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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루 3만보를 걷는다고?

마스터즈 달리기가 전통인 미국에서는 재밌는 기록이 많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러너스월드’에 실린 내용입니다. 한 사람이 28년 시차를 두고 같은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화제의 주인공은 당시 53세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테리 스탠리(Terry Stanley)’씨입니다.그는 1977년에는 25세의 젊은 나이로 펜실베이나 주 프레스크아일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3분으로 우승했던 적이 있습니다. 28년 후 53세의 나이로 다시 도전해 2시간46분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스탠리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8∼10km 정도를 달리고, 저녁에 11∼14km 정도를 달리는 습관을 강조합니다. ‘하루에 두 번’ 훈련을 완벽하게 삶의 습관으로 정착시킨 결과입니다.영화배우 하정우씨도 최근 ‘걷는 인간’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그는 하루에 평균 3만보 정도를 걷는 습관이 있습니다. 출근할 때는 2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가고, 어지간하면 차를 타지 않습니다. 부득불 지방 촬영 때문에 차를 탈 경우 책을 읽습니다.하정우씨도 스탠리 교장과 비슷한 말을 합니다. 하루 3만보를 한꺼번에 걸으려면 1교시, 2교시, 3교시로 세 차례로 나누어 걷는다고 합니다. 1교시는 일어나서 바로 러닝 머신에서 50분을 걷는 일입니다. 몸 상태가 좋으면 10분 쉬고 바로 2교시에 들어가고, 일정이 바쁜 날은 2교시를 낮에 기회만 나면 걷습니다.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1교시 2교시를 연달아 수행하지요. 3교시는 일상에서의 걷기라고 합니다. 이런 습관을 통해 하루 평균 3만보라는 믿기 어려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건강을 위해 걷거나 뛰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리한 목표보다 하루를 1교시, 2교시, 3교시로 나눠 쪼개서 도전해 보는 지혜는 어떨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3

변화의 문을 여는 방법

1997년 미 해군 전투함 벤포드호(USS Benfold)의 함장 이취임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전임 함장이 인사말을 마치자 병사들의 야유와 휘파람소리가 난무했습니다. 벤포드호는 당시 가장 군기가 엉망이고 형편없는 부대로 유명했습니다.새로 취임한 아브라쇼프 함장은 그 모습을 보며 몇 년 후 자신의 이임식을 상상했습니다. 부대원들의 존경 어린 눈동자, 감동적인 이임 연설과 우레 같은 함성, 절도 있는 경례를 받으며 함선을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그는 ‘경청’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간 모든 장병과 대화를 나누며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깡깡이’라고 하는 배 밑바닥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과 수천 개의 녹슨 나사를 교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바다의 신사라고 해군에 입대했는데 한 달이 멀다 하고 배 밑으로 내려가서 망치를 두들기거나 녹슨 나사를 뺐다 끼웠다 하는 일만 하니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함장은 곧바로 나사를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나사로 교체하고, 깡깡이 작업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병사들이 해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독은 장병들에게 함포 사격과 출동 훈련 같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결국, 벤포드호 부대원들은 그 이듬해 전투력 측정에서 미 해군함 중 최고 점수를 얻는 영예를 차지했고 장병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으로 변했습니다.귀 기울여 듣는 일은 이처럼 거대 조직에도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지도자가 부하의 신뢰를 얻으면 조직은 살아나기 마련입니다. 메를린 퍼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변화의 문고리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달려있다. 그 누구도 논리적 설득, 감정적 호소로 그 문을 밖에서 열 수는 없다.”조용히 귀 기울이며 다가갈 때 비로소 변화의 문이 딸각 열리는 마법의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02

배움의 자세에 대해

첫 독주회를 갖는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무대 위에 오른 순간 온몸이 굳고 말았습니다. 맨 앞 자리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카잘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저분에게 내 연주는 얼마나 우습게 들릴까?’그는 덜덜 떨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연주가 끝나 있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열렬히 박수를 치는 카잘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형편없는 자신의 연주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피아티고르스키는 자존심이 상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그 후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그는 마침내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되었습니다.어느 날 한 모임에서 카잘스를 만났습니다. 첫 연주회를 회상하며 카잘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그날 내 연주는 형편없었는데 왜 그리 열렬한 박수를 보내셨습니까?” 카잘스가 대답합니다. “글쎄요, 그날 연주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날 밤, 당신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음을 휼륭히 연주해내었소. 바로 이런 자세로.”카잘스는 피아티고르스키가 연주하던 자세를 취해 보이며 말했습니다. “설사 당신의 연주 중 열 가지 음이 엉망이었다고 해도 한 가지 음은 분명히 나보다 월등히 좋았소. 나는 그날 당신의 연주회에 간 덕분에 그 음을 정확히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당신은 분명 그런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어요.”피아티고르스키는 카잘스 말에 저절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세계적인 대가는 자신보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울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자세를 다짐하는 새벽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30

강과 호수

어느 마을 큰 강 옆에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못이 강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불쌍하군요. 항상 쉬지도 못하고 흘러가야 하니까요. 화물을 가득 실은 배를 운반하기도 하고, 뗏목을 운반하기도 해야 하고요. 그뿐인가요? 폭풍우가 몰아치면 바위에 몸을 부딪치기도 하고, 흐르다 폭풍을 만나면 온몸은 상처를 입게 되지요. 그러나 나는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답니다. 언덕에 둘러싸여 늘 평안하고 조용하게 지내지요.”호수의 말을 듣던 강이 말했습니다. “내가 강이 된 것은 안락함을 버리고 끓임 없이 흐름으로써 깨끗함을 간직하기 위해서랍니다. 몸은 고달파도 자연과 인간에게 유익을 선물하고 칭송을 받습니다.”강의 말이 맞았습니다. 연못의 물은 세월이 흐르면서 썩고, 말라서 고기도 살 수 없게 되었지만, 강은 지금까지 깨끗하게 흐릅니다.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있는 몬트레이 마을은 오랫동안 게으름뱅이 펠리컨의 천국이었다고 합니다. 어부들이 그물로 잡은 물고기를 씻을 때 잔챙이는 해변에 버렸는데 펠리컨들에게는 기가 막힌 먹을거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어부들은 잔챙이 고기를 더 이상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먹잇감이 다 사라졌음에도 펠리컨들은 여전히 버려진 물고기만 찾아다녔습니다. 결국, 몬트레이의 펠리컨들은 굶어 죽기 시작했습니다. 어부들이 궁리한 끝에 남쪽 지방에서 먹이를 스스로 잡을 줄 아는 펠리컨을 몇 마리 포획해 풀어놓았더니 비로소 몬레이 펠리컨들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도산 안창호 선생은 집회를 마칠 때 참석자들과 함께 이렇게 외쳤습니다. “너도 행동하고, 나도 행동하고 우리 모두 행동하자!” 안주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삶의 기적은 나를 향해 활짝 웃음 짓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9

인생 책을 만나려면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어렵게 사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했지만, 마음껏 공부할 수 없었던 그는 도서관에서 심부름하며 틈틈이 책을 읽었습니다.하루는 서가 맨 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한 권을 뽑았습니다. 에밀 드페브리에가 쓴 ‘동물학’이었지요. 동물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맨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빨간 잉크로 쓴 손 글씨를 발견합니다. “이 책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와 깊은 인연을 맺은 당신에게 성의를 전하고 싶습니다. 법원으로 가서 엘제이(L.J)14의 보관 서류를 수령해주세요.”법원 담당자가 건넨 봉투에는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나는 평생 동물을 연구하고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내 책을 끝까지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전 재산을 드립니다. 나는 하늘에서나마 기쁠 것입니다.”4백만 달러를 상속한 소년은 곳곳에 도서관을 세워 누구나 책을 읽게 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생 장 포로 라코스트입니다.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금전적 혜택이 생기지는 않지만, 책에는 그보다 더 값진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때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빌 게이츠는 말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좋은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내 지식수준을 뛰어넘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곱씹어 사색하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울림이 계속 머무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1년 동안 운동을 10번 했다고 건강해지기를 기대하는 일은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을 만들 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뒤바꾸는 운명의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8

다시 시작하기

명조 말, 청나라 초기 역사학자인 담천은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역사서 ‘국각(國69B7)’을 완성했습니다.“드디어 내가 해냈어. 명나라의 역사를 후세에 전할 수 있게 된 거야.”오랜 세월 기울인 노력이 크나큰 결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자 지난 세월 겪었던 수많은 고초가 한꺼번에 떠오르며 그를 감회에 젖게 했습니다.며칠 후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담천의 살림이 워낙 궁핍해 변변한 물건이 없자 대나무 상자에 고이 담아 둔 ‘국각’을 값진 물건이라 생각해 가져가 버렸습니다.60세를 훌쩍 넘긴 담천에게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20년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허탈했지만, 그는 곧 훌훌 털고 일어섰습니다.“그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나에게는 역사를 전해야 할 사명이 있어!”담천은 이후 10년을 다시 투자해 보다 훨씬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국각’을 썼습니다. 새로 집필한 ‘국각’은 총 104권에 500만 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습니다. 내용도 전에 쓴 ‘국각’보다 현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쳤지요. 그가 만일 그 일로 좌절해 책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역사서 ‘국각’을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플라톤이 그의 대표작 ‘국가(politeia)’에 만족하기까지는 다른 방법으로 이미 아홉번을 써 본 다음이었습니다. 대영박물관에는 토마스 그레이가 쓴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의 각각 다른 초고 75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쓰기 위해 원고를 200번이나 고치고 또 고쳐 썼습니다.설 명절 후 첫날, 2020년 새해 결심이 무너졌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우리는 분명히 행복한 사람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7

올빼미야 도와줘

어느 환한 대낮. 숲 속에 사는 올빼미와 여우, 원숭이가 건넌마을 토끼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올빼미가 나뭇가지에 앉아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앞이 안 보여. 나 좀 도와줘.”“어휴, 이런 멍청이는 대체 왜 태어난 거야!”원숭이와 여우는 올빼미를 비웃으며 원숭이의 머리에 앉혀 토끼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재미있게 놀다가 깜깜한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여우와 원숭이는 앞이 안 보여서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야단이었습니다. “올빼미야, 우리 좀 도와줘.” 올빼미의 인도로 원숭이와 여우는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원숭이와 여우는 남의 약점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린다 리처드 에어 부부는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의 기술’에서 꽃게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꽃게를 잡아 얕은 양동이에 넣으면 금방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게 두 마리를 같은 양동이에 넣으면 서로 빠져나가겠다고 싸우다 결국 두 마리 모두 나오지 못합니다. 꽃게는 서로 끌어내리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양동이를 꽃게로 가득 채워넣으면 게들은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쓰지만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하는 거지요.구룡포 호미곶에는 해마다 새해 첫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곳 바다에 불쑥 나와 있는 손 조형물을 기억하십니까? 이 조형물에는 ‘상생의 손’이라는 작품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바다 안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전시되어 있지요. 우리 각자는 서로 바다와 육지처럼 다른 성격과 외모, 개성을 갖고 있지만,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할 때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설 명절이 내일부터입니다.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힘차게 전진하는 우리의 2020년을 기대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2

투명 기차역

마크 트웨인은 쓸모없는 발명품에 투자했다가 돈을 몽땅 날려버린 경험이 있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처음 보는 물건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내 일생일대의 작품이오. 나는 굳이 당신에게 이 작품에 투자해 커다란 행운을 얻으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당신이 5달러만 투자할 수 있다면 곧 합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요.”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던 마크 트웨인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거절했습니다. 이 발명품 역시 별로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낯선 방문객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마크 트웨인을 떠났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었습니다.눈에 보이지 않는 기차역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이 역에 들어오고 떠나는 기차에 실린 것 또한 보이지 않습니다. 희망, 보람, 기쁨을 맞아들인 사람은 삶에 탄력이 있습니다. 절망, 권태, 슬픔을 맞아들이는 사람도 많은데 이들에게는 주름이 나타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기쁨은 KTX지만 슬픔은 무궁화 열차라는 사실입니다.기회를 실은 열차는 예고 없이 왔다가 순식간에 떠나갑니다. 실패를 실은 열차는 늘 플랫폼에 머물러 있어 언제든 탈 수 있습니다. 이 투명 역에서는 한 번 탄 기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내릴 수도 없습니다.이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 행복과 기쁨과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이들을 실은 열차는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 슬며시 왔다가 총알처럼 떠나갑니다. 어떤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 않는 사람, 꽃잠이 오는 새벽녘에도 깨어 있는 사람, 작은 이슬방울 하나에도 환희를 보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투명 역에서 자기가 원하는 열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이 투명 기차역은 수평선 너머나 지평선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당신 가슴속에 있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0

시간을 훔쳤습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인들 사이에 ‘국민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한번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프로스트가 그 청을 수락하고 연단에 서자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시인이 되셨습니까?”그 자리에 모인 사람 중 대부분은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프로스트는 질문을 던진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비밀을 지켜줄 수 있습니까? 그러면 저만의 방법을 알려 드리지요.”사람들은 무조건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프로스트는 정말 큰 비밀이라도 고백하듯 소곤소곤 말했습니다. “나는 도둑놈처럼 시간을 좀 훔쳤습니다. 식사 시간도 훔쳐 오고, 잠자는 시간도 좀 훔쳐 오고, 사람들과 잡담하는 시간도 훔쳤습니다. 그리고 훔쳐 온 시간을 용감하게 휘어잡고 시를 썼습니다.”사람들이 할 말을 잊고 무어라 대꾸를 못하자 프로스트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늘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시간이란 언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겁니다.”1860년, 안톤 루빈슈타인이 지도하는 제1기 음악교실에 행색은 초라하나 눈빛이 살아 있는 20대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광산에서 일하는 가난한 광부의 차남인 이 청년은 누구보다 시간을 아까워하며 음악공부에 전념했습니다. 그는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시간을 가장 싫어했던 인물로 종종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서두르자. 시간이 없다. 내 영혼에 있는 이 아름다운 선율을 그대로 놔둔 채 죽을 수는 결코 없다.” 이 청년의 이름은 표도르 차이코프스키, 러시아의 보배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9

그들이 기다린 이유는

미국의 어느 부둣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정기 여객선이 도착해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는 도중 배가 출렁이는 바람에 한 여자 승객이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목격한 주위 사람들이 모두 고함을 치면서 발을 동동 굴렀으나 선원들은 이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그러자 사람들은 이런 무책임한 선원들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했지요. 선원들은 여자가 두 번이나 물속에 떠올랐다 잠겼는데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습니다.그런데 잠시 후 여자의 힘이 완전히 소진된 것을 알고서야 한 선원이 비호같이 다이빙해서 축 늘어진 그 여자를 구해서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왜 처음부터 빨리 구해주지 않았느냐고 그 선원을 나무랐습니다. 선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합니다. “모르시는 말씀들 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물에 빠져 자기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쓸 때는 어느 장사가 구하러 들어간다고 해도 빠진 사람의 힘에 눌려 같이 빠져 죽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여인이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린 것입니다.”‘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표현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1만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콤글래드웰의 이론입니다.최근 안데리스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이 이론의 문제점을 밝힙니다. 그 분야의 마스터 코치 없이 무조건 1만 시간을 채우는 행위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인을 구한 선원의 지혜처럼, 매사 그 분야에 가장 뛰어난 전문가의 조언과 피드백을 받으며 1만 시간을 채울 때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발견이었습니다.모두가 희망으로 시작한 2020년. 우리 곁에 날카롭고 지혜로운 멘토가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6

소나무의 가르침

소나무 씨앗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바위틈에 떨어지고 다른 하나는 흙 속에 묻혔습니다. 흙 속에 떨어진 소나무 씨앗은 곧장 싹을 내고 쑥쑥 자랐습니다. 그러나 바위틈에 떨어진 씨는 조금씩밖에 자라나지 못했습니다. 흙 속에서 자라나는 소나무가 말했습니다. “이것 봐, 나는 이렇게 크게 자라는데 너는 왜 그렇게 조금밖에 못 자라니?” 바위틈 소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이깊이 뿌리만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태풍이었습니다. 산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이 뽑히고 꺾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소나무는 꿋꿋이 서 있는데 흙 속에 있는 나무는 뽑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바위틈에 서 있던 소나무가 말했습니다. “내가 왜 그토록 모질고 아프게 살았는지 이제 알겠지? 뿌리가 튼튼해지려면 아픔과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거야.”러시아 과학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이상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했지요. 풍성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와 안락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동물들은 초원을 뛰놀다가 지치면 그대로 나뒹굴었다. 몇 개월 후부터 동물들의 털에서는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두 번째 그룹에게는 걱정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놀다가 가끔 맹수의 습격을 받습니다. 먹이를 얻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했고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러시아의 과학자들은 두 집단의 연구결과를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이 훨씬 먼저 병들어 죽어갔다. 약간의 긴장과 노력이 건강과 장수를 보장한다.”우리에게 시시각각 멈추지도 않고 다가오는 어려움과 장애는 거침 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겨보는 새벽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5

작은 친절의 경제학

(사례 1) 비바람이 몰아치는 늦은 밤,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 노부부가 들어왔습니다. 젊은 직원은 도시에 컨벤션 행사가 있어 호텔에 남은 방이 없으니 다른 호텔을 알아보겠다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느 호텔에도 객실이 없답니다. 비도 오고 새벽 1시나 되었으니 나가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군요.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 주무시면 어떨까요?”노부부는 다음날 아침 이렇게 덕담을 합니다. “당신은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 매니저가 되어야 할 사람 같군요. 언젠가 당신을 위해 호텔을 하나 지어 드리지요.”2년 후, 직원은 왕복 비행기표와 함께 노신사의 편지를 받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그를 노신사는 궁전같은 호텔로 데리고 가서 말합니다. “2년 전 내가 당신에게 약속했던 호텔이요. 오늘부터 당신은 이 호텔의 총지배인이요.”그 호텔은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의 시초인 월도프 호텔이었고 노신사는 윌리엄 월도프 아스토(William Waldorf Astor)였습니다. 젊은 직원 조지 볼트(Gorge C. Boldt)는 이 호텔의 첫 번째 지배인이 되었습니다.(사례 2) 노신사가 은행을 찾았습니다. 만나야 할 직원이 출장을 가고 자리에 없어 주차카드를 창구 여직원에게 내밀며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여직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은행에서 업무를 본 경우에만 주차증에 도장을 찍어 드립니다.” 신사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여직원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신사가 물었습니다. “아무 업무라도 보면 주차카드를 확인해줄 수 있습니까?” 여직원은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습니다.신사는 예금인출서를 건넸습니다. 통장에 든 모든 예금을 인출하겠다고 기록했는데 액수가 1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직원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잠시 후에 은행지점장이 부랴부랴 달려왔지만, 노신사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4

절망에서 생기는 용기

미국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 벅은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느 해 그들이 사는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먼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마을에는 외국인 펄 벅의 어머니가 하늘을 분노하게 만들어 가뭄이 계속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사람들의 불안은 점점 분노로 변해 어느 날 밤 사람들은 펄 벅의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소식을 들은 펄 벅 어머니는 집안에 있는 찻잔을 모두 꺼내 차를 따르게 하고 케이크와 과일을 접시에 담게 했습니다. 대문과 집안의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오늘을 성대하게 준비한 것처럼 어린 펄 벅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어머니는 바느질감을 들어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잠시 후 거리에서 함성이 들리더니 몽둥이를 든 중국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그들은 활짝 열린 대문을 통해 단숨에 거실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굳게 잠겨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문이 열려 있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집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봅니다.“정말 잘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들어와서 차라도 한 잔 드세요.” 말하며 어머니는 폭도들에게 정중히 차를 권했습니다. 그들은 못 이기는 척 방으로 들어와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그들은 구석에서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와 어머니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돌아갔습니다.그날 밤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훗날 어머니는 어른이 된 펄 벅 여사에게 그날의 두려움을 들려주며 만약 도망칠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다면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용기는 절망에서 생긴다고 말했는데, 이후 펄 벅 여사는 인생을 살며 절망적인 순간을 맞을 때마다 항상 그 교훈을 떠올렸습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3

친절에 대하여

어느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철 안의 넓은 자리는 일곱 사람 정도 앉게 되어 있지만 조금 좁히면 여덟 사람도 앉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젊은 부인이 일곱 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 오더니 조금씩 당겨 같이 앉자고 하면서 끼어 앉았습니다. 누가 봐도 홑몸이 아닌 모양새였지요. 먼저 앉아 있던 일곱 사람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순간 스쳤습니다.잠시 후,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자리를 좁혀 같이 앉자던 임산부 젊은 부인이 황급히 일어났습니다. 이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중년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긴 좌석이 한순간 텅 빈자리가 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한동안 서로 앉으라느니, 괜찮다느니 하며 가벼운 승강이를 벌였지요. 결국, 그들은 모두 조금씩 자리를 좁혀 가며 앉았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이번에는 전해 들은 시내버스 목격담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탔는데 짐을 올려놓고 뒤지니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분한테 “기사 양반 미안한데 돈이 없구려…” 계속 미안하다고 했는데 기사는 “돈도 없는데 왜 타요! 내리세요.” 소리를 질렀습니다. 출근길이라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손님 중에는 화를 내며 출발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할머니에게 내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한 고등학생이 만원을 꺼내 요금함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걸로 할머니 차비하고, 또 이렇게 돈 없는 분 타면 화내지 말고 남은 돈으로 그분들 차비해 주세요.”순간 버스 안은 조용해지고 기사는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답니다. 크리스티앙 네스텔 보베는 이렇게 말합니다. “벙어리가 말할 수 있고 귀머거리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 그것은 곧 친절이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12

1천8번째 거절

커널샌더스를 아십니까? 치킨 사업으로 유명한 흰 수염에 흰 양복 입은 할아버지.샌더스는 대공황을 겪으며 사업이 쫄딱 망하는 경험을 합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주유소를 차려 영업을 시작하지요. 이때 여행자들이 배고파 하는 모습을 보고 한쪽에 테이블을 놓고 닭튀김, 햄 등을 판매합니다. 5년 후에는 작은 식당이 유명해져 켄터키 주지사로부터 명예 대령인 ‘커널’ 호칭을 받습니다.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식당 앞 도로를 우회하는 큰 길이 생기면서 샌더스는 1955년 다시 파산합니다. 이때 샌더스의 나이 65세. 샌더스는 남은 차 한 대를 지렛대 삼아 새 출발을 결심합니다. 집집마다 찾아가 직접 부딪치고 수없이 많은 음식점을 찾아 자신의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설득합니다. “제가 닭튀김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이 아이디어를 채택해 매출이 증가하면 그 증가한 금액의 아주 일부만 제게 나눠 주시면 됩니다.”모두 그를 비웃습니다. 샌더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지난 거절은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세심하게 말투를 고치고, 설득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냅니다.샌더스는 그렇게 2년을 반복하지요. 무려 1천8번이나 거절을 당한 후 1천9번째 음식점 주인에게 “당신의 제안에 동의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자동차에서 먹고 자며 뜻을 이루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샌더스. 말이 천 번이지, 우리는 대개 무엇을 시도할 때 열 번만 거절을 당해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이 65세라니!실패에서 우리는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지요. 승자는 실패를 통해 ‘성공에 다가서는 법’을 배우고, 패자는 실패를 통해 ‘성공에서 멀어지는 법’을 배웁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9

브루스 왕과 거미

로버트 브루스 스코틀랜드 왕은 용맹하고 현명했으나 영국과 전쟁에서 여섯 번이나 패해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숲 속에 몸을 숨기는 처지였습니다.비 오는 날, 브루스는 초라한 오두막에 누워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에 젖어 모두 내려놓고 투항할 마음을 먹습니다.그때 브루스 왕은 우연히 거미가 줄을 치는 것을 목격하지요. 거미는 한 기둥에서 다른 기둥으로 거미줄을 보내려고 했지만 여섯 번이나 거미줄이 짧아 실패합니다.지켜만 보던 브루스는 말합니다.“쯧쯧, 여섯 번이나 싸움에 지고 이렇게 도망쳐 온 내 처지나 여섯 번 실패한 네 처지나 다를 바가 없구나…”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거미는 브루스의 푸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가느다란 줄을 뽑아 내어 일곱 번째 도전할 준비를 합니다. 브루스는 본인의 처지는 까맣게 잊은 채 거미가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다 마침내 줄을 건너편 기둥에 걸쳐 놓은 것을 보고 “바로 저거다!” 소리 지르며 용기를 얻습니다.“여섯 번 해서 안 되면 일곱 번하고, 일곱 번 해서 안 되면 여덟 번, 아홉 번 계속해서 하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브루스는 그 길로 산을 내려가 스코틀랜드 군사들을 다시 모았습니다.“나의 병사들이여! 지금 영국군은 승리에 도취해 긴장을 풀고 있다. 이때 쳐들어가면 승리할 것이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영국군을 무찔렀습니다. 마침내 스코틀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요.혹독한 시련을 겪으면 대개 사람들은 남 탓을 하거나 합리적인 핑계를 대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어도 브루스 왕에게 거미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망의 빛을 놓치지 않는 2020년이기를 기도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8

가정부 한 사람의 힘

페스탈로치가 어렸을 때 스위스는 정치가들의 싸움으로 몹시 어지러웠습니다. 농촌은 피폐했고 도시는 타락해 있었지요. 아버지는 정직한 의사로 돈보다 고통스러운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러다 그만 병을 얻어 죽음에 이릅니다.죽기 직전 아버지는 가정부 바아베리에게 말합니다. “바아베리, 내 가족들을 지난날처럼 앞으로도 잘 돌봐 주면 좋겠네.”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그녀는 “네, 그렇게 하고 말고요. 약속하겠습니다.” 말하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페스탈로치의 나이 다섯 살 때,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 집에 남아 궂은 일을 하겠어요?” 모두 수군거렸지만 바아베리는 묵묵히 일했고, 어린 페스탈로치를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었습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바아베리를 가족처럼 여기며 생활하던 페스탈로치는 자라면서 가슴에 소중한 꿈을 키워 갑니다. “사회는 타락했지만 바아베리처럼 훌륭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야. 나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생을 바쳐야지.”어른이 된 그는 타락한 사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은 정치, 경제도 아닌 교육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시 억압적인 교육 환경 가운데서 아이들은 체벌과 봉건적 체제 아래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페스탈로치는 교육 철학이 달랐던 학부모와 교장들로부터 배척당했지만, 뜻을 함께하는 동료와 함께 일절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실물교육과 체험을 통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했습니다.페스탈로치는 사상 최초로 교육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투쟁했던 선한 목자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올바른 교육에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정부 한 사람의 숭고하고도 희생적인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지 고뇌하며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2020년이길 소망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7

하루 16시간의 독학

그는 극빈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 관을 사 줄 형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우산공장에서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고서도 밤늦게까지 다시 삯일을 해야만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년은 근처 교회의 연극에 출연하며 웅변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30세 때 뉴욕 주의원으로 선출됩니다. 하지만, 그는 의원직을 수행할 만한 기초가 없었습니다. 길고 복잡한 법안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고, 숲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 산림법 위원에 뽑혔습니다. 은행과 거래한 적도 없으면서 주립 은행법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번뇌에서 헤어날 수 없었습니다.그는 결심합니다.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하며 무지(無知)를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 스미드. 독학으로 정치 연구를 시작해 10년 후 뉴욕 주의 최고의 정치 권위자가 되었으며 4번 주지사로 뽑힙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올랐으며 콜롬비아, 하버드 등의 6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습니다.독학은 학습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독학은 스승 없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 하는 공부를 뜻합니다. 만약 책을 우리의 스승으로 삼을 수 있다면, 독학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전수받을 수 있는 최고의 교육 방식입니다.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책을 통해 찾는 과정은 진정한 지식을 선물합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얻은 지식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왜(why) 공부해야 하는가를 알고 시작하는 목적 있는 공부. 이런 독학은 게임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공부가 재미없다고 하는 이유는 단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스로 유발한 호기심이 없이 결과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인생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며 목적을 품는 공부.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배우는 독학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6

나눔의 신비

어느 날 스승이 제자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요즘 들어 제자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스승은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작은 솥에 떡을 쪘다. 그런데 세 명이 먹기엔 모자라지만 천 명이 먹으면 떡이 남는다. 너희 중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대답해보아라.”어느 제자도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밖에서 이것을 듣고 있던 늙은 스승이 들어오더니 무심히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쯧쯧…, 자기 배를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면 언제나 음식이 부족한 법이지.”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노 스승님 말씀을 잘 들었느냐? 세 명이 먹더라도 서로 다투면 부족하고 천 명이 먹더라도 양보하면 남는 것이 이치다.”시인 박노해는 나눔의 신비를 이렇게 노래합니다.“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아니다. 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준다고 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션과 정혜영 부부는 자녀가 넷입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했는데, 첫 아이를 키우며 둘째도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하나 둘 늘어나 넷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후원도, 하나 둘 늘어나 이제 800명의 아이로 퍼졌습니다. 내 식구 챙기기만 급급한 이 시대와 정반대로 살아가는 이들 모습이 빛납니다. 행복은 우리가 자신을 남에게 주느라 여념 없는 순간에 소리없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5

천재들의 공통적인 습관

역사상 천재로 분류하는 301명의 전기를 분석해 성공 요인을 연구한 학자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입니다. 그녀는 1450년부터 1850년까지 아이큐 측정법이 개발되기 전 위대한 인물을 분석합니다. 그들의 일상 습관을 조사한 콕스는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가롭게 명상에 빠져서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그녀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301명의 위대한 인물은 대부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음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기록의 달인’ 즉 라이톨로지(writology)입니다. 그들이 주로 기록한 내용은 자신의 ‘생각’입니다. 이 습관은 그들의 지성을 높이고,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때 적자생존이란 농담이 유행했지요. 적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유머였습니다.콕스와 조교들은 이들 301명 가운데 100명만 따로 뽑아 67가지로 세분화한 성격 특성을 평가했습니다. 그들의 명성은 외향성, 쾌활함이나 유머감각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들 모두가 학교 다닐 때 뛰어난 성적이 거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이들을 확실히 구분하는 지표가 있었습니다. 콕스는 이 지표들을 묶어 ‘지속적 동기부여’라고 불렀습니다.이들에게는 모두 확고한 목표, 과제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 한번 결정한 사항은 조용히 밀고 나가는 결단력, 장애물 앞에서도 과업을 포기하지 않는 성향, 끈기, 집요함, 완강함이라고 콕스는 밝힙니다.“지능이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상위권에 속하면서 끈기가 유달리 강한 이들이, 지능이 최상위권이면서 끈기가 다소 부족한 이들보다 크게 성공할 것이다.”생각을 메모하며 가슴 속 빛나는 꿈에 끈기 있게 도전할 2020년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