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항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철강산업의 침체로 산업 현장이 흔들리고 있고, 그 여파는 도심 상권과 시민의 삶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상가 700여 개 점포 가운데 약 30%가 비어 있는 현실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도시 전체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일부 공장은 문을 닫거나 가동 규모를 축소했고,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역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수록 경계해야 할 말이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오래된 경고다. 위기일수록 준비되지 않은 판단과 경험 없는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2017년 포항 지진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포항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뒤흔든 대형 위기였다. 수많은 시민이 주거와 생계의 불안을 겪었고, 많은 피해 시민들은 오랜 시간 정신적 고통 속에서 일상을 견뎌야 했다.
초기에는 일반 재난 기준에 따라 소파 약 5만 세대에 세대당 평균 100~200만 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에도 말만 앞서는 해법과 즉흥적 대응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전환점은 지진특별법이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약 11만 세대에 총 4900여억 원 규모의 보상과 지원이 이뤄졌다. 이는 지진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제도적 선언이었다.
종교시설을 포함한 다수의 공공·생활 시설이 추가 지원을 받았고, 보건소 신축과 체육·수영장·도서관 등 생활 인프라 확충, 각종 안전·편의 시설 개선 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포항이 ‘지진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구호가 아니라 경험과 책임에 기반한 판단, 다시 말해 선무당식 대응을 배제한 결과였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 문제는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피해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책임 있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시민과 정치, 행정이 다시 한 번 단합하는 일이다. 위기는 선언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끝까지 관리할 수 없는 말과 약속은 또 다른 ‘선무당’을 낳을 뿐이다.
지금 포항이 마주한 철강 위기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철강 위기는 곧 기업의 위기이며, 기업의 위기는 노동 현장과 지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상 위에서 만든 이론보다 기업과 산업 현장의 경험,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결국 기업이 살아야 포항이 산다는 말은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판단이다.
위기 앞에서 선무당식 처방은 가장 위험하다.
포항은 지진이라는 한 차례 대형 위기를 시민의 힘과 제도적 대응으로 관리해 본 도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라, 검증된 경험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철강 위기와 지진 극복의 교훈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아진다. 선무당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원식 전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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