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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을 다시 세우는 것이 포항을 다시 세우는 길입니다

등록일 2026-02-09 16:02 게재일 2026-02-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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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 경북도의원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영일만의 바닷바람과 제철소의 열기가 만나 ‘영일만 기적’을 만들었고, 그 기적은 곧 포항 시민의 일자리와 삶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지금 포항의 심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의 저가 공세, 탄소중립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철강 산업은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철강의 위기는 특정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포항의 위기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 기반의 위기다.

포항이 재도약하려면 답은 분명하다. 철강 산업 재건이 제2의 영일만 기적의 시작이다. 철강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협력업체의 생존이고, 하도급 노동자의 생계이며, 골목상권의 매출이고, 도시 전체의 체온이다. 제철소 가동이 주저앉으면 지역 중소기업과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철강을 살리는 일은 ‘특정 산업 지원’이 아니라 ‘도시 생존 전략’이다. 

첫째, 철강 산업 고도화는 더 늦출 수 없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고부가와 친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수강 분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비중은 12% 수준이지만, 일본은 17%, 독일은 38%에 달한다. 경쟁력 격차를 줄이려면 고부가 특수강 핵심 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전기강판 등 경쟁력 유지 품목에 대한 선제 투자도 필요하다. 수출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도록 금리 우대, 보증 한도 확대 등 금융지원 역시 확대되어야 한다. 철강을 버티는 산업에서 다시 뛰는 산업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철강 재건의 가장 시급한 해법은 산업용 전기요금 개혁이다. 철강은 전기 집약형 산업이다. 전기요금이 곧 원가이며, 원가가 곧 경쟁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구조에서 수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문제를 외면한 채 철강 재건을 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가 된다.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규모 발전소 건설, 해상 풍력 발전단지 조기 완공, ‘K-스틸법’에 근거 한 우대요금제와 고정요금제 도입을 병행해야 한다. 전기요금 결정권의 지방정부 이양, 지역 차등 요금의 즉시 실행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값싼 에너지가 있는 곳에 기업이 모인다. 에너지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지방의 내일도 없다.

셋째, 포항은 철강 생산도시를 넘어 철강 수요 모델 창출 도시로 확장해야 한다. 만들기만 하는 도시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공공사업에 강재 사용 기준을 명시하고, 기술개발 제품이 실제 납품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테스트베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공주택 강구조 모듈러 시범단지를 만들고, 모듈러 건축 기업을 유치·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도 있다. 공원과 버스 쉼터 등 공공시설에도 저탄소·고내식 강재 적용 모델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철강 소재 기반의 2차 경공업 유치로 산업 사슬을 포항 안에서 완성하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과 행정의 협업을 총괄하는 시장 직속 ‘철강 산업 지원 전담 부서’ 설치와 같은 실행 체계가 꼭 필요하다. 

포항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도시에 머물 것인지, 다음 성장을 준비하는 도시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철강을 다시 세우는 것이 포항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포항이 다시 뛰어야 대한민국이 다시 뛴다. 제2의 영일만 기적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에서 시작된다. 

/박용선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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