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으로 들뜬 분위기이다. 며칠 동안 신문은 평양선언으로 내내 시끄러웠고 기대에 찬 모습이다. 곧 통일이 될듯한 분위기도 한껏 실향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들뜨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회담도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다. 김정은 편지도 전해지고 곧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열린다고 한다.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두 사람의 표정도 밝다.
전쟁이 없는 평화!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남북이 모두 원하는 평생 소원이다.
어려서부터 들은 한국사람들의 세가지 소원이 있었다. 노벨상,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일이었다.
과학의 노벨상은 아직 아쉽지만 어쨌든 노벨상도 받았고 금메달은 이제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씩 매 올림픽에서 수확하고 있다. 두 개는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하나, 통일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세 번째로 만났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은 그동안 ‘선언적 문구’에 그쳤던 것에서 탈피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았다.
정부의 분위기는 환호 일색인 것 같다. 아마도 꽤 많은 국민들이 역시 안도와 반색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전쟁의 공포가 휩싸였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분위기 반전이다. 특히 이번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조항이 별도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할 용의가 있음을 선언에 담았다. 또한 군사긴장완화 계획으로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 세부안이 담겼다.
이산가족 문제도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도 약속했다. 심지어 두 정상의 백두산 동반등반후 서울-백두산 직항로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두 정상의 한라산 동반 등반도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숨을 멈추고 이러한 장밋빛 합의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합의는 호혜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관광만 해도 그렇다. 남측 사람들의 백두산, 금강산, 개성관광이 거론되지만 북측사람들의 한라산, 설악산, 경주관광은 왜 거론이 안되는가?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북으로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북의 곳곳에 상존하는 정치범 수용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당세습독재 체제에서의 정치범 수용소는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유린은 당연하게 수반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닌 실천력이다. 실천이 되려면 북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완전한 민주주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여도 최소한 세습독재를 하지 말아야 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폐지하고 민간의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평양합의는 실제로 빛을 발할 수 있다.
북에 여행가서 보여지는 것만 보고 오고 북의 사람들은 남에 자유롭게 여행올 수 없다면 우리 모두는 거대한 ‘트루먼쇼’의 주인공일 뿐이다. 현란한 약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김정은과 권력 상층부들은 그들의 권력을 포기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평양선언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포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