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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타고난 여행자 모감주

문득, 바닷가로 길을 잡았다.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노오랗게 부채 같은 손을 펼쳐든 가로수의 행렬이 마중을 나왔다. 모감주 꽃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지난밤 내린 비는 산책길을 모감주꽃잎이 만든 황금비로 물이 들였고, 나무가 서 있는 발치에 노란 카펫을 깔아놓았다. 여름나무 영화제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꽃길을 걸었다.모감주나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닳거나 줄어든다는 뜻에서 모감(耗減)이라고 하고,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라고 한다. 노란색 꽃이 하늘에서 아니 나무에서 떨어질 때면 그야말로 황금비를 맞는 기분이다. 그래서 Golden Rain Tree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는 군락지가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지만 꽃이 피는 6월에서 7월에 만개할 때면 멀리서도 황금빛 꽃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 꽃놀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다. 고개를 들어 모감주나무 꽃을 올려다본다. 노란 깃털에 자그마한 꽃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데 쫑긋 뒤로 젖힌 꽃잎 안에는 붉은 점을 품고 있다. 홍옥 같은 색점이 노란 꽃의 색을 더 짙게 만든다.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다. 모감주의 씨앗이 이런 이름을 낳게 했을 것이다. 초여름의 열매는 피망같이 부풀어 오른다. 공기가 한껏 들어있어 작은 풍선을 나무에 매달은 듯 보인다. 갈색에서 진갈색으로 열매의 껍질은 바짝 말라간다. 그리고 드디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갈라진 한 껍질에는 두서너 개의 씨앗이 붙어 있다. 바람은 씨방을 분리시킨 뒤 날려 보낸다. 씨방의 형태는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120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 드디어 출항할 때가 다가왔다. 씨방은 바람을 받는 바람개비이자 물에 뜨는 보트이다. 모감주는 이 껍질을 파도에 실어 보내려고 바닷가 근처에 군락지를 이루었다.모감주는 여행자이다. 여행자의 본분을 몸 안에 새겨 넣었는지 여행에 필요한 도구를 안고 태어났다. 껍질은 어느새 열매를 나르는 돛단배가 된다. 모래톱에 정박도 하지만 잠시 뿐이다. 그리고 여기가 아닌 어떤 곳을 향한다. 가을에 씨앗은 열매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돛단배가 되어 작은 그리움을 담은 까만 눈동자를 싣고 그리운 나라로 간다.모감주 씨앗이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겨울 편서풍을 만나야하고 다섯 달 이내에 350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성공한다. 이모든 조건이 맞아야 꽃을 피운다. 하지만 모감주 씨앗은 이 험난한 모험을 선택했고 성공했기에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자신의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군락지의 가지를 잘라 환호동 해맞이 공원 여기저기에 또 바닷가 산책로에 노란 꽃등을 내걸었다. 군락지가 확장된 것이다. 꽃이 혼자 애쓰던 일을 포항 사람들이 거들고 나섰다.김순희수필가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하여 보호받는 모감주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도끼질을 하면 나뭇결 따라 쪼개지는 보통 나무들하고 달리 코르크나무처럼 부서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땔감으로써 가치가 썩 없었을 것이다. 사실 모감주나무는 밀원식물이다. 꽃이 활짝 피면 꿀벌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그런 가치는 미처 몰랐고 이 나무가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라는 것도 미처 몰랐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땔감으로써의 가치 없음이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심은 나무도 바로 이 모감주나무였다.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리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왕에서 서민까지 묘지의 둘레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정해 주었다고 하는데 모감주나무는 학덕이 높은 선비의 묘지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잎과 꽃으로 염료도 만든다니 꽃처럼 어여쁜 옷으로 탄생하리라 상상을 해본다.노란빛의 여행자 모감주의 계절이다. 꽃길만 걸어도 좋은 여름이니 모감주 따라 길을 나서야겠다.

2020-07-12

매미소리에 대한 단상(斷想)

김병래시조시인# 매년 이맘때면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뻐꾸기소리가 지칠 때쯤 매미소리가 이어서 배턴을 받는다. 칠월의 폭염과 녹음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뻐꾸기소리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이 산 저 산에서 적막하게 주고받는 뻐꾸기소리와는 달리 매미는 여러 마리가 떼로 운다. 여름 숲의 매미소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시끄럽다고 꺼버리거나 볼륨을 줄일 수도 없다. 여름 한철 산천초목은 매미소리와 함께 떨며 녹음방초 우거진 진경을 이룬다.# 매미는 3~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우화하여 한 달 가량을 산다고 한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으니, 뜨겁게 내리쬐는 폭양과 녹음 우거진 이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찬란할 것인가. 삶이란 이렇게 떨리도록 아름다운 거라고 온몸으로 구가(謳歌)하는 매미소리에 산천초목이 공명하는데, 인간사회에는 오히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끔찍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전쟁과 테러와 폭정이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살상과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부지기수다. 세상사 벗어나 한나절 여름 숲 그늘에 앉아 매미소리를 들어보라. 삶의 온갖 소란과 고달픔을 까마득히 잊고 찬란한 생의 환희에 떨게 될 것이다.‘청량한 매미소리에 여름 한낮이 떤다/ 녹음 우거진 상수리 숲이 떨고/ 높다란 키를 세우고 미루나무가 떤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 꿈꾸어온/ 이 세상 얼마나 찬란한 곳이냐고/ 매미는 온몸을 떨며 온종일 노래한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인간사 너무 많아/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세상인데// 삶이란 떨리는 거라고, 목청껏 노래를 한다’ - 졸시 ‘매미소리’# 옛날 유학자들은 매미가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추었다고 칭송했다. 머리에 파인 줄무늬가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다고 문(文)을, 나무의 수액만 먹고 산다고 청(淸)을,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 하여 염(廉)을, 살 집을 따로 짓지 않는다하여 검(儉)을, 계절에 따라 오고감에 믿음이 있기에 신(信)을 덕목으로 꼽았다. 그래서 임금이 쓰던 익선관과 오사모의 양쪽 뿔도 매미의 날개를 본떠서 만든 거라 한다. 하지만 매미가 저를 내세우려고 시끄럽게 울어댄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무성한 미루나무가 매미소리를 쏟아낸다. 매미소리가 아니면 미루나무 수만 이파리가 침묵할 수밖에 없고 여름날이 그만큼 숨 막힐 것이다. 미루나무가 수액으로 매미를 키우는 것은 결국 매미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매미가 미루나무 수액을 빨고 내는 소리는 그러니까 미루나무의 소리인 셈이다. 여름 숲은 잎만 있고 입이 없어서 온갖 새소리와 매미소리, 바람소리를 키운다.# 온종일 청량한 매미소리가 들리는 여름 숲은 광합성으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공장이다. ‘저 공장에는 굴뚝이 없네/ 무한정 햇빛을 가공해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드는/ 저 초록공장에는 매연이 없네/ 온종일 신경 긁는 소음대신/ 청량한 금속성이 들리네// 노동자와 고용자가 따로 없어// 분규도 쟁의도 파업도 없이/ 이 한 철 성업 중인 저 공장으로/ 도시락 싸들고 출근하고 싶네‘ - 졸시 ‘여름 숲’

2020-07-09

맞아야 메달 딴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여 년 전 중고교 테니스 대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니까 코치가 그 선수를 데리고 구석진 곳을 갔다. 그리고 그 선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시합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 선수는 표정 없이 일상 생활인듯 얻어 맞고 있었다. 과연 그 선수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는데 코치가 시키는 대로 안했다는 것이 이유일텐데, 코치가 시키는대로 다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한다면 결국 로봇 같은 선수가 될 것이다.필자는 당시 “체벌과 욕설, 사라져야 한다”라는 칼럼을 쓰면서 한국 체육계에서 체벌과 욕설이 사라지길 바랐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절망적이다. 철인 3종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차례 관련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때려야 성적이 난다”, “맞아야 메달을 딴다”는 무식한 방식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체육계의 훈련방식이 계속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에겐 체벌과 욕설이 운동 선수에게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코치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및 중고교 선수들을 때리거나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주니어 시절 좋은 성적을 내었던 선수들의 경우 많이 맞으면서 훈련한 것이 사실이다.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 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한다.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기가 죽은 선수는 창의력과 개성이 요구되는 운동종목에서 성장하기 힘들다.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안드레 아가시라는 테니스 선수는 재학 시절에 공부 보다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이런 아가시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아마도 학교에서 엄청 두들겨 맞으면서 운동을 헀을 것이고 결국 창의력이 부족한 로봇형의 선수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선수는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모두 예상하고 대처할 수는 없기에 어려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그 능력은 욕설과 때리고 맞는 이런 환경에서 육성될 수 없다. 일부 단체로 한정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체육계는 환골탈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제 체육계는 변해야 한다. 체육계의 변화만이 22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등진 한 유망주에게 진정한 용서를 비는 길일 것이다.

2020-07-09

노영민의 오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노자 도덕경에‘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말이 나온다. “빛(光)을 누그러뜨리고(和), 이 세상의 세속(塵)과 함께(同) 하라”는 뜻이다. 배우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생각과 결정만이 옳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똑똑한 광채를 줄이고 세속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나의 광채를 줄여서 주변의 빛과 조화를 맞추라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가정도, 기업도, 나라도 온전치 못할 것이란 경고가 담겼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범한 실책이다.노 실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노 실장의 공언처럼 보유한 아파트 2채를 모두 매각하면 그는 무주택자가 된다. 다소 과하다싶은 대처였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 실장이 아파트를 청주-반포 순으로 처분해 양도세 3억원 가량을 절감하게 됐다는 미래통합당의 따가운 분석이 나오면서다.그가 만약 반포 아파트를 먼저 매각했다면 8억2천만원의 양도차익이 나오고, 이럴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42%+가산세)이 적용돼 4억원 가량의 양도세가 발생한다. 반면 청주아파트를 먼저 판 후 반포 아파트를 팔면 각종 세제 혜택으로 5천600만원의 양도세만 내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사나워진 부동산 민심이 뒤집혔다. 누리꾼들은“이런저런 핑계로 잘도 빠져나간다. 내로남불 부끄럽지 않느냐” “양도 차액은 기부하라. 그게 진정한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의미” 라고 꼬집었다.사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정부 초기부터 말도, 탈도 많았다. 20여차례에 걸쳐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정책 입안에 관여한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드러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위기로 치달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와대 참모진 중 10여명이 다주택자였고, 고위 공직자 750명 중 248명이 2가구 이상 주택자였다. 참여연대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입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 상당수도 다주택자라고 폭로했다. 실제로 이들 위원회 소속의원 56명 중 16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민주당 내 다주택자 의원 42명과 일부 시세차익 내역을 공개하며 비판을 쏟아냈다논어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가지인 데, 첫째는 먹고 사는 경제이고, 둘째는 스스로를 지키는 군대,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라고 답했다. 공자는 그 중에서 백성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마음에 새롭게 다가온다.

2020-07-09

비대면 사회

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담당장관을 임명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고독감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선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했다. 영국은 고독을 질병으로 보고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다.일본에서는 ‘개호(介護)이직’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든 부모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일을 뜻하는 용어다. 일본의 이직자 중 30% 정도가 개호이직이라 한다. 일본 정부는 ‘개호이직 제로’를 경제 정책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한 조사에 의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서 50세 이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청년층의 3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같은 연령층에서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에 의한 사망도 교통사고 대비 3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전문가들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것처럼 매우 부정적 상태의 감정일 때라고 말한다. 나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바로 외로움이 낳은 극한적 불행의 결과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약 코로나의 2차 대유행이 있다면 향후 우리사회는 비대면 문화가 주도를 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최근 신일희 계명대총장은 “대면·비대면 차이가 없는 수업방식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는데, 우리사회 전반에 닥친 비대면 문화의 당면과제를 잘 꼬집은 표현으로 보인다.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치 않은 계층에겐 또다른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없앨 비대면 시대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7-09

코로나19 시대의 미국, 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이다. 일본은 하루 확진자가 200명을 훌쩍 넘어가는데다 큐슈에 대홍수가 나 난리 중이다. 한국은 하루 확진자 50명을 오르내리니 다행이라면 천만 다행이다. 미국에서 통계는 존스 홉킨스 대학이 그대로 정확하게 내는 모양인데, 이 글을 쓰는 오늘로 무려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현재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 브라질, 인도 순으로 집계된다. 이들 나라는 3위 인도는 70만명을 넘어섰고, 2위를 달리는 브라질은 무려 171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계는 한 가지 의문점, 코로나 감염 확산이 인도 비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인도 인구는 13억 명, 브라질은 2억 1천 명, 미국의 3억 3천만 명이니, 인구 비례로 따지면 인도가 단연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해야 할 텐데 사태는 그렇지가 않다. 그밖에 소득 수준이나 지역 방역 인프라, 위생 같은 문제를 고려하면 인도가 3위인 반면 미국은 1위나 된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문제의 요점이 어디에 있나? 하면 역시 정치 지도자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선거 유세를 강행해서 세간의 비난을 샀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코로나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허풍을 떨다 결국 확진 진단을 받고도 발표 도중에 마스크를 벗는 기행을 저질렀다. 그런 와중에도 일찍 환자가 폭증해서 시신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던 뉴욕은 지금 많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데,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는 마스크 덕분이라 했다고 한다.미국과 브라질의 대유행은 오로지 정치 지도자들의 그릇된 판단과 우행이 낳은 ‘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자체가 천재인지 인재인지는 어디서 바이러스가 발원했는가를 판명하기 어려운 지금 쉽게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유독 미국, 브라질 등에서 대유행을 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정도는 다르지만 ‘이웃 나라’ 일본이 코로나 급증세를 나타내는 것도 알고 보면 수상 아베의 한심한 위기 대처 능력 때문이다. 형이 골판지 회사를 운영한다던가, 해서 코로나 확진자 수용에 골판지 처방법을 내고, ‘아베노 마스크’는 유령 회사에서 만들도록 하고, 재난 지원금도 하청에 재하청을 내도록 한 아베였던 것이다.의과대학 교수들에게 들으니 코로나19는 당분간 종식되기 어렵다 한다. 오래 지속될 대유행이라면 지금보다 더욱 바짝 정신 차려야 하리라. 나라의 정치가, 정치 지도자의 인식이 정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마지 않을 수 없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07-09

달리는 인생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농부를 돕던 당나귀가 빈 우물에 빠졌습니다. 농부는 슬프게 울부짖는 당나귀를 구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침 당나귀도 늙었고 쓸모없는 우물도 파묻으려고 했던 터라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을 파묻기 위해 제각기 삽을 가져와서는 흙을 파 우물을 메워갔습니다. 그런데 울부짖던 당나귀가 조금 지나자 웬일인지 당나귀가 잠잠해졌습니다. 당나귀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더미를 털고 털어서 바닥에 떨어뜨리며 발밑으로 흙이 쌓이게 하고 흙더미를 밟고 점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당나귀는 자기를 묻으려는 흙을 이용해서 무사히 그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나귀처럼 곤경의 우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때로는 환경이 흙더미로 나를 덮어 오지만 오히려 지혜로움과 인내로 용기를 가지면 자신이 더 성장하고 높아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은 고난의 사람이었고 욥이나 다윗도 모두 고난의 사람이었습니다. 성경 속의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고난 속에서 인생을 아름답게 꽃피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생의 성패를 순경 속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나 진정한 인생의 성패는 순경 속에 있지 않고 오히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이겨낸 결과에 있었습니다.그런데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의 용기였습니다. 용기야말로 고난의 벽을 뛰어넘게 하는 삶의 동력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용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용기는 고난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극복의 대상으로 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고난과 당당히 맞서 싸우게 합니다. 삶의 용기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믿음에서 우러나옵니다. 과연 믿음은 삶의 용기를 주고 용기는 삶에 변화를 줍니다. 그리하여 고난의 바다를 기쁘고 당당하게 항해하도록 삶에 힘을 줍니다.뉴질랜드에는 ‘키위’라는 새가 있습니다. 부리가 긴 이 새는 앞을 보지 못하고 날지도 못합니다. 키위가 사는 곳이 화산지대여서 뱀이나 파충류 따위의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해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날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날개와 눈의 기능이 퇴화하여버린 것입니다.육체의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고, 재능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성령의 은사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고여 있는 물은 썩듯이 사람도 편안하면 타락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푯대를 향하여 달리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달리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지듯이 달려가지 않는 인생은 넘어지고 맙니다.

2020-07-08

미래먹거리로 기대 큰 울릉도 생수 생산

김두한경북부울릉군이 LG생활건강과 손잡고 해마다 커지는 생수시장에 진출한다. LG생활건강이 울릉도의 용천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울릉도 북면 나리분지 추산용출소에서 생산되는 ‘용천수’는 세계 최고의 생수를 자랑하는 프랑스 에비앙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는 추산 용천수가 100만평이 넘는 나리분지에서 분출되기 때문이다. 화산석이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하는 나리분지는 전체가 큰 물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솟는 물은 세균 등으로부터도 안전하며 미네랄 함유량이 많고 탁월하다는 평가다.나리분지는 해발 800∼900m가 넘는 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 산에 쌓여 있던 눈이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녹아 서서히 스며들었다가 울릉도 전역으로 자동으로 공급된다. 이 중 가장 큰 물구멍은 나리분지에서 약 100m 아래 위치한 용출소다. 바로 이곳에서 분출되는 용출수로 울릉도 생수를 만든다. 수질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결과 1급 청정수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추산용천수는 현대인에게 좋은 알칼리성인데다 국내외 유명 생수와 비교해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적어 물맛이 부드러운 반면, 칼륨과 실리카 등 인체에 좋은 성분은 월등히 많은 특징이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보통 생산되는 지하암반수가 아니라 국내 최초 용천수로 개발한다는 점과 우수한 수질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다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전문가들은 울릉도 샘물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국내 생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국제적 브랜드화’로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천억원, 2020년에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생수 시장점유율은 제주삼다수가 41.5%로 1위, 롯데칠성 아이시스가 9.7%, 농심 백산수가 7.9% 순으로 차지하고 있다. 삼다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2천억원대, 2020년에는 3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릉생수가 뛰어들면 약 2천억∼3천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울릉군의 연간 예산이 2천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울릉도 생수가 미래 울릉도 최대 수익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kimdh@kbmaeil.com

2020-07-08

모두 범인이다

장규열한동대 교수나이어린 운동선수가 목숨을 잃었다. 폭력과 억압에 짓눌리며 스러져갔다. 한없는 억울함과 의지할 데 없는 무력감은 또 어떠했을까. 이렇듯 야만적인 범죄를 곁에 두고 이 사회가 자랑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무슨 영광을 위하여 젊은 생명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하는가. 유사한 범죄가 때때로 벌어져도 당장 끓어오를 뿐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인 모양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꽃다운 청춘을 무참히 꺾는 일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처벌과 단속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선수는 희망이다. 선수 본인이 좋은 성적을 희망하며 달려가지만 응원하는 관중과 국민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가. 그들의 노력이 멋진 성과로 이어질 때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전과 용기를 안겨주는가. 피땀어린 노력 뒤에 광기의 폭력이 숨어있었다니 경악할 뿐이다. ‘폭력없이 성적없다’거나 ‘맞아야 잘 한다’는 믿음은 얼마나 후진적인가. 교육과 훈련에 관하여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할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스포츠리더십을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있지 않을까 짙게 우려된다.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문제는 사건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에 있어 보인다. 도움과 구조의 손길을 찾기 위해 몇 번씩이나 노력했다지 않는가. 사안의 심각성과 위험도를 감지하지 못한 일련의 과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혼신의 수고를 기울이며 달리는 선수들을 돕지 못하는 체육계의 관행과 제도들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선수이기 전에 청년이다. 젊은 선수들을 끝없는 질곡에서 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적폐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내일을 향한 꿈과 비전을 안기지 못하는 사회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언론과 정치에도 책임이 크다. 문제의 근원을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재하고 보도하며 수정하고 정비해야 한다.삶을 포기해야 한다면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존재를 부인해야 한다면 성공은 무슨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노력을 통해 삶의 의미를 확인해야 하며, 결실을 겨냥하는 비전을 가르쳐야 한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이 잡힌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성적을 위해 수단의 정당성을 확인하지 않는 교육과 훈련은 구태일 뿐이다. 운동을 따로 떼어 인성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빚어서야 되겠는가. 수고와 노력이 빛나는 성과로 나타나도록 지육(智育)과 덕육(德育)이 체육(體育)과 함께 전달되는 훈련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력은 모두 소중하다. 함께 수고하고 땀흘린 모든 이들의 노력이 존중되어야 한다. 일등만 대접받는 문화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폭력으로 불러올 성공은 없다. 스러져간 생명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을 살피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끓어오르다 식어버리는 관심도 경계해야 한다. 폭력은 가라.

2020-07-08

부동산P2P 주의보

부동산 P2P(Peer to Peer)상품은 개인이 주로 토스·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앱에 투자를 신청하면 플랫폼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원금과 대출이자를 상환해주는 금융상품이다.흔히 민간이 추진하는 공동주택 개발사업이나 특정지역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데, 연 8%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더불어 2030세대의 주력투자처로 인기를 모으며, 최근 3~4년 사이에 급속히 성장했다.지난 달 3일 기준 국내P2P금융업체는 241개이며, 누적 대출액은 약 10조3천251억원이다. 문제는 올해들어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쳐 연체율이 15%대까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P2P업체 241곳의 연체율은 16.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말 15.8%에서 0.8% 오른 수치다. 지난 2017년 5.4%에서 작년말 11.4%로 뛰었다. 이처럼 연체율이 급증하자 금융위는 지난 3월 ‘P2P금융’은 고위험·고수익상품이라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최대 투자한도를 5천만에서 3천만원으로 축소했다.투자손실을 막으려면 소액으로 분산투자해 만기 미상환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부동산 대출투자시 담보물건, 채권순위, 담보권 행사방식 등 투자조건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아울러 오는 8월 27일 세계 최초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하 P2P금융법)이 시행될 예정이다.기존 금융업 수준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경우에만 P2P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재무현황 및 지배구조 등을 분기별로 감독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7-08

시대 징표 바라보기

강길수수필가등산길에 뭔가 이상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데도 땅거미가 내릴 것 같이 주위가 시나브로 어스름해지니 말이다. 오후 네 시가 지났지만 하지라는 날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징표(徵標)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알아볼 마음을 먹지 않고 덤덤하게 넘어갔다. 밤에 인터넷에서 오늘 오후 부분일식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숲속에서의 징표가 그 의미를 찾으며 의문이 풀렸다.부분일식 징표였는데 내가 너무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는 자각이 뒤따랐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시골에는 라디오도 흔치 않았다. 날씨예측도 징표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늘, 구름, 바람, 공기의 습한 정도, 동물이나 곤충들의 행동, 몸의 반응 같은 것들을 이용했다. 방법도 어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전승되는 도제제도(徒弟制度)인 풍습을 통해 저절로 습득되었다. 나아가 생활 전반에 징표와 관련되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이 스며있다. 해몽, 사주팔자 풀기, 택일, 작명, 점(占), 풍수지리 등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올해 내게 다가온 시대의 징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바라본다. 우선 봄꽃들이 예전과 비교해 더 화려하게 피어올랐었다. 진달래꽃, 개나리꽃으로부터 벚꽃, 라일락꽃, 이팝꽃, 조팝꽃, 장미꽃, 아카시아꽃, 찔레꽃, 인동초꽃에 이르기까지 내가 만난 꽃들은 겉모양은 확실히 화려했었다. 하지만 일부러 꽃들 근처에 가도, 가끔 꽃에 코를 대고 맡아 보아도 향기가 안 나거나, 전과 비교해 훨씬 줄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한 기후 탓인지 혹은 마음 탓인지, 봄꽃들이 무엇에 쫓기듯 허겁지겁 피어나고 지는 것만 같아 보였다.왜 그럴까. 결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꽃들이 향기를 잃어가든가, 아니면 내 후각이 나이 들면서 무디어져서 향내를 맡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후자의 영향도 없지 않겠으나, 아무래도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 양봉하는 친척이 올해엔 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식물들이 사람에게 보내는 징표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리우협약 등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인식은 제법 오래 된듯하나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이 시행된다는 소식은 별로 듣지 못했다.해로운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일부 사람의 흡연, 과음, 마약 투여 같은 습관처럼 이 시대 지구촌은 물질문명의 편리성에 중독되고 만 것은 아닐까. 생명의 어머니 지구가 곳곳에서 이상기상 현상이나 지진, 동물, 식물, 곤충 나아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등을 통해 신음의 징표를 내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져야 할 우리 인간은 외면하며 사는 현실이다. 물질문명에 유착한 정치적 경제적 패권, 자국 이기주의, 거대 자본의 횡포 같은 욕망에 최면 되어 있다. 현 인류문명은 과녁도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화살이 우리를, 지구촌을 어느 과녁에다 맞출지 두렵기만 하다.우리나라의 산업화 이전 세대들만 하더라도, 농촌에서는 전 근대적 농사일을 하며 자연 친화적 또는 로하스(LOHAS)족 같은 삶을 경험했다. 보릿고개의 고단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자연을 알고 자연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기에, 비록 엥겔지수는 높아도 행복도(幸福度)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았었다 싶다. 어촌이나 산촌도 농촌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이다. 품앗이를 기반으로, 한 동네가 한 가정처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사는 공동체였기 때문이리라.손자가 둘이다. 맏이 가정의 세 돌을 앞둔 큰손자, 둘째 가정의 갓 돌 지난 작은 손자가 그들이다. 해맑게 자라나는 손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서 또 하나 가장 행복한 기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에 느끼지 못하던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 자연과 국가사회의 시대 징표를 바라보면, 아이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 좌불안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환경 변화에다 정권의 무모한 좌편향 정책, 북핵, 코로나19 등에 볼모잡힌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서다. 만일 어버이들의 잘못으로 저 아이들이 불행해진다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부디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정부와 정치권에 간절히 바란다.

2020-07-08

개별자만큼의 진실

모 출판사에서의 전화. 원고청탁이라면 짐짓 거절 제스처로 만용이라도 부려보겠지만 그럴 리가요.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인용하고 싶답니다. 재발간하는 책 말미에 몇 문장을 인용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합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걸 보면 편집자들은 자사의 책과 관계 되는 것이라면 구석구석 구글링을 하는 모양입니다. 변방의 글까지 찾아내니 말입니다. 물론 그리해도 좋다고 답했습니다.따옴표로 묶어 보내온 그 문구들을 들여다봅니다. 소설 ‘파이 이야기’에 관한 단상입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의 의미는 현실에서는 ‘개별자가 본 대로’가 되기 일쑤이다. 씁쓸하지만 온당한 이 철학적 사유를 우리는 끝내 확인하고야 만다. 삶의 방식과 종교 문제 그리고 인간 본성, 살면서 느끼는 온갖 것들에 대한 개수만큼의 진실이 소설의 도마 위에 오른다. 동어반복이다 싶게 예나 지금이나 저는 이런 문제들에 생각이 많습니다.인도 한 도시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네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갑니다. 동물들도 함께 화물선에 오릅니다. 배는 난파되고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합니다. 그 과정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후일담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맹수와의 동거라는 어마어마한 진실은 소년 파이에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솔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누가 파이의 말을 믿어 줄까요.보고도 믿지 않는 게 사람입니다. 아니, 본 뒤에 제 식으로 믿는 게 사람입니다. 그런데 본 적조차 없는데 어찌 ‘있을 수 없는 일’을 믿을 수 있을까요. 무시무시한 호랑이와 지낸다는 것, 내 문제일 때는 진실이 되지만 상대의 얘기일 때는 달라집니다. 비현실적인 파이의 경험담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인간의 심리를 감안해 파이는 등장인물들을 동물에서 인간으로 각색한 버전도 들려줍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밝은 모습으로 말하는 파이의 유머가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요. 세상엔 너무 많은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파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마다의 진실 즉, 개별자 숫자만큼의 진실을 믿어야 하는 삶이 있는 한, 파이의 유머는 단순한 유머로 그치지 않습니다.있는 그대로만 믿으라고 쉽게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믿을 게 못 되지요. 있는 그대로의 기준이란 얼마나 모호한지요. 존재하는 그 무엇은 본성 그대로의 형상과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자의 눈을 통과하는 순간, 그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무엇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언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창작의 요소가 깃드는 것이라고 작가 얀 마텔은 말합니다. 뜻하든 그렇지 않든 한 사안에, 보는 이의 소설적 장치가 가미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면 애초에 존재했던 진실은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저마다의 생각이 새로운 진실이 되어버린 마당에 진실 찾기가 무슨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말장난 같지만 진실은 진실만이 알 뿐입니다. 따라서 파생한 진실이 원래의 것과 멀어지더라도 슬픔 속에 갇힐 이유가 없습니다. 호랑이 리처드도 끝내 숲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공포와 공존 속, 최대 생존 파트너로 생각했던 파이를 둔 채. 호랑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의 세계로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진실의 실체가 아니라 저마다의 진실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한계 같은 걸 사유케 하는 순간이지요. 나를 둘러싼 현상이 온당하다는 아집에 빠질수록 상대의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아찔한 설정과 유머로써 경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상대에게는 박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후한 잣대를 들이민 모든 날들을 소급하고 싶어집니다.김살로메소설가마침 효자손이 보입니다. 껍질을 까고 옹이를 깎아낸 뒤 사포로 문질러 반질반질 윤이 나는 수제 등긁이. 무심한 듯 건네던 친구 왈, 산책길에 버려진 오동나무를 모셔 왔답니다. 받을 이를 생각하며 몇날며칠에 걸쳐 손맛을 입혔을 정성을 생각하면 등을 긁는 용도로만 쓰기엔 아깝습니다. 한 가지 진실에만 접근하려 한, 용렬한 어깻죽지가 들썩일 때마다 스스로를 내리치는 죽비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 한, 세상사 진실 찾기로 시간 허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 멀어진 실체를 찾으려는 게임보다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에 유연한 시선을 보탤 일입니다. 혹여 진실의 개수를 줄이겠다고 소견을 좁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등 긁는 일 못지않은 쓰임새로 이 죽비를 들어야겠습니다. 파이가 그랬듯이 유머와 이해를 싣는 죽비소리, 아니 동비(桐7BE6)소리가 저릿한 술맛처럼 어깻죽지를 타고 심장으로 흘러듭니다.

2020-07-08

한반도와 한미워킹그룹

김규종경북대 교수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이들 가운데 박지원 후보자와 이인영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경화 외무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만 유임되었기로 전면적인 인사교체라 할 수 있다.외교안보라인의 교체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겨냥하고 있다.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시작된 북한의 대남공세는 6월 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정점에 이른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대북전단을 빌미로 시작된 공세였으나, 실상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서운함과 불만족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돌이켜보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공동선언, 같은 해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한 군사합의서는 8천만 한민족에게 찬란한 서광처럼 보였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에게 행한 연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와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향한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하지만 하노이 ‘노딜’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었던 볼턴의 회고록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 유지와 통일반대, 그것에 따른 무기판매의 반대급부를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동아시아의 교두보이자 지정학적 희생양 정도로 한반도를 생각하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9·19 공동선언 이후 한국이 자발적으로 이른바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자고 미국에 제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완화 및 한반도 평화를 한국과 미국의 실무자들이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의 활동이 실제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워킹그룹의 존폐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할 시점으로 보인다.4·27 공동선언과 9·19 공동선언에서 거명된 후속작업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연결과 현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어느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2년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실질적인 진전 없이 언어로써만 남북의 화해와 평화, 민족통일 운운은 어불성설 아닌가.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안보와 국방 및 외교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돌파구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2020-07-08

학교 설명회에서 받은 교육 화두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지난주 토요일,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지역 집단 감염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설명회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고민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굳이 학교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전국에서 걸려오는 입학 문의 전화가 설명회 개최를 재촉하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학교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이 나라 교육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설명회 당일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차들을 보면서 코로나19의 두려움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이 나라 학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였다. 7년째 학교 설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필자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의 어둡고 심각한 표정 때문이다.그들의 희망 없는 표정을 볼 때면 필자는 늘 죄인이 된다. 무엇이 저들의 표정을 저토록 슬프게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이다. 병적인 자아도취에 빠진 정부와 교육부는 모든 교육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지키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막고 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산자연중학교 학교 설명회에 와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설명회는 학교 설명회라고 하기보다는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교육 간담회에 가깝다. 설명회에는 흐름이 있다. 처음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 그러다가 학교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일순간에 바뀐다. 그전까지 이야기만 듣던 학부모들은 성난 군중이 되어 저마다 분에 찬 한 마디씩을 던진다. 그 안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모두 듣지 못함이 죄송할 따름이다.설명회가 끝나고 어느 참석자가 조용히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 질문자는 학교라는 말에 강조점을 두었다. 필자는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자가 정의하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는 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죄송합니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정말 궁금해서….”필자는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다음 같은 연수 주제를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에게 제시하였다.“학생이 질문합니다. 왜 꼭 학교에서 선생님께 이 단원을 배워야 합니까? 과연 우리는 이 학생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할까! 설명회가 끝난 지금도 필자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안고 시름 중이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2020-07-08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미끈유월과 함께 어느새 반년이 미끄러지듯이 지나갔다. 설마설마하던 전염병의 회오리에 휩싸여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상반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불안과 우려에 발 묶인 채 침울한 하반기를 보내기가 녹록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여름날 해는 길어져 뜨거워지고 장마나 태풍같은 기상의 이변도 예상되는 터라, 여러모로 챙기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언제 닥칠지도 모를 일들을 예단하고, 자신과 주변을 면밀히 살펴 전방위적인 대응과 만일의 태세를 갖추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최근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녹음(綠陰)을 드리우는 마음으로 이웃과 지역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열기가 더위를 무색케했다. 포스코의 특별 봉사주간, 이른바 ‘2020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에 포항, 광양, 서울, 인천지역의 그룹사, 협력사는 물론 세계각지의 해외법인에서 임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과 정성 어린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다.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포스코그룹이 2010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올해부터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연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다.지난 6월 중, 하순에 진행된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임직원 개개인이 가진 기술, 특기, 전문지식 등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포스코그룹의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전통시장 장보기 등 소비촉진을 장려하고, 해당지역의 농어촌마을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역활동과 함께 마을 공동시설물 보수, 담장 벽화그리기, 농기계 수리작업 등의 활동을 펼쳤다.또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감염방지 교육, 생필품지원을 위한 무료마켓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 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보훈기념물을 헌정하고,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조경 및 환경미화활동을 펼쳤다.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 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가뜩이나 힘겨운 때, 이웃과 지역민들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의 마음과 따스한 손길을 보여준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과 베풂 활동은 가뭄 속의 단비 마냥 반갑고 착하기만 하다. 포스코는 이뿐만이 아니라 1% 나눔재단·재능봉사단·환경보호 등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최근 2019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한 포스코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기업은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아래 글로벌 철강사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07-07

반인륜적인 부모의 자녀 학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부모의 자녀 사랑은 인륜의 기본 철칙이다. 근간 부모의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치사 사건이 빈번하고 있다. 며칠 전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살려 달라고 버둥대니 가방 위에 올라 마구 밟고 그도 모자라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넣었단다. 또 어떤 엄마는 두 자녀를 산에 데려가 발가벗겨 두고 그냥 내려왔단다. 두 아이가 산에서 피를 흘리며 내려오는 것을 본 등산객이 신고하여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자녀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부부가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동물들도 제 새끼만은 끝까지 보호하는 본능이 있다. 추운 지방의 펭귄이 파도와 싸우면서 물고기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 주는 장면을 보았다. 강남 갔던 제비도 연방 잠자리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어릴 때 자주 보았다. 얼마 전 한 몰래 카메라에서는 송아지 낳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어미 소는 새끼가 뒤집어쓰고 나온 분비물을 혀로 정성껏 핥아 주었다.부모의 자녀 학대는 부모의 왜곡된 심리적 기저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흔히 자녀를 자신의 분신(分身)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부모는 종종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식이 비록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자녀학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이나 재혼, 가족해체 등 결손가정에서 이 같은 학대가 저질러진다. 세상의 자녀는 모두가 고유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임을 망각한 결과이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스트레스나 화풀이 대상은 아닌데도 착각한 부모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우리는 부모의 자녀의 학대로 연결되는 구도만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민법 915조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민법상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아동의 복리를 위해 체벌금지 조항을 첨가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아동복지법 제5조 2항에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민법을 개정하여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살인에는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이러한 법제화만으로 아동 학대는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가정과 사회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노력도 동시에 수반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질적 빈곤 속에서도 가정 공동체의 결속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자녀 학대라는 반문명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한다. 운전을 하려 해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인데 우리 공동체는 자격증 없는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차제에 학대받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튼튼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이 분야 시민 단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2020-07-07

“뻥이요, 뻥”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지난 봄 조용한 죽음이 내 마음에 슬픔의 작은 여울을 만들었다.2014년부터 서울 성북구의 몇 동네를 돌며 독거어르신들을 방문하여 쌀이나 필요물품들을 전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축복의 기도를 함께 드리는 나눔과 섬김의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돌아보는 분들 중에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은 냉골인 단칸방에서 자그마한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셨고 휴대용 가스렌지에 밥을 해서 신김치 하나로 식사를 하시던 분이었다. 젊었을 때는 뻥튀기 기계를 손수레에 싣고 서울 강북의 동네들을 돌아다니시면서 뻥튀기 장사를 하셨고, 나이가 들어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는 튀겨진 뻥튀기과자를 팔러 다니셨다.봉사자가 쌀 등을 드리고 잠시 이야기와 기도를 하고 돌아설 때면 할아버지는 어떤 때는 내 몸채만한 큰 비닐봉지째로 어떤 때는 한 상자 통째로 뻥튀기과자를 주시곤 했다. 아무리 받지 않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봉사하는 우리는 하릴없이 그 뻥튀기과자를 받아서 다른 독거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렸다.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제한돼 몇 달을 찾아뵙지 못하는 사이 그 분은 뻥튀기 기계와 과자를 싣고 다니던 녹이 슨 손수레만 골목길에 덩그마니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주검은 며칠이 지난 뒤에야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 의해 발견됐다. 자그마한 몸으로 한때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뻥뻥” 호령하며, 동네 주부들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주전부리를 제공하고 뻥 소리와 흰 연기의 즐거움을 나눠주던 뻥튀기 할아버지는 그렇게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갔다.“뻥이요, 뻥!” 내 어린 시절 좁은 골목길 초입에 뻥튀기 아저씨가 들어서면 동네 아이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곡물이 기계 안에서 다 튀겨질 무렵 아저씨가 외치는 “뻥이요 뻥” 소리에 모두들 귀를 막고 있다가 투입구를 열 때 나오는 수증기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터지는 시간을 미리 알려주니 아무리 큰 소리에도 기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놀라지 않았다. 뻥튀기 기계는 곡물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튀겨냈다. 물론 쌀, 옥수수알이 가장 흔한 재료였지만, 가끔은 검정콩에 떡국용 떡, 말린 누룽지도 튀겼다. 뻥튀기는 별다른 간식거리 과자가 별로 없었던 시절에 맛도 있고 양도 푸짐한, 그러나 배는 부르지 않은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차가 막힐 때 최고의 주전부리 중 2위가 뻥튀기였다는 2007년의 조사도 있다.7월 8일 오늘은 1994년에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날이다. 우리 쪽에서도 많이들 놀라기는 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봄 김일성 주석의 손자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공식 활동이 전혀 보도되지 않자 김정은 사망설이 돌았다. 5월 1일에는 탈북자 출신의 어느 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김정은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김정은 위원장은 바로 북한 언론에 자신을 드러냈고, 사망설은 모두 헛소리가 됐다. 그런 말을 퍼뜨린 사람들은 ‘뻥쟁이’가 됐다.“뻥이요, 뻥” 외침은 뻥튀기 아저씨가 곡물을 튀겨낼 때만 사람에게 이롭고 즐겁다.

2020-07-07

궁즉통

사람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흔히 떠올리는 말이 있다. 궁즉통(窮則通)이다. 주역(周易)에서 나온 이 말은 원래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의 줄인 말이다. “궁하면 변할 것이고 변하면 통할 것이고 통하면 오래 갈 것”이라는 뜻이다.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움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이때는 궁즉통의 말처럼 변화를 먼저 구해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일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돌파구가 있기 마련이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서양 격언이 같은 말이다. 주역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는 하늘이 도와 이롭게 하며 오랫동안 누릴 수 있게 한다고 했다.궁즉통은 주역의 만물순환 원리 철학이 잘 드러난 표현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으면 안 된다. 변화를 통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참뜻이다.공자는 주역의 중요성을 알고 책을 묶어놓은 끈이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공자 사후에는 한 때 볼품없는 점술책으로 여겨져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끼지도 못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 이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오경 중 으뜸으로 치고 있는 책이다. 삼라만상을 음양 이원으로 설명하며 철학과 윤리, 정치적 상황에 대한 주석도 달아 놓고 있다.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가 접한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도 포스트 코로나를 극복할 숙제가 산적하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가는 곳마다 낯선 풍경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종의 스트레스다. 궁즉통이 코로나가 바꿔 놓은 세상에 적응할 방법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7-07

희망을 기다린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나는 대학시절 20대 초반에 민족종교라는 어떤 종교를 추종한 적이 있다. 그 종교가 좋았던 점은 한국사람이 창시자라는 것, 그 분은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희망을 잃어버리고 도탄에 빠졌을 때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 전세계에 전염병이 돌 때 한국에서 깨달은 자들이 전 세계를 구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 우주의 가을이라서 사람들의 마음도 성숙해져서 깨달은 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 우리의 조상과 부모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그리고 명상!나는 그 종교의 교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처음 경험한 명상이었다. 나는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때 당시 과학을 추구하는 심리학의 풍토 속에서 나는 나의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 명상은 그때 당시 검증된 과학이 아니었기에 명상을 한다는 것은 다소 비주류 내지는 엉뚱한 행동에 속하던 그런 시절, 나는 명상의 가치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체험했다.명상 그것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누구나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죽듯이 인간은 명상하지 않으면 본성을 잃어버린채 심신이 불안정해지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쉽게 상실될 수 있다.명상은 분명히 머리속의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고 몸의 기순환을 도움으로써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과거로부터 명상을 해왔다. 그리고 현대의 리더들도 누구나 명상을 하고 있다.그리고 일반인들도 자신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지 사실 누구나 명상을 하고 있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 산책을 하는 것, 그림을 감상하는 것, 음악을 감상하는 것, 등산하는 것, 기도하는 것 등이 일종의 명상활동일 것이다. 현실의 근심을 좀 내려놓고 심신이 쉬는 시간, 그 시간이 명상하는 시간일 것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땅의 대기에 떠돌기 시작한 지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일반인들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누구나 자가치유를 해야 할 때다. 마음에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 명상은 부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를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로 바꾸어준다. 그리고 면역력을 키워줌으로써 바이러스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가나 지역사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적 감염방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정신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나 시스템을 고려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명상의 대중화도 그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명상의 대중화에 대한 제안과 함께 심리치료의 원리를 적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방법을 제안해본다. 사람들이 심리적 문제가 생기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1.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습니다. 당신의 과거가 현재의 증상을 낳았습니다.2.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현실적인 생각을 하세요.3. 방법을 3가지로 찾아보세요.4. 교훈을 얻고 미래로 전진하세요.5. 희망을 끝까지 놓지 마시고 노력하세요.

2020-07-06

21대 국회와 조선의 선비상(像)

강희룡 서예가조선조 당대 명가의 후예로 자유분방한 삶과 파격적인 학문을 했던 인물인 허균의 성옹지소록(惺翁識小錄)에 가까운 집안 서숙(庶叔)이 면앙정 송순에게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재상 중 죽어서 서소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봤지만, 살아 남대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여태 못 보았네.’ 권력에 한번 발을 들이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으려 하기에 한 말이었다. 후에 송순이 개성유수를 지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서숙이 강가로 배웅을 나오자 송순이 말했다. ‘이제 제 발로 남대문을 나갑니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문을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권력이란 원래 허망하기에 정의롭지 못한 인물은 더 큰 변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게 순리라는 뜻일 것이다. 정승 조현명의 부인이 세상을 떴다. 영문(營門)과 외방에서 부의가 답지했다. 장례가 끝난 후 집사가 물었다. ‘부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돈으로 바꿔 땅을 사 두시지요.’ 조현명이 ‘큰 아이는 뭐라든가?’ ‘맏 상주께서도 그게 좋겠다고 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조현명이 여러 아들을 불러 꿇어 앉혔다. ‘못난 놈들! 부의로 들어온 재물로 토지를 사려하다니, 부모의 상을 이익으로 아는 게로구나…’ 하며 매를 몹시 때리고 통곡했다. 이튿날 부의로 들어온 재물은 궁한 일가와 가난한 벗들에게 고르게 돌아갔다. 우리사회에서 고위공직이라는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받은 축의금이나 부의금, 부동산투기로 재산형성을 목적으로 삼는 부류들이 새겨야할 대목이다.정조 때의 성대중은 그의 저서 ‘청성잡기, 질언(靑城雜記, 質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구차하게 먹는 것만 찾는 자는 짐승과 다를 게 없다. 눈을 부릅뜨고 이익만 쫓는 자는 도적과 한가지다. 악착같이 사사로움에 힘쓰는 자는 거간꾼과 다를 바 없다. 재잘거리며 권세에만 빌붙는 자는 종이나 첩과 같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권세욕과 물욕만 좇는 전형적인 부나비 유형들을 일컫는다. 조선후기 학자 홍석주가 쓴 학강산필(鶴岡散筆)에 이조판서 이문원의 세 아들이 가평에서 말을 타고 아버지를 뵈러 상경했다. 아들들이 말을 타고 온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며, ‘아직 젊은데 고작 100 여리 걷는 것이 싫어 말을 타다니, 힘쓰는 것을 이렇듯 싫어해서야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바로 세 아들에게 걸어서 가평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다시 걸어 올 것을 명했다.세 아들 중 한 사람인 이존수는 이천보 전 영의정의 손자요 현 이조판서의 아들이지만 불호령을 받고 돌아갔다가 다시 걸어왔다. 이처럼 엄한교육을 받고 자란 이존수 또한 후에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다. 그는 언행과 침묵함이 법도에 맞았고, 지휘하고 일을 살피는 것이 공정하고 민첩해서 간교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속일 수 없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수사 받는 의원들이 여당에서 50여 명, 야당에서도 상당수가 있다고 한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패거리들을 위해 이용한지 오래 된 ‘내로남불 정치판’에서 반칙과 비리로 얼룩진 패악적인 이들에게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심판하는지 한국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20-07-06

김용출- ‘필수적인 것’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간의 삶에 무엇이 과연 필수적인가를 많이 깨우치게 되었다. 그 동안 꼭 있지 않아도 될 일들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인력을 소모시켰는지도 조금은 알겠다.요즘 여기 토론토 시내를 관통하는 401 고속도로를 보면 옛 생각이 난다. 20년 전과 비슷한 풍경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401 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정체였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어느 시간이든 정체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통사고가 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렇다.영업을 할 수 없는 업종의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동차가 집 밖으로 나올 일이 훨씬 적어진 반증일 것이다. 문닫은 업소들의 영업도 재개되고 고속도로가 비록 복잡하더라도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바쁘고 번잡한 일상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말 인간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활동과 자원의 소모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활화가 되고 일상이 되면 보다 쾌적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삶,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사는 삶이 된다면 그러한 삶은 모든 면에서 인간에게 유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추구하고 살아왔다. 더 많고,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즐겁고, 더 좋고, 더 건강에 도움이 되고 등, 그러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지 않았을까? 우리의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한다. 필수적인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면서 사는 지혜를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깨우쳐 줬다 할 수 있다./캐나다 토론토시 은퇴 목사

2020-07-06

엄민재-‘경주 불국사’

오늘의 목적지 불국사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던 산과 들과 논이 알록달록 수채화처럼 예쁘게 색칠해 놓은 듯 했다. 푸르름에 반해 한동안 넋 놓고 있다 보니 불국사 주차장이었다. 오래간만에 달려간 불국사는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나와 내 친구들을 아낌없이 품어줬다. 좀 전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도 갑자기 멈추었고, 접시꽃은 수줍은듯 분홍빛 웃음으로 반겼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의 단골장소였던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이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그날의 기억도 되살려주었다.어스름이 짙어질 무렵, 북소리가 텅 빈 불국사에 울려 펴졌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우리들만 남아서 오후의 홍차를 지인이 싸온 쑥떡과 함께 나눠마시던 참이었다. 손에 들었던 것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소리 나는 곳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소떼들처럼 부지런히 뛰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터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 친구는 그 순간 우사인 볼트가 되었고, 그렇게 빨리 뛰어가는 친구를 따라 잡으려고 열심히 내달리는 내 모습이 너무나 웃겨서 배를 움켜잡고 달렸다.스님들은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북을 두드렸다. 서너 분이 1분씩 돌아가며 치는 북소리에 내 가슴도 쿵쾅거렸고, 스님마다 약간의 리듬이 달라서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뭐라고 표현 못할 정도의 그 느낌. 북소리가 끝나자 종소리가 울리고 종소리에 화답하듯 목어와 운판이 몸을 떨었다. 그 소리들은 나를 지혜로운 사람으로, 우리를 자비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그날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했던 내가 빨강머리 앤 같은 S양, 빨간 망토 차차 같은 J양, 그리고 환한 웃음 짓는 C양과 함께한 소풍은 행복하고 또 행복한 하루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적 거리는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포항시 북구 해맞이 그린빌

2020-07-06

이한구- ‘숨쉬는 바다’

경북매일이 7월부터 시민광장 코너를 개설합니다.독자들의 일상 속 소소한 경험담과 재미있는 이야기, 나만의 레시피, 지역의 숨은 명소, 지역의 과거와 현재, 지역의 풍경과 사람, 반려동물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글과 사진을 매주 화요일 신문에 게재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200자 원고지 0.5매∼최대 5매 이내 분량의 글과 관련 사진(JPG파일)을 이메일(kbm24@kbmaeil.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에겐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경북매일신문 편집국 시민광장 담당자(054-289-5002)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생성과 동시에 소멸을 의미한다. 그러한 반복들은 지형을 변화시키고 공간을 장소화하기도 한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 자연일지라도 같은 모습을 두 번 보여 주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이 닿는 자연은 그 변화의 속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의 작업들은 이렇게 지속적인 시간의 변화 속에서, 내가 만나는 자연에 대한 탐색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변화무쌍하게 변화하고 있는 자연의 본질을 묻는, 그러니까 자연을 거울삼아 내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반추해보는 일종의 성찰이기도 하다. 포항 앞바다가 그렇고 내연산 청하골이 그랬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의 앞바다는 이미 오래전의 자연 그 자체는 아니다. 바다와 더불어 숨을 쉬고 바다에 의지해 생존을 해결하던 공존 생명체의 지위를 잃은지 오래다. 우리의 산업화와 더불어였다. 그 자리는 철의 도시라는 배경으로, 도시의 확장과 함께 소비의 대상으로 이미 장소화 되었다. 요즘은 자연의 색에서 인공의 색으로 또 기억의 공간에서 욕망의 장소로,변화의 속도가 도시의 변화 속도를 오히려 견인한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나에게는 추억과 사색의 공간이다. 자연의 색에 대한 감성을 열어주고 자연을 정신적으로 인지하는 감각을 가르쳐 주는, 생명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칼로스(kalos)이다./사진작가

2020-07-06

안채현-‘더 그리운 그런 날’

나에게 2012년 봄은 특별했다. 보물 하나 내어주고 보물 두개를 얻은 슬프고도 기쁜 봄이었다.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비를 좋아했다.나비로 다시 태어나 하늘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던 엄마의 말이 나비를 좋아하게 만든 듯하다.나의 엄마는 곧 태어날 첫 손주를 고대하며 힘을 내 보겠노라고 암과의 힘든 싸움에서 8개월을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칠흙같은 어두운 밤 우리의 곁을 조용히 떠나버리셨다. 그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루도 당신을 잊지 않겠노라 매일 당신을 기억하겠노라 약속했더랬다.2020년 봄, 지금의 난 세 아이의 엄마, 내조 잘하는 아내로 평범하고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라’라는 당연한 말의 뜻을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엄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만 기억날 줄 알았는데 왜 투정부리고 화내고 짜증부렸던 일들만 기억이 나는지…. 엄마의 웃던 얼굴을 떠올리고 싶은데 늘 힘들어하던 엄마의 얼굴만 기억나는지…. 어딘가 여전히 남아있는 엄마 사랑속에 나의 부족함이 뒤섞인 탓일터. 이제 그 기억마저도 조금씩 조금씩 잃어가니 정말 안타깝다.오늘 아침 막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등원길에 신이나 앞서가던 아이가 길가 주인 모를 화분의 꽃을 보더니 뒤돌아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끌었다.거기엔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었고, 아마도 나비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꼬맹이가 급하게 찾은 깜짝 선물인 듯했다. 아이는 뿌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엄지척을 날려주고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꽃 위에 날개를 세우고 있는 하얀 나비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오늘 더욱 그대가 보고싶네요….’/포항시 북구 삼호로 391

2020-07-06

그것은 필연적인 나와의 조우… 경주 보리사(菩提寺)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경주 남산에 보리사가 있다. 불국사 말사로 헌강왕 12년(886년)에 창건된 절로 남산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삼국사기에 ‘헌강왕과 정강왕의 능이 보리사의 동남쪽에 위치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유서 깊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는다. 폐사로 남아 있던 절을 1911년 비구니 박덕념 스님이 중창하면서 지금에 이른다.수없이 화랑교를 지나다니면서도 산림환경연구원 뒤쪽 미륵골에 보리사가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접시꽃이 예쁘게 핀 작은 마을을 지날 때까지 보리사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왕대밭에 싸인 너른 주차장, 키 큰 적송들 품에 정갈하고 아담한 사찰 하나 앉아 있다.“보리사, 이름부터 참 예쁘다.”다행히 친구가 좋아한다. 소나무 아래를 걸으며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주제도 없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마음을 전한다. 그저 그런 나의 일상에 비해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새로운 기법에 열정을 쏟으며 재미를 붙이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며 살아가는 친구가 오늘따라 더 젊고 아름다워 보인다.부처님 계신 수미산을 오를 때면 무언가에 집착하고 서두르던 일상들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아서 좋다. 고만고만한 날들이 모두 감사할 뿐이다. 오늘은 친구가 여유를 가지고 멋진 영감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 보리사로 향하는 우리의 걸음은 느리지만 소소한 것들로 행복하다.깊은 역사에 비해 젊고 현대적인 당우들. 하지만 고도(古都)의 도시 경주에 어울리는 경관과 품격이 느껴진다. 대웅전의 반듯한 이마와 단아한 탑과 석등, 범종각과 요사채, 소나무에 둘러싸인 석불좌상까지 어느 하나 허술함 없는 짜임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친구가 나보다 먼저 합장 반배한다.우리는 대웅전에 들르는 것을 잊고 정성스럽게 꾸며진 화단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과거와 현재의 기억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정원에는 누군가의 노고가 먼저 읽혀진다. 군데군데 수국이 주존불처럼 넉넉하게 자리를 잡으면 크고 작은 꽃들이 협시보살처럼 조화롭게 어울려 유월의 마지막은 한껏 풍요롭다. 주지 스님은 어떤 분일까?절은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진다. 덩굴을 뻗어 올라가는 호박꽃도 이곳에서는 어엿한 화초로 손색이 없다. 아침저녁 예불소리 듣고 자라는 꽃들의 맑은 낯빛이 탐스럽다. 무리 속에서 저마다 가치를 드러내는 저 구김 없는 자존감들! 서로의 향기에 어깨를 기대며 살아가는 꽃의 세계에도 부처님 말씀이 숨어 있다.잘 생긴 소나무 숲 아래 보물 제 136호 보리사 석불좌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대좌와 광배(光背)를 모두 갖춘 완전한 불상으로 보존 상태나 조각기법이 남산에 있는 불상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주존불의 수인이 항마촉지인이라 석가모니불로 볼 수도 있고, 뒤편에 동쪽의 부처인 약사불을 배치한 것으로 보아 앞은 서쪽의 부처인 아미타불로 보는 견해도 있다.천년을 견뎌온 불상은 어떤 아픔이나 회한의 흔적도 없이 연화좌대 위에 안정감 있게 앉아 있다. 인고의 시간들을 굳건하게 승화시킨 석불의 자비로운 미소 앞에서 누구나 두 손 모을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합장 삼배로 화답한다.조낭희수필가뒤늦게 대웅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요사채의 화려한 유리문이 붙든다. 거울처럼 반사가 심한 유리문에는 유월의 마지막 풍경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담겨 있었다. 그 광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순간 사진을 찍지 마라는 호통 소리가 들린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굳게 닫혀진 반사유리에는 푸른 잔디만 눈부시다. 요사채를 향해 얼떨결에 두 손 모으며 사죄했지만 반사유리가 주는 묘한 구조적인 관계에서 나는 폭력성을 느끼고 말았다.무안함과 동시에 불쾌감이 인다. 잠깐 문을 열고 훈계하였다면 훨씬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났을 텐데.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저토록 꽃을 사랑하고 절을 정성스럽게 꾸민 주지 스님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절이 가진 정갈한 이미지와 경관이 싸늘하게 멀어져간다. 문턱 높은 절 앞에서 마음이 무겁다.깨달음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보리사, 대웅전 법당은 부처님 계신 불단도 화려하다. 절의 재정 상태가 넉넉해 보인다. 원고료 중 일부를 불전으로 내오던 나름의 원칙이 잠시 흔들린다. 이토록 유치하고 조잔해지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가? 탁하고 분별심 가득한, 너덜해진 마음 앞에서 잠시 참담하다.바람 한 점 없는 법당에서 백팔 배를 시작한다. 촉촉하게 몸이 젖어 올수록 마음은 평온해져 온다. 작은 바람에도 파문을 일으키는 마음, 여전히 갈 길이 먼 나와의 조우는 필연적인 만남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법당을 나서는데 보리사의 경관은 첫 인상 그대로 정갈하고 아름답다.요사채를 피해 돌아서 나오며 연화좌대에 앉아 있는 불상을 향해 두 손 모은다. 아무도 없지만 여전히 미소 짓고 있으리라. 궂은 날에도 흔들림 없이 지을 참다운 미소를.

2020-07-06

고통과 영광의 넓이와 깊이에 대해서

전달되지 않은 화해와 용서는 유효한가. 70년의 세월 동안 온 몸에 새겨진 상처와 정신적 고통들의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노쇄한 영화감독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의 매니저와 주치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32년 전 시사회에서 단 한 번 보았던 그의 영화를 다시 볼 기회를 가지면서 주연배우의 연기에 대해 그때와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된다.그 평가에서 시작해 오늘날 그를 만들었던 변곡점들을 되새긴다. 그 변곡점들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들은 강렬하고 찬란했으며, 괴로웠으며 아팠던 것들이었다. 모두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시작해 ‘어떻게’ 왔는가를 말한다.파편적으로 그의 과거와 조우하면서 그 기억들이 주는 양면성을 탐색한다. 바로 영화의 제목인 ‘고통’과 ‘영광’이다. 기억이 순차적으로 오지 않듯이 예고없이 치고 들어오는 회상들은 어떻게 왔는가, 즉 어떤 환경에서 떠올려졌는가에 따라 그 빛깔이 달라진다.원인없는 결과가 없듯이, 고통과 영광이 층위를 만들고 쌓아올려진 층위의 결과물로 오늘의 내가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로 이야기하는 자전적 일대기가 되는 것이다.영화 속에서 영화를 이야기하며 영화 밖에서 영화를 끌어 온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전작들이 탄생하게 됐던 이유를 만나게 되고, 그 이유가 되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다. 삶은 어떻게 영화가 됐고, 영화는 어떻게 삶이 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영화 밖에서 들고나던 기억은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상처가 영광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그 과정 속에서 묶여있던 과거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새롭게 작별을 고한다. 날카로웠던 집착은 무뎌지고 다듬어져 더이상 ‘상처’가 되지 못한다. 그의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파격과 수다는 이처럼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눈빛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영화 속 영화감독인 살바도르는 어린 시절 신학교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면서 지리를 알게 됐고, 몸의 이곳저곳이 아프게 되면서 해부학을 배웠다고 말한다. 영화를 통해 시야를 넓히게 됐으며, 영화를 통해 눈빛이 깊어지는 과정을 겪게 됐다.인생의 넓고 깊음이 오롯이 영화에서 기인했음을 읊고 있으며, 그 영화를 이뤘던 요소들이 그의 과거에서 시작되어 의미를 달리하며 재해석되고 새롭게 빛깔을 지닌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죽음을 향해가는 삶에 대한 과거의 작별이 아니라, 중단되지 않는 삶에 있어서 과거의 기억들이 ‘재배치’되는 과정에 대한 영화다. 유효하지 않던 화해와 용서는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직면하게 되면서 재배치 된다. 화해와 용서는 재배치를 통해 유효성을 획득하고, 고통과 영광은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 다시 출몰하여 재배치되느냐의 문제가 된다. 70년의 세월 동안 새겨진 상처와 고통, 그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되어지던 영광은 시기와 자리를 바꿔가며 재평가되어 지고 있다. 영화 안과 밖을 넘나들던 이야기들은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허물고, 살바도르로 분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오늘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감독의 회고록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담은 영화가 된다.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순간 탄성과 함께 깨닫게 된다. 영화의 안과 밖,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관계 맺었음을. 삶은 취하고 버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배치하느냐의 문제인 것. 극단의 고통과 영광이 자리를 바꿔 앉을 수 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네이버와 구글플레이, IPTV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0-07-06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가벼움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최근 어느 시민 단체에서 구청의 부조리를 비판한 성명서를 보며 오만한 태도에 화가 났다. 며칠 전에는 양심을 찾으라고 모 재벌 총수를 비판하는 어느 종교 단체의 성명서가 훈장님 훈계처럼 느껴져 실소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런 분개는 비겁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몰려온다. 그러노라니 문득 김수영의 시가 떠오른다. 김수영은 그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언론을 억압하는 권력에는 아무 말 못하고 기름덩어리 갈비탕에만 분개하는 자신이 옹졸하다며 작디작은 자신을 자책했다.구청의 부조리나 재벌의 편법에 얼마나 분개했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지금의 분노는 김수영이 옹졸하다고 했던 그 감정과 비슷하다. 큰일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것을 비판하는 성명서는 오만한 훈계라며 분개하다니, 옹졸하고 비겁하다는 부끄러움이 몰려오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름덩어리 갈비에 분개하는 것은 왜 떳떳한지 못한지, 성명서를 비판하는 것은 왜 정당하지 못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은 그저 화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데로 생각이 미친다.화와 분노는 다르다. 틱 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에서 강조했듯이 화는 조절해야 할 감정인데 비해, ‘분노하라’,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분노는 일으켜야 할 감정이다. 화는 정당하지 못하고 미숙한 감정이고, 분노는 정당하고 성숙한 감정이다. 성명서를 보며 일어나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화라서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른다.그런데 문제는 김수영의 옹졸한 분개나 요즘 일어나는 감정이 화인지 분노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을 탄압하는 권력도 부당하지만 기름덩어리 갈비탕을 주는 음식점 주인도 옳지는 않다. 구청이나 재벌에게 문제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시민 단체나 종교 단체도 잘못할 수 있다.그렇다면 화와 분노를 잘못한 대상이 작으냐 크냐로 구분하는 것은 이상하다. 분노는 적절한 감정이고 화는 부적절한 감정이라면, 잘못한 대상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느냐로 옹졸한지 아닌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적절하게 표현했느냐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중용’에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절도에 맞게 표현되는 것이 조화”라는 말이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 자체는 잘잘못이 없다. 절도에 맞느냐 안 맞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권력의 부당함에 분개하더라도 적절함을 넘어서면 좋은 비판이 되기 어렵다. 작은 일에 분개하더라도 적절하게 분개한다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김수영은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는 일이 작다고 한탄했지만, 그런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비판의 대상이 작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누군가는 분노해야 할 일이다. 분노의 대상이 크냐 작으냐보다 그 분노가 적절한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적절하게 분노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떳떳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2020-07-06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한국형 발사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등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탑재 중량 1천500kg, 길이 47.2m의 3단형 로켓으로,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개, 2단은 1개, 3단은 7t급 액체엔진으로 구성된다.누리호는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데, 누리호에 들어갈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체는 2018년 11월 28일 오후 4시 발사됐다.연료는 발열량이 많은 수소 대신 케로신(등유)을 사용한다. 75t 엔진은 총 150회 이상의 연소 시험을 수행했고, 누적 시간도 1만5천초를 넘어섰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2월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오르게 된다.우주로 갈 수 있는 로켓은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고, ‘체계개발모델(EM) → 인증모델(QM) → 비행모델(FM)’순으로 개발 단계를 밟는다.체계개발모델은 엔진 없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수류시험’을 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다. 점검이 끝나면 엔진을 붙여 지상 연소시험과 발사대 시험까지 진행하는 인증모델을 만든다. 이후 비행용 엔진을 붙여 실제로 발사하는 비행모델을 만들게 된다. 누리호는 현재 1단 체계개발모델을 이용해 수류시험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8월까지 완료되면 1단 인증모델에 75톤 엔진 4개를 붙여 올해 하반기에 시험할 예정이다.누리호를 우주로 보낼 발사대에 대한 검증 시험도 준비중이다. 항우연은 지속적인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고, 성능 개량을 이어 나가 2030년까지 830kg급 달 탐사선 발사 성능을 확보하는게 목표다.우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7-06

포스트 홍콩이 싱가포르가 되듯이

그동안 시끄러웠던 홍콩이 마침내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 지난 6월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전국인민대표회의(제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20회 회의에서 출석한 162명의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유지법(中華人民共和56FD香港特別行政533A56FD家安全維持法, 이하 홍콩안전법)’을 가결하였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49호 주석령에 서명한 직후 공표된 이 홍콩안전법은 7월 1일 0시부터 시행되었다. 무려 150여 년 동안의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반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던 역사적인 1984년 영국과 중국간 합의 당시 반환 이후 최소 50년간은 기존의 사법, 금융, 경찰, 관세 제도를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1국 2제도’를 탄생시켰던 홍콩이었지만 1997년 7월 1일 반환일로부터 불과 23년 만에 그 약속이 깨어지면서 홍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유일한 홍콩 선출위원인 탄 야오쫑(譚耀宗)은 30일 회의 종료 직후 홍콩 공영방송(RTHK)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안전법에는 ‘사형’이 없다고 함으로써 종신형이 최고형임을 알렸지만 그때까지 금고 10년형이 최고로 알려지던 것보다는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모습이다. 법안은 홍콩에서 국가 분열이나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세와 협력하여 국가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핵심은 치안 유지를 담당할 ‘국가안전유지공서’의 신설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홍콩안전법이 조기에 성립된 것은 당장 오는 9월 6일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대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홍콩특별행정구 구위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18개구 중 17개구를 차지하였으나 앞으로 이 홍콩안전법 조항을 악용 내지는 확대해석할 경우 범민주 진영 인사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출마자 심의과정에서 걸러져 아예 선거 참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홍콩안전법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대립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 법이 가결되기 하루 전인 6월 29일 미국 정부는 기밀기술의 홍콩 수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미국은 1992년 ‘1국 2제도’를 전제로 홍콩에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부여하는 ‘홍콩 정책법’(Hong Kong Policy Act)을 도입, 시행해 왔다. 하지만 이 법이 폐기될 경우 홍콩은 중국 본토와 같이 품목에 따라 대미수출에 최고 25%의 징벌 관세를 부담해야만 한다. 윌버 로스(Wilbur Louis Ross Jr.)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부여했던 특혜 규정이 중단”되었으며 “특별대우를 없애는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안전법으로 중국의 홍콩 지배가 강화될 경우 홍콩으로 수출되는 미국 기술이 중국군이나 국가안전부로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홍콩에 관계되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조치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자오 리지엔(趙立堅) 대변인은 6월 29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중국은 홍콩지구의 문제에서 악랄한 행동을 취한 미국인에게 비자발급을 제한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밝히며 맞섰다.이처럼 국제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홍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특별한 지역으로 기억되었던 곳이다. 1842년 ‘난징조약’을 계기로 영국 총독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도시였지만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홍콩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954년 고 금사향이 발표하였던 히트곡 ‘홍콩아가씨’는 6·25전쟁으로 상처를 입었던 많은 국민의 가슴속 아픔을 감싸준 경쾌한 치유의 노래였다. 1960-70년대까지도 비교적 부유층 여성들에게 홍콩은 그야말로 선진 도시였고, 쇼핑의 천국이었으며, 새로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환상의 도시였다. 여성만이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지금의 50대 남성들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와 함께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소룡의 당산대형, 정무문, 용쟁호투 등 무협 액션 영화를 필두로, 1980년대에는 성룡의 취권 등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홍콩느와르의 상징과도 같은 영웅본색 등 홍콩 영화가 국내 극장가를 휩쓸었다. 한때 홍콩은 우리나라와 대만, 싱가포르까지 합쳐 아시아의 4마리용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 반환 이후 우리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져가게 된 것도 사실이다.한편 홍콩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화상 연설에서 “홍콩 안전법은 법을 위반한 극소수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며 홍콩 거주 압도적 다수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자유는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하였지만 이미 국제 금융 자본시장의 흐름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홍콩이 아시아의 국제 금융 허브로서 명성을 날린 것은 국제사회에서 영국령으로서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선진국 지위를 부여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50년간은 현행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던 국제적 인식이 무너지면서 오랫동안 아시아지역 금융의 허브 역할을 수행했던 홍콩의 지위가 동반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포스트 홍콩의 지위가 싱가포르로 옮겨지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지역 사업거점의 본부를 홍콩에 두고 있었던 구미기업들이 그 기능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3일 발표한 설문 조사결과에서도 홍콩에서 사업 중인 미국기업 가운데 홍콩 안전법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가 30%, 매우 우려가 53.3%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의 30% 정도는 홍콩에서 자본이나 자산,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검토한다고 답변하였다. 포스트 홍콩으로 싱가포르가 부상하는 데는 법인세율이 17%, 개인 소득세율이 최고 22%에 불과한 과세제도도 장점인 데다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능통한 사업환경 때문이다. 실제 6월 5일 싱가포르금융통화청(MAS)이 발표한 4월말 은행 비거주자의 예금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44%가 증가한 620억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1991년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싱가포르 민간은행의 외화예금도 대폭 증가하였다. 자본 유입의 진원지는 아마도 홍콩일 것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에는 미국 등 구미기업만이 아니라 그동안 중국 본토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에 자본이나 자산을 두고 관리하고 있던 중국 부유층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개인금융 회사인 크레디 스위스, UBS 등은 물론 헤지펀드 등도 홍콩 안전법 성립을 계기로 지난 수 개월간 활동거점을 싱가포르로 옮기면서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포스트 홍콩으로 싱가포르가 부상하게 된 것은 즉각적인 어떠한 정책을 내세우거나 시행했기 때문이 아니다. 평소에 그와 같은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항도 미래지향적으로 조기에 지진 특별법을 기반으로 지역의 재생, 복구, 재건에 힘써 새로운 정주 환경을 만들고, 기업의 투자와 활동에 친화적이며, 외국인들이 큰 어려움이 없이 시내를 활보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국제 항만도시에 어울리는 기반을 꾸준히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어떠한 사건이, 어떠한 충격으로 인해 포스트 홍콩의 대안으로 싱가포르가 부상되는 것처럼, 포스트 주거지의 대안으로 포항이 급부상하더라도 큰 무리 없이 인구나 기업을 수용할 수 있도록./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7-05

쇠똥구리의 지혜

박상영대구가톨릭대 교수아주 오래전 일이다. 자료조사를 핑계로 학과 친구 몇몇과 여름맞이 시골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다들 시원한 수박을 우적우적 먹으며 평상에 둘러앉아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 쇠똥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똥을 굴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다들 신기하다며 보는데 마침 마을 어른 한 분이 이게 참 대단한 거라며, 또 존경스럽다고까지 하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곤충 주제에 대단해 봤자지 거기에 무슨 존경까지는. 헌데, 그분 말씀의 요지가 이러하였다.오랫동안 소를 치면서 쇠똥구리를 지켜봐 왔는데, 글쎄, 꼭 자기가 짊어질 만큼만 소똥을 굴릴 뿐만 아니라, 그 굴린 똥 또한 단단하여 웬만해선 부서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잘 다진 똥 구슬을 땅속 둥지에다 옮기고 그 속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니, 다른 벌레나 새들에게 잡아먹힐 일도 없다 했다. 즉 굴릴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굴릴 뿐 아니라, 그것을 또 잘 지키는 현명함마저 갖추었으니, 욕심쟁이 인간들보다야 백 배 낫지 않는가 했다. 듣고 보니, 그럴싸 싶어, 수박 먹다 말고 다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지나치게 욕심부리다 패가망신한 예는 우리 고전에 수도 없이 많다. 혹 하나 떼려다가 혹 하나 더 달고 온 혹부리 영감에서부터, 금도끼 가지려 꼼수 부리다 쇠도끼마저 잃어버린 욕심쟁이 나무꾼, 애꿎은 제비 다리 분질러 온갖 재화(災禍)를 받은 놀부 등 지나친 욕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우리 옛말에 ‘욕심 많은 놈, 참외 제쳐놓고 호박 고른다.’는 말이 있다. 또, 성경 야고보서에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낫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이는 모두 지나친 욕심이 제 살을 갉아먹음을 경계한 말이다. 바다의 해녀들은 한결같이, 욕심내지 말고 딱 자기 숨만큼만 있다 오곤 한다. 욕심부리는 순간, 물숨을 먹고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됨을 잘 아는 까닭이다. 해지기 전까지 걷는 만큼 모두 당신 소유의 땅이 되리라 하니, 과욕부리다 결국 지쳐 넘어져 자기 몸뚱이가 묻힐 만큼의 땅만 얻게 된 이야기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그럼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욕심쟁이들이 세상엔 참으로 많다. 욕심은 바로 절제하지 않는 데서 생긴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우유와 치즈 하나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였다. 그만큼 행복은 절제하고 자기 수준만큼 갖고 가진 만큼 열심히 지키는 데서 오는 법이다. 그런데 욕심 많은 사람은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한 줄 안다. 욕심이 많을수록 불행도 커지는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악을 행하는 사람의 꾐에 넘어가지 않고, 죄짓는 사람 곁에 서지 않지만, 욕심쟁이들은 쉽게 악의 무리와 결탁되기 쉬운 법이다.한평생, 참으로 짧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인생, 뭐가 그렇게 욕심들이 많아 남의 것을 뺏으려 하고, 배 아파하고, 꼼수를 써서 이미 공정한 심사에 따라 결정 난 일을 무리수를 두어가며 뒤집어엎어선 자기 것 하나 더 챙기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불쌍한 인생들, 더 늦기 전, 쇠똥구리의 지혜를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