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이끈 원폭투하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의 전통 노포(老鋪·오래된 가게)집 욧소 혼텐은 1866년에 창업했으니 약 150여 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감칠맛이 뛰어나며 질감이 부드러운 일식 요리로 유명하다. 나가사키 뿐만아니라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도쿄 신오하시도리의 거리 어묵 전문점 츠쿠곤은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츠쿠곤은 메이지 원년(1868년)에 창업한 집이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꼭 구입하고 맛봐야 할 것이 바로 츠쿠곤의 어묵과 카마보코다.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조선옥 등 세운상가 일대 노포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된 가게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존하겠다는 게 서울시 원칙이다.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쌍수를 들어 박수를 치고 싶은 선언이다. 이제 그 거리는 근대화 산물의 유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 목포와 포항, 한국 최서단과 최동단의 도시로서 영호남으로 상징되는 동서축의 핵심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 서쪽의 최서단 도시 목포가 한창 화제가 되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거리) 부동산을 부적절하게 매입했다는 지적을 받은 한 국회의원은 탈당을 하면서 문화보존의 의미를 주장했다. 문제는 진정 문화재를 보존키 위한 매입이냐 부동산 투기 아니냐 하는 것이다. 진실의 싸움은 검찰로 넘어갔기에 그 진실을 우리가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그 진실의 진위보다 더 중요한건 목포가 국내 최초로 거리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이다. 그 거리는 일제가 지은 건물로 가득차 있지만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여 문화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 의지 자체가 부럽다.
동쪽의 최동단 도시 포항은 어떤가? 일제식 건물이라고 오랜 역사의 포항시청 건물은 해체되고 거기에는 소위 현대식이라는 건물이 들어섰다. 포항의 역사와 포항시민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포항역도 사라졌다.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 그 자리는 지금 황량한 자동차 교차로로 변해 있다. 포항시청, 포항역사, 청룡회관, 포항문화원 등 역사적 건물들이 모두 철거 되었다. 철도길을 따라 여기 저기 서있는 골프연습장둘의 모습은 사라진 포항역사건물과 대비되어 다가온다. 시민들의 삶과 궤적을 함께해온 유서깊은 건물들이 지역사회와 충분한 상의없이 사라지는 모습은 목포시의 문화의 거리 지정과 서울시의 최근 역사건물 살리기와 대비를 이룬다.
한국인에게 일본의 배울 점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대다수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일본에서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노포 음식점이나 오래된 역사적 건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리스본 등 예외없이 오래된 유적과 건물로 삶이 풍요롭고 전세계 사람들을 모은다.
구룡포에는 일본인거리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거리는 보존되어 있다. 치욕의 역사도 보존해야만 진정 후세들에게 역사성을 심어줄 수 있다. 포항과 목포! 정치적 파장도 마다한채 역사성을 간직하려고 애쓰는 도시와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숨막히는 아파트만이 창궐해 가고 있는 또 한 도시의 모습은 정말 역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숨막히는 고층건물의 도시가 아닌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가 훨씬 멋지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