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올겨울 무척 추울 것이라고 한다.
지난 여름 너무 무더워서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게 맞냐?”라던 외국인 방문객 교수의 질문이 무색하게 이번 겨울은 매서운 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들에게 몰아치고 있는 매서운 바람으로 한국의 기업들에겐 이번 겨울은 더 추워질 겨울이 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의 전·현직 임원 수십명이 정규직 전환 문제로 피고석에 섰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인 한국의 기업인 삼성의 여러 기업들이 앞으로 몇년간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현 정부로부터 온갖 핍박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권 의원들로부터 두들겨 맞았다. 이들 의원들은 이미 좌파 진보매체들을 중심으로 지속 제기되어 온 삼성전자의 문제점들을 끌어모아 몰아붙였다. 산재 사고만 해도 그렇다. 삼성전자에서만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 모습은 현 정부의 ‘삼성 때리기’의 모습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 공정위, 금융위 등 핵심 권력기관들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현 정부의 반기업 행태를 보면 정권의 핵심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아직도 마르크시즘의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필자가 수십개국의 수십개 도시를 다녀보았지만 삼성의 마크나 광고판을 보지 못한 도시가 없을 정도이다. 미국 보스턴은 물론 유럽, 아시아 각국 그리고 최근 다녀온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삼성의 세계경영은 놀라울 정도이고 한국의 자존심이고 한국의 생명줄같이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은 올 3분기 중국 시장에서 한때 20%까지 올랐던 시장 점유율은 0.7%로 주저앉았다.
차세대 먹거리라는 삼성 바이오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달 증권선물위원회가 붙인 ‘고의적 분식 회계 기업’이란 딱지로 인해 여러 가지 거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현재의 문제는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판매 부진으로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 토막 나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이런 여파로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정부의 압박인 공정위의 순환 출자 해소 요구를 이행하려다 지배 구조 개편의 덫에 빠졌다고 한다. 뛰어야 할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중지하고 정부의 기업때리기 눈치를 봐야 하며 웅크리고 있는 현 상황은 정말 암담하다.
무분별한 탈원전 정책도 그렇다.
핵심 기업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했고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현 정부는 80년대 운동권 인사들이 권력의 중추에 자리잡고 있고 그 당시 재벌기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날 누구든 한번쯤 빠질 수 있는 마르크시즘은 구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로 실패한 이론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더 이상 멸망한 이론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기업들을 과도하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무한경쟁에서 뛰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그런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 때리기’를 중단하고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대로 대기업들이 추운 겨울을 지나게 해선 안 된다. 추위를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의 행렬이 생긴다면 이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