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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거칠고 황량한 돌로미티, 그러나 그 안은 아름답고 포근했다”

6월30일, 트레킹 4일차가 시작된다. 돌로미티산군(山群)중 최고봉인 ‘마르몰라다(Marmolada. 3천343m)’를 가까이서 조망하는 일정이라 다소 흥분도 되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접근하기에 그리 힘들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렵기는 ‘콜디로시(Col di Rossi. 2천349m)’에서 ‘페다이아호수(Lago di Fedaia. 2천49m)’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돌로미티산군이 워낙 방대하고 넓은 지역(제주도 3배 면적)이라 트레킹 코스도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난이도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르다. 우리가 트레킹하는 하이라이트코스는 동, 서 횡단루트이며 ‘알타비아(Alta Via)’루트는 남북 종단 코스로 10개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난이도가 높고 전문산악장비가 필요로 하는 트레킹이다.‘알타비아’는 영어로 ‘하이루트(High Route), 우리말로 ‘높은 길’이란 뜻이며 대표적인 클래식 루트가 ‘알타비아1’이다. 페다이아호수로 가는 길은 ‘알타비아2’코스로 중간지점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급경사라 조심해야 할 곳이 여럿 있다.  ‘프레달로라(Fredarola. 2천399m)’ 산장까지는 걷기가 편하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한다. 길게 뻗어 있는 능선허리를 따라 걷는 비탈면에 눈사태를 방지하는 목책과 눈을 불어 내리는 시설이 군데군데 있어 겨울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수까지의 급경사는 미끄럽고 위험해 모두들 조심스럽게 걷는다. 잠깐 휴식할 수 있는 큰 나무 아래서 건너 보이는 ‘마르몰라다’ 정상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고 주변 산군들이 서로 경쟁하듯 하늘을 찌르고 있다.인공호수인 페다이아호수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마르몰라다’를 오르기 위해 ‘말가 치아펠라(Malga Ciapela)’까지 이동한다. ‘말가(1천450m)’에서 세 번을 갈아타고 고도를 1천815m나 높이는 케이블카로 ‘마도나(Madona,3천265m)’까지 숨가쁘게 오른다. 돌로미티 최정상 가는 길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이 케이블카가 보여준다.중간역 ‘안터모자(Antermoja 2천350m)’에는 케이블카 건설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도 있고 마리아상을 모셔놓은 동굴도 있어 케이블카 하나로도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는 발상이 대단하다. 케이블카 첫 출발지에서는 날씨가 쾌청했는데 올라올수록 구름에 가리고 전망대에서도 앞이 안보일 정도로 흐려졌다.구름 사이로 들어나는 암봉들의 모습이 더 신비롭고 고도를 실감나게 한다. 하얗게 눈 덮인 능선을 조심스레 올라 ‘마르몰라다’와 함께 서 있는 ‘푼타로카(Punta Rocca, 3천310m)’까지 올랐다. ‘마르몰라다’를 오르려면 전문장비를 착용하고 올라야 되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해야만 한다.내려올 때는 우박이 쏟아지고 기상이 좋지 않아 한동안 케이블카가 중단되기도 했다. 역시 정상은 그저 내어주는 것은 아님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멋진 ‘마르몰라다’설경을 가슴에 묻고 돌로미티 최대 산악마을 ‘코르티나 담페로(Cortina Dampezzo. 1천224m)’에 도착했다.1956년 제7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인구 6천명 산악도시가 스키시즌에는 5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탈리아 최고의 스키 성지(聖地)로 70년 만인 2026년 밀라노와 함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어 온 시가지가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는 듯하다.프랑스 ‘샤모니(Chamonix)’, 스위스 ‘체르마트(Zermatt)’와 더불어 알프스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주 찾던 곳이며 ‘헤밍웨이’가 집필활동을 했던 곳이기도 하며 영화 촬영지(007시리즈, ‘클리프 행어’ 등)로도 유명하다고 한다.숙소인 ‘빌라블루(Vill Blue)’호텔은 담페초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어 전망이 좋다. 시내 중심가까지는 셔틀택시를 이용하여 갈 수 있지만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7월1일, 트레킹 5일차 날이다. 돌로미티 최고의 전망대라 불리는 ‘라가주오이(Lagazuoi.2천752m)’산장으로 가기 위해 ‘파소 팔자레고(Passo Falzarego. 2천99m)’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라가주오이’에서 독보적으로 솟아 있는 ‘토파네(Tofane. 3천244m)’는 제1차 세계대전의 현장으로 많은 흔적이 남아 있고 지금은 암벽등반의 메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톱날 능선’‘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 2천716m)’, 산(山)자 모양의 ‘펠모(pelmo.3천169m)’, 거벽 ‘시베타(Civetta. 3천220m)’ 등 돌로미티 바위산들이 겹겹이 쌓여있다.라가주오이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으로 참호와 동굴 그리고 포진지 등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전쟁의 상흔(傷痕)을 되살리고 있다. 라가주오이 정상에는 전쟁 당시 죽은 오스트리아군(軍) 영령들을 위로하는 그리스도 십자가가 세워져 있어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라가주오이를 내려와 ‘친퀘토리(Cinque Torri. 2천366m)’로 가기 위해 야생화 들판과 침엽수림 속으로 난 길을 1시간 여 걸어간다. 리프트로 왕복하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와 가동이 중단되어 승강장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기다린다.가까스로 운행이 재개되어 ‘친퀘토리’에 올랐다. 1915년부터 1917년까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맞붙은 제1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군 참호와 진지, 지하벙커, 동굴 포문 등 당시의 흔적들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 ‘친퀘토리’다.다섯 개의 거대한 바위봉우리들로 이뤄진 ‘친퀘토리’를 여기서는 ‘다섯 개의 탑’란 뜻으로 ‘5토리(5 Torri)‘라 부른다.‘라가주오이’와 ‘토파네’의 오스트리아군(軍)과 ‘친퀘토리’의 이탈리아군(軍)이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현장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참호(Trench)에서 군인들이 입었던 레인코트가 ‘트랜치 코트(Trench Coat)’로 전 세계인들이 즐겨 입는 옷이 되었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로미티의 장엄한 암봉들이 간직한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오늘은 담페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서둘러 돌아와 ‘담페초’ 시내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70년 만에 다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도시답게 활력이 넘친다. 대형마트에 들러 쇼핑도 하며 한때를 보냈다.이것저것 살피던 박 부회장이 어렵게 쌀(Rice)을 찾아냈다. 돼지고기와 양상치까지 구입하여 저녁만찬으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드디어 밥맛(?)을 보았다. 가지고 온 무선 멀티포트를 이용하여 기발한 방법(?)으로 밥도 하고 찌개도 만든 박 부회장에게 무한감사를 드리고 싶다.사전 양해를 구해 맛있는 우리식 요리를 만들어 먹은 일행들이 흡족한 마음으로 ‘담페초’의 밤을 보낸다.트레킹 마지막 일정(6일차)이 남은 7월2일, 쾌청한 하늘 만큼이나 기분이 상쾌하고 어쩌면 아쉬울 것 같은 묘한 기분으로 ‘빌라블루’호텔을 나선다. 오늘 코스는 돌로미티 절경의 백미(白眉)로 알려진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cime de Lavaredo)’를 트레킹하는 가장 핫(Hot)한 코스라 엄청 기대가 된다. ‘트레치메’산군으로 들어서기 전 아름다운 호수 ‘미주리나(Misurina. 1천752m)’를 감상한다.아침햇살을 받은 코발트색 호수가 은빛 별무리를 한가득 담고 호숫가 침엽수림과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산들이 캐나다 로키(Locky)에 온듯하다. 며칠을 거칠고 황량한 바위산들만 보다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니 딴 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진다.  돌로미티에서는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트레치메 코스’라 느낌이 달라지는 듯하다. 굴곡진 산악도로를 타고 첫 시작점인 ‘아우론조(Auronzo. 2천320m)’ 산장 주차장에 닿았다.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의 돌로미티에서 단연 으뜸인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는 ‘가장 큰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그란데(Cima Grande. 2천999m)’,‘작은 봉우리’라는 ‘치마 피콜(Cima Piccola. 2천857m)’ 그리고 ‘서쪽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2천973m)’ 등 세 봉우리를 중심으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 중 하나다.석양에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황금빛 바위봉우리가 신(神)이 빚어놓은 최상의 균형미로 ‘돌로미티의 심장’으로 불러지는 풍광을 바라보며 한 잔의 맥주를 들이킬 수 있는 낭만적인 ‘로카텔리’산장이 있어 트레커들에게는 가장 추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한다. 오늘 그 낭만을 즐기러 간다.‘아우론조’산장에서 시계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단체로 트레킹 온 우리나라 트레킹팀을 여기서 만났다. 우리 하고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황량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1천미터가 넘는 거대한 직벽 ‘트레치메’가 우리와 동행한다. 그림 같은 작은 산장 ‘랑가름(Langglm·2천283m)’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또 다시 트레치메를 곁에 두고 산허리 길로 걸어간다.너른 개활지에는 야생화가 만발 하였고 흘러내린  백운석 돌맹이로 무슨 의미의 글인지 군데군데 큼지막하게 새겨 놓은 게 이색적이다. 내리막은 좋았지만 오르막은 죽을 맛이다. 그래도 최상의 풍광 앞에 넋 나간 일행들이 연신 찍어대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정겹다.빤히 보이는 언덕에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를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멋지게 조망 할 수 있다는 유명한 ‘로카텔리(Locatelli. 2천405m)‘산장이 있다. 1903년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 ‘제프 이너코플러(Sepp Innerkofler)’가 세운 기록물과 사진, 동판 등이 산장 여러 곳에 붙어 있다.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 산악부대를 이끌었던 그가 절벽을 오르다 이탈리아군이 던진 돌에 맞아 전사하자 크게 사기가 떨어진 오스트리아군이 참패를 당하고 돌로미티를 이탈리아에 내어줬다는 슬픈 역사도 있다. ‘로카텔리’는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식사와 함께 맥주도 마시며 산악인의 사랑방다운 산장에서 세계의 트레커들과 낭만에 젖어본다. 석양에 물든 ‘트레치메’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데 너무 아쉽다. 어느 여행작가가 ‘트레치메’를 ‘악마가 사랑한 천국’이라고 쓴 글이 생각난다. ‘돌로미티(Dolomite)’! 악마가 사랑한 왕국처럼 거칠고 황량하지만 그러나 그 속은 진정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내려 온 일행들이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6일간의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트레킹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9 경북산악연맹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레킹’을 위해 함께한 대원들과 경북산악연맹 임원, 수고를 아끼지 않은 혜초여행사 이진영 상무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끝/김유복 경북산악연맹회장

2019-07-29

“광활한 초원과 웅장한 바위산이 한 폭의 유화가 되다”

세체다산장을 떠나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 만들어 낸 꽃길을 따라 기분 좋은 워킹에 넋이 나간다. 시원한 바람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감미롭고 매끄럽게 얼굴을 부비며 속삭인다. 바람과 햇볕의 화음이 이어지면서 한참을 날 듯 내려오니 ‘피에라롱기아(Pieralongia·2천291m)’ 산장이다.많은 트레커들이 삼삼오오 앉아 시원한 맥주랑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한 쪽에서는 상의를 벗은 채 해바라기를 하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사람도 보인다. 이런 멋진 곳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이 없으면 섭섭하다. 총무를 맡은 김종익 후배가 한잔씩 돌린다. 2천m가 넘는 고지 기암절벽 바위산 아래 녹색 초원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맥주 맛은 세상 어디에서도 맛 볼수 없는 황홀한 맛이다. 너른 초원에는 야생화 천지요, 뒤로는 ‘세체다’ 높은 바위 봉우리가 감싸는 천상에서 유유자적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갈 길을 잊은 듯 일어날 줄을 모른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을 것같아 앞만 보고 다시 꽃 들판과 언덕배기를 오르고 내린다.이번 트레킹에 참가한 세 사람의 여성 참가자인 필자의 내자(內子)와 강석호 국회의원(경북산악연맹 명예회장)부인 추선희 여사, 박의룡 연맹 부회장 부인인 강성희 여사 모두가 야생화에 꽂혀 나아갈 줄을 모른다. ‘꽃과 나비’가 아니라 ‘꽃과 여심(女心)’을 보는 듯 험준한 산악지역에 온 트레커가 아닌 꽃동산에 놀러 나온 소녀 같다. 트레킹 중 유일하게 동양인, 그것도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강원도 고성에 산다는 분들인데 벌써 한 달째 유럽지역을 여행 중이라니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세체다’봉을 뒤로하고 맞은편 ‘오들(Odle)’산군의 최고봉 ‘사스 리가이스(Sas Rigais·3천25m)’의 위용을 바라보며 비교적 평탄한 트레일(산속 작은 길)을 따라 3시간여 만에 ‘콜 라이저(Colraiser·2천106m)’산장에 도착했다. 꽤 넓고 큰 산장에는 많은 트레커와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앉아 요리와 음료를 들며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럽고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너무 짜서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좋다는 이탈리아 음식을 얼마 먹지 못하고 아껴둔 우리 전통술(?) 소주와 맥주를 섞어 시원하게 한잔하니 눈이 좀 뜨이는 것 같다.눈부신 오들 산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다 산장 기념 스템프를 찍고 내려온다. 그런데 내자가 들고 다니던 스틱을 산장에 두고 내려와 필자가 허겁지겁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산장 한쪽에 있던 스틱을 찾아 내려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돌로미티 트레킹의 첫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저녁에는 추 여사께서 근사한 와인과 맥주를 협찬하여 맛있는 저녁만찬이 되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앞서 밝힌 세 분의 여성참가자 외에 박의룡 도연맹부회장과 이동찬 안동시연맹 회장, 김성광 자문위원(청송), 삼일산악회 소속 세 분(배태하 전무, 박덕순 부장, 정찬호 과장), 임종석 강석호 의원보좌관 그리고 포항뿌리회 후배 김종익, 황찬규 등 13명이 함께 했다.이곳 티롤호텔의 사우나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데 남녀 공용사우나라고 하여 선뜻 나서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재치 있는 몇 분은 사우나에 들렀다온 자랑(?)을 해 웃었다. 이 날 밤 필자에게 오랜 친구가 찾아 왔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 정명기 사장이 돌로미티 트레킹을 마치고 마침 ‘산타 크리스티나’에 머물고 있었다. 그간의 여러 트레킹 정보도 알려주고 건강하게 트레킹을 즐기라고 당부하고 헤어졌다. 먼 이국땅에서 죽마고우를 만난다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닐 것 같다.이튿날, 6월28일 2일차 일정이 시작된다.동계스포츠 성지(聖地)라고 알려진 ‘카나제이(Canazei·1천460m)’로 숙소를 옮기기 때문에 짐을 꾸려 내려놓아야 한다. 이번 트래킹의 진행과 인솔은 우리 연맹과 업무협약이 되어 있는 혜초여행사의 이진영 상무가 직접 모든 걸 가이드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잘 아는 후배라 믿음직스럽고 돌로미티 트레킹을 여러 차례 진행한 베테랑이라 더욱 안심이 되는 친구로 워낙 산을 잘 타 ‘날 다람쥐’라는 애칭이 붙어있는 당찬 산꾼이다.오늘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 코스’를 트래킹 한다. 이제부터는 전용차량으로 9인승 택시를 이용한다. ‘알페 디 시우시’까지 케이블카로 10여분을 올라 ‘콤파치(Compatsch·1천850m)’산장을 거쳐 아래쪽 리프트를 타고 ‘파노라마(Panorama·2천9m)’산장에 내려 광활한 초원을 걷는다. 야생화로 뒤덮인 초원길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까마득히 먼 곳에 솟아오른 바위봉우리가 병풍처럼 초원을 두르고 있다. 2천m 넘는 고지에 축구장 8천개 넓이로 이루어진 ‘알페 디 시우시’ 대초원이 돌로미티 알프스 최대 목초지이자 휴양지로 여름에는 등산객, 자전거,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천국이며 겨울에는 수많은 스키어들이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단다.끝도 없는 들판의 초원길을 걸으며 알프스의 진면목을 느껴보기도 한다. 트레일 곳곳에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있고 등받이에 이곳 산악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수많은 고산과 암벽들이 즐비한 돌로미티가 오래 전부터 유명 산악인을 배출하는 요람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1944년생)’가 이 곳 돌로미티에서 태어나 15세 때 이미 3천m급 암봉을 올랐다는 전설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창조하여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세계에서 각광받게 한 ‘아탈리아의 영웅’이 되었다.초원의 끝은 오름이다. 아직도 녹지 않는 눈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가파른 오름길은 가쁜 숨을 토해내게 한다. 2시간여를 올라 암릉 안부에 다다르니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Marmorada·3천343m)’가 저 건너 하얀 눈을 뒤집어 선채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본다. 기암절벽이 온통 제멋을 뽐내고 있고 그 속으로 울긋불긋 트래커들이 쉼 없이 헤집고 들어간다. 웃통을 벗기도 한 간편한 복장에 힘들어 하지도 안은 채 성큼성큼 오르는 유럽인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남녀노소 없이 잘도 오른다.안부에서 휴식을 취한 뒤 바위봉우리 허리로 난 트레일을 따라 1시간여를 올라 고개를 넘는다. 오른쪽 ‘테라로사(Terrarossa·2천657m)’봉이 우뚝 솟아있는 아래쪽에 빨간 지붕을 한 그림 같은 ‘티레서(Tireser·2천440m)’산장이 우리를 반긴다. 입구에 헤진 등산화와 목각으로 만든 등산화에 꽃을 심어 장식한 재미난 산장에 많은 트레커들과 라이더들이 함께 어울려 음식을 즐긴다. 풍광과 산장 분위기는 최상인데 짠 음식 때문에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아쉽다. 뒤돌아봐도 환상적인 그림인 빨간 지붕 산장과 신(神)이 조각한 기암절벽의 암릉(岩陵)과 흰 구름, 파란 하늘을 뒤로 한 채 길게 이어지는 산길을 하염없이 내려간다. ‘파노라마’산장까지 2시간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진땀을 흘린다. 케이블카를 놓치면 낭패일 수가 있어 속도를 내다보니 모두들 힘들어한다. 가까스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대기하던 택시를 타고 인구 1천800명이 산다는 산악마을 ‘카나제이’에 있는 ‘아스토리아(Astoria)호텔’에 여장을 풀고 2일차 일정을 마쳤다.돌로미티 트레킹 3일차(6월29일) 시작점인 ‘사스 포르도이(Sass Pordoi·2천950m)로 가는 케이블카(700m 직벽을 4분 만에 오르는)를 타기 위해 지그재그 산악도로를 40여 분 간다. 가파른 산악도로에 싸이클 라이더들이 힘겹게 오르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돌로미티의 테라스’라 일컫는 ‘사스 포르도이’는 포르도이 산군중 가장 높은 곳이며 360도 시야가 트여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1877년에 이곳에서 태어난 ‘마리아 피아즈(Maria Piaz)‘가 아들과 함께 돌로미티 최초의 케이블카인 ‘사스 포르도이 케이블카’를 건설하여 돌로미티 관광사업에 선구자 역할을 한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 산장’이라 부르며 산장 입구에 그녀의 목각 입상이 눈에 띈다.여기서 보이는 마르몰라다, 사소롱고, 셀라, 칸타나치오봉(峰) 등은 수억년 전 바다에서 융기된 것으로 돌로미티 생성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마리아산장에서 ‘보에(Boe·2천871m)’산장까지 4시간 걸려 왕복하는 코스가 오늘의 일정이다. 돌로미티의 속살이 들어나는 황량한 트레일에 봄철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하얀 설원을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간다. 풀 한 포기 없는 설사면(雪斜面)을 건너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목도 축이고 소주 한 모금도 해본다. 알싸한 청량감에 정신이 맑아지고 멀리 보이는 설산들이 더욱 또렷해 보인다. 길목에 세워진 케룬(돌탑) 중앙이 둥글게 파이고 맨 위에 올려 놓은 백운석이 성모마리아나 관세음보살같기도 한 특이한 돌탑이 신기하다. 케룬 앞에서 오늘(6월29일) 회갑 생일을 맞은 박의룡 부회장을 위한 퍼레이드로 스틱을 높이 들고 모두들 축하의 환호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풍광 좋은 곳, 돌로미티에서 생일 축하를 받은 박 부회장 부부가 감격해 하고 함께한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보에’산장에서 다시 ‘마리아’산장으로 힘든 눈길을 건너 돌아왔다. 중간 경유지인 ‘포르셀라(Forcela·2천829m)’산장에서 만난 젊은 부부가 애기를 들쳐 메고 웃고 있는 모습이 생경스럽다. 급경사가 힘들게 했지만 아무도 뒤쳐지지 않고 무사히 끝맺음을 한다. 호텔로 돌아와 박 부회장 회갑잔치를 레스토랑에서 마련한 케익과 촛불 그리고 진한 레드와인으로 다함께 축하하며 즐겁게 보냈다. 아름다운 곳에서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한 축하연이 유별하게 멋져 보인 밤이었다./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2019-07-22

손에 잡힐 듯한 세체다봉의 날카로운 정수리가 눈앞에

대한산악연맹 경북도연맹(회장 김유복·경북산악연맹)은 지난달 26일부터 9일간의 일정으로 세계 3대 트레킹코스 중 하나인 이탈리아 북부알프스지역 돌로미티 산군 일대를 트레킹했다.경북산악연맹은 매년 연례적으로 해외 명산을 선정해 트레킹과 원정 등반을 하면서 세계적인 산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연맹발전을 꾀하고 있다. 올해는 김유복 회장을 비롯, 13명의 회원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돌로미티 산군 트레킹을 안전하게 마쳤다. 김유복 회장의 돌로미티 산군 트레킹 인상기를 세차례로 나눠싣는다.오랜 망설임 끝에 결정한 ‘2019 경북산악연맹 이탈리아 돌로미티(Dolomtes)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경북산악연맹에서 매년 실시하는 해외 명산 트레킹사업으로 2019년도 대상지를 세계 명품 트레킹코스인 이탈리아 동북부 알프스지역에 있는 돌로미티 산군(山群)을 택하게 되었다.지난달 26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무려 11시간40분이 소요되는 장거리 비행에 13명 대원들이 무척 힘들었지만 새로운 미지(未知)의 세계를 향하는 눈망울들은 영롱하게 빛난다.한국과 시차가 7시간이나 되어 아직도 한낮인 오후 2시 30분 ‘베네치아’의 ‘마르코 폴로’ 국제공항에 당도했다.그리 크지 않는 공항에서 짐을 찾아 버스에 오르니 유럽에 온 게 실감난다. 젊고 잘 생긴 ‘아이엘’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가 멋져 보이는 것도 이국(異國)의 첫 모습 이었다.첫날 목적지인 돌로미티 지역 작은 산간마을 ‘산타 크리스티나’까지 4시간여를 가야한다. 외곽지 곧은길 양편으로 포도나무 밭이 넓게 펼쳐지고 드문드문 지어진 그림 같은 집들이 전형적인 유럽 풍경을 아름답게 꾸민다.차창 밖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버스 내에서 알리는 바깥 기온이 35도나 되는 한여름의 이탈리아가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가는 도중 휴게소가 별도로 없어 호텔과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에 주유소도 있고 쉴만한 장소도 있어 들렀다. 유럽에서의 화장실은 거의가 유료(有料)라고 알고 왔지만 여기는 무료다. 그런데 특이한 게 남자화장실에 소변기가 따로 없어 잠깐 난감한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바깥 날씨 탓에 진한 에스프레소커피에 시원한 생수를 타서 마신다.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곧장 달려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 쪽으로 접어드니 구불구불 굴곡진 도로가 연이어 지고 일행을 태운 버스는 운전하는 사람과 장단을 맞추며 매끄럽게 오른다.차창너머로 돌로미티 암봉(岩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였고 하얀 눈으로 뒤덮힌 고산(高山)의 모습에 가슴이 설렌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쪽 오스트리아 국경지역 산악지대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 영토에서 이탈리아로 병합된 ‘남(南)티롤 알프스지역’으로 ‘이탈리안 알프스’로 불리며 이탈리아 ‘트렌티토 알토 아디제’ 자치주로 분리된 곳이다.18세기 이 산맥의 광물을 탐사했던 프랑스 광물학자 ‘데오다 그라터 돌로미외(Deodat Gratet de Dolomieu)’이름에서 유래 되었다는 정설(定說)과 백운암(돌로마이트 : Dolomite)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말도 있는 3천m 이상 고봉이 18개나 자리하고 무수한 직벽의 암봉과 빙하, 호수 등 총면적 5천500㎢의 거대한 기암절벽들이 있는 바위산군(山群)으로 전 세계 트레커들과 암벽등반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돌로미티는 백운석회암으로 구성되어 지각변동과 침식, 빙하작용 등으로 깎이고 조각되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풍광과 아름다움이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곳으로 스위스 태생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건축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가히 ‘신(神)이 만든 조각품’이라는 칭송을 듣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걸작품이다.돌로미티는 이탈리아 언어 표현이고 ‘돌로미테’는 독일식 표현이라 이번 트레킹기(記)에는 ‘돌로미티’로 표기한다.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돌로미티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린다. 전후좌우를 둘러봐도 아찔한 암벽들이 우뚝우뚝 쏟아 난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에 둘러싸인 고봉과 아래쪽 산허리에 무성한 녹색 침엽수림이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이미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의 파노라마가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어 감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환상의 기암절벽들이 그야말로 조각품처럼 서 있고 ‘아이엘’의 버스가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간다.가쁘게 오르는 고갯마루를 지나 시야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에는 그림 같은 예배당이 영락없이 동네 한복판에 우뚝 서 있고 목조건물들이 동화책속 그림처럼 여기저기 한낮에 졸고 있다. 창문마다 갖가지 꽃들이 가지런히 얼굴을 내밀고 불쑥 찾아온 이방인들을 반갑게 맞는다. 바람처럼 지나가면 또 다시 산길이 나오고 또 작은 산동네가 예배당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우리를 마중하는듯하다. 동네 한 쪽에 공동묘지가 있고 비석 아래 꽃들이 놓여 있는 또 다른 풍경도 볼 수 있다.돌로미티산군 파노라마를 보며 그림 같은 산동네의 풍경에 취해 목적지인 ‘산타 크리스티나(St Christina. 1428m)’까지 4시간을 어떻게 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후 7시 30분이 되었는데도 대낮같이 훤하다.‘산타 크리스티나’는 돌로미티 산군중 ‘발 가르데나(Val Gardena)’지역에 위치한 꽤 큰 산마을이다. 우리 일행이 트레킹하는 돌로미티 하이라이트 코스(돌로미티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는)의 시작점으로 제법 건물도 많고 사람들 왕래도 많다. ‘산타 크리스티나’의 ‘4성급+S’의 레벨이 붙은 ‘호텔 티롤(Hotel Tyrol)’에 도착했다. 내부가 고풍스런 목조 내장제로 만들어져 첫인상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더욱 마음에 든다. 깨끗한 실내에서도 목재로 장식된 문이며 벽체, 침대 등 은은한 나무향이 감도는 아늑한 호텔방이 또 한 번 감동을 준다. 늦은 저녁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들어오기 전에 보아둔 ‘미쉐린(MICHELIN) 2019’라는 표지판 등급이 실감날 정도로 멋진 레스토랑 내부에 내심 놀랐지만 그 격에 맞는 요리들이 나온다.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적인 것은 알지만 처음대하는 요리들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음식이 너무 짜다는데 있다.필자로서는 짠 이탈리아 음식 때문에 엄청난 고행(苦行)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그때는 느끼지 못한 게 이번 트레킹에서의 가장 큰 실수(?)라 할 수 있었다.내일부터 시작될 트레킹 일정과 거의 하루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이곳까지 온 피로 때문에 식사자리를 일찍 마치고 다들 방으로 돌려보냈다. 밤하늘의 별과 하얗게 높이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는 산골마을 ‘산타 크리스티나’의 밤풍경을 감상하고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 함께한 내자(內子)도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여러 일들을 뒤돌아보며 뒤척이다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에서의 첫 밤으로 스르르 빠져들었다.이튿날(6월 27일) 이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났다.돌로미티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날, 상큼한 공기를 들이키며 산골마을의 새벽을 살폈다. 일출과 함께 황금색으로 변하는 암봉과 푸른 하늘, 싱싱한 침엽수림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조용한 주택가 창문마다 예쁜 꽃들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침이다.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야채, 달콤한 과일 등으로 아침을 먹고 오늘의 코스 ‘세체다(Seceda) 트레킹’을 위해 세체다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는 옆 동네 ‘오르티세이(Ortisei)’로 이동한다. 탑승장 가는 길에 보이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이른 아침에도 여유롭게 수영을 하며 즐기는 모습에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삶이 엿보이고 동네 어귀에 만들어 놓은 예수그리스도상(像)이 이탈리아가 카톨릭 성지(聖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일행들도 경건한 마음으로 무사 산행을 빌기도 한다.두 번에 걸쳐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고 오르는 ‘세체다 후테’ 바로 앞이 고도 2천518m 세체다봉(峰)이다. ‘후테(Hutte)’는 ‘쉼터 또는 산장’이란 뜻으로 쓰인다. 케이블카에서 함께 오른 이탈리안 가족이 연신 웃으며 눈길을 준다. 일곱 살, 세 살 정도의 아들, 딸을 데리고 돌로미티 연봉을 오르는 부부가 퍽이나 행복해 보인다. 세체다 산장에서 보는 ‘오들(Odle)’ 산군의 엄청난 바위산 경관에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360도 돌아가며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산장 아래 넓게 펼쳐진 초원에 피어난 야생화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한다.지천에 핀 노란 금영화(캘리포니아 양귀비), 민들레, 할미꽃 등 야생화 천국이 따로 없는 듯 어마어마한 바위 봉우리와 조화를 이루며 돌로미티 환상적 풍광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전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각 대원들의 안전 산행을 비는 단체촬영으로 파이팅을 외친다.드디어 돌로미티 트레킹 첫 걸음을 뗀다. 조금은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천에 깔린 야생화 꽃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다. 손에 잡힐 듯 세체다봉의 날카로운 정수리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아래쪽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나아가는 자유분방한 모습의 유럽 트레커들 속에 우리도 점점 빠져들고 있다./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201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