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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신비

등록일 2020-01-05 20:06 게재일 2020-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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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스승이 제자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요즘 들어 제자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스승은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작은 솥에 떡을 쪘다. 그런데 세 명이 먹기엔 모자라지만 천 명이 먹으면 떡이 남는다. 너희 중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대답해보아라.”

어느 제자도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밖에서 이것을 듣고 있던 늙은 스승이 들어오더니 무심히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쯧쯧…, 자기 배를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면 언제나 음식이 부족한 법이지.”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노 스승님 말씀을 잘 들었느냐? 세 명이 먹더라도 서로 다투면 부족하고 천 명이 먹더라도 양보하면 남는 것이 이치다.”

시인 박노해는 나눔의 신비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 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 그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아니다. 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준다고 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지고 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가고 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션과 정혜영 부부는 자녀가 넷입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했는데, 첫 아이를 키우며 둘째도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하나 둘 늘어나 넷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후원도, 하나 둘 늘어나 이제 800명의 아이로 퍼졌습니다. 내 식구 챙기기만 급급한 이 시대와 정반대로 살아가는 이들 모습이 빛납니다. 행복은 우리가 자신을 남에게 주느라 여념 없는 순간에 소리없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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