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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향세 도입, 긍정적 검토 필요하다

개인이나 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세금 혜택을 지원하는 이른바 `고향세`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도 `고향세`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이 제도는 수도권 일부 지자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적극 도입을 검토함에 따라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향에 기부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혀 `고향세` 도입을 위한 논의에 불을 당겼다. 이 제도는 2008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당시 이낙연 의원(현 총리)과 함께 제안한 지역균형발전 제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었다. 그 이후 2015년 고향세는 대정부 건의 등으로 재논의를 벌였으나 수도권의 반발로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고향세는 심각한 지자체간의 재정 불균형을 없애는 방안이다. 재정이 열악한 농어촌지역에 도시민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세금을 감면받는 것이다. 고향세 납부에 참여할 경우 도시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농어촌을 발전시키고 본인은 세금 감면을 받는 이득도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직접적인 세수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일본은 같은 목적의 후루사토세를 2008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2천엔(약 2만 원) 이상을 기부할 경우 소득세나 주민세에서 일정부분을 감면해준다. 일본의 경우 2015년에 세수가 약 1조7천억 원에 달했고 해당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지역특산물을 답례해 농수산물 소비촉진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앞서 언급처럼 이 제도의 도입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살리고 지자체간 재정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있다. 과잉적 중앙집권적 체제가 불러온 폐단으로 지방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열망이 이런 데서 출발했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갈망하는 것도 이런 데 있다. 타 지역 이주 주민이 많은 인천시의 경우 벌써부터 “역차별적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세수의 유출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에 대한 재정확대 정책은 이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최소한 6대4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지방분권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국민적 공감대도 이미 상당수 얻은 것이라 본다. 지자체에 대한 세수증대 방법은 고향세가 되든 또 다른 것이 되든 더 깊은 연구가 있으면 된다. 고향세보다 더 합리적 대안이 있다면 그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지방화 시대를 열어갈 재정확충의 방법으로 고향세 도입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긍정 검토하는 것이 옳다.

2017-06-28

대구 도심 폭우 방재대책 취약… 보강책 시급

기상이변으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의 도심지 폭우 방재대책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관내 57곳을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분류 및 방재계획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 피해를 막아주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도심 저류조 설치 사업 실적은 성과와 계획이 모두 전무하다. 폭우 방재시설을 하루빨리 대폭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휴일인 지난 25일 발생한 대구와 김천 등 도시지역의 집중호우는 인구가 밀집하고 위험시설이 많은 도시의 재난 위험성을 경고하는 계기가 됐다. 이날 오후 9시께 대구 신암동 동대구역 일대에 시간당 57mm의 폭우가 쏟아진 직후 역 대합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대구기상지청은 오후 9시10분에야 호의주의보를 발령했다. 예보가 힘든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취약하기 짝이 없음이 입증된 것이다.대구시는 관할구역 내 산사태취약지역을 모두 57곳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수성구는 올해 처음으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우 인근의 식당이나 주택에 중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진밭길` 1곳을 인명피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대구시는 팔공산과 앞산공원 등 시민들의 출입이 잦은 유원지에 사방댐 설치를 진행 중이다. 동구는 팔공산자연공원 4곳 등 모두 19곳, 서구는 3곳, 남구는 앞산공원 3곳, 달서구는 앞산공원 4곳, 달성군은 25곳 등 모두 54곳에 구조물이 조성돼 있다. 올해는 달성군 2곳에 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에는 동구와 달성군 1곳씩, 2곳에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2011년 7월27일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해 사망 16명, 중경상 51명의 피해를 낸 우면산 산사태를 통해 도심 폭우와 산사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충분히 인식이 됐다. 집중호우는 지난 30년간 발생빈도가 곱절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1시간당 50mm 이상 발생빈도는 지난 1970년대 연7.4회, 80년대 10.6회, 90년대 13.5회에서 2000년대에는 14.4회다. 피해 면적은 지난 80년대 연 231ha, 90년대 349ha에서 2000년대에는 713ha로 무려 308%나 증가했다.도심지 지하에 대용량의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해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시설인 저류조 설치를 비롯, 대구시가 취약한 부분을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의 밀집성과 인공구조물 등으로 인해 도심지역은 현대사회를 위협하는 각종 재난에 특히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재난대책은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 충분히 준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나가는 것이 옳다.

2017-06-28

지방산단이 살려면 수도권 규제 완화는 안 된다

대구시가 앞으로 6천450억 원을 들여 국가산업단지를 에너지 융복합 스마트단지로 조성키로 했다. 현재 달성군 구지면 일원에 850만㎡ 규모로 조성 중인 대구국가산단은 지난해 12월 1단계 사업을 완공하고, 2020년에 2단계 사업을 완성하게 된다. 대구시는 대구국가산단을 대구경제를 견인할 중추산업단지로 보고 테크노폴리스 등 배후도시도 마무리했다. 이번에 발표한 융복합 스마트단지 조성계획도 대구국가산단의 기업유치를 위한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쏠쏠 흘러나오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소문처럼 실행된다면 지방에서 행하는 특단의 노력들은 헛방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한 방송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다.김 위원장은 방송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첨단산업을 잡으려면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무역협회가 최근 정책제언을 통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새정부의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집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신 발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의 큰 틀에서 바라보는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 철학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런 대통령의 철학과도 맞지 않다.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한다.수도권 규제 완화는 비수도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역대정부에서 이어져 왔다. 특히 수도권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가세로 지방의 어려움은 철저히 무시돼 왔다. 지금 지방에서는 문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지방분권과 국토균형 발전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수도권 규제로 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간 것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공장을 옮기게 돼 되레 일자리가 줄었다”는 수도권 규제 완화론자의 비판이 일면 맞는 측면도 있다.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제완화가 지속된다면 지방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되고 극심한 경제적 격차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악화될 지도 모른다. 천문학적 사회 갈등 비용도 물어야 한다.우리나라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고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사업체의 47.4%, GRDP의 49%가 집중돼 있다. 더 이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허용은 무의미한 일이 된다. 국토균형발전에 초점을 둔 정책 결정이 있어야 한다. 대구국가산단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2017-06-27

최저임금 인상, 고용축소 등 부작용 대책 수반돼야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진작 효과보다는 영세 중소기업의 폐업에 따른 고용축소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특히 `2020년 1만 원`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과연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꼼꼼한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여론이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1.5%(222만명)로 영국(0.7%), 일본(2.0%) 등 주요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는 결코 사업주의 `준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과 시장임금 사이의 상대적 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00년대 우리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8.6%로 임금인상률 (5.0%)이나 물가상승률(2.6%)을 상회한다.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지급 여력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미만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임금인상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여전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46.3%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급격한 임금인상은 영세 중소기업 다수의 폐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 150만 명의 총 부채는 약 520조 원으로 1년 만에 60조 원이나 증가했다. 자영업자 1인당 빚이 무려 3억5천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취업을 못한 청년과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훨씬 심해졌는데 경기 침체로 빚만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평균 소득증가율은 1.2%에 머물러 일용근로자의 5.8%에 비해 훨씬 낮다. 월 매출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영세 사업자도 수두룩하고 창업 1~2년 만에 투자금을 몽땅 날리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면 자영업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될 게 뻔하다.최저임금 1만 원은 일정 규모를 갖춘 기업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예측이다. 결국 빚잔치를 하고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고, 저소득층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책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는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기보다 현실에 맞게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부작용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무리 급해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비극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2017-06-27

대구서 발생한 AI 고병원성, 초기에 잡아라

지난 21일 대구 동구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서 AI 청정지역인 대구·경북 가금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대구시는 대구 동구의 한 가금류 거래상인이 보관 중이던 토종닭에 대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명났다고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AI 발생농가 1곳에 설치한 통제초소 및 거점 소독시설을 24일부터 북구, 동구, 수성구 주요 도로변으로 확대하는 등 방역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북도도 대구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비상이 결렸다. AI가 발생한 대구의 가금류 거래상인이 군위·의성 등 경북지역 전통시장에서도 닭과 오리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경북도는 해당상인이 가금류를 판매한 전통시장 13곳에 방역 차량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소규모 농가 등을 대상으로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지역은 지난해 발생한 AI 파동에도 선제 대응 등으로 현재까지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전국을 휩쓴 AI는 최악의 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발생초기 무서운 속도로 번지기 시작한 AI는 50일 만에 살처분 한 가금류가 3천만 마리를 넘어섰다. 피해액도 1조원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조류인플루엔자는 생산농가는 물론이요 육가공업계, 사료업체, 음식업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다. 지난해는 조류독감으로 인한 계란 값 폭등으로 수입 계란이 들어오는 소동까지 벌여야 했다. AI는 국민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당국이 AI 발생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한 것이다.대구서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앞으로 어떤 추이를 나타낼지 모르나 보다 확실한 초기 대응으로 AI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한 상인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을 방치한 결과가 빚어졌으나 지금이라도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AI 발생으로 복날을 앞둔 칠성시장 상인들은 벌써 직격탄을 맞았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로 올 4월까지 장사를 못한 영세 상인들은 불과 2개월 만에 또다시 AI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AI는 닭, 오리 등 야생조류에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다. 한 번 발병되면 전염 속도가 걷잡을 수 없다고 한다.특히 고병원성은 사람에게도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돼 살아있는 조류와는 직접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응 방법은 철저한 방역활동과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 방역 당국의 AI 대응이 필요하다.대구에서 발생한 이번 AI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점도 많다. 소규모 가축상인 등에 대한 교육 강화 등 피드백에 의한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 겠다.

2017-06-26

대북정책, 균형 잃은 `과속` 기류를 경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여와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에서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 정부가 남북간 `대화`무드를 추구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균형을 잃은 시각으로 대북정책을 성급히 추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바라건대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면서 “북한 응원단도 참가하여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얘기와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는 전통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촉매제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행동을 멈추지 않고, 오토 웜비어 사망 후 미국에서 대북 응징론이 일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는 `제재 강화` 흐름이 이어지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낭만적인 통일론에 경도돼 북한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기대론` 등 유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온당한 지에 대해 한번 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문제의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생각보다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치고 있지만 (안전 보장을) 간절히 바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과대 포장`이라고 보고, `정권과 체제 안전 보장` 등 적당한 당근을 제공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인식이 유추된다.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앞길에 `환경영향평가`라는 장애물을 설치해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행동을 비상대책을 세워야 할 `위기`로 보지 않고 있는 이유도 노정된 셈이다. 며칠 뒤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깊어진 한·미 간 엇박자에 대한 속 시원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조차 염려스럽다.문재인 정권의 어정쩡한 줄타기 외교가 중국 측에 `사드 철수도 가능하다`는 오판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난제다. 새 정부의 대북 과속(過速) 기류가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다루는 일, 통일로 가는 길은 결코 한쪽으로 치우친 `외눈박이` 정책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동맹국과의 균열을 키우고 북한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2017-06-26

6·25참전 순국 소년병을 기억하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1일 대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는 순국 소년소녀병 위령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6·25 참전 소년소녀병전우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전우회 용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주요 기관장들의 참석이 적어 아쉬운 점도 있었으나 행사의 의미는 컸다고 본다.6·25 참전 소년병 위령제는 6·25전쟁 발발, 48년만인 1998년에 처음 열렸다고 한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소년병들의 희생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운데 뒤늦게 전우회의 노력으로 위령제를 올리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홍안의 소년으로 전장에 나가 산화한 순국 소년병들의 영혼을 달래는 데까지는 이처럼 많은 인고의 시간이 흘렀다.그 후 소년병들의 순국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해마다 열렸으나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6·25 참전 소년병들은 병역의무 소집대상이 아닌 17세 미만의 미소년들이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소집된 인원만 2만9천여 명이며, 소녀병도 4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공식으로 확인된 전사자 수가 2천500여 명이다.정부는 올해 현충일을 맞아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인 예우의 범위는 알 수 없으나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보훈에 대한 국가적 예우의 격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보훈 의미 확대에 대한 국가 유공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그동안 보상에 대한 섭섭함이 이번에는 제대로 평가 됐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6·25 참전 소년병들은 후손이 없는 영혼들이다. 일반 보훈대상자에 비해 그동안 국가의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은 소외 대상자이라 말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도 부족했다. 그들의 영혼을 달래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선양할 마땅한 기념비도 없었다.북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는 등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북 관계가 긴장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드배치를 둘러싼 국제적 시각의 차와 갈등도 노증 되기도 했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처럼 불안정한 국제정세 때문이라해도 틀리지 않다. 호국보훈의 달은 이런 정세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호국과 보훈의 뜻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국가차원의 교육과 홍보가 더 절실할 때다. 소년소녀병전우회는 한 목소리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새정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소년병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보훈을 희망하고 있다. “소년병에 대한 징집이 불법이었으며 보상이 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들어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떠나 국가보훈에 대한 정부의 세심하고 제대로 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호국보훈의 교육이다.

2017-06-23

일자리 정책, `조기퇴사 현상` 개선에도 집중해야

새 정부가 `일자리 확대`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취업자들의 높은 조기퇴사 경향이 개선책을 찾아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2030세대 직장인 10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입사 후 1년 내 조기퇴사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통계의 경우 조기 퇴사율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확대` 못지않게 직무 미스매치를 개선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2030 직장인 579명을 상대로 조기퇴사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입사 후 1년 이내에 퇴사한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6.7%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 생활 중 퇴사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7.8%가 그렇다고 답해 직업만족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대변했다.직장인들은 퇴사 이유로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33.4%·복수응답)`, `낮은 연봉 수준(30.3%)`, `야근·초과근무가 많다(26.4%)` 등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퇴사이유로는 `낮은 연봉 수준(36.8%)`, `상사·동료와의 갈등(33.9%)`이 가장 많이 꼽혔다.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졸 사회초년생의 조기퇴사율은 27.7%에 달한다. 2012년 대비 4.1% 증가한 수치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OECD가 2013년 발표한 1년 미만 근로자 조사 결과에 나오는 독일(10.2%), 영국(9.4%), 캐나다(12.3%)는 물론 멕시코(21%), 슬로바키아(6.5%)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특히 중소기업이 심각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조기퇴사율은 2014년 11.3%에서 2016년 9.4%로 하락했지만, 300인 이하 기업의 경우 오히려 31.6%에서 32.5%로 증가했다. 신입사원 조기퇴사의 주된 원인은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9.1%)가 가장 높다. 절반이나 되는 신입사원들이 직무 미스매치로 인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46.3%이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50.0%에 달한다.OECD는 미스매치를 극복할 방안으로 직업교육 및 훈련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와 같은 해결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신입사원 직무교육체계를 바로 세워 직무만족도를 대폭 상승시킨 성공사례 등을 연구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기퇴사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는 한 `일자리 정책`은 아무리 애를 써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일에 정신 팔린 나머지 들어갔다가 곧바로 뛰쳐나오는 `일자리 누수현상`을 놓쳐서는 안 된다.

2017-06-23

`경북형 일자리`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되길

주 4일제 근무 등 경북형 일자리 시책이 전국적 주목을 받는다. 20일 새 정부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산산업단지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북도가 산하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 4일 근무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현실적인 정책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언급하고 “일반 기업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새 정부의 첫 총리가 일자리 창출과 관련, 첫 현장 방문지로 경산을 찾은 것은 매우 의미 있다. 특히 경북형 일자리를 새 정부의 모델로 삼아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경북도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선도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으나 그보다 경북형 일자리 시책이 전국적 모델이 될 수 있다면 지역으로 봐서도 반가운 일이다. 이 총리도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관용 경북지사가 주 4일 근무제 도입,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돌봄 치유농장 등 경북형 일자리 시책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했다고 한다.경북도가 올해 도입한 주 4일 근무제는 도 산하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새로운 일자리 형태다. 주 5일 근무의 정규직과 같은 예우를 하지만 주 4일 근무만큼의 월급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발생한 잉여예산을 재투입해 일자리 나누기 사업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제도다. 이 제도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 일부에서 성공한 근무형태라 한다. 우리도 개인 사생활이 존중되는 선진국형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이 제도의 정착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총리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총리 자신이 전남지사를 경험한 만큼 농촌 사정에 밝아 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젊은 층이 농촌으로 오면 6차 산업을 선도하고 고령화를 극복해 농촌 부농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새 정부 들어서면서 대구·경북지역은 정치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여권에서 야권으로 정치지형이 뒤바뀌었다. 과거 정권만큼 지역 인재의 등용도 줄어들고, 정치적 영향력도 약해진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지역 현안 해결이나 예산지원 등의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것이 지역단체장의 역할이다. 더 좋은 기획과 출중한 아이디어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역량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총리와 김 지사가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철학이 같고 지사 시절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인연이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북형 일자리 시책은 시의성과 효과 등에서 정부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경북형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 물이 되길 희망한다.

2017-06-22

`脫 원전`…막대한 지역피해 정밀대책 나와야

전격적으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 후폭풍이 지역에서 거세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다. 원전 메카를 꿈꾸며 전력투구를 해온 경북도와 원전주변 지역민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 경북은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가 밀집돼 있고, 향후 8기가 계획돼 있어 그동안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로서 정평이 나 있었다. 지역피해에 대한 정부의 정밀한 대책이 하루빨리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원전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 선언으로 원전 폐기 속도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북에는 월성(경주)과 한울(울진) 1호기가 각각 1982년, 1988년부터 가동돼 운전 중이다. 울진군의 경우 지역발전 지원사업은 1999년에서야 협상이 시작돼 이른바 `8개 대안 사업`이 무려 16년만인 2015년에야 합의돼 2천800억원이 지원됐다.정부 발표로 한울원전 1·2호기가 오는 2027년과 2028년에 정지되면 연간 200억여 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세수를 잃게 된다. 한울원전은 지난해 각종 지원금을 뺀 순수세금으로 자원시설세, 개발세 690억여 원을 울진군에 납부했다. 그동안 천지원전 건설을 놓고 지역 민심이 극심한 찬반 갈등을 겪었던 영덕군은 결국 삽 한번 못 뜬 채 이미 받은 465억원에 이르는 지원금마저 되돌려줄 처지에 이르렀다.`탈원전`은 시대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 투자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 장기적 관점에선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소수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라는 에너지 전공 교수들의 비판 목소리를 간과해선 안 된다. 원전 24기를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하자면 경기도 전체 면적의 국토를 시커먼 패널로 덮어 환경을 파괴해야 한다는 추계는 또 어찌할 것인가.신재생에너지 전략만으로는 통일 후 폭증할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3배쯤이나 비싸면서 원전보다 지진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 배출을 제로 베이스로 관리하고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집하는, `하얀 석탄`으로 불리는 제3세대 화력발전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기피시설인 `원전`을 받아들여 국가의 번영을 위해 온갖 갈등과 피해를 감내해온 경북지역민들의 희생을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마땅한 대책이 하루속히 제시돼 새로운 지역발전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06-22

`갈팡질팡` 안동시 대중교통

▲ 권기웅 경북도청본사“법을 집행하려고 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최근 안동지역 시내버스 `막차` 단축과 관련해 각종 민원과 불만이 쏟아지자 담당 공무원이 취재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 공무원은 막차 단축으로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견된다며 안동시가 버스회사들의 입장에 서서 시민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한마디를 남기고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안동시청 자유게시판이 들끓고, 언론의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등 안동시의 막차 단축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관련 공무원들이 막차를 타보기로 했다.이들은 직접 막차를 타보고 많이 놀랐다고 전해졌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버스가 만원이었던 것이다.한 공무원에 따르면 밤 10시 안팎에 운행하는 버스 한 대에 60~80명이 탑승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평소 버스를 이용해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진정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던 공무원이 대중교통의 수뇌부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더욱이 버스회사 인력보강 등 노사 간의 문제가 안동시가 해결해줘야 할 직접적인 책임인 것처럼, 당장 버스회사들 적자가 큰일이라도 낼 것처럼 야단인 안동시의 모양새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결국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타면 되고, 막차가 없으면 집에 가서 공부하면 된다는 담당 공무원의 `나몰라라` 식의 첨언은 시민의 불편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염려를 사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안동시는 19일 버스회사 노사대표를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민원이 폭주한 탓에 안동시는 막차 단축을 전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버스회사들이 반발하자 안동시는 또다시 한발 물러나 21일 다시 회동키로 했다.이를 두고 일부 공무원들은 “안동시가 기준을 정하고 버스회사들은 그 기준을 따르면 되는데, 막차 단축은 없을 것이란 기준을 안동시가 자꾸 흔드니 그 틈새를 버스회사가 파고드는 것”이라며 “공무원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presskw@kbmaeil.com

2017-06-21

국회 `파업·태업` 악습, 안 고치나 못 고치나

국회가 멈춰 서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당분간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의 후폭풍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참고용`이라고 망발하는 청와대의 태도에 여야 정치인 모두 뿔이 잔뜩 났다. 그래도 걸핏하면 `파업·태업`을 일삼는 국회의 악습은 지겹다. 국회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체 국민이 뭘 잘못했다고 법안 생산라인을 멈춰 세울 것인가. 1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또 이날 예정된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실시 계획서는 의결되지 못했다. 이날 오전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보이콧`을 결정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국토위의 상임위 일정을 거부했다.우리 국회의 `비생산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각 상임위원회별 법안심사위원회는 충격적이게도 1년에 평균 10.4일밖에 안 된다. 불과 하루 몇 시간 동안 무려 19건의 법안심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졸속입법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던 이른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의원들의 심사는 단 두 번에 그쳤다. 이러니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는 영원히 `놀고먹는 고관대작`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부의된 법안들을 입법관료들이 1차 검토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과 프랑스 등은 상임위 의원들이 법안들을 직접 꼼꼼하게 검토한다. 독일은 경우에 따라 4독회와 5독회까지 이어가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행을 의원들이 직접 수행한다. 한 수 아래의 정치문화 수준이라고 치부되는 타이완의 의회 입법원의 입법과정도 우리의 경우보다 훨씬 성실하게 수행된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균형과 견제라는 3권 분립을 통해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거수기`로 간주됐던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청산하라는 것이 `촛불시위`로 드러난 지엄한 민의다. 정국운영에 무한책임이 부여된 정부여당이 집권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날에 국회를 자극해 운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그렇다해도 국회가 건듯하면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고질병은 이제 정말 지겨운 폐습이다. 불비(不備)한 법 때문에 울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이렇게 덜컹거리게 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를 상시로 가동해 밤잠을 설쳐가며 입법 생산성을 높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빌미를 주는 정부여당도, `보이콧`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도 모두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의 눈물값으로 이득을 탐하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

2017-06-21

원전해체기술센터, 방폐장 있는 경주에 와야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정책의 재검토와 신규원전 건설의 백지화 선언으로 원전이 집중한 경북지역이 당혹감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으로 경북지역에서는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원전 1호기가 조만간 폐쇄되고 울진에 건설 예정인 신한울원전 3, 4호기와 영덕에 들어설 예정이던 천지원전 1, 2호기의 추진도 중단될 전망이다. 경북도가 구상 중인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원자력이 소재한 기초자치단체들은 원전 폐쇄로 인한 세수감소는 물론 원전과 관련한 경제유발 효과들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특히 원전 폐쇄로 빚어질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로 일부 지자체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영덕지역 일부주민들은 “영덕군을 먹여 살릴 국책사업으로 원전도 하나의 대안이었다”며 원전 폐쇄에 대한 허탈감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 폐쇄가 친환경 정책으로 국가가 가야할 방향임에는 틀림없으나 갑작스런 탈원전 선언으로 발생할 경제적 공백 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리 1호기가 19일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되고 월성 1호기의 폐쇄가 임박하면서 원전해체 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을 6천437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방사성 폐기물과 구조물 처리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국내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2030년까지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은 12기에 이른다. 원전해체 산업의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이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영구 정지된 세계 원자력발전소는 160개에 이른다. 그 중 해체를 완료한 곳은 19기뿐이어서 앞으로 원전해체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 된 원전해체기술센터가 문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다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현재 경주와 부산, 울산 등이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해체되는 고리 1호기가 가까이 있다는 논리로, 울산은 원전해체와 관련된 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유치 당위성을 펴고 있다.그러나 경북은 잘 알다시피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2기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폐장도 가동하고 있는 등 원전과 관련한 시설이 집중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북지역은 원전이 건립되면서 주민들 간의 갈등은 물론이요 희생도 많았던 지역이다. 원전으로 인한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도 원전해체기술센터 경주 설립은 당위성이 있다. 게다가 원전이 집중해 있음으로써 기술적 여건도 타지역과는 차별성이 높은 곳이다. 정부의 합리적 판단이 있어야겠다.

2017-06-21

대구인구 30년 뒤 32만 명 감소한다는데 대응책 있나

대구시 인구가 30년 뒤에는 지금보다 32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30년 동안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5천100만 명 규모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나 유독 대구시의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감소세가 있을 것으로 예측돼 충격을 주고 있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45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대구의 인구는 247만 명이다. 그러나 2045년에는 215만 명으로 32만 명(-12.8%)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32만 명은 현재 대구거주 인구로 보면 중구, 서구, 남구, 달성군보다 많고 동구 관내만 한 인구 규모를 말한다.이번 예측 조사에서 같은 기간 시도별로는 중부권과 수도권의 7개 지역은 인구가 증가, 영남권과 호남권의 10개 지역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가 감소할 지역 가운데서도 영남권은 101만 명(-7.7%)이 주는 반면 호남권은 8만 명(1.0%)정도 줄어 인구 감소세가 영남권에서 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인구 증감은 출생, 사망에 의한 자연증가와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한 인구 이동 등의 결과로 나타난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역별 인구증감 예측이 들쭉날쭉 한 것은 자연발생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대구의 인구감소 규모가 영남권 감소 규모의 30%를 넘어 대구지역의 취약한 경제 사정이 원인으로 보인다.대구는 1995년 이후 21년째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순유출 인구의 연령 분포는 20대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의 인구감소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대구시도 그동안 청년 인구의 유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권영진 대구시장 출범 후 대구시는 작년을 `청년대구 건설 원년의 해`로 정하고 청년을 붙잡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통계청 조사에서 대구시는 향후 30년간 생산가능 인구(15세 이상~64세 미만) 감소율에서도 전국 최고수준이었다. 노령인구 증가로 도시의 활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앞으로 30년간 대구의 인구가 32만 명이나 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정도라면 도시가 활력 상실은 물론이거니와 도시계획상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겨줄 것으로 짐작된다. 대구시의 장기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다. 인구 감소에 대비한 축소적 도시경영에 대비하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대구시 차원의 체계적인 인구관리와 결혼 출산 장려책,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에 대비하는 인구관리 정책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2017-06-20

복지직 공무원 인원부족·근무환경 개선 `최우선` 과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지분야 정부지원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와 인사소외, 지위문제 등이 이슈로 떠오를 적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한목소리로 사회복지공무원 업무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현실은 30년 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원을 대폭 늘리고 근무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을 지난 2013년을 가장 슬픈 한 해로 기억한다. 그 해 1월 경기도 용인시의 사회복지직 8급 공무원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 4명이 자살했다. 당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처우 문제가 이슈화됐으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31개 읍면동의 복지담당 공무원 등 1천3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에 따른 신규 공무원 충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47.5%로 적절하다는 의견(22.6%)보다 훨씬 많았다. 또 이 정책을 돕는 민간 지원 인력도 부족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47.8%로 적절하다는 의견(15.7%)의 3배에 달했다.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포항지회에 따르면 6월 현재 포항시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184명으로 전체 공무원 2천30명의 9.1%에 불과하다. 이는 구미시(121명), 경산시(117명), 경주시(108명), 안동시(100명) 등 도내 타 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일선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1명이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주민을 상대로 복지서비스 업무를 감당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복지담당 공무원들은 폭증하는 민원처리에 녹초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업무의 특성 상 장시간 업무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폭적 증원 없이 발생하는 이른바 `깔때기`현상에 상시적으로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복지가 분야별로 세분화되는 동시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담당 공무원 숫자의 태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올해 정부예산 400조 원 중 복지관련 예산이 129조 원에 이르고,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에 8천649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 마련됐다. 폭증하는 복지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정책은 예산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복지행정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격무에 죽어나자빠질 지경이고, 국민들의 만족도는 올라가지 않는 복지는 `엉터리 복지`에 불과하다.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길 그 첫 번째 조치는 적정 인원의 복지담당 공무원을 확보하고 근무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7-06-20

자사고 외고 폐지, 신중한 접근 있어야

자사고와 외고 폐지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중3 학생들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당장 10월이면 고교진학 입시 원서를 써야 하는 형편인데, 장차 폐지된다는 학교에 진학할 것인지를 두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 움직임이 현실화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사고와 외고 폐지 방침을 밝혔고, 지방의 다수 교육청이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해 폐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시 교육청은 자사고, 외고 폐지와 관련, `자율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밝혀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경북교육청도 이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폐지 입장의 교육청 주장은 이들 학교 운영방식이 입시 학원화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에 치우쳐 평준화 흐름을 막고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폐지 반대쪽 의견은 다르다. 자사고 등이 폐지되면 수월성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고 또는 우수 일반고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8학군과 같은 쪽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남 8학군 지원을 위해 위장 전입하는 학부모가 늘 것이라고도 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 교장협의회 회장은 “서울 경기 등 일부지역의 자사고 등이 폐지되면 폐지되지 않는 대구지역 등으로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더 좁아진 입시 관문 때문에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우동기 대구시 교육감도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인재의 외부유출 및 특정지역의 쏠림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교육부가 관여하지 말고 교육청이 지역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자사고 등의 폐지는 초중등 학생을 둔 학부모와 자사고, 외고에 다니는 학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사고 폐지 등의 정책이 가볍게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감도 있다.특히 자사고 폐지 등의 움직임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교육의 평준화와 더불어 엘리트 양성에 대한 교육방법도 고민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충분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사고 등의 폐지는 지방화 시대에 맞게 교육청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2017-06-19

`탈(脫)원전` 정책, 치밀하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탈 석탄화력발전(發電) 방향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원전 25기 중 12기를 보유하고 있고, 30년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12기 중 6기를 갖고 있는 경북도는 이 같은 새 정부의 기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열망하고 있는 지진과 원전 안전대책 강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연계된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취임 1주일 만에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임기 내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은 원전·화력 대신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높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2%대인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고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국가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로드맵이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원전발전의 단계적 폐기방안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주문했다. 탈 원전을 선언한 독일·스위스처럼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기는 하다.문제는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이면서 가격도 싼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올 들어 ㎾/h당 발전단가를 보면 LNG발전(88.82원)이 원전(5.69원)의 15.6배에 달한다. 석탄(46.59원)보다도 1.9배 비싸다. 원전과 석탄이 전체 전력공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달 초 한국원자력학회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에 소속된 교수 200여 명은 “문 대통령의 원전 공약 이행 과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여론을 수렴해 에너지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정권초기임에도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국가의 중장기 대계(大計)인 에너지정책을 새 정부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화급하게 밀어붙일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환경 못지않게 비용과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원전·화력 감축이 초래할 전기료 인상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게 필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원전·화력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이 수조 원에 이른다. 애써 키워온 원전 수출역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재앙을 겪은 일본이 원전을 재가동하는 등 추세변화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또한 지금은 여유가 있다 해도 전력수급에 한시라도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 `탈 원전·탈 석탄발전`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원의 70%를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화력을 단시간에 바꿀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가려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옳다.

2017-06-19

문 대통령 연방제수준 지방분권, 꼭 지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약속했던 지방분권 국가 건립에 대한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 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개헌 때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이 밝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강력한 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라 본다.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확인해 준 발언으로 보아도 또한 무방하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라면 지방민들의 희망인 지방 분권제 실현은 이젠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시도지사들은 중앙집권적 권력 형태가 가진 폐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지방 분권제를 포함한 개헌 약속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특위에 4가지 골자를 제안한 바 있다.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지원과 간섭 없이는 추진하기 절대 어려웠던 지역민의 행복 추구권이 대통령의 이번 의지 표명으로 이젠 스스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된 것이다. 지역민들도 지방자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영을 표하고 있다.같은 날 대구출신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지방분권으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낙후지역, 인구급감으로 소멸위기에 있는 지방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대통령과 함께 같은 당 소속의 행자부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새 정부의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알 수 있게했다고 본다.이젠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더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하는 문제와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겠다. 아직 중앙집권적 형태를 고수하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방 분권 개헌에도 중앙 여론들의 호응도가 높지 않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구다. 본래 연방제란 국가권력이 중앙과 지방에 동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정치 형태를 말한다. 미국 등 선진국가가 이런 구조를 통해 정치를 하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 지방특성에 맞게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정치 형태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가 더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지방정부 시대를 열어주는 획기적 전기가 되길 희망한다. 제2 국무회의는 지방과의 소통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지방분권만큼은 문 정부의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길 바란다.

2017-06-16

일본은 우리 해군의 `독도방어훈련` 시비 말라

우리 해군이 매년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하는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일본 정부가 거듭 터무니없는 항의를 표명해와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 보고한 올해 외교청서에서 또다시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쳐 여전한 침탈야욕을 드러낸 바 있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들의 경각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한국 해군이 불법 점거 중인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 명칭)에서 방위훈련을 시작했다”면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 일본주재 한국대사관 이희섭 공사에게 전화로 “일본의 입장에 비춰볼 때 (독도방어훈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도 우리 군의 올 전반기 독도방어훈련 방침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해군은 일본이 우리 군의 독도방어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장욱 해군 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독도방어훈련에 관한 질문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정의하고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정례적 훈련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해군은 이날부터 해병대·공군·해경 등과 함께 정례적인 독도방어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에는 해군 1함대 12전투전대 해상기동훈련과 연계한 이번 훈련에는 3천200t급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을 비롯한 해군·해경 함정 7척, P-3C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F-15K 전투기 등 해군·공군 항공기 4대 등의 전력이 참가하는 등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의 독도침탈 획책은 단 한시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가장 긴박한 국가현안이다. 학생들에게 `일본 영토 다케시마를 강제 점거한 국가가 어디인가?`라는 문제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후세들에게 침탈 본성을 대물림해가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지난 9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독도나 동해를 표기한 지도나 간행물을 발견하면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는 게시물을 전 세계 70여 개 나라 재외공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보도했다.위안부 재협상 문제 등 최근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어떤 한일 공동여론조사에서 상대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대답이 한국은 80%, 일본은 70%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불편한 한·일 관계를 호전시킬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하다. 한일이 역사·영토 문제에 매몰되는 것은 양국은 물론, 동북아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침탈근성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온 국민들이 똘똘 뭉쳐 저들의 음모를 분쇄할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2017-06-16

인사청문회 원칙 `아전인수식` 변경을 경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새 정부가 결국 국회문턱을 넘지 못한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는 것으로 장관급 첫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은 출범초기부터 `협치`를 이뤄내겠다는 장담을 꺾은 것으로 읽혀 걸쩍지근하다. 문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내비치고 있는 청문회 원칙 변경 의지다. 무엇보다도 `아전인수식` 변경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걱정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상조 위원장에게 국회 인사청문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이 자질과 능력이나 정책적인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식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말 좋은 분들이 특별한 흠결이 없어도 인사청문회과정이 싫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고사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나면 인사청문회 개선 방향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이어서 “우리 스스로 높은 기준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반대를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그런 것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에 장애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 동안 낮고 겸손한 행보로 기대치를 높여왔던 흐름에 비쳐보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맥 빠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왔던 대통령들과 다름없이 `네 탓` 타령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여론을 업고 야당의 반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발목잡기` 의지를 내려놓을 기미가 없는 야당에 맞서 문 대통령은 점점 더 `마이웨이` 행태를 보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든다. 집권 이후 `특별지시` 형태로 주요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 벌써부터 `불통이네`, `제왕적이네` 하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판이다.과거 새누리당이 여당이던 시절 민주당은 청문회 제도개선안에 대해 절대로 안 된다며 결사반대했던 적이 있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문회 제도개선안이 정부여당이 걸려든 자충수를 해소해줄 것인지 주목된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저런 제척사유를 만들어 그 동안 정착돼온 인사청문회의 순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인사청문회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당장 쓰기 어렵다고 원칙을 마구 구부리고 부러뜨리는 것은 치명적인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국회로 하여금 스스로 개선책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또 다시 `무소불위`의 관성에 휘둘리는 정권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협치`를 최우선 덕목으로 삼겠다던 `초심`을 부디 잃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7-06-15

경북도내 가뭄,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전국적 가뭄에 비교적 비켜서 있었던 경북지역이 가뭄 비상 상태에 돌입한 모양이다. 지난달 중순 만해도 지역 평균 저수율이 76.6%로 평년과 비슷한 상태에 머물렀던 것이 불과 한달 만에 저수율이 5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현재 경북도내 평균 저수율은 57.3%로 평년의 66.1%보다 크게 낮아졌다. 일부지역은 40%대까지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상주 46.6%, 문경 48.2%, 청송 49.7%, 성주 46.4% 등이 40%대로 비교적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도내 주요댐 저수율도 낮아졌다. 운문댐이 37.5%, 김천 부항댐은 39.9%, 문경 경천댐은 47.8%, 성주댐은 40.6%에 머물고 있다.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가뭄으로 밭작물의 생육상태가 나빠지고 수확을 앞둔 감자와 마늘 등의 경우 잎과 줄기가 말라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농민들은 가뭄이 이 상태로 장기화한다면 모내기를 한 논과 밭작물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벌써부터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경북도는 지난달 30일 시군과 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가뭄대책 회의를 갖고 이달부터 가뭄 예방에 나섰다고 한다. 올해 가뭄예산 40억 원의 절반인 20억 원을 투입해 하상굴착, 들샘 개발, 간이 양수장 설치, 양수장비 보급 등을 서둘고 있다. 시군별로도 가뭄 대책마련으로 분주하다. 안동시는 읍면별로 가뭄 예상지역 파악에 나서 농업용수 탱크 제공과 양수기 대여를 해주기로 했다. 군위군도 하천 굴착에 나섰고 상주, 봉화 등도 하천수 개발, 양수기 구매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이런 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 성주와 고령지역에 공급하던 성주댐의 농업용수가 주 3회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가뭄에 따른 비상 상황들이 그 조짐을 서서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예로부터 자연재해에는 감당할 장사가 없다고 했다. 재해가 든 해에는 나라가 세금을 감면하는 등 민심을 수습하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노력에 따라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뭄은 홍수와는 달리 해갈이 될 때까지 피해가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관리도 한번 쓰쳐 가는 홍수와는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 경북도와 지자체의 슬기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먹는 물 확보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경북도내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비상급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포항시의 경우 오천과 동해, 청림지역 식수원지인 진전지와 오이지의 저수율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쳐 상수원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시는 비상급수 대책 상황실 3개 반을 설치, 먹는 물 공급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한방울의 물이라도 절약하려는 마음 가짐이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겠다. 당분간 큰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는 모양이다.

2017-06-15

일자리 추경, `비전`을 철저히 검증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당부한데 이어 13일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예결위 간사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정부는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확보에 사활을 걸고 국회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비전`의 현실성이다. 철저한 검증으로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공무원 1만2천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7만1천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9천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전력을 기울이는 것을 반대할 이유란 없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추경의 적절성,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치 달성의 현실성을 검증하는 일은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람이 없는 중대사다.일자리 정책의 바탕이 되는 통계부터 정리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놓고 노동계는 45%, 경영자총연합회는 15%, 통계청은 33%라고 각각 발표하고 있다. 고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비정규직 비중이 무려 30%포인트 차이가 난다. 공무원 통계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은 공공기관과 공사·정부기관과 계약하는 모든 비정규직·사립학교 중 정부지원을 받는 교직원·군인까지 공무원에 포함한다. 2015년 말 한국의 공무원 정원이 약 102만명이라고 하는데 OECD기준으로 따지면 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 대통령은 “OECD 국가 평균 공공비율이 21.3%인데 우리나라는 7.6%에 불과하다”며 공무원을 더 늘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하기로 한 만큼 천문학적인 예산을 항구적으로 투입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이번 추경에는 청년실업자에게 3개월간 매달 30만원씩 수당을 주는 포퓰리즘 예산까지 들어 있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고,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다.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들여서 공무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일자리 정책을 `마중물 정책`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민간 일자리 확대에 동인(動因)을 제공하리라는 논리적 타당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막연한 기대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大義)에 취하여 무리한 도박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국가채무가 700조원을 돌파한다는 경고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일자리 추경`의 효과에 대한 모든 의심을 거둘 수 있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2017-06-14

거꾸로 가는 안동시 버스행정

안동시가 최근 지역에 운행되는 시내버스의 막차 시간을 1시간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안동시내 기준으로 현재 밤 10시 30분 정도에 끊기던 막차가 9시 20분 정도면 끝난다고 한다. 시민들이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다. 불평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안동시의 이같은 결정은 버스회사 측이 “법에 정한 운수 종사자의 8시간 휴식보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탓이다. 지난 2월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운수종사자 휴게 시간을 보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회사들은 운행시간을 더 늘리려면 운전자에 대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뜻도 전했다고 한다. 안동시는 예산절감과 준법을 이유로 버스회사 측의 요구를 단순히 수용하고 만 셈이다.시내버스는 `시민들의 발이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특히 우리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개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마당에 안동시가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단축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그야말로 생뚱스럽다. 도대체 시민들의 불편은 온데간데없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대중교통이 기업의 이익으로 운행되는 시기는 벌써 지났다. 버스회사의 영업적 이익만 고려한다면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에 공영적 개념을 도입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시민들의 편의라는 복지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행정적 판단이다. 이런 공공적 성격 때문에 행정당국이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안동시도 안동지역 3개 버스회사에 대해 지난해만 해도 86억 원이라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내년에는 9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 한다. 지난해 경북도청 신청사 개청 후 안동시가 기존 버스와 연계 운행키로 했던 버스노선 계획을 버스회사들의 압력에 밀려 신설노선으로 운영했던 것과 관련, 안동시의회가 “혈세 낭비를 한 졸작 행정”이라고 비판한 것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든다.과거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보였던 `행정편의주의`가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소비자 편의주의`로 바뀐 지 오래됐다. 민선단체장을 선출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시대적 사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버스회사 측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안동시의 수동적 행정에 우려가 많다. 안동시 관계자가 “공부는 집에서 하고 막차가 없어지면 학원 버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는 사고 또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시민의 편에서 서서 일하는 공직 자세가 있어야겠다. 시민들은 지금 오히려 시내버스 시간의 연장을 요구한다. 버스 운전자의 인건비 부담을 해서라도 시민의 불편을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행정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현재 시가 지급하는 90억 원의 보조금으로도 막차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2017-06-14

새마을 운동, 정치적 폐기는 옳지 않다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 운동 관련 각종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기조의 변화로 추측된다.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인 경북도도 최근 해외 봉사단 파견 중단을 포함한 새마을 관련 사업들이 폐지, 축소될 것이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새마을 운동 본산으로 전국 유일하게 새마을 봉사과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국내외에서 새마을 정신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5개국 47곳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고, 새마을 정신 보급 등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새마을 시범마을에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함께 일해 왔다.그러나 최근 코이카가 개발도상국 농촌지원 사업 가운데 글로벌 새마을 청년봉사단 등 새마을 요소가 담긴 사업을 지역종합개발사업으로 재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경북도는 구체적 통보는 없으나 새 정부의 정책방향 등을 고려할 때 새마을 사업의 궤도수정 및 축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새마을 운동은 1970년대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그것은 정치적 이유를 떠나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룩한 소중한 정신문화의 유산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새마을 운동은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한 넓은 의미의 농촌재건 운동이었다. 근면,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했기에 오늘날 개도국의 관심이 된다. 실제적으로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우리나라가 이룩한 경이적인 경제 성장의 정신적 힘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해석으로 새마을 운동을 폐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동안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새마을 사업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뒤로 한채 이 사업은 명맥을 유지해 왔다. 지금와서 이 사업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무의미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지우기 위해서라면 국민통합 정신과도 맞지 않다. 정책 결정은 그 사업이 지닌 정신적 가치와 국가적 목표와 유관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바른 일이다. 만약 정권이 다시 바뀌어 이 사업을 복원해야 한다면 이 또한 수치스럽고 민망한 일이 될 수 있다.지금 우리시대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과거와는 다른 민주국가다. 정책 결정에는 국익이 우선돼야 하며 실효성 등이 논의의 근간이 되는 것이 맞다.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추진해 온 경북도의 소신 있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새마을 운동의 본산답게 사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정부당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지역 특성화 사업이라는 것도 알릴 필요가 있다.

2017-06-13

자유한국당 `시대정신` 제대로 읽어내야 부활한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 유력 정치인들이 내달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의 유력정치인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지리멸렬의 늪에 빠진 보수정치가 되살아날 것인가 아닌가가 결정되는 분기점이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에서 시대정신의 요체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모태는 민주공화당이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박정희 장군의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변 주도세력에 의해 1963년 창당된 민주공화당을 만나게 된다. 공화당은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라는 이름을 거치면서 이 나라 권력의 중추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8%까지 떨어지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자유한국당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원인은 주지하다시피 정권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최순실 게이트`에 있다.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도덕적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도 자유한국당이 탄핵정국 속에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가 24.03%의 득표율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점을 위안거리로 삼는 듯하다. 조금만 더 잘하면 국민들이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낌새다. 하지만 민심의 바다는 결코 그렇게 녹록지 않다. 24%의 미몽에서 깨어나 8%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국회에서 새 정부에 대해서 `비토` 일변도의 모습으로 가는 것은 국면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허술한 논리에다가 공감할 만한 대안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부실한 정책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해나가는 성숙한 야당으로서의 새로운 위상 구축이 필요하다.철저한 반성으로 도덕성을 재무장한 다음 통합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외연을 왕성하게 확장하는 것이 마땅히 나아갈 길이다. 혈혈단신으로 나서서 돌개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의 정책방향은 뜻밖으로 철저하게 `보수`다. 마크롱은 근무시간 증대·임금체계 개선·공공일자리 감축을 모색하고 있다.그런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구호와 유사한 `데가지즘(Degagisme·구체제 청산)`을 화두로 내세워 무려 `하원 77% 석권`이라는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보수주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개혁성`을 바탕으로 하는 설득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이 `개혁`을 기본으로 하는 시대정신의 새 지평을 찾아내길 기대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오롯이 읽어 민심을 폭발시킨 위인이었다.

2017-06-13

경북지역 고령 `의료난민` 심각… 의료체계 개혁 절실

경북지역의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인 `의료난민`이 늘고 있다. 고령 `의료난민`들은 단순히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아 요양보호 및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령에 따른 신체활동 제약으로 외부활동이 힘든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및 1차의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제약을 느낀다`고 대답한 경북지역 내 75세 이상 인구는 7만5천72명으로서 전국 17개 시·도 중에 경기도, 서울 다음으로 많았다. 이 중 옷 입기·목욕하기·밥 먹기·집안 돌아다니기와 같은 내부활동보다 외부활동이 더 힘들다고 호소한 응답자는 5만6천404명으로 지난 2010년(2만7천854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문제는 외부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는 고령인구의 절반(2만8천939명)가량이 가족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는 점이다. 지자체나 사회단체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은 사실상 난민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활동이 어려운 고령인구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 무료버스를 운행하거나 이동판매 차량을 투입하기도 한다.포항의료원은 지난 2012년부터 매주 2회에 걸쳐 `찾아가는 행복병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새로운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진료팀은 경북 동해안 지역 내 의료혜택이 열악한 오지를 찾아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과 맞춤형 처방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어림없는 상황이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최근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진행한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연구책임자 이규식)` 연구는 현 `병원` 중심체계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계획이 만들어져야 가파른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주목된다. 큰 틀에서 1차의료·급성기의료·재가 및 지역사회서비스가 중심축을 이루고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지속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와 `사회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病死)의 과정을 거친다. 선진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외롭게 사는 노인들이 `의료난민`으로 방치되는 현실을 개선하는 일에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노인의 삶이 편안하도록 개혁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2017-06-12

전기차 인프라 구축, 속도감 있게 해야

대구시가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신청에서 전국 최고 신청률을 기록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아파트형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 공모에서, 대구지역은 112개 단지에서 363기가 신청해 전국 최고 신청률을 기록했다. 인구대비 가장 많은 수량을 신청한 것이다. 한전의 이번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충전기 구축 비용은 한전이 일체 부담한다. 공동주택 측은 부지만 제공하면 된다.얼마 전 대구시는 전기차 보급률에서도 전국 8대 도시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충전기 설치 신청률 최고와 더불어 대구는 보급률과 인프라 등에서도 전국 최고수준을 갖춰가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관심도가 타 시도보다 그만큼 높음을 나타낸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전기차 선도도시 경쟁은 국내도시 간에도 사활을 건 경쟁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판다면 선도도시 경쟁에서 낙오되기 십상인 상황이다. 전기차 경쟁은 미래 산업이란 시각에서 국가 간 경쟁도 뜨겁다.최근 중국은 전기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그동안 전기차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발전이 더뎠다고 생각하고 전기차 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중국 국무성 상무회의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설 건설 가속화에 관한 지도의견을 통과시켰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주차장의 자리마다 전기 충전기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토록 했다. 공공주차장에는 전체 주차공간의 10% 이상을 충전기 설치공간으로 마련토록 의무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전기 충전기의 중국 표준화 작업을 지시했고, 민간 자본 참여의 길도 적극 권장토록 한다고 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500만대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의 전기차 선도도시 선점 전략은 누가 뭐래도 잘한 선택이라 본다. 그 결과가 성공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대구시는 2030년까지 대구시의 전기차 선도도시 구축을 끝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상황으로 보아 구축 완료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기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소비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전략수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구시는 전기차 글로벌 기업과의 교류와 전기차 보급률, 전기 충전기 설치율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경쟁에 앞서기 위한 대구시의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가 있어야 한다. 단편적 결과를 두고 만족해하는 것보다 선제적 기획으로 타 시도를 압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 목표 및 시기도 가급적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2017-06-12

`능력검증` 안 하는 인사청문회 개혁해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적마다 일어나는 장면들은 번번이 기시감으로 다가온다. 문자 그대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의식이 춤을 추면서 똑같은 무늬가 반복되는 데칼코마니처럼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공수(攻守)의 위치만 정확하게 바뀌었을 뿐이었다. 19대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 벌어지는 인사청문회는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를 향해 무지막지 말 폭탄을 퍼붓던 더불어민주당 청문위원들은 후보자 두둔에 몰두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반면 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들의 약점을 물어뜯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너무나 뻔한 패턴이고, 단조로운 역전극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질리게 하는 것은 청문회 내내 청문위원과 공직후보자 간에 오가는 문답의 주제가 위장전입이니, 부동산 투기니, 세금탈루니, 논문표절이니 하며 지난 삶의 찌꺼기들을 놓고 벌이는 입씨름 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다. 도덕성이야말로 고위 공직자의 핵심 덕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밑도 끝도 없는 티 뜯기와 감싸기로 일관하는 청문행태다.박근혜 정부 시절 7명이나 낙마시켰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던진 한 마디는 오늘날 국회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유치한 희극인지를 상징한다. 홍 의원은 “여당의원님들은 옛날에 전부 호랑이 같으시더니 지금 전부 고양이가 되셨다. 치어리더 역할을 하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야당 의원들은 폭소하고 여당의원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위공직 후보자를 불러다 놓고 쓰레기통 검사만 하고 `능력검증`이라고는 도무지 안 하는 인사청문회는 개혁돼야 한다. 국민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김이수 후보자가 헌재소장을 맡을만한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내외적으로 처한 엄중한 국가적 난제들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감을 잡아내지 못했다. `능력검증`만 하는 시간을 따로 잡더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백악관은 물론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이 총동원돼 233개 항목에 대해 2주간 먼저 후보자를 검증한 다음 청문요청을 하는 제도를 가진 미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스포츠 선수를 뽑으면서 신체검사만 잠깐 하고 마는 방식의 인사청문회는 이제 확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이 나라에서 이토록 기본을 제대로 지키며 살아온 인재 하나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착잡하다.

2017-06-09

우박 피해 특별재난 선포 등 정부가 빨리 나서야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우박 피해가 심각하다. 현재 밝혀진 피해 규모는 6천664ha로 지난 2007년 9천ha에 이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전국 피해규모의 83%가 경북에서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봉화군이 3천386ha로 가장 많았고 영주 1천695ha, 문경 639ha 등의 순이다. 경북도내에서는 10개 시군이 피해를 입었다.그러나 현행 법령상 우박 피해의 경우 자연 재난에 포함되지 않아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어렵다고 한다. 또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이중지원이 안 돼 경북도 등 행정당국이 피해농민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화가 난 농민들이 경북도청을 찾아 우박으로 피해가 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주장했다.경북농업인단체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박피해 농민들이 필요한 것은 생색내기식 위로금이 아니고 영농을 재기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과 대책”이라고 했다. “경북도도 규정만 들먹이지 말고 보상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라”고 했다.지금 우리 농가는 오랜 가뭄과 조류독감(AI), 우박 피해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수개월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가는 물이 없어 파종을 못하는 논밭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양수장 물을 서로 끌어당기려 주민들 간 몸싸움도 벌어진고 한다. 농업용수 문제만 아니라 가뭄이 계속 된다면 식수도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도 들린다. 또 조류독감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된 후 경북도내 농민들도 비상 상태에 빠졌다. 가금류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불안감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피해를 여러차례 경험한 농민들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다.새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발표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민층의 애로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도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 최근 빚어지는 농민들의 걱정거리는 생업에 직격탄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발 빠른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농민들이 겪는 애로는 위로 수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고 영농을 재기할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정부의 실질적 대책이 없이는 근본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우박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법령만 따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기 보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해야 한다. 피해복구는 재빨리 이뤄져야 복구율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뒤늦은 대책은 효과를 못 보는 사후약방문격이 될 수 있다. 해마다는 아니지만 우박과 같이 농촌에 되풀이 되는 문제는 장기적 계획으로 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하고 또다시 같은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단견 처방은 이제 없어져야 할 병폐다.

2017-06-09

지역상가 장기불황 여파 심각… 타개책 시급

장기불황 여파가 지역경제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전국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어 불황의 충격이 얼마나 강한 지를 반영한다. 포항지역 상가 대로변 1층도 빈 곳이 수두룩하지만 임대료 인하도 여의치 않아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시름만 쌓이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불황을 타개할 응급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해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3.5%로 전국 평균 9.5%보다 4% 높았다. 대구(10.7%), 울산(11.3%), 전남(12.2%)지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전국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최근 3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데 반해 포항지역의 공실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포항을 포함한 경북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3.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14.3%)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소규모상가 공실률도 4.5%를 기록해 전국 평균(3.9%)보다 비어 있는 점포가 많았다. 포항은 중앙상가를 비롯해 남구 이동, 북구 양덕 등 주요상권의 대로변 1층 상가에서도 `주인 찾는 점포` 광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로 운영을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빠지기도 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비자발적 이탈`이 대로변 1층 공실 사태를 빚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상가지역은 국민경제 상황의 단면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소다.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호전되던 지니계수, 소득5분위 배율, 상대빈곤율 등 소득분배 지표들이 지난해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가 정체된 가운데 조선업 구조조정, 탄핵정국, 김영란법 등 불경기의 충격이 고스란히 저소득층으로만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0.304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연령별로는 은퇴연령층(66세이상)의 지니계수가 0.387로 18~65세 근로연령층(0.279)보다 불평등도가 컸다.문재인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고질적인 불황 타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특히 먹고 살기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역의 경제사정은 악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피폐해진 지역민들의 삶을 헤아려 특단의 대책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라며 뉴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을 상기한다.

201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