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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아있는 것으로

네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왼쪽 다리를 못 쓰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Itzhak Perlman)은 10세에 첫 대중 연주회를 했으며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19세에 레빈트릿콩쿨에서 우승해 명성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는 보잘것 없는 외모에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딛고 일어선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1995년 11월 18일, 뉴욕 링컨센터(Lincoln Center) 에이버리피셔홀(Avery Fisher Hall)에서 열린 이작 펄만의 연주회 때 벌어진 일입니다.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마치 총소리처럼 ‘탕’하고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졌습니다. 그 순간 예측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바이올린을 바꾸거나 줄을 갈아 끼우지 않고 계속 연주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바이올린 현 세줄로 교향곡 연주가 불가능함을 익히 잘 알았던 이작 펄만은 연주를 진행하는 동안 매 순간 즉석에서 편곡하고 다시 머리 속으로 음표를 그려가면서 작곡해 전에 들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음을 창조해 나갔습니다.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친 후 애버리피셔홀은 경이에 찬 침묵에 사로잡혔습니다. 한동안 깊은 울림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청중은 오로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긴 침묵이 끝나자 모든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습니다.이작 펄만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땀을 닦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을 갖고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가 하는 일이지요.” 휴스턴 크로니클지가 보도하며 이 일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매일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방법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매 순간 그 자원을 편집하고 재창조하며 집중하는 일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02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1990년대 초 독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스폰서는 나이키였고, 최상위 기록을 가진 선수들도 대부분 나이키가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대회는 당연히 나이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대규모 후원도 할 수 없고, 후원을 하는 선수도 많지 않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당시 아디다스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한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나이키는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 ‘시간과의 경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후원했고 그 전략은 잘 먹혀들었습니다. 만약 아이다스가 똑같은 관점으로 마라톤을 바라본다면, 아디다스는 나이키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잘 그는 알았습니다. 나이키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이키의 절대 우위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도 간파했습니다.아디다스는 마라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당시로써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었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의 변화였습니다.아디다스는 캠페인을 위해 힘든 상황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 노인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디다스가 정한 구호는 이렇습니다.“마라톤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디다스는 이 노인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것이 스포츠정신입니다. 아디다스.” 사람들은 아디다스의 관점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획일적인 생각, 동일한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갖추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재가 아닐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01

알렉산드로스가 말하는 정의(正義)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스라엘에 원정을 왔을 때 어떤 유대인이 물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금과 은을 갖고 싶지 않습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대답합니다. “금은보화는 이미 아주 많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유대인 전통과 당신들이 생각하는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오.”마침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있는 곳에 두 사람이 랍비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이 넝마 더미를 샀는데 그 속에서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넝마를 판 사람에게 “나는 넝마를 산 것이지 금화를 산 것이 아니니 이 금화는 마땅히 당신 것이오.”했고 넝마를 판 사람은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에게 넝마를 이미 팔았으니 그 속에 들어 있었던 금화도 당신 것이오.”양쪽 주장을 들은 랍비는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신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으니까 이들을 결혼시킨 후 그 금화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옆에서 듣고 있던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랍비가 물었습니다. “대왕님의 나라에서는 이러면 어떤 판결을 내리십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이런 경우라면 판결은 아주 간단하지요. 두 사람을 죽여 버린 후 그 금화를 내가 갖소. 이것이 내가 아는 정의요.”등골이 오싹해지는 가치관입니다. 넝마 안의 금화가 누구 소유냐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던 유대인들이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낭만적인 양보는 모두 사라지고, 치열하게 자기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온갖 교묘한 수사를 동원해 포장하겠지요. 2천500년 전 플라톤이 그의 책 국가에서 던졌던, ‘올바름’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7

1만2천500번의 노크

이그나티우스 피자라는 미국의 한 젊은 박사가 의학 공부를 마치고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베이에서 클리닉을 개원하려 했을 때. 그 지역의 의사 협회는 “이미 클리닉이 너무 많으니 다른 곳에서 개원하라”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굳게 결심한 그는 그날부터 무려 넉 달 동안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집집이 찾아다니며 노크했습니다.“제가 어디에 클리닉을 내면 좋을까요?” “클리닉 이름은 A와 B중에 무엇이 더 좋을까요?” “제 클리닉 개원식에 초대합니다. 와주시겠습니까?”피자 박사는 당연히 수없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하지만, 그는 지역 사회 1만2천500가구를 모조리 방문했고, 그 중 절반인 6천500명에게 말을 건네는데 성공했습니다. 넉 달 뒤 그는 개원했고, 첫 한 달 동안 233명의 환자를 진료, 7만2천달러의 기록적인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살아가면서 우리는 ‘거절’ 당할까 걱정합니다. 가끔은 그 두려움이 너무 커서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절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생활 일부입니다. 거절당한다 해도 나빠질 것은 크게 없습니다.위신이 떨어진다고요? 창피하다고요? 1만2천500가구의 집 문을 노크해 6천번 이상 거절당했던 미국의 한 박사도 있었습니다.제가 늘 새벽 편지를 쓰는 이곳, 클북이 출판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여덟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책 출간 이후 다양한 저자들의 반응을 봅니다. 낯가림이 심한 분은 책을 내고도 칩거하는 숨는 분도 있고, 자신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많은 분을 만나고 여기저기 노크하는 분도 있습니다.1년에 4만권도 넘게 쏟아져 나오는 새 책의 홍수 시대입니다. 자신의 책을 알리고자 오늘도 애쓰며 노크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저자를 응원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6

한 청년의 독특한 버릇

20세기 초, 이탈리아에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는데 ‘동전 던지기’를 통해 고민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선택을 결정하는 습관이었습니다.그에겐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습니다. “파리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느냐, 디자이너 가게에서 일하느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디자이너 샵으로 뒷면이 나오면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결과는 앞면이 나와 디자이너 샵으로 진로를 결정했지요. 이 인연으로 청년은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찬 디오르 문하에서 일을 배웁니다. 디오르가 죽고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또다시 동전을 던집니다. “회사에 남아 그의 뒤를 이을 것인가? 내 브랜드를 단 가게를 시작할 것인가?” 결국, 독립을 택한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 브랜드를 “피에르가르뎅”이라 부릅니다.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동전을 던져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피에르가르뎅은 대답합니다. “동전 던지기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한 게 아닙니다. 어떤 선택이든 일단 결정한 후엔 믿음을 갖고 밀고 나갔기 때문입니다.”‘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사르트르 말대로 인생은 태어나서(Birth)부터 죽는 날(Death)까지 선택(Choice)의 반복입니다. 식사 메뉴나 책을 고르는 것부터 직장, 배우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까지 선택에서 자유롭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어떤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고 사려 깊게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에 우리가 어떤 행동과 실천을 하느냐, 아닐까요?지금 이 순간, 내 선택이 옳을까 혹은 틀릴까 고민하기보다는 한 번 선택한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갖고 실천하기로 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5

천재 수학자의 노력

1707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난 수학자 오일러는 뉴턴이 발표한 미적분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수학, 정수론, 기하학 분야에 큰 발전을 이룬 위대한 수학자입니다. 또한, 유명한 삼각 함수의 기호를 창안하고 ‘오일러의 정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업적들은 그의 천재성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입니다.학자로서 평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오일러는 인생의 반은 공부에 투자하고 나머지 반은 책을 쓰는 데 보냈습니다. 그러나 열정과 성실이 지나쳤는지, 오일러는 왼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 뒤 오른쪽 눈도 차츰 나빠져 오른쪽 눈마저 실명하고 말았습니다.하지만, 오일러는 이미 자신의 실명을 예상하고, 오른쪽 눈이 나빠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눈을 감은 채 여러 수식을 적고 푸는 연습을 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바르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대비하고 연습했습니다.오일러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에도 무려 17년 동안 연구와 저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평생 5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썼습니다. 얼마나 그 양이 대단했는지 그가 죽은 후 45년이 지나서야 그의 저서들을 모두 출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이에 대해 18세기 후반에 발표된 수학에 관한 논문을 모두 모아 놓는다면 대략 3분의 1은 오일러의 펜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지요.우리는 다재다능하고 쉽게 눈부신 결과를 일궈 내는 천재들을 부러워합니다. 수학자 오일러는 인생이란 1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우리에게 보여준 셈입니다.격변의 시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10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는 이 시대에 무방비 상태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고 성찰하는 새벽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4

결핍은 축복이다

코끼리의 귀는 무려 240km 떨어진 곳의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비가 내리면 서울에서 그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코끼리에게 있다는 의미지요. 놀라운 청력입니다. 코끼리들이 빗소리에 민감한 이유는 건조한 초원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멀리 내리는 빗소리를 잘 감지해서 비가 오는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일강의 범람이라는 자연재해, 곧 역경은 오히려 이집트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다는 의미였습니다.해마다 반복하는 범람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했고 범람 후 경지 측정을 위해 기하학이 눈부시게 발달했습니다.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도르래와 수레를 발명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은 훗날 피라미드 공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지요. 결핍은 이집트인들에게 불타오르는 극복 의지를 일깨웠습니다.플라톤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마지막으로,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손뼉을 치는 말솜씨를 꼽았습니다. 적당한 결핍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입니다.풍족한 환경에서 늘 평온한 삶을 누리는 가운데는 간절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핍은 간절함을 선물하고 그 선물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행복의 기초를 이룹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3

베스트셀러에 대하여

컬럼비아 대학 레이먼드위버 교수에게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독서량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위버 교수가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 알아볼 속셈으로 교수를 찾아온 겁니다. “교수님이 이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해요”라며 학생이 책 한 권을 내밀었습니다. 교수는 잠시 살펴보고는 “아직 읽지 못했네” 라고 답했습니다.학생이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이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아직도 안 읽으셨단 말이예요? 나온 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요?”잠시후 위버 교수는 물었습니다. “자네는 단테의 ‘신곡’은 읽었나?” 학생은 머뭇거리며 아직 읽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3개월밖에 안된 책을 못 읽었지만 자네는 600년도 넘은 책을 읽지 않았군.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네.”한국 출판계는 1년 동안 무려 4만 종 이상의 신간을 쏟아냅니다. 하루에 100권도 넘는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덩달아 책의 수명도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지요. 한국 사회에서 책을 읽는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책에서 삶의 자양분을 얻는 분들은 점점 더 고급 독자로 변하고 있고, 원래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은 아예 책을 손에서 놓아 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고전이 좋다, 새로운 정보를 담은 책이 좋다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전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 수백 년 이상 살아남은 책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가 크기 때문입니다. 깊고 넓은 지성의 세계를 만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붙들고 씨름하는 동안 내 생각이 깊고 넓어집니다. 정보를 담은 책들은 수월하게 이해할 힘이 생깁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0

우리가 사는 길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심장에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났는데, 의사들은 하나같이 그 아이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며칠 동안 그 아기는 병세가 계속 악화되어 죽기 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한 간호사가 쌍둥이를 하나의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자고 말했습니다. 이는 병원의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담당 의사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엄마 자궁에서처럼 두 아이를 한 인큐베이터 안에 나란히 눕히기로 했습니다.건강한 아이가 팔을 뻗어 아픈 동생을 감싸 안았습니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동생의 심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다음에는 체온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은 조금씩 나아졌고, 현재 두 아이는 정상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최근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화두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를 방문해 브로드밴드 시대를 대비하라고 정곡을 찌르는 조언을 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최근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트렌드 세 가지를 알려주고 갔습니다. 그는 첫째는 A.I 둘째는 A.I 셋째도 A.I 라고 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결 이후 인공지능은 가파른 속도로 우리의 관심을 지배하고 있습니다.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순간 사회 구조는 급격히 변할 것이 분명합니다.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기적은 무엇일까요?쌍둥이 아이가 팔을 뻗어 동생을 감싸는 정서적 능력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일지 모릅니다. 마더테레사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다.”우리 일은 인공지능이 가져갈 수 있지만, 사랑하는 능력은 빼앗을 수 없습니다. 더 깊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능력만이 우리가 살길일지도 모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9

생각을 바꾸기만 한다면

영국의 정신의학자인 하드 필드가 밝힌 실험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의 실험은 사람의 정신력이 육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3명의 남자에게 보통의 상태에서 힘껏 악력계를 쥐게 했을 때 그들의 평균 악력(손아귀로 쥐는 힘)은 101파운드였는데 그들에게 ‘당신은 참으로 약하다’고 말해 준 뒤 다시 재어보았더니 겨우 29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보통 힘의 1/3 이하로 떨어진 셈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당신은 강하다’는 말을 해 준 후 측정하니 무려 142파운드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나는 강하다는 적극적인 정신 상태로 충만해지자 그들의 악력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상태 때보다 무려 500%나 증가했다는 것을 이 실험은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약하다, 나는 못한다’는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유혹만큼 우리를 쉽게 무너지게 하는 적은 없습니다.자신의 생각을 ‘난 강하다, 난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적어도 그저 포기해버릴 때보다 다섯 배는 나아집니다.무산소 등정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최초로 오르고, 히말라야 14좌를 역시 산소호흡기 도움 없이 모두 완등한 라인홀트메스너라는 예술가에 가까운 산악인이 있습니다. 그는 낭가파르밧 등정에 실패할 때 동생을 잃고 자신도 발가락 6개를 자르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늘 새로운 불가능에 도전합니다. 그가 선천적으로 강심장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배낭을 꾸릴 때 라인홀트메스너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짐을 풀었다 싸기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믿고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메스너가 남긴 유명한 말이 아직도 제 심장을 울립니다.“머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리는 견뎌낼 수 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8

발에 박힌 쇳조각

오래전 유럽의 한 소년이 경험한 일화입니다.깊은 밤, 소년이 집으로 걸어가는데, 낭랑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부는 마치 자는 듯했고, 말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고독하게 길을 갔습니다.문득, 소년은 말의 발에서 번쩍이는 검은 빛을 봤습니다. 그것은 편자(말발굽)였습니다. 소년의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살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쇠붙이가 말을 얼마나 아프게 할까?’어느 날 소년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왜 말의 발에는 쇠가 박혀 있나요?”할머니가 대답해 주었습니다. “말이 어느 정도 자라면 발을 보호하기 위해 편자를 박아준단다. 그러면 길가에 떨어진 쇠붙이나 못, 유리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아, 그래야 멀고 험한 길을 잘 갈 수 있지.”소년은 그 말을 들은 후 비로소 편자를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편자는 말의 살을 파고들어가 고통을 주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역설을 알 수 있었습니다.우리 삶에도 편자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편자를 박아 단련하는 과정은 반드시 상처를 동반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생을 원치 않는다면 발아래 박혀있는 편자의 고통을 인내해야 합니다. 발에 박힌 편자가 차츰 익숙해지면 그와 함께 강인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유발 하라리는 앞으로의 시대에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로 남느냐 호모 데우스로 변화하느냐 두 부류로 갈라진다고 예견합니다. A.I와 로봇, 유전공학의 급속한 발달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를 잘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생과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주는 달콤함에 젖어 서서히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으로 나뉠 것이 분명합니다. 발에 편자를 박는 고통이 있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할 일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7

어떤 선택

휘셔라는 건축 설계사가 2차 대전 중 겪은 체험담입니다. 그는 수백만 유대인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열악한 환경 속에서 점점 기력을 잃고 죽어가고 있던 한 사람이 자기가 먹는 딱딱한 빵 조각과 휘셔가 배급받은 수프를 바꾸어 먹자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빵 조각보다는 차가워도 수프가 먹기에도 좋고 배도 부르게 했기 때문에 휘셔도 수프를 원했으나 죽음을 향해가는 그 사람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자기의 수프를 그에게 주고 자기는 늘 그의 작은 빵 조각을 받아먹었습니다.2차 대전이 끝나고 휘셔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해방이 되어 미군의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진단 중에 휘셔는 자기가 수프와 빵 조각을 바꾸어 먹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의사가 놀라면서 말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사랑을 베푼 일 때문에 살아난 것입니다. 당신이 오늘날 이렇게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당신이 수프를 먹지 않고, 그 빵 조각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그 수프에는 영양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신은 그 빵 조각을 먹었기에 지금까지 살 수 있는 영양을 공급받았던 겁니다.”이순신 장군이 했던 유명한 말,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은 원래 ‘오자병법’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행생즉사(倖生卽死)’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젊은이들은 비슷한 선택을 합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요? A.I.가 일으키는 격변의 시대에 지금 기준으로 안전해 보이는 목적지는 순식간에 끝도 없이 추락할지도 모릅니다.남들이 가지 않고 선택하기를 꺼리는 고독하고 힘든 일을 정면으로 돌파할 때 예상치 못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지금 그대가 걷는 길은 안전한가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6

마음을 고쳐먹으면

영국에 헨리 포세트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사냥을 하러 갔다가 아버지가 엽총을 오발하는 바람에 양쪽 눈을 다 잃는 사고를 겪습니다. 헨리 포세트는 원망과 비탄, 절망에 빠졌습니다. 얼마후 헨리는 아버지가 이 일 때문에 너무 괴로워 거의 미칠 지경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헨리 포세트는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마음을 고쳐먹고 절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치 야망을 되찾은 것처럼 늘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했고 일부러 기쁜 듯 활기차게 행동했습니다.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우울한 내면 상태와 달리 기쁜 척하며 살았는데 얼마 후에는 삶이 진짜 기쁨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그는 훗날 영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나중에는 체신부 장관까지 지내며 사회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수명을 100년으로 치면 잠자는 데 30년, 일하는 데 25년, 먹는 데 8년, 기다리는 데 7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데 1년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웃는 시간은 겨우 13일에 불과하지요. 웃음에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습니다. 웃음치료 전문가 한광일씨는 말합니다.“신체적 반응이 감정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웃을 일이 없더라도 입 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 웃으면 몸속에서 유쾌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억지웃음도 90%의 효과가 있고 여럿이 함께 웃으면 33배나 더 효과가 있어요. 잘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웃음이 많은 사람이 평균 8년이나 더 장수한다고 하니 웃음이 오래 사는 비결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우리 국민 2/3가 우울감에 빠져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웃을 일이 없어도 큰 소리로 웃으며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3

헬렌 켈러의 실천

헬렌 켈러가 11세 소녀일 때 알고 지내던 토미는 자신과 비슷한 귀머거리이며 벙어리인 네 살이었습니다. 토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까지 직장을 잃게 되어 누구로부터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헬렌은 꼭 자신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파 설리번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참 불쌍해요. 토미도 저와 같이 책을 읽고 말할 수 있게 교육을 시켜주세요.”“헬렌.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네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 같구나. 토미와 같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는 돈이 매우 많이 든단다.”하지만, 소녀 헬렌 켈러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로 헬렌은 토미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편지를 써서 많은 사람에게 보냈습니다.‘토미를 위해 내 용돈을 모두 털었어요.’라는 헬렌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 그리고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토미 돕기 운동’에 성금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1천600 달러를 모금한 헬렌은 토미를 보스톤에 있는 퍼킨스 농아학교 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사랑에는 공상적 사랑(Love in Dreams)과 실천적 사랑(Love in Action)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고상한 가치와 이상적 이념을 사랑한다고 우리가 종종 말하거나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랑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진심으로 그런 사랑을 내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고 신념처럼 확고하다 믿습니다. 하지만, 내 삶이 분주하거나 여유가 없을 경우 혹은 귀찮거나 힘든 상황이 오면 내 편의에 따라 언제든 유보하거나 멈출 수 있는 사랑입니다. 실천적 사랑은 다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실천적 사랑은 중노동이다. 불굴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견뎌내는 것이다.”내 사랑이 공상적 사랑인지, 실천적 사랑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조신영 인문고적독서포럼 대표

2020-02-12

고난 속에서 꽃이 피다

허버트 웰스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자기점이 망해 버리자 포목점의 종업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가게를 청소하고, 난로에 불을 지피고, 쉴 틈 없이 일하면서 하루 14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이렇게 착하고 성실한 허버트 웰스가 어느 날 한 아이를 구하려다 그만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몇 개월 동안 발에 추를 매달고 침대에서 고생했으나 뼈가 잘 붙지 않아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1년을 꼼짝하지 못한 채 누워 있는 바람에 허버트 웰스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다리가 완치된 후에도 허버트 웰스는 축구 시합을 하다가 넘어져서 신장과 오른쪽 폐가 파열되고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의사는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으나 그는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며 무려 12년을 투병했습니다.그러나 허버트 웰스는 12년 투병 기간에 수많은 생각을 했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재능을 키웠습니다. 결국에 그는 건강을 회복하여 ‘타임머신’ ‘우주전쟁’ ‘세계 문화사 대계’ 등 평생에 걸쳐 100권 이상의 책을 썼고 그것은 모두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위대한 작품의 반열에 오릅니다.“生於憂患(생어우환)이요 死於安樂(사어안락)”‘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지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결국 나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고, 지금 편안하고 안락한 상황이 나를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는 뜻입니다.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료는 꽃이나 열매에서 추출한 것이 아니라 병든 고래의 기름에서 나오는 물질이 가장 향기롭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림이 깊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은 수목 한계선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수십 년을 웅크리고 있던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고 하지요. 우리에게 수시로 다가오는 고난은 어쩌면 우리 삶을 꽃피게 하는 진정한 벗인지도 모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1

오늘은 뭘 배웠지?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작가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늘은 뭘 배웠지?’라고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에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세상이 곧 학교’라는 믿음과 ‘아침에 일어나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잠드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신념으로 갖고 있던 분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저녁 식탁에서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오늘 네가 배운 건 뭐지?”아버지의 질문에 가족들은 한 가지 이상씩 꼭 대답해야 했습니다. 만약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할 때는 식사를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대신 아버지는 가족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하찮게 여기거나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고, 날마다 가족들이 말한 지식을 서로 연결하며 5∼6개의 새로운 사실과 경험들을 함께 배우고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레오버스카글리아는 아버지가 늘 들려주었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단다. 인간은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배움이란 무엇일까요? 호모에루디티오(Homo Eruditio), 즉 배우는 인간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연세대 한준상 명예교수는 ‘배우다’라는 의미를 이렇게 풀어 설명합니다. ‘배우다’라는 말은 ‘배다(임신하다)’에 하게 하다는 의미의 ‘우’가 들어가 ‘임신하게 하다’ 즉 속에서 자라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스스로 지식의 어미가 되어 우리 내면에서 피와 살을 붙이고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스며들게 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스며드는 것은 조금씩 배어들어 큰 부분을 적시는 과정입니다.오늘도 배우는 삶의 현장으로 나갑니다. 무엇을 잉태하고 무엇을 스며들게 할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10

당신은 ‘린치핀’인가요?

명지휘자로 알려진 미겔 코스타 경이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연주회를 위해 최종 리허설을 할 때 있었던 실화입니다. 연주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트럼펫이 울리고 팀파니가 퉁탕거리고 모든 악기가 신나게 연주하고 있었지요. 그때 피콜로 연주자에게 갑자기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명이 훨씬 넘은 연주자들이 온갖 악기로 이렇게 크게 연주하고 있는데 나처럼 작은 피콜로라는 악기 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하며 슬그머니 자기 연주를 멈춥니다.그 순간 미겔 코스타 경은 모든 연주를 중단시키고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피콜로는 어디로 갔어!”피콜로 연주자는 자기 소리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 음악을 알고 완벽하게 해석해 심금을 울리는 연주를 하고자 했던 지휘자에게 그 작은 피콜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전체 음악이 엉망으로 변했던 거지요.혹시 ‘린치핀(linchpin)’이라는 용어를 아십니까? 린치핀은 바퀴와 다른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핀의 일종입니다. 이 핀이 없으면 거대한 기계가 즉시 동작을 멈추고 마는 핵심 부품인 셈입니다. 마치 피콜로 연주자처럼. 최근에는 이 용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불가한 작은 존재’라는 의미가 린치핀에 붙기 시작합니다.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그루, 세스고딘이 묻습니다. “당신은 린치핀인가?” 작아도 자신만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인공지능이 넘 볼 수 없는 사람, 자신을 둘러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시대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역량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는 삶을 꿈꾸는 그대가 눈부신 새벽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9

사막에 채소밭을 만들기까지

레바논 출신의 무사 알라미는 전쟁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요르단 강 유역 황량한 사막으로 갔습니다. 그 지방은 수천 년 동안 뜨거운 태양빛만이 내리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사막에서 지하수를 이용하여 곡물 재배에 성공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는 이 타는 듯한 뜨거운 모래라도 밑으로 계속 파고들면 반드시 물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사막 사람들은 무모한 짓이라며 말렸지만,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로 갔습니다.함께 한 사람 중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도 있었습니다. 일행은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 들어갔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들은 삽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수개월 후, 드디어 습기에 찬 촉촉한 모래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시원한 물이 차오르자 그들은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노인은 울먹였습니다. “여보게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네. 이 메마른 사막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이 눈으로 보았으니….”수백 년 버려졌던 사막에 지금은 온갖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서른, 기본을 탐하라’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실패는 환경이 나쁘거나 실력이 부족해서 보다는 스스로 한계라고 느끼고 포기했을 때 찾아온다.또한, 자주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실패자’ 혹은 ‘패배자’라고 느낀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마라. 자신을 낮추는 데 익숙해지면 새로운 이미지도 만들 수 없다.”무사 알라미와 우리가 처한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사막에 곡괭이 질을 했고, 우리 역시 무언가 결과를 바라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내 한계”라고 스스로 선을 긋고 물러서는 나약한 정신이 아니라, “끝까지 간다!” 스스로 다짐하는 정신 승리가 인생의 진정한 매력 아닐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6

안전지대에서 학습지대로

우리가 안전지대를 벗어나 이르러야 하는 곳은 학습지대입니다. ‘먼데이 모닝’의 저자 데이비드 코트렐은 학습지대를 구성하는 세 가지 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첫 번째 방은 독서방이다. 읽지 않는다면 학습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시간은 더 줄어든다. 만일 회사로부터 ‘직급이 높아진다면 그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시간이나 돈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책 읽을 시간을 챙길 수 있느냐는 의미이다.두 번째 방은 경청방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면 어느새 오만함에 빠지고 자기통제를 상실하게 되며 감각이 둔해진다. 그런 상태는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세 번째 방은 나눔방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려 할 때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학습지대에 머무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최근 한국의 독서 인구가 급격히 양분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 발달과 온갖 자극적인 컨텐츠의 범람으로 책에서 이탈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출판계가 반성해야 할 일도 무수히 많겠습니다만, 시대적 흐름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한번은 어떤 대기 장소에 모인 사람들 전원이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스크롤 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폰 대신 손에 책을 들고 있으면 어떤 모습일까? 잠깐 상상해 본 적도 있습니다.하지만, 고급 독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토론하는 모임을 찾아다니고, 자기 책을 쓰려고 애쓰며 학습지대에 자신을 노출하려 애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모쪼록 학습지대를 잘 선별해 독서방, 경청방, 나눔방 이 세 가지를 튼실하게 잘 가꾸어야 하겠습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5

백악관 견학기

초등학교 교사인 저스티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백악관을 견학했습니다. 백악관 전체를 볼 수는 없었고 단체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된 일부분만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둘러보았습니다. 일행은 나라에 중대한 일이 생길 때마다 국무회의가 열렸다는 회의실도 들어가 보고 초기 미국 대통령들이 좋아했다는 조각상도 구경했습니다. 기자 회견실도 보고 백악관을 장식하고 있는 건축 양식도 살펴보았습니다.견학을 마치고 돌아온 저스티스는 아이들 전체에게 백악관에 다녀온 소감을 써서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스티스는 아이들이 제출한 기행문 숙제를 살펴보았습니다. 백악관이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다거나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을 직접 보게 돼서 매우 기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가끔은 나라를 이끌어가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는지 몰랐다거나, 백악관에도 자기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가구를 보고 반가웠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중간쯤에 엉뚱한 기행문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맨 위에 달랑 한 줄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집을 다녀왔다.” 정해진 분량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저스티스는 도저히 그 아이를 야단칠 수 없었습니다.“꿈만큼 당신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미국의 유명한 잡지에 실린 광고 제목입니다. 그 광고에는 우주선이 발사하는 모습을 어린이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아래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정신이 가리키는 곳으로 성장은 따르게 마련입니다.”꿈이 사라져가는 시대입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꿈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꿈을 잃어버리면 인간의 정신은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다음 세대의 가슴에 불을 지를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