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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가 하면 괜찮은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내로남불이란 단어는 이제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내로남불의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취업되지 않는 학생들을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라며 “아세안(ASEAN) 국가는 ‘해피조선’이다”라고 밝혀 비난 여론에 휘말렸다.사실 김 위원장의‘해피조선’발언은 몇 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과 유사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중동 4개국 순방의 성과 등을 설명하면서 국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는 여기대로 하면서 청년들이 지금이라도 빨리 해외에서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한다라며 “대한민국 청년이 다 어니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라고 말했다.그 당시 그 발언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는 큰 홍역을 치루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고 상처난 곳을 아프게 한다고 당시 정부를 심하게 공격한 바 있다.그런데 똑같은 발언이 현 정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물론 김 보좌관이 즉각 사임하긴 했지만 그의 말이 현 정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더 당황스럽게 만든 발언은 그는 “지금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라”라고 발언했다. 꽤 충격적인 발언이다.할 일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국민의 책임인가? 그리고 험악한 댓글이 왜 달리는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또 갑자기‘예타’라는 단어가 언론을 강타하고 있다. ‘예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말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정부가 23개 지역 사업에 예타 면제를 한다고 한다. 총 24조원의 엄청난 규모이다.명분은 균형발전이다.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지역의 자립적인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한 국가의 전략적인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명분이다.동해선전철화, 울산외곽순환도로 등 동해안 발전을 위한 몇 개의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의 대형 프로젝트도 있다. 경북·포항지역엔 아마도 희소식일 수도 있다.문제는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 사업을 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당은 예타 면제를 받은 프로젝트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한 적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대표 시절 22조원을 낭비한 이유가 바로 예타면제였다고 예타면제를 공략한 적이 있다.예타 면제를 반기는 지역들을 위해서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이나 또는 예산 전체 관점에서는 예타면제는 결국 내로남불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지자체들이 신청한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려 정작 필요한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지 못할 위기에 있다면 이도 큰 문제 일 수 있기 때문에 예타 면제는 신중해야 한다.또한 SOC 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를 비판하며 경기부양책으로 SOC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던 현 정부는 결국 SOC 카드를 꺼내 들었다.결국 “내가 하면 괜찮다”는 모습이다.모든 정책에서 내불남불이 적용되면 어떨까? “남이 하면 안 되는 건 내가 해도 안 된다”는 공평한 정책을 펼날을 기다려 본다.

2019-01-31

포항과 목포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이끈 원폭투하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의 전통 노포(老鋪·오래된 가게)집 욧소 혼텐은 1866년에 창업했으니 약 150여 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감칠맛이 뛰어나며 질감이 부드러운 일식 요리로 유명하다. 나가사키 뿐만아니라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도쿄 신오하시도리의 거리 어묵 전문점 츠쿠곤은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츠쿠곤은 메이지 원년(1868년)에 창업한 집이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꼭 구입하고 맛봐야 할 것이 바로 츠쿠곤의 어묵과 카마보코다.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조선옥 등 세운상가 일대 노포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된 가게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존하겠다는 게 서울시 원칙이다.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쌍수를 들어 박수를 치고 싶은 선언이다. 이제 그 거리는 근대화 산물의 유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 목포와 포항, 한국 최서단과 최동단의 도시로서 영호남으로 상징되는 동서축의 핵심 도시이기도 하다.최근 서쪽의 최서단 도시 목포가 한창 화제가 되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거리) 부동산을 부적절하게 매입했다는 지적을 받은 한 국회의원은 탈당을 하면서 문화보존의 의미를 주장했다. 문제는 진정 문화재를 보존키 위한 매입이냐 부동산 투기 아니냐 하는 것이다. 진실의 싸움은 검찰로 넘어갔기에 그 진실을 우리가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그 진실의 진위보다 더 중요한건 목포가 국내 최초로 거리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이다. 그 거리는 일제가 지은 건물로 가득차 있지만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여 문화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 의지 자체가 부럽다.동쪽의 최동단 도시 포항은 어떤가? 일제식 건물이라고 오랜 역사의 포항시청 건물은 해체되고 거기에는 소위 현대식이라는 건물이 들어섰다. 포항의 역사와 포항시민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포항역도 사라졌다.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 그 자리는 지금 황량한 자동차 교차로로 변해 있다. 포항시청, 포항역사, 청룡회관, 포항문화원 등 역사적 건물들이 모두 철거 되었다.  철도길을 따라 여기 저기 서있는 골프연습장둘의 모습은 사라진 포항역사건물과 대비되어 다가온다. 시민들의 삶과 궤적을 함께해온 유서깊은 건물들이 지역사회와 충분한 상의없이 사라지는 모습은 목포시의 문화의 거리 지정과 서울시의 최근 역사건물 살리기와 대비를 이룬다.한국인에게 일본의 배울 점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대다수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일본에서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노포 음식점이나 오래된 역사적 건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리스본 등 예외없이 오래된 유적과 건물로 삶이 풍요롭고 전세계 사람들을 모은다.구룡포에는 일본인거리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거리는 보존되어 있다. 치욕의 역사도 보존해야만 진정 후세들에게 역사성을 심어줄 수 있다. 포항과 목포! 정치적 파장도 마다한채 역사성을 간직하려고 애쓰는 도시와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숨막히는 아파트만이 창궐해 가고 있는 또 한 도시의 모습은 정말 역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숨막히는 고층건물의 도시가 아닌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가 훨씬 멋지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2019-01-24

고교 평준화와 브랜딩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포항 지역의 명문고인 포항고를 과거 영일군 지역내로 이전하는 논의가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포항고는 오랫동안 이 지역의 최고의 명문교로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그러나 2008년 포항에 고교평준화가 도입되면서 포항고의 명문교로서의 역할은 끝이 났다. 포항고의 이전 검토는 시 외곽으로 학교가 옮겨가게 되면 농어촌지역학교로 지정받아 평준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선발의 자율성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명문교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것이다.이러한 포항고의 노력은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폐지 반대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현 정부 들어서서 자사고의 상당수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 당국이 자사고 재정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담당할 각 시도교육청은 평가 지표를 대폭 바꾸거나 재지정 커트라인을 기존보다 대폭 올렸다고 한다. 자사고 측과 학부모 단체들은 이들 시도교육청이 자사고를 없앨 목적으로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원래 자사고의 뿌리는 현 진보정부의 뿌리인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자립형사립고’였다. 고교평준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특수성을 확대하기 위한 학교 제도다. 고교 평준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등 고교평준화를 보완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는 고교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적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칭찬을 받아온 제도이다. 그렇지만 현정부는 대부분의 특수목적고를 없애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듯하다. 과학고를 제외한 모든 특수목적고들이 폐지의 사정권안에 들어온 듯하다. 과연 이 정부가 기를 쓰고 시행하려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의미는 무엇인가?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70년대 중반에 고교 입시 과열로 인한 교육문제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시됐다. 1960년대에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1965년 유명한 ‘무우즙’사건이 터졌다. 필자는 무우즙 사건 당시 중학입시를 치른 당사자로 이를 목격했다. 이러한 입시과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를 실시하게 됐다. 고교평준화정책은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전국 대부분의 중소도시에서도 고교평준화가 실시되고 있다. 사실상 중학입시 과열을 막기 위해 중학입시를 폐지했고 고교입시 과열을 막기 위해 고교평준화를 실시했다.그렇다면 대학입시 과열화를 위해 대학평준화도 실시할 것인가? 아마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학평준화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과열되어도 대학평준화를 실시할 수 없는 것은 인재 선발의 브랜딩(Branding)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 취직, 자격취득, 공무원 진출 등 다양한 진로에 있어서 브랜딩은 필요한 과정이다. 대학과 전공은 이와 관련이 있다. 고교평준화 정책하에서는 브랜딩은 대학 단 하나로 결정되기 때문에 고교평준화가 가열될수록 명문대를 향한 열망과 대학입시 과열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대학입시 과열은 결국 창의적 교육의 상실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의 브랜딩이 대학 하나로 결정된다면 명문대 입시과열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반면 다양한 고교의 존재는 유연한 두뇌활동을 하는 시기인 10대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심어주고 그들의 브랜딩의 다양성을 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브랜딩을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양성과 창의성 배양, 그리고 브랜딩 관점에서 본다면 무조건적인 고교평준화 정책은 옳은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선진국처럼 고교평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고교는 존재하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바뀐다면 언제 우리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브랜딩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2019-01-17

노시보(Nocebo) 효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2019년 새해는 엉뚱하게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개스토니아의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 여행 중 막내가 갑작스런 복통으로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도시의 병원에 급히 들러 수술을 받았다. 맹장염 수술 이후에 장유착이 온 것인데, 수술 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되었다. 그 중 하나가 혈전증이다.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침과 흉통이 시작되었다. 가슴이 찌르도록 아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밤새 기침을 하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믿지 못하는 건 아이나 필자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흉통과 기침이 있는데 어떻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곧 CT 촬영이 개시되었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다. 의사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간호사가 CT 결과가 양호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갑자기 평온해졌다. 흉통도 줄어들고 기침도 기적과 같이 사라져갔다.의약계에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라는 흥미로운 용어가 있다. 플라시보(Placebo)는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환자가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이지만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말한다. 라틴어로서 ‘마음에 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란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하면 환자의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현상을 말한다.이와 반대로 노시보(Nocebo) 효과 용어도 있다. ‘해를 입게 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플라시보 효과와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약효를 의심하거나 부작용이 있다고 믿는 부정적 신념이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거나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분명히 아이가 기침을 하고 흉통을 느낀 건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노시보 효과였다. 그리고 CT의 결과가 나오기 전 CT의 잠정적 결과를 들은 후 기침과 흉통이 멈춘 건 플라시보 효과였다.문제는 지금 남북평화 협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시보 효과이다. 정부가 아무리 북한의 평화의도가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이 해외를 다니면서 북한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현상은 아마도 노시보 효과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북한이 설사 진정성이 있다하여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문제가 진정 문제인 것이다. 그건 과거 북한이 수없는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평화공세가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만큼 중요한 건 국민의 노시보 효과를 없애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시보 효과가 국민들에게 존재하는 한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협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의학에서 증명되었듯이 아무리 좋은 약도 노시보 효과 아래에서는 약효가 없듯이 아무리 평화공세가 진정성이 있다하여도 노시보 효과로 인하여 국민들의 평화를 향한 열망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미북 비핵화협상이 교착에 빠진 것을 미국의 그릇된 인식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금년도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비핵화’ 보다는 “더 이상 핵실험을 안한다”만 강조하고 있다. 핵보유국을 인정하라는 말로 들린다.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핵없는 한반도’를 공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목표임을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는 진정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북핵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위장평화 공세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었고 노시보 효과가 시작되었다.지금 남북관계의 현상타개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노시보 효과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건 북한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일 때 가능한 것이다.

2019-01-08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새해는 역사적으로 참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역사적인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임시정부가 세워진 해이기도 하다. 정부 수립일을 언제부터로 산출하는가 하는 정치적 논란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100주년이란 의미가 크게 다가서는 한해이다.3·1 운동은 일제 강점기에 있던 한국인들이 일제의 지배에 항거해 1919년 3월 1일 한일병합조약의 무효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운동을 시작한 사건이다. 고종 독살설이 소문으로 퍼진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되었으며, 고종의 장례식인 1919년 3월 1일에 맞춰 한반도 전역에서 봉기한 독립운동이다.만세 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을 민족대표 33인으로 부르며, 기록에는 집회인수가 100만여 명이고, 그 중 사망자가 7천여 명, 구속된 자가 5만명이었다고 하니 3·1운동의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3·1 운동은 현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적 기원이 되었다. 3·1 운동을 계기로 다음 달인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한편 3·1운동을 계기로 군사, 경찰에 의한 강경책을 펴던 조선총독부는 민족분열책인 일명 문화통치로 정책을 바꾸게 되었다.3·1절은 1946년 국가 경축일로 지정되었다. 이날은 정부 주최로 3부 요인은 물론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기념식을 거행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인 3·1정신을 되새긴다. 이와 함께 나라의 광복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선열들의 유족 및 애국운동가들로 구성된 광복회 회원들은 따로 파고다 공원에 모여 그날의 깊은 뜻을 되새기는 의식을 거행한다. 또한 민간 차원의 갖가지 문화 공연도 이날에 베풀어지며, 전국 관공서 및 각 가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게양한다.3·1절과 때를 같이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 독립선언에 기초해 일본 제국의 침탈과 식민 통치를 부인하고 한반도 내외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되었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들의 활약도 임시정부의 힘이 되었다.2019년은 또다른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한다던 정부가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오직 북한과의 관계개선만이 최선이라고 믿는 정부는 급격히 추락하는 경제의 실상을 잡기엔 관심이 딴곳에 가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11개 기관장을 찍어낸 과학기술부의 행보도 과기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런 과거의 잘못된 폐습과의 단절만이 3·1운동을 일으키고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목숨을 걸고 항쟁했던 선조들에 대한 최소한 예의일 것이다.대만이 금년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두개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로 만들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다. 컴퓨터와 소통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이미 약 20억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다 사용 언어로 ‘영어+프로그래밍 언어’가 전 세계와 연결된다는건 자명한 사실이다.우리가 반드시 영어공용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다른 나라가 이토록 몸부림 치고 있을 때 한국은 적폐의 폐습을 반복하고 경제가 추락하고 북한 문제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가 결코 아니다. 3·1절 100주년 2019년! 이제 우리는 새해를 세계판도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약의 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9-01-01

희망과 혼돈의 한해를 보내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또 한해가 간다. 매년 보내는 이맘때면 보내는 한 해이지만 금년 한 해는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희망과 혼돈의 한 해’ 라고 해야 할까 보다.금년초 한국에서 처음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온 국민을 흥분케 했고 북한이 팀을 파견하고 평화공세를 편 것은 분명 희망찬 시작이었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동계올림픽의 참가와 평화적 공세를 퍼부었고 그래서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도 열렸다. 판문점의 남북 경계선을 건너는 극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이후 판문점 회담, 싱가폴 미북 정상회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통한 평양선언으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지도도 한참 오르기도 했다. 언론은 평양선언으로 내내 시끄러웠고 곧 통일이 될듯한 분위기도 한껏 실향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들뜨게 한다. 평양방문 후 김정은 편지도 트럼프에 전해지고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열린다는 기대로 들뜨게 했다. 전쟁이 없는 평화!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남북이 모두 원하는 평생 소원이다. 정부의 분위기는 환호 일색이었다. 아마도 꽤 많은 국민들이 역시 안도와 반색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전쟁의 공포가 휩싸였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분위기 반전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조항이 별도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군사긴장완화 계획으로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 세부안을 차근 차근 실천하는듯 했다.이산가족 문제도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고,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도 약속했다. 그리고 평화가 진정 찾아오는듯한 분위기였다.그런데 왠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GP까지 허물면서 조성되던 평화무드는 김정은의 답방무산과 미북 2차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다시 싸늘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북한은 다시 공세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한국은 입장이 난처해 졌다.여기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더욱 어려워 지고 있는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지지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러던중 민심을 어지럽힐 연말 사고가 몇 개 터졌다. 우선 과기부 산하의 여러 개 기관장들이 사임하고 세계적 연구소인 로렌스 버클리 가속기 연구소가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계가 시끄러워졌다. 정치적인 논리라는 주장과 정상적인 집행이라는 주장이 맞서면서 과학기술계는 어수선해졌다. 입시가 끝난후 현장체험 학습을 갔던 고교생들이 펜션의 일산화 탄소 누출 사고로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고는 이 정부 내내 여러차례 일어났던 화재의 재앙을 상기시키며 왜 재난이 이리 많은가 안전은 뒷전인가라는 원망을 자아냈다. 몇 년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기억케 하는 악몽이었다.그리고 수일전 터진 국회의원의 갑질로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스마트폰 커버 안에 있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보안요원을 질타하고 욕설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 비정규직인 보안요원을 대상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란 특권을 이용하여 국회의원으로서 행패를 부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정상적인 시스템을 흔들고 안전불감증으로 아까운 젊음과 생명을 떠나보내야 하는가? 또 권력을 가진 분들의 갑질이 끊임없이 이어지는가?과거는 현재의 스승이다.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이사회를 이끄는 정치, 권력, 사회규범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정말 우리 사회의 ‘정치적 논리’ 그리고 ‘적당주의’, ‘권력갑질’은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안녕! 2018년!그래! 이제 좋은 일만 일어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2019년이여 오라!

2018-12-27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가 갑자기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한국과기원) 대학 총장의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 재직 당시 LBNL과의 계약 문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이의 제기로 과학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의제기가 고발과 직무정지 요청이라는 극단적 방법이었고 이에 대해 카이스트 이사회는 직무정지를 유보해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LBNL이라는 미국의 연구소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이번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LBNL은 어떤 연구소인가?미국에 있는 LBNL은 세계 3대 기초과학 분야 연구소 중 하나로 불리는 연구소이고, 미국 국립연구소 가운데 최초의 국립연구소로 알려져 있다.LBNL은 신소재·생명과학·에너지효율·검출기·가속기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버클리연구소(Berkeley Lab)라고도 불린다.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개발한 어니스트 로렌스가 1931년 설립한 방사선연구소가 전신이다. 1959년 로렌스의 사망 이후 연구소 이름도 로렌스버클리연구소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의 위임을 받아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운영하며, 총 직원 수는 4천명으로 설립 이후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1년 예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이다. 샌프란시스코 부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위쪽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데, 80년대 버클리 남쪽 팔로알토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학하였던 필자는 이 연구소를 찾아서 꼬불꼬불한 언덕을 차를 몰고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LBNL 입구에서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원형으로 된 커다란 돔형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LBNL의 대표 연구시설로 둘레 200m에 달하는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가 있는 실험실이다.포항공대의 4세대 가속기가 스탠퍼드 대학의 선형가속기(SLAC)와 같은 계통이라면, 원형인 3세대 가속기는 LBNL의 ALS를 벤치마킹한 것이다.과학기술계에서 ALS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에만 ALS를 사용한 실험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건수는 1천여건. 1년평균 가동 시간은 5천시간이 넘는다.이번에 논란이 된 핵심장비는 XM-1 현미경이라는 장비인데 X-선을 이용한 현미경이라는 뜻이다. 이 장비는 X-선을 이용해 15nm 크기의 해상도를 제공하는 첨단 과학장비인데, 주로 나노 자기장, 재료과학, 환경과학,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 등의 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이 탐을 내는 이러한 장비를 디지스트가 활용하여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장비 사용 계약을 한 것이다.LBNL은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이를 보도했다. 또한 800여 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부의 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나갔다.LBNL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서 예산의 집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발표를 했다.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LBNL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의 여러 대학, 연구기관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이번 사건이 그러한 연구협력에 흠이 가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여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번 사건이 발단되었다면 그러한 구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과학자, 연구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과학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고 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세계적인 연구소 LBNL, 그 연구소의 오랜 전통의 연구윤리와 정직성을 한국의 과학계와 과학계를 지원하는 정부는 신뢰하고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한다.

2018-12-19

중국서 날아온 제자의 소식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며칠 전 한통의 이메일이 필자를 들뜨게 한다. 한자로 된 송신인을 보면서 삭제하려 했던 이메일을 들여다 보는 순간 감격의 희열이 다가왔다. 교수로서 3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기쁜 순간이기도 했지만 한국대학의 국제화, 외국인 학생수 급증에 대한 찬반 논란에 한마디를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10여년 전 포스텍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중국인 졸업생이 갑자기 소식을 전해왔다. 중국에서 아주 잘 나가고 크게 성공했는데 포스텍 장학금 기금인 ‘현은기금’에 5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연락과 이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다며 가족 사진도 보내왔다. 사진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자신만만하면서도 한국 포스텍에서의 교육, 그리고 지도교수에 감사하는 그런 모습이었다.그의 기부금은 작년 은퇴식 때 몇 명의 졸업생이 각출한 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포스텍에 진 빚을 갚겠다는 것이었다. 28년간 89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졸업생이었기에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외국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70, 80년대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외국 유학생들이 2000년대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8만명에 이르렀고, 2018년 14만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단위 인구당 숫자로는 중국은 물론 일본보다 많아졌다. 외국 학생이 많아야 명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외국인 학생 유치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의 급속한 국제화 또한 베트남 유학생들처럼 봉급 많은 한국업체에 취직을 위해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 유학생은 최근 5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외국인 유학생 급증이 가져온 가장 큰 수혜는 국내 대학의 국제화다. 외국인 학생이 유입되면서 국내 대학에선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졌고, 외국인 교원 임용도 늘었다. 현재 국내 주요 대학의 영어강의 비율은 주요 대학의 경우 평균 30% 이르고 전국 평균도 10%를 넘어선다. 70, 80년대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어강의였다.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 캠퍼스에서 국제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국내 학생들에게 외국인 학생 증가가 가져온 큰 장점이다.사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외국을 경험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동안에는 책이나 매체 등 간접경험으로 접해 온 외국을 대학에 들어와 유학생을 통해 만나게 된다는 얘기다.외국인 학생 증가가 가져온 또 하나의 큰 장점은 국내 대학에서 수학한 외국인 학생이 ‘친한파’로 육성된다는 점이다.이들은 졸업 후에는 한국을 알리는 민간 대사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을 다녀간 유학생들이 각 분야에서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장학금을 보내온 중국학생은 우선 교육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불편하다고 하여 외국인 학생을 기피하는 교수들을 가끔 본다. 언어나 습관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고 하여도 외국인 학생이 가져오는 이점은 위에 열거한 것처럼 아주 많다.‘버튜얼 코리아(Virtual Korea)’라는 말을 즐겨 쓴다. 국토는 작아도 이렇게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 통해 친한파 외국인을 양성하는 것은 과거 미국이나 영국이 추구해왔던 유학생 정책과 같은 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 펼쳐질 외국인 유학생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2018-12-12

더 추워질 기업들의 겨울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한반도는 올겨울 무척 추울 것이라고 한다.지난 여름 너무 무더워서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게 맞냐?”라던 외국인 방문객 교수의 질문이 무색하게 이번 겨울은 매서운 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들에게 몰아치고 있는 매서운 바람으로 한국의 기업들에겐 이번 겨울은 더 추워질 겨울이 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의 전·현직 임원 수십명이 정규직 전환 문제로 피고석에 섰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인 한국의 기업인 삼성의 여러 기업들이 앞으로 몇년간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현 정부로부터 온갖 핍박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권 의원들로부터 두들겨 맞았다. 이들 의원들은 이미 좌파 진보매체들을 중심으로 지속 제기되어 온 삼성전자의 문제점들을 끌어모아 몰아붙였다. 산재 사고만 해도 그렇다. 삼성전자에서만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 모습은 현 정부의 ‘삼성 때리기’의 모습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 공정위, 금융위 등 핵심 권력기관들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현 정부의 반기업 행태를 보면 정권의 핵심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아직도 마르크시즘의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필자가 수십개국의 수십개 도시를 다녀보았지만 삼성의 마크나 광고판을 보지 못한 도시가 없을 정도이다. 미국 보스턴은 물론 유럽, 아시아 각국 그리고 최근 다녀온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삼성의 세계경영은 놀라울 정도이고 한국의 자존심이고 한국의 생명줄같이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은 올 3분기 중국 시장에서 한때 20%까지 올랐던 시장 점유율은 0.7%로 주저앉았다.차세대 먹거리라는 삼성 바이오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달 증권선물위원회가 붙인 ‘고의적 분식 회계 기업’이란 딱지로 인해 여러 가지 거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사실상 현재의 문제는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현대자동차는 해외 판매 부진으로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 토막 나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이런 여파로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정부의 압박인 공정위의 순환 출자 해소 요구를 이행하려다 지배 구조 개편의 덫에 빠졌다고 한다. 뛰어야 할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중지하고 정부의 기업때리기 눈치를 봐야 하며 웅크리고 있는 현 상황은 정말 암담하다.무분별한 탈원전 정책도 그렇다.핵심 기업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했고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현 정부는 80년대 운동권 인사들이 권력의 중추에 자리잡고 있고 그 당시 재벌기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날 누구든 한번쯤 빠질 수 있는 마르크시즘은 구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로 실패한 이론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더 이상 멸망한 이론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기업들을 과도하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무한경쟁에서 뛰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그런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이런 관점에서 ‘대기업 때리기’를 중단하고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이대로 대기업들이 추운 겨울을 지나게 해선 안 된다. 추위를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의 행렬이 생긴다면 이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2018-11-28

모스크바에서 평양을 바라보며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모스크바에 회의가 있어서 들렀다. 오래전 러시아 동쪽 끝 하바로프스크는 한 번 들른 적이 있어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처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3일간 펼쳐진 러시아의 모습은 미국의 여느 도시, 한국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공산국가” “사회주의” “독재국가” 뭐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 러시아의 모습은 그냥 그런 자본주의 국가나 같았다. TGIF, 맥도날드 같은 미국의 웬만한 레스토랑이 보였고, 서구에서 살 수 있는 브랜드도 거의 다 보였다. 물론 호텔 TV는 LG, 삼성, 기아의 간판도 여기저기 보였다. 여기가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역사를 돌아보면 소련 사회주의(스탈린주의)는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같은 순수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염원하는 사회주의와는 달리 노동자, 농민 민주주의 기반 체제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체제로 바꿔, 이에 분노해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되어 혁명이 일어나고 소련(소비에트 공화국) 붕괴의 원인이 되었고, 실제로 러시아는 국가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하면서 경제성장을 가져오는듯 했다. 이제 러시아는 자본주의이고 사실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으로 재탄생하게 됐는데 민주공화정 체제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선택했다.안내를 하는 러시아 안내인은 필자가 “푸틴이 20년을 장기 집권하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That is a difficult question(꽤 어려운 질문이군요)”라고 맞받아쳤다. 자본주의는 맞고 민주주의는 틀리다는 말로 들린다.눈을 들어 동쪽을 바라보았다. 평양이 보이는듯 했다. 평양은 어떨까? 이 정도의 자본주의식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까?인권이 억압되고 모든 것이 수령중심이고 TV를 틀면 수령에 대한 충성만 강조하고 그리고 각 가정이 수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사회, 그리고 거주 이동의 자유가 없는 사회가 곧 북한이다. 위에 열거한 일들은 이제 러시아에선 볼 수가 없는 일이다.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북한의 국민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면전에서는 당과 수령을 칭송하지만 이면에는 자본주의식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얼마전 편견을 깨는 북한의 이야기를 묶은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가 나왔다. 저자는 평양 김일성대학을 나온 탈북민이다. 저자는 억눌린 욕망이 분출하는 평양에서 북한의 미래를 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지금까지 듣고 본 북한 이야기는 다 잊어라”는 말을 하며 북한의 장마당을 겨냥한다. 저자는 북한의 장마당은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고 한다. “장마당엔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물품이 거래된다고 한다. 한국의 대형마트를 방불케 하는 장마당은 단순한 상품 판매 장소를 넘어 가치를 지닌 모든 재화와 재능이 거래되는 북한식 시장경제의 일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우린 속이 차지 않는다. 남북한 군사회담도 걱정이 된다.아직 거주이동의 자유가 없고 1인독재, 가족승계 정권,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인 저 북한이 일부 상권이 자본주의화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인가?모스크바 크레믈린궁전 앞 레드 스퀘어에 모인 각국의 방문객들과 러시아인이 얽힌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즐기는 모습에서 우린 변화한 러시아를 본다.그러나 그 러시아를 추종해 형성된 공산주의 북한의 지금의 좌표는 어디일까?정치적인 현재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한 북한을 믿긴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늘의 북한과의 협상이 걱정된다. 모스크바에서 바라보는 평양의 모습은 “걱정스럽다”는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2018-11-21

두 부모의 다른 모습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부모가 자식에게는 무엇일까?전혀 다른 두 부모의 모습이 요즘 화제이다.S여고 사건의 경우 시험지 유출 전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교무부장인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이 아이들을 결국 그르쳤다.증거가 명백한데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그런 부정한 방법을 가르친 부모에 대한 자식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까?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성적은 아니었고 학교생활도 정상이었다. 그런대로 대학 진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성적이고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아이들을 망쳤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담당 변호사는 딸들을 생각해서라도 자백하고 딸들의 선처를 받자고 종용했지만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그 모습을 보는 딸들에게 그는 부모로서 0점인 사람이다. 그가 원하는 자식의 모습은 “부정을 해서라도 세상을 요령있게 살아가라”는 것일까?그런데 전혀 다른 모습의 한 부모가 연일 화제이다.노부부가 과일장사로 시작해 평생 모은 400억원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한다는 소식이다. 고려대에 의하면, 90세가 넘은 한 노부부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에 기부하고 추가로 200억원 상당의 토지 등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실향민 남편은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월남 후 머슴살이 등을 하였고, 부인은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식모살이와 식당일을 하다 부부가 과일장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고, 서울 종로에서 리어카로 과일 노점 장사를 했고 점포를 차린 후 근검 절약으로 오늘의 부를 일궜다고 한다.당시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과일을 납품받는 트럭이 있는 청량리에서 가게가 있는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었다. 통행금지가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시장에 가다가 파출소 순경에게 통행금지 위반으로 잡히기도 했다. 과일장사 뒤에는 늦은 밤까지 다른 식당의 일을 해주면서 식사를 해결했다.그런데 이들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감동적이다. 두 아들이 있지만 충분히 살만 하고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꼭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며 그래서 사회를 위해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고 부부는 전했다.부모의 결심을 찬성해준 아이들은 얼마나 부모가 자랑스러웠을까? 그들의 향후 인생은 부모를 따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삶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경찰은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아버지와 쌍둥이 딸에 대하여 5차례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고 측은 쌍둥이 자매에 대해 성적 0점 처리와 퇴학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쌍둥이 자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혹에 순응한 죄를 지은 것이고 그들의 미래는 이렇게 무너져 내렸다.자식에게 부정한 방법을 가르치고 거짓말을 하라고 하고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 부모와 자식에게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는 땀을 가르치고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쌍둥이 아버지가 지금이라도 자식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

2018-11-14

“듣보잡”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지난주 국감에서 어리둥절한 단어가 나왔다. “듣보잡”.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국회의원이 국감현장에서 사용한 말이다.무슨 말인가? 사전을 찾으려고 뒤지는데 증인인 사람이 바로 반격을 했다.“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입니까?”아! “듣보잡”이 그런 뜻이었구나? 헛웃음이 나왔다.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그런 저속한 단어를 국감에서 사용할 수가 있을까? 저런 단어를 사용하고 증인에게 올바른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까?항의하는 증인에게 그 의원은 “들으세요”라고 답했다. “내가 어떤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도 당신은 듣기만 해라”는 자세였다.그 이후의 국회의원과 증인의 설전은 가관이었다. 증인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는 의원과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증인간의 설전 끝에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말과 “하려면 하라”는 말로 끝이 났다.종종 국감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준 미만의 드라마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작년에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한 교수는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요?” 라고 내뱉었다. 국회의원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일반적 분위기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꽤 충격적이었다.국회의원이 고성을 지르고 큰 벼슬이나 하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청문회나 국감에 나선 증인이나 공무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모습이 되고 있다. 당시에도 교수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고, 이번에도 “15번 국감 중 이런 일은 처음 본다”라는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안하무인적인 발언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미국 국회청문회나 국감을 한번 가서 견학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정연하게 논리를 펼치고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청문회나 국감을 진행하는가 보게 될 것이다.의원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질문을 하고 허위증언 등에 대해 단호히 징벌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다.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국회의원은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에 참여한다.막강한 특권도 부여된다.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 각종의 특권과 권리를 가지는 반면, 국회의원의 의무 사항은 헌법 준수의 의무, 국익 우선의 의무, 지위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의 의무 등 여러가지가 있다. 소리지르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국회의원은 우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구가 부족하면 부족한 지식을 숨기기 위해 결국 소리지르고 억압적이 될 수밖에 없다.국회 출석도 잘 하지 않고 국회출석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연구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저런 부정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를 볼 때 국회의원의 깨끗한 신분을 유지하는 건 절대적인 조건이다. 그러기에 법률로 국회의원의 지위남용 금지의 의무가 있다.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국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이다.증인을 향해 “듣보잡”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국회의원이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일 때 국민은 의원을 존중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로 질문할 때 위증을 하거나 불손한 자세로 증인이 대답하면 국회의원에 앞서 국민이 증인에 대하여 분노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대한 ‘갑’이 아니다. 국민의 봉사자 일뿐이다.

2018-11-07

에디슨이 주는 실패의 교훈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어려서 우리는 발명왕 에디슨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자라났다. 정말 거의 1천개의 발명을 한 에디슨이 없었으면 우리의 삶은 어땠을까? 우리에게 성공의 아이콘인 그런 에디슨은 과연 성공만 한 것일까?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의 하나인 인류의 밤을 밝혀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은 1천번 째 도전에서 전구 발명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때 기자가 물었다 “999번의 실패를 어찌 감당해 냈습니까?”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나는 999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전구가 켜지지 않는 999가지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매년 가을이면 폭풍처럼 한국인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막을 내렸다. 올해도 여전히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미국이 수백개, 일본도 수십개의 노벨상을 받을 때 한국은 정치적인 평화상을 제외하면 단 한 개의 노벨상도 받지 못했다. 아마도 그건 실패를 두려워하고 정형화된 연구를 성공으로 포장해야 하는 한국의 문화나 환경 때문일지 모른다.“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이스라엘 스타트업 힘의 원천입니다.” 최근 방한한 컴퓨터 비전 권위자이자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사무엘 페레그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교수는 이스라엘이 글로벌 스타트업 핵심기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페레그 교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패하고 도전하며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이같은 정신을 최우선으로 두는 문화가 대담한 도전을 자극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을 권장하는 문화는 이스라엘이 첨단기술 메카이자 세계 1등 창업국가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 기업에서 출시하는 신제품의 80~90%는 실패한다고 한다. 혼다의 창업주 혼다 노이치로는 “나의 성공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과”라고 말한다. 혼다는 매년 ‘실패왕’을 뽑아 격려금을 수여하고 있다. 실패를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혼다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영국의 유서 깊은 수백년 역사의 베어링스 은행은 20여년 전 일본 주식에 투자했다가 수십억달러의 거액을 날린 한 직원에 의해 하루아침에 파산하였다. 회사 내에서 아주 유명하였던 파생상품 담당자는 즉시 해고되었다. 그런데 그의 실패는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최근 은행들에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무모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연을 하며 인기 강사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값비싼 실패를 한 그에게 사람들은 배우려고 하는 것이다,다시 에디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에디슨은 너무 머리가 나빠요. 한 번 가르쳐도 될 걸 몇 번씩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학교에서 에디슨을 가르치기는 힘들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에디슨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에디슨은 다만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각할 뿐이에요.” 에디슨의 어머니는 에디슨을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포스텍은 에디슨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최근 포스텍의 몇 년간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는 객관적인 랭킹 하락으로 나타났지만 실패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대학의 위상 관점에서 실패라고 정의된다면 그건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에디슨의 말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에디슨은 나중에 GE를 창업하고 현실에서도 성공한 학자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연결시켰다.에디슨의 교훈을 상기하고 포스텍이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그건 포스텍이 우리 지역의 그리고 한국의 자랑이고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2018-11-02

헝그리 정신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밤을 새우며 지켜보던 경기에서 선수가 기권으로 마무리지을 때 팬들의 심정은 어떨까? 올해 초 호주오픈세계메이저대회에서 4강에 들었던 한국 테니스의 아이콘 정현 선수가 또 기권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의 연이은 포기에 팬들은 당황하고 분노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국 최초로 테니스 세계랭킹 20위 내에 진입했던 정현은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스톡홀름오픈 단식 3회전에서 2세트 도중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했다. 문제는 정확한 부상 부위가 공개되지 않았고 목격할만한 부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지 중계진도 “움직임에 큰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목격할만한 부상(Visible Injury)이 없으면 기권할 수 없다는 룰도 있고 반복되면 경고를 받게 된다.정현은 지난 1월 메이저대회 ‘황제’로저 페더러와 호주오픈 4강전에서도 발 부상(물집)을 이유로 기권한 후 여러 개의 대회를 기권하고 여러번 시합 도중 기권했다. 체력 소모가 상당한 테니스 단식 선수라면 기권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현의 잦은 기권은 물리적, 신체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 멘탈(mental)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지금 언론이나 시중에서 포스텍 랭킹 하락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랭킹 관련으로 강연이나 회의를 해 보면 지금 포스텍 랭킹 하락은 큰 이슈와 화제가 되고 있다. 포스텍 대학원 입학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대학의 교수들이 과거에 우수 학생들이 포스텍에 갔는데 이제는 더이상 안 간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입시시장에서 학부모, 고교생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때 세계 28위로 압도적인 국내 1위였던 포스텍이었다. 최근에는 국내 3위 이하로 랭크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물론 랭킹기관들의 랭킹산출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경쟁대학인 카이스트(KAIST), 아시아 경쟁대학인 난양공대(NTU), 홍콩과기대(HKUST) 등은 선전하고 있기에 방법론만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30년 역사의 포스텍의 수월성정신(Excellence spirit)은 이제 헝그리정신의 부족으로 묻혀가는 것일까? 주위의 걱정이 상당하다. ‘헝그리 정신 (Hungry Spirit)’이라는 말은 무엇인가? 과거 60, 70년대 어려운 시절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던 한국을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만든 정신은 헝그리 정신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산업계 원로들은 젊은 엔지니어들은 헝그리 정신과 도전정신을 잃었다, 요즘의 엔지니어들은 의지력이 약해졌다고 한탄한다.그러나 선배들의 질타는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한 젊은 엔지니어는 “우리가 더 이상 굶주리지 않는데, 어째서 우리에게 헝그리 정신을 기대하는가?” 왜 보수와 대접이 따르지 않는데 애국심만으로 열정을 바쳐야 하는가? 라고 반문한다.과거의 헝그리 정신이 이제도 통용될 것 같지는 않다는 관점이 있다. 시대가 변했다. 60, 70년대 누구보다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엔지니어 전성시대를 열었고, 급속한 산업화를 일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시대 한국 과학기술자의 임무는 오로지 수출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었다.헝그리정신이 통용되지 않을 것같다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요즘 세태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개성대로 살아간다. 보상이 없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개성을 가진 젊은이에게 헝그리정신만을 강요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정현 선수에게도 포스텍에도 그리고 가라앉는 제조산업에도 이제 새로운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꼭 배고파서가 아니다. 더 이상 밀리지 않고,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10-25

우먼파워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우먼파워! 여성들의 힘이다. 우먼파워가 거세게 부는 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현상인 듯하다. 미국은 지금 중간선거로 한창 분주하다. 미북 협상도 중간선거의 변수가 크게 작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후보자를 뽑는 경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여성이 당선됐다고 한다. 이번 경선에서 승리해 주의회 의원 후보가 된 여성은 3천명이 넘어 역대 최고라고 한다. 연방 상원의원 후보도 2012년 18명에서 22명, 하원의원 후보는 2016년 167명에서 235명으로 늘었다. 주지사 후보도 1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여성과 여성이 맞대결을 벌이는 곳도 여러 곳 있다고 한다. 한국도 여성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으로 탄생시켰다. 과거 여성총리도 있었고, 외교부 장관도 여성이다. 이제 여성장관은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전세계 평균에는 못미치지만 20%에 달하고 있다. 공학분야도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띈다. 70년대 대학시절 공대 입학생 600명 중 여학생은 단 3명이었고 큰 화제가 됐다. 보통 1∼2명 입학하는데 3명이나 입학했으니 단연코 화제였고 남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이제 대부분 대학의 공대에서도 20% 정도가 여학생으로 채워진다. 생명, 컴퓨터공학, 수학 등 여학생 선호분야 뿐만아니라 기계, 토목, 에너지 자원 같은 중후장대한 분야에도 여학생의 진출이 눈에 띈다.공학뿐만 아니라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대학 시절엔 인기있던 A여대는 단과대별로 배지 색깔을 달리했는데 법대 단과대학 색은 까만색이었고, 그 당시 까만 배지는 인기는 적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법과대학은 최고의 인기 단과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신임 법관의 여성비율이 70%를 넘고 있다. 올해 임관한 신임 검사 절반도 여성으로, 법조계의 ‘우먼 파워’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대법원이 최근 임명한 법관 중 여성이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금 전체 법관 3명 중 1명은 여성이라고 한다. 이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 여성법관이 남성법관보다 많아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런 추세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청 한 곳에 1∼2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임명된 신임검사에서는 50%가 여성이라고 한다. 법조계 전반에 여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산업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약업계는 내수 영업 위주로 성장하며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가 강했던 분야다. 하지만 최근 신약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성과가 빛을 발하면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 CEO를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여성 사장은 의약품 뿐만 아니라 소비재, 예술, 스타트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전문경영인으로서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부광약품, JW 바이오사이언스 등 굵직한 제약회사들이 여성CEO를 탄생시켰다.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운전을 허락하는 등 개발도상국들도 여권에 주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한국의 우먼파워는 세계적 추세의 속도를 이미 추월하고 있다.군대도 우먼파워가 거세게 불며 전투병을 포함한 군의 모든 분야에 여성이 진출하고 있고, 3군 사관학교의 여성에 대한 입학제한도 모두 폐지됐다. 여성장군, 여성국방장관이 별로 낯설지 않은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이제 여성은 남성과 함께 정치, 사회, 산업,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한 개의 큰 축이 됐다. 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섬세함, 그리고 정밀함이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길 바라며 우먼파워가 사회와 경제발전에 큰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10-18

노벨상과 창의력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코스모스가 고개를 드는 9월이 오면 한국 교수들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9월 말 시작되는 노벨상 발표 때문이다. “한국 교수들은 뭐하냐?”라는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매년 여러 명의 노벨상이 발표되는데, 지금까지 한국은 단 한 개의 노벨 과학상이 없고, 반면 이웃 일본은 거의 매년 노벨상을 받는다. 금년에도 예외없이 일본은 노벨상을 받았다고 신문이 호외까지 돌리고 난리다. 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물론 한국의 근대 과학 연구 역사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보다 짧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필자는 출중한 창의력으로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된 한국인들을 분석해 봤다. 과연 한국인의 창의력이 왜 한국의 입시와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보고 싶다. 미국의 명문대학에 있는 한국인 교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과연 한국에서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하고 소위 한국의 일류대학의 수석합격자가 유학 후 미국의 명문대의 교수가 되는 것일까?먼저 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의 황승진 교수를 생각해 보았다. 황 교수는 70년대 초 당시 예비고사 수석합격자도 서울대 수석합격자도 아니다. 지금은 없어진 서울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유학한 대학도 로체스터 대학으로 소위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등 아이비 리그급 대학은 아니었다.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 같은 미국 초일류 대학의 교수로 갔다는 것이 매우 이채롭다. 황 교수는 한국에서 암기위주의 입시에서 최상위권 학생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학생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미국유학에서 빛을 발했고, 로체스터대학에서 창의적인 탁월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가 주창한 채찍효과(Bullwhip Effect )는 생산재고관리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 중의 하나이다.또하나 예가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MIT 대학의 김상배 교수이다. 김 교수는 연세대 기계과 출신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연세대를 들어간 건 입결로 들어갔다고 본인도 말했으니 역시 입시 최상위 학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창의력은 스탠포드 박사과정 학생 시 만든 스티키봇(Stickybot)이 타임즈 최대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였고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결국 MIT같은 초일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아마 이 두 분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과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했을 때 미국의 수재들과 한국의 수재들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일화가 있다.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 끝내 답을 구하지 못했다. 미국의 수재들에게 해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라” 실제로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해법을 스스로 만드는 창의성을 발휘했고 그들이 새로 제시한 해법은 몇 달 후 논문으로 출판됐다.아마도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국내에서도 여러 명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초등, 중등교육이 창의적이 되려면 대학입시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 수시모집으로 보완되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입시중심의 교육이 문제이다. 이 와중에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정부의 주문도 있다.대학교육도 개선돼야 한다 . 포스텍, 디지스트 등 과기특성화대학 등은 창의적 교육을 위해 나름 헌신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가 갈길은 짧아보이진 않는다.갈길은 아직 멀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10-11

성균관대와 포스텍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성균관대학교(성대)와 포항공대(포스텍)! 사실 관계가 별로 없어 보이는 두 대학이 최근 핫이슈로 떠올랐다. 두 대학은 종합대학과 과학특성화대학이고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과 비교적 젊은대학이란 점에서 사실 거리가 있는 대학이다. 그러나 한편 둘 다 사립대학이고 삼성과 포스코라는 기업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대학이 핫 이슈가 된 건 웬일일까? 지난주 싱가포르에서는 세계적 대학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2019년 세계대학 랭킹을 발표하는 회의를 가졌다.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THE 월드정상(World Summit)이라고 하는 회의이다. 이날 이채롭게 성대는 세계 82위로 국내 2위로 발표된 반면 포스텍은 세계 142위로 국내 4위로 발표되었다. THE가 단독으로 세계랭킹을 발표한 첫해인 2010년 세계 28위로 단연 국내1위로 랭크되었고 한동안 국내1위로 랭크되었던 포스텍으로서는 충격적 발표다.물론 조사방법의 변화나 문제점이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되는 랭킹에서 이처럼 포스텍이 내려가고 당시 200위도 안되던 성대의 약진은 충격적이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언론들은 특히 지역언론들은 우려섞인 보도를 내면서 포스텍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을 다시 강구할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포스텍이 논문이나 연구에서 성대에 뒤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포스텍은 국내에서 논문이나 연구에서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우선 세계적인 논문, 연구의 추세는 양보다는 질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교수당 논문수가 아닌 논문당 인용수를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포스텍은 이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웃 UNIST(울산과기대)가 이 부분에서 국내1위이다.또한 포스텍은 국제무대에서 작은대학, 젊은 대학으로 명성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유명한 포스텍은 이 점에서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최근 노벨상 예측으로 유명한 Clarivate Analytics(옛 톰슨로이터) 가 발표한 논문 인용도 한국학자 상위권에 포스텍은 없었다. 대신 UNIST가 3명이나 있었다.지역 그리고 전국적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앞으로 포스텍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우선 교수들의 승진, 테뉴어(종신직 임명) 등에 논문인용도를 중점적인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세계적인 조류에 맞추어 개편이 시급하다. 특히 해외 학자들과의 공동저자 논문은 대학의 위상도 높이고 학교의 인지도 상승 및 논문 인용도를 높일 수 있다.세계적인 학자들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특히 분야별로 기본원리가 되는 연구를 많이 한 교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기본원리와 응용원리가 혼합되도록 잘 배분해야 한다.포스텍은 국내 경쟁대학에 비해 해외에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전공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자나 대학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세계적인 학회나 대학평가회의 등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내년에 카이스트는 대학평가 관련 대규모 세계회의를 대전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포스텍도 이러한 대규모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포스텍의 위상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 대학의 위상이 높아야 좋은 학생/대학원생, 좋은 교수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대학의 위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 중에 하나가 대학평가이다. 그리고 대학의 위상을 올리려는 노력은 대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상호 배반적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다.이 지역의 자랑과 자부심인 포스텍은 이제 물러날 수 없는 벼랑에 와있다. 배수진을 치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이제 허리끈을 졸라매야 한다.

2018-10-04

평양선언의 전제조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평양선언’으로 들뜬 분위기이다. 며칠 동안 신문은 평양선언으로 내내 시끄러웠고 기대에 찬 모습이다. 곧 통일이 될듯한 분위기도 한껏 실향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들뜨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회담도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다. 김정은 편지도 전해지고 곧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열린다고 한다.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두 사람의 표정도 밝다. 전쟁이 없는 평화!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남북이 모두 원하는 평생 소원이다.어려서부터 들은 한국사람들의 세가지 소원이 있었다. 노벨상,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일이었다.과학의 노벨상은 아직 아쉽지만 어쨌든 노벨상도 받았고 금메달은 이제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씩 매 올림픽에서 수확하고 있다. 두 개는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하나, 통일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세 번째로 만났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은 그동안 ‘선언적 문구’에 그쳤던 것에서 탈피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았다.정부의 분위기는 환호 일색인 것 같다. 아마도 꽤 많은 국민들이 역시 안도와 반색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전쟁의 공포가 휩싸였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분위기 반전이다. 특히 이번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조항이 별도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할 용의가 있음을 선언에 담았다. 또한 군사긴장완화 계획으로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 세부안이 담겼다.이산가족 문제도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도 약속했다. 심지어 두 정상의 백두산 동반등반후 서울-백두산 직항로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두 정상의 한라산 동반 등반도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숨을 멈추고 이러한 장밋빛 합의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모든 합의는 호혜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관광만 해도 그렇다. 남측 사람들의 백두산, 금강산, 개성관광이 거론되지만 북측사람들의 한라산, 설악산, 경주관광은 왜 거론이 안되는가?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북으로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북의 곳곳에 상존하는 정치범 수용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당세습독재 체제에서의 정치범 수용소는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유린은 당연하게 수반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닌 실천력이다. 실천이 되려면 북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완전한 민주주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여도 최소한 세습독재를 하지 말아야 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폐지하고 민간의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다양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평양합의는 실제로 빛을 발할 수 있다.북에 여행가서 보여지는 것만 보고 오고 북의 사람들은 남에 자유롭게 여행올 수 없다면 우리 모두는 거대한 ‘트루먼쇼’의 주인공일 뿐이다. 현란한 약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김정은과 권력 상층부들은 그들의 권력을 포기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평양선언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그들이 권력을 포기할 수 있을까?

2018-09-27

과학도의 현실감각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최근 탈(脫)원전 사태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도의 현실감각의 중요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연구를 잘 한다 하여도 그 연구의 결과가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지배된다면 결국 그 연구는 효용성이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원자력 과학도들은 원자력과 과학기술이 국가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밤낮없이 연구한 대가가 결국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한다. 이들은 “정부가 전문가를 배제하고 비전문가들의 이념적 선택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편향된 이념과 비과학적 주장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좌우되고 있다”고 한숨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결국 과학자들도 현실감각을 키우고 연구결과가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일치되도록 조율해야만 애쓴 연구결과도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그런 측면에서 최근 포스텍의 흥미로운 발전과 행사가 주목된다. 그 하나는 인문사회학부의 확대 발전이다.포스텍 인문사회학부는 그동안 사실상 교양학부에 불과했다. 타 대학 인문학과 한 개 정도의 규모로 학부 과정엔 전공도 없고 대학원 과정도 없었다.최근 포스텍은 인문사회학부 과정에 융합문명, 과학기술, 경제금융 3가지 정도 부전공을 만들고 대학원도 만들어 문화 데이터, 사회조사 데이터, 인터넷 데이터 이런 것을 분석해 사회적 트렌드나 인식구조를 잡아낼 수 있는 데이터사이언스라는 전공 과정을 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전임교수를 대폭 늘리고 관련 소통, 융합, 통일 등을 연구할 연구소 등도 신설한다고 한다.좀더 적극적으로 인문사회학에서 포스텍의 역할을 확대하고 과학도 등의 현실감각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눈에 띄는 또하나의 시작은 ‘현은강좌’를 신설하고 19일 첫 강좌를 열었다. ‘현은강좌’는 정치, 경제, 사회, 산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초청하여 과학도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류한다는 적극적 개념의 과학도 현실감각 키우기 강좌이다.포스텍에는 오랫동안 이공계 대학생들의 인문사회 및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포스텍 화학공학과 명예교수인 항오 김영걸 교수가 출연한 기금으로 개설된 ‘항오강좌’가 있어 왔다.‘항오강좌’와 함께 ‘현은강좌’의 신설은 한국사회와 국제사회를 끌어가는 포스테키언들과 더 나아가 과학도들의 현실감각을 키우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19일 제 1회 ‘현은강좌’로서 경제전문가인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장관을 초청해 ‘한반도의 산업과 경제발전 - 남북 경제협력시대를 대비하여’란 주제로 강연을 실시하였다.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AT커니코리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홍석우 전 장관은 중소기업청장, 코트라(KOTRA) 사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이번 강연에서 그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의 변화와 전망에 대한 식견을 제공하여 좋은 호응을 받았다.‘현은강좌’는 정년퇴임하면서 필자가 제자들과 함께 출연한 현은기금의 수익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특별 강연이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는 이 기금으로 매년 9월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초청해 강좌를 여는 한편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이번 강연을 통해 포스텍 구성원들이 더 넓은 식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포스텍 학생들 뿐만 아니라 과학도들의 통찰력과 현실감각을 길러줄 강연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아울러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를 비롯한 한국의 과학특성화 대학에도 이러한 과학도의 현실감각을 키워줄 프로그램들이 발전하고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2018-09-20

초가을의 상념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가을이 성큼 다가왔다.그리도 지독히 덥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봄이 계절의 여왕(Queen)이라고 하는데가을은 계절의 왕(King)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선한 바람과 가을꽃이 만개할 9월은 싹이 돋고 꽃이 피는 5월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매력을 가지고 있다.필자에게 9월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달이기도 하지만 그 그리움 속에서 많은 삶을 느낀 그런 달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9월은 그리움, 삶, 사랑, 회한들이 얽히는 달이다. 대학시절엔 축제가 열려 캠퍼스의 낭만이 깃들었던 그런 달이다.9월에는 여러 가지 체육행사들이 줄을 잇는데 그중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축구, 테니스, 골프 같은 모임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에 승리하고 아시안 게임에서 숙적 일본을 이기고 우승한 축구소식은 스포츠팬들을 신나게 한다. 정현같은 세계적 스타가 등장한 테니스팬들도 기분이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정치는 현 정부의 지지도가 50% 이하로 내려가면서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싫든 좋든 정치적인 판단이 한 군데로 모이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 의견이 둘로 갈리는 혼란에 빠져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경제적으로는 지금 너무 나쁜 상황이다. 집 값은 수도권 중심으로 크게 오르고 있고 최저임금 여파로 중소상인들이나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면서 일자리 문제가 우울하게 하고 있다.교육은 어떤가? 최근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은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 입시제도의 또다른 변화로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다.과학고에서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 외고에서 언어적 감각이 있는 아이들, 또는 자사고에서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입시 과열 때문에 정부가 외고,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이런 논리는 옳지 않다. 선진국의 모든 나라가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특수고를 폐지하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일류대학을 향한 일률적 교육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최근 대학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는 것은 역량강화 명목으로 대학을 평가하여 지원을 차등화하는 정책과 대학 자율을 해치는 ‘정시모집 확대’ 등의 강제적 입시정책이다.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로 대학입학연령 인구의 감소가 이해되긴 하지만 교육부의 강제적인 대학폐지, 지원축소 등은 대학의 또다른 큰 고민이다.정시모집 확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수시모집 확대를 강요하여 많은 대학들이 수시모집 위주로 편성되는 상황에서 다시 수능위주의 정시모집 확대는 대학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절대평가의 도입은 결국 변별력을 위한 대학별고사의 필요성 속에 대학들은 면접 등을 시험수준으로 강화하려 할 것이다.그냥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시장원리에 맡기면 어떨까?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꽃은 코스모스다.가을이 오면 길가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젊은 시절 걷던 캠퍼스 길이 생각난다. 코스모스는 그냥 순수하고 순리대로 걷는 그런 인생의 길을 생각나게 한다.지금은 아파트촌으로 없어졌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정의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던 기억은 또렷이 다가온다.안보는 물론이지만, 정치, 경제, 교육 등 분야에서 큰 변혁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순수하고 순리대로 걷는 그런 코스모스같이 순백한 사회가 되길 빌어본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