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특히 철강의 도시 포항에 이 법은 단순한 산업지원 법안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과거 포항이 제철 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녹색철강’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가장 먼저 올라타야 할 때다. 그렇다면 포항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녹색철강특구 선점 전략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K-스틸법은 지역 단위로 특구를 지정해 수소환원제철, 저탄소 설비, 탄소저감 인프라를 국가가 집중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경쟁에서 포항이 앞서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협력한 ‘포항형 녹색철강 마스터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 기반 제철공정 실증부지, 산업단지 재편 방향, 영일만항 연계 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중앙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준비된 도시만이 특구 지정이라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둘째, 수소·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수소 없이는 녹색철강이 존재할 수 없다. 영일만항을 수소·암모니아 도입항으로 육성하고, 산단과 항만을 연결하는 수소 배관망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체계를 저탄소 기반으로 재편하는 작업 역시 시급하다. 누가 먼저 인프라를 갖추느냐가 녹색철강 경쟁의 승패를 가른다.
셋째, 중소 협력업체를 위한 산단 고도화와 공정 전환 지원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포항의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보다 수많은 협력업체가 떠받들고 있다. 이들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도록 ‘설비 전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영일만·블루밸리 산단의 구조 고도화를 정부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포항 제조업이 산다.
넷째,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체계 구축이 장기 성장의 핵심이다. 포항공대·RIST·한동대를 중심으로 ‘그린스틸 전문학과’를 신설하고, 산학 장학생 제도와 현장 실습 기반의 전문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녹색철강, 수소, 에너지 분야 인력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인재를 확보한 도시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다섯째, 영일만항 기능 강화는 포항 경제의 전략적 과제다. 수소·철광석·슬래그 등 새로운 물동량이 급증할 만큼 전용부두 확보와 철도 연계는 필수다. 영일만항이 물류 허브로 자리 잡아야 K-스틸 시대 포항이 국가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환 과정에서 지역 환경·안전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공정 변화 초기에는 주민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시는 환경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시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K-스틸법은 포항에 위기가 아닌 기회이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한 도시’에 주어진다. 지금 포항이 전략과 실행계획을 갖추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한다면, 우리는 전통 철강 도시를 넘어 친환경 미래산업 도시 포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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