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감에서 어리둥절한 단어가 나왔다. “듣보잡”.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국회의원이 국감현장에서 사용한 말이다.
무슨 말인가? 사전을 찾으려고 뒤지는데 증인인 사람이 바로 반격을 했다.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입니까?”
아! “듣보잡”이 그런 뜻이었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그런 저속한 단어를 국감에서 사용할 수가 있을까? 저런 단어를 사용하고 증인에게 올바른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항의하는 증인에게 그 의원은 “들으세요”라고 답했다. “내가 어떤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도 당신은 듣기만 해라”는 자세였다.
그 이후의 국회의원과 증인의 설전은 가관이었다. 증인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는 의원과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증인간의 설전 끝에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말과 “하려면 하라”는 말로 끝이 났다.
종종 국감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준 미만의 드라마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작년에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한 교수는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요?” 라고 내뱉었다. 국회의원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일반적 분위기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국회의원이 고성을 지르고 큰 벼슬이나 하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청문회나 국감에 나선 증인이나 공무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모습이 되고 있다. 당시에도 교수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고, 이번에도 “15번 국감 중 이런 일은 처음 본다”라는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안하무인적인 발언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미국 국회청문회나 국감을 한번 가서 견학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정연하게 논리를 펼치고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청문회나 국감을 진행하는가 보게 될 것이다.
의원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질문을 하고 허위증언 등에 대해 단호히 징벌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국회의원은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에 참여한다.
막강한 특권도 부여된다.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 각종의 특권과 권리를 가지는 반면, 국회의원의 의무 사항은 헌법 준수의 의무, 국익 우선의 의무, 지위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의 의무 등 여러가지가 있다. 소리지르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국회의원은 우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구가 부족하면 부족한 지식을 숨기기 위해 결국 소리지르고 억압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 출석도 잘 하지 않고 국회출석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연구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저런 부정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를 볼 때 국회의원의 깨끗한 신분을 유지하는 건 절대적인 조건이다. 그러기에 법률로 국회의원의 지위남용 금지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이다.
증인을 향해 “듣보잡”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일 때 국민은 의원을 존중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로 질문할 때 위증을 하거나 불손한 자세로 증인이 대답하면 국회의원에 앞서 국민이 증인에 대하여 분노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대한 ‘갑’이 아니다. 국민의 봉사자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