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을 여행하면서 느낀점들을 몇 가지 간추려 소개한다.일종의 여행후기인 셈이다.먼저 호텔부터 이야기 해보면 체크인 시간이 비교적 늦다는 점이다.투숙한 호텔은 오후 3시로 정해져 있었지만 그 마저도 룸 청소 미비로 로비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영국에선 잊는게 좋다. 바쁠것 없이 느긋하게 일하는 방식과 코로나때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다보니 일손부족이 원인으로 보였다. 여행기간 중 어느날은 굿은 날씨 때문에 오후 5시반 쯤 돌아와 보니 룸 청소가 안돼 있었다. 프런트에 이야기하고 40분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입실했다. 물론 호텔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것 같았다.첫 날 호텔방에서 깜짝 놀란 게 하나 있다. 냉장고를 찾지 못했기 때문.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영국에선 이처럼 3성급 이하 호텔엔 냉장고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경비 절약을 위해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해결할 생각은 접어야 했다. 심지어 생수는 물론 치약, 칫솔, 슬리퍼도 안보였다. 그나마 커피포트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런던의 마트에서 파는 각종 식재료 가격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우유는 생수랑 가격이 비슷하고 베이커리나 과일도 엄청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먹거리는 그림의 떡에 그쳤다. 런던은 집값부터 교통비, 외식물가 등 모든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한곳으로 꼽힌다. 더욱이 2020년 1월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로부터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물가상승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관광객들의 쇼핑유도를 위해 시행중인 세금 환급혜택도 영국은 찾을 수 없었다. 브렉시트 때문에 유명 브랜드제품은 오히려 더 비싼 상황. 이로 인해 영국 현지인들도 유럽 다른 나라를 찾아 쇼핑을 떠난다고 하니 환급은 언감생심일 뿐이다.런던의 거리엔 현대식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이 훨씬 더 많다.수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는 것 자체가 바로 관광이고 그런 건물들이 바로 관광상품이었다.하지만 보기에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건 아니었다. 현대식 건물과 달리 노후 건물인 만큼 취약점이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게 화장실 문제. 오래된 건물인 탓에 화장실 설치나 리모델링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식당이나 레스토랑의 대부분 화장실은 낡고 좁다. 그마저도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너무 불편했다. 청결상태 역시 우리와 비교가 안됐다. 영화 ‘노팅힐’의 촬영지 주변 상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들 마다 자체 화장실이 없었다. 점원은 손님들에게 인근 공중화장실 이용을 권했다. 그런데 거기도 남녀공용인데다 대기줄이 엄청났다. 이래저래 참고 지내야 했다.런던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공중화장실은 한 곳도 볼 수 없었다. 아예 없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지하철역사 군데군데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한국과 너무 달랐다.런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영박물관 투어다. 말로만 듣던 대영박물관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광활한 전시공간과 엄청난 유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국립 자연사박물관도 마찬가지. 지구의 탄생과정부터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각종 전시물과 동식물의 화석들은 자연 세계로의 여행 이었다.
전세계 유물의 집합소라 할 만한 대영박물관부터 자연사박물관, 국립초상화 미술관, 국립미술관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미술관만 해도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비롯 유럽 유명화가들의 걸작들이 무수히 전시돼 있는데도 입장료를 안 받는 운영방식이 의외였다. 대영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은 주마간산식으로 봐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런던으로 오는 전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돼버린 박물관과 미술관은 영국이 지닌 문화와 예술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무료입장 운영도 그런 의미를 체득하고 느껴보라는 영국의 배려로 해석하면 무리일까. 런던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바로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 파고든 K-푸드의 위력.대영박물관 주변은 물론 런던 여기저기서 김치찌개, 순두부를 파는 한국 식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유명 마트나 쇼핑센터는 물론 동네 슈퍼에서도 한국의 신라면과 새우깡, 소주 등 K-푸드가 상품진열대에 빼곡했다. 제품들은 매장내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돼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놓았다.굳이 한국에서 번거롭게 준비해가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입 가능할 정도로 K-푸드는 일상화되어 있었다. 여행중 버로우 마켓, 대영박물관, 해롯백화점 등 유명 관광지나 쇼핑센터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구 반대편 런던은 이제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로, 충분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손색이 없었다. /글·사진=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
202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