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주회를 갖는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는 무대 위에 오른 순간 온몸이 굳고 말았습니다. 맨 앞 자리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카잘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저분에게 내 연주는 얼마나 우습게 들릴까?’
그는 덜덜 떨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연주가 끝나 있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열렬히 박수를 치는 카잘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형편없는 자신의 연주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피아티고르스키는 자존심이 상한 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후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그는 마침내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한 모임에서 카잘스를 만났습니다. 첫 연주회를 회상하며 카잘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그날 내 연주는 형편없었는데 왜 그리 열렬한 박수를 보내셨습니까?” 카잘스가 대답합니다. “글쎄요, 그날 연주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해요. 그날 밤, 당신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음을 휼륭히 연주해내었소. 바로 이런 자세로.”
카잘스는 피아티고르스키가 연주하던 자세를 취해 보이며 말했습니다. “설사 당신의 연주 중 열 가지 음이 엉망이었다고 해도 한 가지 음은 분명히 나보다 월등히 좋았소. 나는 그날 당신의 연주회에 간 덕분에 그 음을 정확히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당신은 분명 그런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어요.”
피아티고르스키는 카잘스 말에 저절로 머리를 숙였습니다. 세계적인 대가는 자신보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울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자세를 다짐하는 새벽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