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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보(Nocebo) 효과

등록일 2019-01-08 18:59 게재일 2019-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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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2019년 새해는 엉뚱하게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개스토니아의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 여행 중 막내가 갑작스런 복통으로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도시의 병원에 급히 들러 수술을 받았다. 맹장염 수술 이후에 장유착이 온 것인데, 수술 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되었다. 그 중 하나가 혈전증이다.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침과 흉통이 시작되었다. 가슴이 찌르도록 아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밤새 기침을 하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믿지 못하는 건 아이나 필자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흉통과 기침이 있는데 어떻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곧 CT 촬영이 개시되었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다. 의사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간호사가 CT 결과가 양호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갑자기 평온해졌다. 흉통도 줄어들고 기침도 기적과 같이 사라져갔다.

의약계에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라는 흥미로운 용어가 있다. 플라시보(Placebo)는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환자가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이지만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말한다. 라틴어로서 ‘마음에 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란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하면 환자의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노시보(Nocebo) 효과 용어도 있다. ‘해를 입게 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플라시보 효과와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약효를 의심하거나 부작용이 있다고 믿는 부정적 신념이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거나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분명히 아이가 기침을 하고 흉통을 느낀 건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노시보 효과였다. 그리고 CT의 결과가 나오기 전 CT의 잠정적 결과를 들은 후 기침과 흉통이 멈춘 건 플라시보 효과였다.

문제는 지금 남북평화 협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시보 효과이다. 정부가 아무리 북한의 평화의도가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이 해외를 다니면서 북한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현상은 아마도 노시보 효과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북한이 설사 진정성이 있다하여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문제가 진정 문제인 것이다. 그건 과거 북한이 수없는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평화공세가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만큼 중요한 건 국민의 노시보 효과를 없애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시보 효과가 국민들에게 존재하는 한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협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의학에서 증명되었듯이 아무리 좋은 약도 노시보 효과 아래에서는 약효가 없듯이 아무리 평화공세가 진정성이 있다하여도 노시보 효과로 인하여 국민들의 평화를 향한 열망에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북 비핵화협상이 교착에 빠진 것을 미국의 그릇된 인식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금년도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비핵화’ 보다는 “더 이상 핵실험을 안한다”만 강조하고 있다. 핵보유국을 인정하라는 말로 들린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핵없는 한반도’를 공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목표임을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는 진정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북핵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위장평화 공세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었고 노시보 효과가 시작되었다.

지금 남북관계의 현상타개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노시보 효과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건 북한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일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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