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미 해군 전투함 벤포드호(USS Benfold)의 함장 이취임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전임 함장이 인사말을 마치자 병사들의 야유와 휘파람소리가 난무했습니다. 벤포드호는 당시 가장 군기가 엉망이고 형편없는 부대로 유명했습니다.
새로 취임한 아브라쇼프 함장은 그 모습을 보며 몇 년 후 자신의 이임식을 상상했습니다. 부대원들의 존경 어린 눈동자, 감동적인 이임 연설과 우레 같은 함성, 절도 있는 경례를 받으며 함선을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경청’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간 모든 장병과 대화를 나누며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깡깡이’라고 하는 배 밑바닥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과 수천 개의 녹슨 나사를 교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바다의 신사라고 해군에 입대했는데 한 달이 멀다 하고 배 밑으로 내려가서 망치를 두들기거나 녹슨 나사를 뺐다 끼웠다 하는 일만 하니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함장은 곧바로 나사를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나사로 교체하고, 깡깡이 작업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병사들이 해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독은 장병들에게 함포 사격과 출동 훈련 같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벤포드호 부대원들은 그 이듬해 전투력 측정에서 미 해군함 중 최고 점수를 얻는 영예를 차지했고 장병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으로 변했습니다.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이처럼 거대 조직에도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지도자가 부하의 신뢰를 얻으면 조직은 살아나기 마련입니다. 메를린 퍼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변화의 문고리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달려있다. 그 누구도 논리적 설득, 감정적 호소로 그 문을 밖에서 열 수는 없다.”
조용히 귀 기울이며 다가갈 때 비로소 변화의 문이 딸각 열리는 마법의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