 산업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할 만한 조건은 결국 원가와 전력, 물류, 인력, 규제의 문제다. 포항은 이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한다. 산업이 숨을 쉬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야 인구가 붙는다. ‘내일’은 산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이 견딜 만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가고, 늦은 밤에도 불안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이 즐길 문화와 도전할 공간이 있어야 하고, 어르신이 존중받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포항의 원도심은 개발이 아니라 사람이 돌아오는 재생으로 되살려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의 혈관이 다시 뛴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생활 속 작은 불편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포항은 지금 ‘다시 설’ 시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시는 결국 실행력에서 갈린다. 말로 위로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언제,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포항은 바뀔 수 있다. 산업의 힘과 바다의 가능성, 사람의 성실함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산업과 생활을 하나로 묶어내는 시정의 방향이다. “‘내 일’ 있는 포항, ‘내일’이 있는 포항”. 이 말은 구호가 아니라 포항이 다시 살아나는 조건이다. 일자리 만들고, 삶의 질 높이고, 도시의 연결을 복원하는 일. 포항의 내일을 시민과 함께 다시 세우겠다. /박용선 경북도의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1-27

혼탁해지는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은가?

작은 불씨가 결국 큰 산을 태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왜곡과 오염이 방치될 경우,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키워 공동체 전체에 큰 피해를 남긴다. 이 비유는 지금의 지방선거 국면을 돌아보게 한다. 확인되지 않은 말 한마디, 검증되지 않은 주장 하나가 작은 불씨가 되어 여론을 달구고, 그 열기가 선거 전체를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사회 전반에서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거워지고 있다. 정책과 비전, 지역의 미래를 놓고 경쟁해야 할 지방선거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자극적인 말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 감정적인 공방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시민의 선택을 통해 지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혼란과 피로감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또한 점차 흔들리고 있다. ◇작은 불씨가 큰 산을 태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시중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주장들이 떠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 확인이나 절차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빠르게 확산한다는 점이다.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정사실처럼 유포하는 때도 적지 않다. 이러한 말과 정보는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를 먼저 규정하고, 시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선거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즈음에는 이미 선거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시간의 공백 속에서 왜곡된 정보와 자극적인 주장은 여과 없이 퍼지고, 이미 달아오른 여론은 뒤늦은 해명만으로는 쉽게 식지 않는다. 오염된 작은 불씨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수록, 그 불은 점점 커져 선거판 전체를 태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보 전달 방식 또한 중요하다. 민주주의 선거는 사실 위에서 작동해야 하며, 확인되지 않은 말과 정보가 앞서는 순간 선거의 공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 왜곡된 여론조사는 선거를 혼탁하게 만든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그 취지와 다르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논란의 여지가 큰 내용을 질문에 포함해 응답자의 판단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가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민심을 흔드는 장치로 작동한다면, 이는 선거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 지방선거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한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산업과 일자리, 도시의 성장 방향, 복지와 안전, 교육과 환경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선거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 공방으로 흐른다면, 정작 논의되어야 할 지역 현안과 미래 과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선거는 상대를 공격하는 과정이 아니라 시민 앞에서 평가받는 민주적 절차다. 후보자들은 소문이나 논쟁이 아니라 자신이 준비한 정책과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선거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지방선거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원식 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2026-01-25

포항, 글로벌 AI 심장으로 새로운 100년을 열다

지난 1월 19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광명일반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현장을 방문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총사업비 2조 원 규모로 3월 착공해 2027년 상반기 운영을 목표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포항의 미래 100년을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이다. 반세기 동안 ‘철강보국’의 기치 아래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포항이 이제 AI와 첨단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 청년 유출, 원도심 공동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포항은 지금이야말로 항로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오픈AI와 삼성그룹, NeoAI Cloud가 포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포항은 AI 데이터센터 건립의 ‘최적 3박자’를 모두 갖춘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포스텍과 한동대를 중심으로 한 우수한 이공계 인재, 3·4세대 방사광가속기, 극저온 전자현미경, 로봇융합연구원 등 타 도시가 흉내 낼 수 없는 첨단 연구개발 기반이 있다. 경북도의 전력 자립률은 262%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울진 원전과 연계된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망은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요건을 완벽히 충족한다. 철강·이차전지·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고급 데이터는 AI 연구개발의 핵심 연료가 되어 신소재와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포항의 재도약을 위해 두 개의 명확한 성장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수소트램 구축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다. TX포항역에서 구도심을 거쳐 철강산단까지 연결되는 친환경 수소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침체한 구도심에 사람의 흐름을 되살리고, 죽도시장과 중앙상가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 핵심 인프라다. 기존 도로와 철도 부지를 활용한 지상형 트램으로 사업비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하며, 구도심에는 트램 순환역과 도심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해병대회관 유치다. 포항은 6·25전쟁 당시 학도병의 희생으로 지켜낸 도시이며, 해병대의 역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해병대회관을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 국방관광과 지역 정체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이 두 축은 단절된 공간과 기능을 다시 연결해 포항에 지속 가능한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전략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오천 해병대 사격장과 전차대대 부지를 활용한 로봇·방위산업특구 조성도 추진해야 한다. 이곳을 무인·로봇 전투체계와 AI 기반 국방 플랫폼의 실증 거점으로 육성하고, 광명산단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첨단 국방융합 산업단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 중입자 치료센터를 설립해 암 치료를 위해 서울로 떠나던 시민들이 포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방사광가속기 기술과 포스텍 의과학대학 설립을 연계해 포항을 바이오·의과학 혁신 도시로 도약시켜야 한다. 울산권 제조기업 유치, 철강산업의 친환경·고부가가치화, 해오름 동맹을 통한 초광역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면 청년이 돌아오며, 청년이 머물면 도시는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특히 포항시 조직에 경제·산업·투자유치를 총괄하는 ‘경제부시장’을 신설하고, 기업투자국과 혁신산업국으로 분리해 투자유치 전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안승대 전 울산시 행정부시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1-20

위기의 포항, 경륜의 리더십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판단과 미숙한 처방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경고다. 위기일수록 실험적 접근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지금 포항이 처한 현실이 바로 그렇다. 위기의 국면에서 필요한 것은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라 검증된 해법이며, 경험 없는 처방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축적된 경륜이다. 지금 포항이 맞닥뜨린 위기의 중심에는 철강산업이 있다. 철강산업은 포항 경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기반이다. 철강산업의 침체는 단순한 업종 부진을 넘어 협력업체와 자영업, 고용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포항의 상당수 기업이 경영 압박에 직면했고, 이는 소비 위축과 지역경제 전반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도시 기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다. ◇기업의 위기는 기업을 알아야 극복할 수 있다 이 여파는 도심 상권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중앙상가를 비롯한 구도심 상권의 공실률은 30%를 넘고 있다. 공장 가동률 저하와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경영난,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포항의 경기는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다. 기업의 위기는 기업을 알아야 극복할 수 있다. 현장의 사정을 모른 채 탁상공론에 머문 정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긴급 경제 전략, 선택과 집중이 해법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필자는 얼마 전 ‘3·3·3 긴급 경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긴급 투자를 통해 산업과 기업의 숨통을 틔우고, 중기적으로는 산업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며,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철강산업 정상화다. 수소환원제철을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자 포항의 생존 전략이다. 이를 위해 부지 조성과 기반 구축, 수소환원제철 실증 사업과 에너지 전환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 ◇실험이 아닌 검증, 경륜 있는 리더십이 위기를 넘는다 산업 회복과 함께 도시 구조의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 블루밸리 국가산단과 영일만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워터랜드 구상과 영일만 백리길 순환 힐링 로드를 통해 바다와 도시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질 때 중앙상가와 죽도시장 같은 구도심 상권도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지금 포항의 위기는 개별 정책이나 단편적 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다. 기업이 살아야 포항이 산다. 선무당식 실험이 아니라 기업을 알고 기업과 함께 숨 쉬어 본 경험, 타고난 추진력과 검증된 전략을 갖춘 지도자의 경륜만이 위기의 포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공원식 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1-19

포항 교육, 서울 못지 않은 ‘기회’의 토대를 세워야 한다

포항은 지금 교육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시행 1년 만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커졌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교육격차는 더 벌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33.5%가 자퇴를 실제로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 번의 성적 부진이 곧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의 결과다.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몰고 있다. 학부모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학생의 71%, 학부모의 90%가 고교학점제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응답했다. 진로와 과목 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 앞에서, 공교육은 충분한 정보와 안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사교육 컨설팅이 빠르게 채우고 있단 점이다. 지역의 한 고교에선 고교학점제 대비 컨설팅을 대치동 사설학원에 맡기고 총 1억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내신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받기 위해 대규모 학교로 진학해야 한단 말도 사교육 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왔고, 실제 고교학점제 1년의 시행 결과 대도시와 대규모 학교가 내신 혜택을 받아 지역 격차가 더 두드러진단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과 비서울 간 입시 정보 격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교육의 문제가 주거와 경제력의 문제로 더 심화하는 것이다. 이 정보 격차는 곧 기회 격차로 이어진다. 포항에 교육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포항은 자사고와 과학고 등 비교적 교육 선택지가 많고 교육열도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렇기에 공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고교학점제로 인한 혼란과 지금의 교육격차를 방치하면, 더 많은 정보와 여유를 가진 가정의 자녀만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공교육 안에서도 진로와 과목 선택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 받고, 정보의 속도와 질에서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포항형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온라인 포털로 운영되는 경북교육청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로는 부족하다. 포항 지역 맞춤으로 학생들 누구나 우수한 강의와 진학 지도,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질 높은 오프라인 컨설팅 공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진학관계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시가 적극적으로 입시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폐교된 용흥중학교 건물이 비어있으니 공간은 충분하다. 지원과 의지의 문제만 남아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필자는 현장과 제도, 두 곳에서 모두 고민해 왔다. 과거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실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며, 수많은 교육 정책이 어떤 의도로 설계되고, 또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제도 하나가 학생과 학부모의 삶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도 직접 확인해 왔다. 그래서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말은 필자에게 ‘구호’가 아니다. 공정한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몸으로’ 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새로운 제도로 인한 혼란과 이미 구조화된 교육격차란 오랜 문제는, 이상적인 말로 해소할 수 없다. 서열을 없애겠단 말보다, 서울 못지않게 인프라를 제공하겠단 말이 더 현실적이다. 포항의 도약은 교육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먼저 선택되는 도시, 가정의 배경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포항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생각하면, 가능한 이야기이고 해야만 하는 꼭 필요한 일이다. /박대기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직무대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1-18

정권은 5년, 기업은 100년

길어야 5년, 더 짧을 때도 있는 정권이 또 바뀌었다. 어김없이 주주총회 시즌도 다가온다. 이 시기가 되면 포항의 산업 현장은 늘 긴장하며 몸살을 앓는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가.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현 주소다. 문제는 늘 같다. 왜 매번 기업의 시간표가 정치의 시간표에 맞춰 흔들려야 하는가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기업은 그렇게 살 수 없다. 기업은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움직여야 한다. 현장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현실은 다르다. 특히 이 시기에는 ‘발자국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기업은 설비 교체와 신규 발주를 미룬다. 공사는 줄고, 현장은 멈춘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포항의 플랜트 건설 현장이 이를 보여준다. 플랜트건설노조원이 많을 땐 3000여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현재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은 200여 명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이름만 노동자일 뿐, 기약 없는 ‘대기자’ 신세다. ‘노(勞)’는 분명히 있는데 ‘사(使)’가 없다. 그러니 아우성칠 곳도 없다. 그래서 조용할 뿐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청년은 떠난다. 청년이 떠나면 도시는 늙는다. 상권은 비고, 불은 일찍 꺼진다. 포항이 겪고 있는 이 황폐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의 불확실성이 이 흐름을 가속해 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기업이다. 그러나 단순한 사기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포항종합제철소가 건립될 당시, 포항은 명사십리와 주택을 포함한 문전옥답을 내놓았고, 국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그렇게 세워진 기업이 포스코다. 법적 주인은 상법상 민간에 있지만 정서적 지분은 포항과 국가가 반반씩 나눠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포항 시민은 단순한 지역 주민이 아니다. 포스코를 함께 키워온 시민이자 ‘주식 없는 주주’, 정서적 주주다. 주주는 기업이 흔들릴 때 지켜야 한다. 단기 정치 논리에 휘둘릴 때 제동을 걸 책임이 있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를 존중하자는 주장은 특정 인물을 옹호하자는 말이 아니다. 기업의 지속성과 지역의 생존을 지키자는 요구다. 회장은 정치가 아니라 법과 이사회, 그리고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 맥락에서 포스코 본사의 포항 도심 이전 문제도 차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혜도, 이전 경쟁도 아니다. 역사에 대한 책임을 공간으로 재정립하는 문제다. 현재 제철소 안에 있는 본사는 생산 중심의 상징에 머물러 있다. 솔직히 시민들조차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반면 도심 한가운데 번듯한 포스코 본사가 들어선다면 도시의 품격은 물론 죽은 도심 살리기에 특효약이 될 수 있다. 또, ‘K-스틸법’ 통과로 국가재정지원을 받으려면 결정권과 책임이 현장과 떨어질 수 없는 ESG경영이 조건이 되며 포스코홀딩스의 일부 기능이 포항에 있어야 하는 이유도 그 하나다. 그곳이 포스코의 전략과 미래, 글로벌 경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생산은 현장에서, 전략은 도심에서. 이 분업 구조는 포스코가 다음 50년으로 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다. 무엇보다 도심 이전은 포스코가 ‘서울로 떠나는 기업’이 아니라 ‘포항과 함께 남는 기업’임을 선언하는 행위다. 정치의 중심이 아닌, 태어난 도시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포항 시민의 정서적 지분에 대한 존중이며 시민 주주와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메시지다. 정권은 5년이다. 그러나 기업은 50년, 100년을 가야 한다. 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가 흔들리고, 일자리가 흔들리면 도시는 무너진다. 이제는 정치의 시간과 산업의 시간을 분리해야 한다. 포항 시민이 주주로서 포스코를 지키고, 포스코가 도심 본사에서 다음 세대를 준비할 때 비로소 우리 포항은 다시 숨을 쉴 수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1-12

‘철의 도시’ 포항, ‘글로벌 AI 심장’으로 도약해야

“포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국제적 AI 기업과 삼성그룹, NeoAI Cloud(옛 텐서웨이브코리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가 얼마 후 포항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50만 시민과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 이는 포항이 ‘철강보국’의 영광을 넘어, ‘AI 혁신 허브’로 웅비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최종 부지가 발표되고 연내 착공이 예정된 이 사업은 1단계 투입 예산만 약 2조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포항 경제의 향후 50년, 100년의 방향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특히, 포항이 가진 잠재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한민국 동남권의 심장, 포항을 왜 선택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포항은 AI 데이터센터 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적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유일한 도시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와 인재다.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한 우수한 이공계 인재 풀, 방사광가속기와 로봇융합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의 첨단 R&D 기반은 타 도시가 흉내 낼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며, AI 연구개발의 산실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울진 원전과 연계된 동해안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망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필수 요건인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전력 이중화를 제공해 포항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셋째, 살아있는 산업 데이터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포항 제철 산업의 방대한 데이터는 AI와 결합해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혁신을 이끌 것이다. 여기에다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 포항이 주도하는 미래 신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고급 데이터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연구개발에 핵심 연료가 돼 신소재와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포항시는 정부 및 삼성, 글로벌 AI 기업 등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전담 T/F팀’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행정은 기업의 속도에 맞춰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포항은 이제 ‘철의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유산을 딛고, 데이터와 AI가 흐르는 ‘디지털 혁신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는 그 구심점이 돼 지역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AI 연산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손쉽게 확보하고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산업·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전주기 AI 혁신 생태계와 국가 혁신을 선도하는 ‘AI 고속도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우리 포항이 가야 할 길이 됐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포항의 위대한 도약을 위해 나 또한 힘을 보탤 것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2-02

K-스틸법 시대, 포항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특히 철강의 도시 포항에 이 법은 단순한 산업지원 법안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과거 포항이 제철 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녹색철강’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가장 먼저 올라타야 할 때다. 그렇다면 포항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녹색철강특구 선점 전략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K-스틸법은 지역 단위로 특구를 지정해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설비, 탄소저감 인프라를 국가가 집중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경쟁에서 포항이 앞서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협력한 ‘포항형 녹색철강 마스터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 기반 제철공정 실증부지, 산업단지 재편 방향, 영일만항 연계 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중앙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준비된 도시만이 특구 지정이라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둘째,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수소 없이는 녹색철강이 존재할 수 없다. 영일만항을 수소·암모니아 도입항으로 육성하고, 산단과 항만을 연결하는 수소 배관망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체계를 저탄소 기반으로 재편하는 작업 역시 시급하다. 누가 먼저 인프라를 갖추느냐가 녹색철강 경쟁의 승패를 가른다. 셋째, 중소 협력업체를 위한 산단 고도화와 공정 전환 지원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포항의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보다 수많은 협력업체가 떠받들고 있다. 이들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도록 ‘설비 전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영일만·블루밸리 산단의 구조 고도화를 정부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포항 제조업이 산다. 넷째,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체계 구축이 장기 성장의 핵심이다. 포항공대·RIST·한동대를 중심으로 ‘그린스틸 전문학과’를 신설하고, 산학 장학생 제도와 현장 실습 기반의 전문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녹색철강, 수소, 에너지 분야 인력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인재를 확보한 도시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다섯째, 영일만항 기능 강화는 포항 경제의 전략적 과제다. 수소·철광석·슬래그 등 새로운 물동량이 급증할 만큼 전용부두 확보와 철도 연계는 필수다. 영일만항이 물류 허브로 자리 잡아야 K-스틸 시대 포항이 국가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환 과정에서 지역 환경·안전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공정 변화 초기에는 주민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시는 환경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시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K-스틸법은 포항에 위기가 아닌 기회이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한 도시’에 주어진다. 지금 포항이 전략과 실행계획을 갖추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한다면, 우리는 전통 철강 도시를 넘어 친환경 미래산업 도시 포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1-25

포항 지진 8년, 인재(人災) 규명의 명암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촉발지진은 8년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49만여 명이 참여한 정신피해 소송은 일부가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진 직후 정부는 포항지진을 ‘자연재해’로 발표했지만, 그 판단이 그대로 굳어졌다면 포항은 회복의 길을 잃고 침몰하는 도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때 지열발전소 연관성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포항지진이 인공지진임을 규명한 이는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김광희 교수였다. 지역에서도 임종백·김홍제 씨 등이 지열발전소 영향으로 유발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인재 규명을 위해 앞장섰다. 그러나 진실 규명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정부조사단이 2019년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발표했음에도 일부 기관·학자들은 동일본 대지진 영향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50여 개 단체가 참여한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결성되었고, 나는 공동위원장으로서 5년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웠다. 이 과정에서 포항 시민들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정치권과 행정의 적극적인 결단도 큰 힘이 되었다. 우리 지역 김정재 국회의원의 특별법 대표 발의, 이강덕 시장의 관련 부서 신설과 전문가 채용 등 시기 적절한 참여가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하였다. 범대위 활동은 정부 보상 비율을 70%에서 100%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주택 피해 5만여 건과 10만여 가구가 피해구제지원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 공장·종교시설 등 기존 제도로 보상받지 못하던 시설도 구제 범위에 포함되었으며 지급 한도 규정 역시 철폐되었다. 그 결과 10만여 건 약 4900여억 원 규모의 피해 구제가 정부로부터 이뤄졌다. 만약 포항지진이 인재로 규명되지 않았다면 철강산업 구조 위기까지 겹쳐 포항은 회복 불능의 상황에 빠졌을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일체가 되어 강력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시민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포항은 철강 구조 변화, 인구 감소, 도심 공동화 등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포항은 위기 때마다 시민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온 강한 도시라는 점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 앞으로의 해법은 명확하다. 기업이 살아야 포항이 산다는 각오로 철강산업의 고도화와 성장동력을 다원화하여야 한다. 첫째, 철강산업을 수소환원제철·SMR·AI 공정과 결합한 미래형 생태계로 재편해야 한다. 둘째, 이차전지·AI·바이오 산업으로 성장축을 확장하고, 셋째, 북방교역의 시대 대비와 청년이 떠나지 않는 정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일자리·주거·교통·문화를 통합한 기반이 갖춰져야 도시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무엇보다, 포항지진 인재 규명은 포항을 살린 첫 결실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정신피해 문제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져야 한다. 지역이 하나로 힘을 모을 때, 포항은 반드시 다시 도약할 것이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전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2025-11-24

경주 APEC 이후, 포항이 나아갈 길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경주 APEC 의장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경주가 부럽다. ‘회의는 경주에서 축제는 포항에서’ 준비 못 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20년 전,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적 도시로 새롭게 도약했다. 그 행사를 통해 부산은 ‘국제 해양도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관광·물류·컨벤션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이번 경주 APEC 또한 천년고도 경주를 세계 속의 도시로 우뚝 세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APEC 이후,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전통문화의 상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며, 경주의 숙박과 교통, 문화시설은 물론 인근 지역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포항의 역할과 기회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경주 중심의 준비 분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때가 아니다. 경주 APEC 이후 몰려올 관광객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포항의 독자적 자원을 결합해 ‘경주-포항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포항은 경주가 갖지 못한 해양과 첨단산업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푸른 동해와 영일만, 호미곶, 그리고 포스코와 포스텍, 연구단지가 상징하는 첨단과학의 도시라는 이미지까지 - 이 두 축을 잘 엮어내면, 포항은 ‘해양문화와 첨단과학이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주의 문화유산 관광객이 포항의 해양레저 체험이나 첨단과학투어, 블루이코노미 산업관광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KTX, 동해선,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이미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두 도시 간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 이제 포항은 ‘APEC이 경주에서 열리니까 우리 일은 아니다’가 아니라, ‘APEC은 경주에서 열리지만, 그 혜택은 포항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 안내, 숙박 연계, 해양 축제, 식도락 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기에 준비해야 한다. 부산이 APEC 이후 국제회의 도시로 성장했듯이, 경주와 포항이 함께 손잡는다면 ‘문화와 산업,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동해안의 쌍두마차’’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의 문화가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포항의 바다가 그들을 맞이하는 그림, 그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비전이다. 경주 APEC은 경주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동해안 시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포항이 세계 속의 도시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포항이 스스로의 강점을 살려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