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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자리 안정자금, 최저임금 충격 흡수 못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30인 미만 사업장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제도가 시장의 최저임금 폭증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청조건과 절차가 복잡한데다가 영세사업자나 노동자 양측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해 신청을 꺼리거나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시장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개선책 또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과 경주·울진·영덕·울릉에는 모두 2만5천400여 곳의 사업장이 있고, 이 중 90%가 넘는 2만4천300여 곳이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일자리 지원금 신청건수는 1월 11일 기준 고작 20건 내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이 같은 현상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려면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상한선인 190만원의 월급을 기준으로 4대 보험료를 계산하면 1명당 매월 사업주는 11만7천268원, 노동자는 9만4천278원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즉 양측이 부담하는 금액은 모두 월 21만1천546원이다. 이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최대지원 금액인 13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 계산에 따르면 결국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신규가입자에 대해서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최대 90% 보험료 지원을 1년간 받을 수는 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역시 1년간으로 한정돼 있어 매력이 약하다.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상승분만 해도 월 22만원이 넘어가는데, 여기에다가 4대 보험료 부담료 11만7천268원을 더하면 무려 매달 33만7천여 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사업주가 매월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작년 최저임금 대비 30%가 훌쩍 넘어간다는 계산이다. 보험료 9만4천278원을 더 내야하는 노동자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은 9% 남짓에 머문다는 계산이 나온다.물론 4대 보험 가입에 따른 노동자의 편익을 감안하면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 혹독한 불경기에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이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소화하기 어려운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당국에서는 벌써부터 최저임금 준수여부 및 편법고용을 점검 단속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시장의 경직과 함께 이미 물가인상, 고용축소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장의 혼란과 고통을 해소할 마땅한 대책들이 시급히 동반되길 기대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안 된다.

2018-01-16

오락가락 정부정책, 핵심원인 찾아 바로잡아야

광풍이 불고 있는 한국의 가상화폐시장 대책을 놓고 정부부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아동수당과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문제를 놓고도 갈지자 행보를 보여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사드배치 관련 현안, 법인세 인상문제 등에 대해서도 부처 장관과 청와대가 딴 목소리를 낸 일도 있었다.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 같은 오락가락 행태는 하루빨리 그 핵심원인을 찾아내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 폐지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해 난리법석이 났다.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마자 가상화폐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부처 간 조율된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찬물을 더 끼얹었다.20~40대가 주축인 300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까지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김동연 부총리는 12일 “가상화폐 규제에 전 부처가 공감하고 있지만 거래소 폐쇄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수습에 나선 형국이다. 논란은 즉각 정치권으로 옮겨 붙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청와대와 법무부가 들쑤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거시적 안목 없이 단타성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가 오히려 시장교란 세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에서 “국민 우롱”이라고 성토했다.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시세보다 30~5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이유는 투기성 짙은 한국 특유의 투자문화, 최악의 청년실업난 등 복합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잡고 투자자들의 퇴로를 열어 줄 의연한 조치가 수반되는 슬기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청와대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논란의 단초를 만든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졸지에 무장해제된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장관의 말을 청와대가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서 `장관중심 국정`을 누차 다짐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식언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청와대가 지지자들의 반발 때문에 핵심 정책을 뒤집은 것이라면 더 심각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장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놓고 이처럼 소홀한 대응을 지속한다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실망은 더욱 깊어질 게 빤하다. 정책 혼선과 부실의 근본원인을 찾아내어 정책관리 메커니즘을 정비해내야 할 것이다.

2018-01-15

대구경북한뿌리상생委, 더 활성화해야

통합 대구공항 이전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가 개최됐다. 상생위는 2014년 11월 도시 간 경쟁 속에 대구경북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도민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공무원과 각계 전문가 등 40명으로 구성했다. 대구경북은 한뿌리임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실제적 협력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5차례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35개의 상생과제를 선정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대구경북 공동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사업의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한 정책 발표가 있었다. 또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35개 과제의 추진상황 점검과 양시도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 `대구경북 상생시민생활 대축전 교류참가`란 신규과제도 선정했다.대구와 경북의 교류협력은 당연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그중 경제 분야의 교류는 과제도 많지만 양 지역 발전의 중요 기틀이 된다.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으로 시도민 가운데는 행여 대구와 경북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최근 통합대구공항 이전을 둘러싼 4개 자치단체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동일한 과제라도 통일된 해법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통합공항 이전문제도 그렇다. 4개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기 보다는 대구경북 전체를 내다본 대승적 차원의 협의가 중요하다. 지자체별로 지역이기주의에 집착하다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게 된다.대구경북상생위가 제시한 35개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대구통합공항 이전문제도 그렇지만 대구도시철도 연장,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경북도청 이전 터 개발, 문화예술 사업 교류 협력 등과 같이 사회 인프라에서 경제, 환경, 문화영역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많아 사업간 조율이 필수적일 때도 많다.대구와 경북은 행정단위만 다를 뿐 인적교류는 대구와 경북을 가를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한 사회관계를 이루고 있다. 부모가 경북에 살고 자식은 대구에 사는 경우처럼 친인척 관계의 특성이 오랜 전통 속에 이어져 왔다. 그래서 교통,문화,경제 모든 분야에서 상생을 필수로 한다.상생위가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상생위를 통해 대구와 경북이 협력과 소통을 이뤄가는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 상생위 기능에 더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인구 500여 만의 대구경북이 똘똘 뭉치면 못할 것도 없다. 상생위가 대구경북이 성장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8-01-15

文, 개헌의지 천명… 여야 `사심` 없이 마주앉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올 지방선거에서의 개헌안 동시선거 의지를 천명했다. 국회가 서두르지 않으면 정부가 조기에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하기도 했다. 지방분권 개헌의 의지도 밝혔고, 여의치 않을 경우 순차적 개헌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치권이 더 이상 힘겨루기를 지속하지 말고 개헌안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략적으로 접근하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사심 없는 접근으로 최선을 다해 합의안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유질의답변 형식으로 진행한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문제와 관련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방정부들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지방정부가 메워주고 있다”면서 “지방정부가 자치권과 분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위해 보다 밀착하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억제하면서 지방이 피폐해지는 공동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지방분권형 개헌 의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언급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형태 등에 대해)하나의 합의를 이루어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개헌은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단계적 개헌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정치권에서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부분은 뒤로 미루고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개헌작업을 먼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국회가 문제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개헌을 준비하겠다는 오만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대통령의 개헌 언급은 환영하나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앙꼬 빠진 찐빵”이라고 지적했다.정치권의 이념성향 표출 또는 당리당략적 비토가 가장 고약한 걸림돌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무리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에 손을 대는 등 진보적인 색채를 강화한 내용의 자문안을 들이미는 행동 따위는 백해무익하다. 문 대통령이 순차개헌 가능성까지 언급한 만큼 한국당도 개헌논의 자체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형 헌법, 국민기본권 확장 등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차분하게 합의해나가는 것이 순리다. 새로 만들어질 헌법은 특정 세력만의 법이 아닌 국민 모두의 헌법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기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무장하고 마주 앉아야 할 시간이다.

2018-01-12

하회탈춤 공연 `민낯`… 안동 이미지 먹칠이다

올 들어 처음 맞은 주말인 지난 6일과 7일 예정됐던 하회탈춤 상설공연이 사전 안내 없이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바람에 6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던 안동시티투어 참여객 100여 명이 공연장 앞에서 30여 분 기다리다 공연취소 소식을 듣고는 하회마을보존회와 관리사무소 등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예산과 홍보 등으로 국제적 행사로 키워왔던 안동의 대표적 관광 상품인 하회탈춤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이날 행사가 갑자기 무산된 배경이 또한 이해가 안 된다. 안동시의 보조금 삭감 움직임에 안동시와 안동하회별신굿 탈놀이보존회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협의가 제대로 안됐다는 이유로 공연이 무산됐다고 한다. 시와 보존회간의 협의가 안 됐다고 관광객과 약속한 상설공연을 무산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안동시와 보존회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갈등의 원인도 보상금 수령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보존회 간부의 공무원 폭행사건도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알려졌었다. 국가 보조금 지원의 목적은 하회탈춤과 같은 우리의 전통공연 문화를 제대로 이어가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자는데 있다. 보조금 집행을 둘러싼 갈등은 자칫 전통문화의 정신을 훼손하고 그 지역민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다.특히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하회탈춤 공연은 이번처럼 예고 없이 무산되는 일이 잦아진다면 탈춤공연의 권위가 실추되고 안동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게 된다.안동시는 하회탈춤 공연에 운영비를 포함 국도비 등 5억2천400만 원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존회의 의견 수렴을 통해 하회탈춤 공연이 세계적 공연이 되도록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춤꾼들이 받는 공연수당이 21년 동안 단 한차례 5천 원 인상됐다”는 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회탈춤에 대한 좀 더 높은 평가를 내리는 접근법도 필요하다.보존회도 전통문화를 전승한다는 자부심으로 활동을 하여야 한다. 일부 시민의 지적처럼 안동을 대표하는 하회탈춤 공연이 돈벌이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은 받지 말아야겠다. 보존회가 보조금을 둘러싸고 자주 갈등을 빚는다면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단 비판도 나올 수 있다.합당한 주장과 합리적 타협을 통한 예산의 집행으로 안동시와 보존회가 상생하고 하회탈춤 공연이 더 널리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지금 안동은 경북도청의 이전과 함께 발전적 변화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회탈의 귀향과 더불어 안동국제탈춤페스벌이 20년째 접어드는 등 모든 분야에서 좀 더 수준 높은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 때다.

2018-01-12

안동 임청각 복원 첫단추… 기대 크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언급한 안동 임청각 복원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임청각은 문화재청장 등 각계 인사의 방문이 이어지고, 원형 복원 형태와 시기 등을 두고 전국적 관심을 모았었다. 안동시는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각계 인사 16명으로 구성된 `임청각 종합정비계획 수립용역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추진위 발족 후 처음으로 `임청각 복원 추진 학술대회`를 열어 임청각 정비의 기준시점과 범위를 산정했다.임청각 복원 시점은 철도개설 이전 및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 시대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고증자료로는 1910년, 1915년 등 당시 임청각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1941년도 지형도를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18세기 임청각 주인인 허주 이종악이 남긴 허주유고(虛舟遺稿. 1763년) 문집도 고증자료로 활용키로 했다.본격적 복원은 2020년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 완공에 맞춰 진행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문중과 학계의 도움을 받아 기념관도 건립해 안동을 독립운동의 성지로 알리는 노력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언급한 임청각은 복원 사업을 중심으로 한 원형 복구에 대한 사실상의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안동은 최근 53년 만에 고향을 찾아온 안동 하회탈의 귀환으로 기쁨에 들떠 있다. 국내 유일의 보존탈로서 국보급의 문화재를 본향에서 볼 수 있다는 감동으로 시민들의 자긍심마저 높아져 있다. 2010년 이곳의 하회마을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 안동은 이제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중심지로서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할 것이다.안동 임청각 복원 및 정비사업이 완공이 되면 안동은 이러한 민족의 올바른 정기가 깃든 지역으로서 자존심이 또한번 높아지는 전기를 맞는다. 임청각 복원 사업은 이미 알려진 대로 문화재 원형 복원의 의미 이상을 담고 있다. 석주 선생의 정신을 제대로 알리는데 더 중요한 의미를 두고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석주 선생은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임청각을 팔고 만주로 떠난다. 임청각을 판 돈으로 선생은 독립군 양성과 독립운동으로 일생을 보낸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명문가 집안의 영욕이 담긴 역사현장의 복원이란 점에서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많은 국민도 지난 77년간 방치돼 왔던 수모의 현장이 명예를 되찾게 된데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제 막 출발한 임청각 복원 사업은 우리고장의 소중한 문화역사일 뿐 아니라 온 국민의 정신적 기둥이다. 이런 기대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공간`이 되게 복원했으면 한다.

2018-01-11

남북 고위급회담, `성과` 넘어 `숙제` 더 생각해야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이 11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마무리됐다. 공동보도문은 오는 2월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회담을 개최해나가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대화의 물꼬를 튼 성과도 있지만 궁극 목표인 `비핵화`와 관련해서 남긴 숙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남북은 이와 함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과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회담결과에 대해 여야 정당들은 엇갈린 반응들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2년여만의 자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핵과 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만 벌어주는 회담이 아닌지 근원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족문제는 민족끼리 푼다`는 대목에 대해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포괄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공동보도문에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나, 이날 남북회담에서 북측은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종결회의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치 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신경질적인 발언을 내놨다.북한의 이번 대화공세가 평창을 방패막이로 국제적 제재공세와 미국의 군사옵션 예봉을 꺾고, 핵미사일 완성의 시간을 벌려는 계략이라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식에 속한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사명을 지켜야겠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가장 절실한 지상명제는 `비핵화`라는 사실을 어떤 경우에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대화 재개`라는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절대로 걸려들지 말아야 할 함정들을 더욱 철두철미하게 살펴야 한다. 저들의 대화공세 뒤에 반드시 무언가 흉계가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가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태극기만 사라지고, 엉뚱하게도 북한의 체제선전장이 펼쳐지는 참사로 귀결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혈맹 미국의 우려처럼, 어떻게든 한미동맹을 부수려는 저들의 속셈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2018-01-11

독감환자 폭증, `경각심` 높이고 `예방수칙` 지켜야

감기환자 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독감으로 판명될 정도로 독감 확산추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12월 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뒤 경북에서 한 달 사이 독감 의사 환자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감은 아동이나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일수도 있는 만큼, 경각심을 높여 철저한 대책을 수립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사이 도내 독감 의사 환자는 외래환자 1천명에 25.7명이었으나 꾸준히 늘어 같은 달 마지막 주에는 98.5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1천명에 71.8명)보다 높은 비율이다. 실제로 병원마다 감기환자가 넘쳐나고 있고,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이 나고 기침이나 인후통을 보이는 독감 의사(疑似)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이웃나라 중국 베이징에는 인플루엔자 B형 독감이 대유행해 환자수가 3년 내 최대치를 기록, 지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A형이 주로 유행하고, B형은 3~5월쯤 스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A형과 B형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이 빗나가 올해 백신을 잘못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형 홍콩독감, B형 빅토리아·야마가타 두 종류 등 독감유형 중 세계보건기구에서는 B형 빅토리아가 유행할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막상 지금 유행하는 것은 야마가타 형이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의사들은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영양섭취를 감기예방의 으뜸수칙으로 권한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이 전체적으로 회복을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호흡기감염 질병인 만큼 독감예방접종과 함께 마스크 착용도 대단히 중요하다. 손을 30초 이상 자주 잘 씻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감기에 걸린 사람들의 에티켓에 대한 충고도 자주 나온다. 감기환자는 사람이 많은 곳에 될 수 있는 한 가지 말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기침을 하게 되면 휴지로 막는다든지 소매로 가리고 하는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기침할 때 손으로 막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손의 온도 때문에 바이러스가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한다.감기는 문자 그대로 `겨울철의 불청객`이다. 감기바이러스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예방 치료제의 속도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겨울 감기가 심상찮은 양상으로 확산되는 만큼 공공기관이나 대중장소 등에 손세정제를 설치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적극적인 예방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감기와의 전쟁에는 `철벽 방어` 보다 더 좋은 전략이 없다.

2018-01-10

생존수영 교육 확대, 정부가 인프라 구축 나서야

지난해 여름 인천의 한 해수욕장에서 13세 학생이 너울성 파도에 밀려 떠내려갔다가 30분 만에 구조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수영도 하지 못하던 이 학생이 바다 위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생존수영법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생존수영법은 바다나 강 등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명을 지키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견디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의 수영법이다. 인천의 이 학생은 수영도 못하고 구명조끼도 없는 상태이면서 누워서 물위에 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수영 전문가들은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지 말고 하늘을 향해 몸을 바다에 띄우는 `누워뜨기` 영법만 알아도 “생사를 가를 수 있다”고 말한다.세월호 사건 이후 생존수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어린이 생존을 위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존수영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정부는 국민의 재난 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능력 향상을 목표로 초등학생 생존교육을 2020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늘어나는 안전교육 수요를 위해서 안전교육 전문 인력을 2022년까지 1만 명 확대하고 안전교육기관도 전국에 100개 이상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경북의 일선 초등학교들도 향후 확대되는 생존수영 교육을 앞두고 수영장 확보와 강사 채용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경북지역은 2015년 생존수영 교육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는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해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는 그 범위를 더 확대할 예정에 있으나 농촌지역의 특수성으로 수영장 구하기가 어려워 실습위주의 수영교육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생존수영 교육은 수업과정 중 10시간 이상을 편성하도록 돼 있으나 영양, 봉화 등지는 수영장이 아예 없어 학생들이 안동이나 영주, 태백 등지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나마 타지역 학생과의 수업이 겹치지 않게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는 생존수영 교육을 통해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완벽한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도 1955년 수학여행을 가던 초중생 168명이 목숨을 잃은 시운마루호 사고를 계기로 지금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하고 있다.의무교육의 확대에 앞서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특히 산촌 오지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지난 시험운영 기간 중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모두가 생존수영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생존수영 교육은 필수다. 효과적인 교육성과를 위해 당국의 인프라 투자는 서둘러져야 한다.

2018-01-10

연초부터 나타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대책은 있나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에 개입하면서 생긴 피해가 심각하다”며 김동연 부총리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임금은 노동시장의 가격인데, 그 임금을 수요공급 주체인 노사가 아닌 정부가 개입해 무리하게 올림으로써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왜곡시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인상을 무리하게 개입함으로써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인상되고 소상공인 기업의 도산이 늘어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새해 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서민물가 인상이 심상찮은 가운데 알바생 및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중소상공인 쪽에선 야간근무를 없애거나 상여금 인하 논의를 벌이는 등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 동원되고 있다.지난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결정되면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미봉에 그쳤다. 정부가 겨우 내놓은 `3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1인당 월 13만원 지원금 지급`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꼴`이다. 보다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경제적 약자 층에 오히려 더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원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가인상과 일자리 감소는 `알바`생이나 노인계층 취업자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생산 구조를 가진 영세한 지방의 자영업자나 지방의 소상공인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4%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보다 높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5년째 이어져 오는 가운데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상승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김밥, 소주, 라면, 짬뽕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부터 목욕료 등 서비스업종 등 모든 물가에서 빨간 등이 켜진 셈이다.최저임금 인상은 본래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확대, 생산증대나 고용증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지금 나타난 현상은 취약 경제계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는 앞서 이언주 의원의 지적대로 시장의 수요공급 기능에 의존해야 할 임금부분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빚어진 부작용이다.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를 인정하고 무리한 부분에 대한 손질에 나서야 한다. 지금보다 더 큰 후폭풍을 만난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일 뿐 아니라 국민 다수가 피해자가 된다는 데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18-01-09

빛 좋은 개살구 `퐝퐝퐝`… 실속 있게 개선해야

11·15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획된 `포항몽땅 할인전 다함께 세일 퐝퐝퐝`이 당초 기대와 달리 형식에 그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업체부터 극소수이고, 혜택 품목도 제한됨에 따라 지역민들에게 별 효용이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오는 2월 11일까지로 예정된 행사가 좀 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폭 개선돼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다. `다함께 세일 퐝퐝퐝`은 지난해 포항 지진 이후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한 포항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포항시 등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그랜드 바겐세일형 소비촉진운동이다. 하지만 본지가 중간 점검을 한 결과 참여업체가 고작 6% 내외에 그치는 등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데다가 구매할만한 품목도 많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물품 가격을 10% 할인판매하면서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는 참여업소에 한해 포항시가 홈페이지 등에 해당업소를 소개해준다. 그러나 실제 캠페인에 참여하는 업소는 고작 2천300여 곳으로서 포항시 소상공인 3만5천여 개 업소 중 6.57% 수준이다. 초기 읍면동별로 접수한 신청 숫자에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이처럼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상인들 사이에 `우리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같은 지진피해민인데도 자기들에게 일체의 지원도 없이 손해만 감수하라고 하는 캠페인 자체를 마뜩치 않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순이익이 몇 푼 남지도 않는 소상공인들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할인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상인들만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반발하기도 한다.소비자들의 반응도 시들하다. 참여업소 기준을 `한 품목 이상`으로 설정하면서 하나마나한 캠페인으로 흘렀다는 지적조차 나온다. 시민들이 잘 찾지도 않는 상품 하나를 할인품목으로 지정할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별반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커피가 아닌 주변 소품을 할인한다거나, 빵집에서 빵이 아닌 샴페인을 할인해주는 등 `포항 대 바겐세일`이란 허울뿐인 캠페인에 그치고 있다는 불만이다.소비촉진을 위해 3억5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실시하고 있는 캠페인이 실제 시민들의 소비패턴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당초의 기획에서부터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다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윈-윈(Win-Win)의 정밀한 대책을 찾아내지 못했던 허술한 행사를 그냥 밀고나가서는 안 된다. 고작 2명의 공무원만 투입된 인력부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는 격언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18-01-09

비정한 부모 사건 빈발… `부모교육` 시급하다

발달장애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던 5살짜리 아이를 부모가 폭행치사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에다가 화마(火魔) 속에 3남매를 방치해 죽게 한 철없는 엄마 사건이 혀를 차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다못해 짐승들도 제 새끼는 해치지 않는데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한탄한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커플들이 넘쳐나는 험궂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모교육` 강화 등 특단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전북 군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준희(당시 5세)양은 지난해 4월25일 아버지와 내연녀의 폭행과 학대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아빠인 고 씨와 사실상 새 엄마였던 이 씨가 질병으로 고생하는 다섯 살배기 여자 아이에게 준 것은 `돌봄`이 아닌 `학대`였다. 결국 이 사건은 `실종사건`이 아니라 `아동폭행 및 시체유기 사건`이었다.이들은 같은 달 20일부터 발달장애와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준희 양에게 적절한 치료는커녕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희 양이 사망하기 직전인 3월에도, 자신의 내연녀 이 씨를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아이의 발목을 세게 짓밟았고 그 과정에서 딸이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엔 데려가지 않았다는 기막힌 만행도 밝혀졌다.지난해 12월 31일 광주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5살, 3살, 15개월된 삼남매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철없는 부모의 철없는 행동이 빚어낸 참사다. 화재 현장에 있던 삼남매의 친모인 23세의 A씨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와 혼자 살아났다. 불이 나면 자식을 먼저 구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의 모습이다. 그런데 광주 화재사고는 친모만 목숨을 구했다.A씨는 처음엔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끄다가 화재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든 거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확한 화재원인과 경위야 어떻든 간에 불 속에 자식을 남겨두고 혼자 탈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자식을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하고, 불이 난 집에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엄마가 공존하는 사회가 어떻게 온전한 공동체일 것인가. `말세(末世)`라는 탄식이 생경하지 않을 만큼 충격이 크다. 부모의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 돈 없다고, 집 없다고, 배운 게 없다고 해서 부모자격을 모두 내려놓지도 않는다. 금수(禽獸)보다도 못한 부모가 될 지도 모를 잠재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국가사회가 나서야 한다. `소정의 부모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커플에게는 아예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시중의 목소리를 아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시급하다.

2018-01-08

블랙홀 된 경북도청 신도시 주변, 상생 길 찾아야

경북도는 얼마 전 도청 신도시 인구가 상반기 중 2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도는 주민등록상 신도시 상주인구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8천63명으로 집계됐으나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실제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1만2천1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북경찰청, 경북농협 등이 이전하고 일부 아파트 등이 입주하면 신도시의 인구는 2만 명을 훌쩍 넘게 된다는 분석이다. 2016년 3월 경북도청 이전을 시작한 이래 경북도는 신도시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인구 유입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그러나 이 같은 신도시 인구 성장세에 반해 경북도청 인근지역인 안동, 영주, 예천 등의 인구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도심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예천읍 인구를 살펴보면 군 전체 인구 증가에도 불구, 이곳은 1년 동안 629명이 오히려 감소했다.이는 신도시 인근지역의 공통된 현상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대책 또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천읍의 경우 젊은이들의 신도시 이탈이 늘면서 지역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예를 들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맛고을 거리`는 오히려 도청이전 전보다 장사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도청 이전으로 땅값만 올라 재산세 및 각종 세금만 늘어났다”는 푸념을 하고 있는 것이다.경북도의 신도시 인구 유입책이 인근도시 인구를 끌어들였다면 신도시 조성의 의미는 많이 삭감된다. `윗돌을 빼 아랫돌을 막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신도시와 인근 도시 간 인구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충남도청과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신도시 인구 유입에 한계에 부닥친 일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충남도청은 2015년 대전에서 내포 신도시로 이전했으나 고작 인구 2만 명에 머물고 있다. 10년이 넘은 전남도청 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행정기관만의 신도시 이전이 갖는 한계점으로 보인다.경북도는 2027년 기준 안동 풍천면, 예천 호명면 도청신도시에는 10km 반경 아래 인구 10만 명의 도시를 건설한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행정기관 이전 등에만 의존할 경우 인구 유입책은 실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인근지역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전락한다면 또 다른 도시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도청신도시 인구 유입촉진과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 등 일자리를 통한 인구 유인책이 필요하다. 경북도도 이와관련, 국가산단 건설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지역간 경쟁을 감안하면 쉬운 일도 아니다. 주변지역을 살리며 신도시를 활성화 할 상생의 대책 마련에 더 고심해야 겠다.

2018-01-08

대구 민자도로 횡령사건, 시 관리 부실 아닌가

대구의 민자도로 가운데 하나인 범안로(수성구 범물동-동구 율하동)의 운영업체 전 대표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빼돌린 돈의 대부분이 대구시 지원금인데다 운영금 지원방법이 오히려 비리를 조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민자도로 대부분이 “혈세로 운영된다”는 비판 속에 대구 범안로도 개통당시부터 유료화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2년 민자투자 방식으로 개통된 범안로는 다음해부터 무료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근저에는 지산범물지역 택지개발 당시 주민들이 도로건설 비용(234억원)을 부담했음에도 대구시가 해당 도로를 유료화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주민들의 무료화 여론이 커지자 권영진 시장이 지난번 단체장 선거 때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 문제는 더 확대돼 왔었다.2016년에는 대구 수성구의회가 `범안로 통행료무료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무료화 논란에 또다시 불을 당겼다. 급기야 대구시는 지난해 대구대공원 공영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범안로 무료화를 포함시켰다. 대구시의 계획대로라면 당초 민간사업자와의 통행료 징수협약 종료시점보다 4년 앞당긴 2022년에 무료화 된다.이번 검찰조사에서는 대구시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2년 도입한 비용보전방식(SCS)이 오히려 비리를 키웠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대구시는 2002년 개통 당시 시비 571억원을 투입했으며, 이후 교통 예측이 제대로 안돼 매년 200억-4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적자보존 방식으로 운영업체에 지급해 왔다. 지원금 규모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자 대구시는 2012년 협약 방법을 비용보전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그러나 검찰은 민간사업자의 운영수익이 지출비용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원해 주는 SCS 방식은 지출비용을 업자가 아무리 부풀려도 정부가 다 보전해주기 때문에 `범행의 동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전 대표는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임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나 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그럴 개연성을 뒫받??한다.또 검찰조사에서는 대구시와 민간사업자간 체결한 협약서에 감사 및 조사권한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 사업자는 연간 1회 외부업체에서 받은 회계감사 보고서만 대구시에 제출하면 될 뿐이다. 보존방식 변경이후에도 대구시는 매년 연간 1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업체에 지원해 왔다.검찰은 대구시 공무원의 연루여부를 수사한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빼돌려 횡령한 범죄의 죄질이 나쁜 점을 고려, 연루여부를 확실히 밝혀 봐야 한다. 공무원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점은 없는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도록 따져 봐야 할 것이다.

2018-01-05

포항지진 피해지원 `형평성` 논란 방치해선 안돼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이 해를 넘기며 강진 피해극복에 전심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의 `포항 지진 피해가구 대학생 국가장학금 특별지원`이 형평성 논란과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 지진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의 올해 등록금을 지원해준다는 교육부의 섣부른 발표가 오히려 피해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피해지원이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4일 포항 지진 피해를 입은 가구의 대학생과 2018학년도 신입생에게 국·사립 구분 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지원내용은 가옥 전파(全破)가구에 제공되는 재난지원금 900만원을 남나드는 거액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민들 사이에 이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피해자들 간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장학금 지원대상을 지난해 12월 2일 마감된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 상에 등재된 지진재난 피해자로 한정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진 발생 후 17일 동안 진행된 피해조사에 등재된 경우에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진 피해의 특성상 피해정도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반복되는 여진 등으로 피해가 중첩되거나 신고가 누락된 4천400여 가구는 NDMS 등재가 마감된 이후인 지난해 12월 20일까지 포항시에 추가로 피해신고서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이들 가구는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교육부는 “재난피해자는 재난이 종료된 날부터 10일 이내 지자체장 또는 읍면동장에게 재난피해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는 관련 규정을 근거를 제시하면서 논란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피해 주민들과 복구 담당 공무원들은 교육부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다. 결국 대학 등 일선 교육계는 교육부가 포항지진 수습에 한몫을 한다고 보여주려고 서두르다가 빚어낸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다.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한 재난이었다. 2016년 경주지진에 이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사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지진 재해에 대해서 무방비한 상태로 살고 있는지를 각성하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진피해 가구에 대한 정부의 재해지원은 적시적소성과 함께 형평성이 생명이다. 모든 지원책이 피해현장의 사정을 깊이 헤아려 균형감 있게 집행되도록 종합적으로 빈틈없이 관리돼야 할 것이다. 각 부처와 기관들이 생색내기 식으로 중구난방 부실하게 발표되고 집행돼서는 결코 안 된다.

2018-01-05

대구경북 새해는 경제성장에 올인해야

작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지역소득`에 따르면 대구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25년 연속 전국 꼴찌다. 처음하는 꼴찌가 아니라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꼴찌 탈출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 선출직 시장이 새로 올 때마다 GRDP 전국 꼴찌를 벗어날 것이라 했으나 아직 그대로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 대구는 2016년도 경제성장률과 총소득도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제성장률은 -0.1%로 전국 16개 시도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다. 공공행정(-19.7%), 숙박·음식점업(-1.2%) 등의 부진이 원인이라 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천14만8천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1992년부터 25년째 전국 꼴찌다. 1인당 지역총생산이 가장 높은 울산(6천95만9천원)의 3분의 1수준이다.경북은 같은해 경제성장률이 2.4% 지역내총생산은 98조8천억원이다. 1인당 GRDP는 울산, 충남, 전남에 이어 네 번째였다.서민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해마다 그해 경제가 잘 성장토록 걱정하는 것도 지역민의 생활안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대구경북연구원 임채규 박사는 대경 CEO 브리핑을 통해 “2018년에 대구는 3.4%, 경북은 2.1%의 성장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있을 지역제조업 생산증가와 고소득 중심의 소비개선,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등이 원인이라 했다. 이 같은 전망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그는 우리지역의 실업률도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지역경제계가 보는 경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360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8년 1월 대구·경북지역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제조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기업이 예측하는 경기는 어째 불안하다. 물론 1월 한달만으로 제대로 된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 올해는 대폭적인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이 걱정하는 경영압박 요소들이 대거 등장하는 해다. 벌써부터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도처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임금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조짐도 보여 당국의 경제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5년 연속 전국 꼴찌를 보이고 있는 대구경제가 올해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고 희망의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 올 지방선거로 행정의 기강이 다소 느슨해질 가능성은 있다. 당국은 이럴 때 일수록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지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장에 올 한해 모두가 전력투구해야 한다.

2018-01-04

김정은 신년사, 정치권 `감정적 논란` 자제해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연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에는 `핵단추`로 위협하고 남한엔 `평창 대화`를 제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한·미를 갈라 치는 분리대응 전략으로 해석되는 김정은 신년사를 놓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갈등의 진폭을 넓혀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대북문제를 놓고 정치권이`감정적 논란`의 관성에 젖어드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협박했다. 이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는 뜻밖의 용의를 밝혔다.청와대는 김정은의 `평창 대화`제의에 즉각적으로 환영했다. 박수현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한다”고 발표했다.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북한이 함께 한다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김정은의 신년사에 반색하면서 대북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일 “올림픽 참가는 환영하지만 북핵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김정은의 신년사는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미 사이를 이간질해 대한민국 안보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문제를 화두에 올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이라는 카드를 물고 들어온 전략적 화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치권이 이를 두고 지나치게 정쟁을 벌이는 것은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에 걸려드는 어리석은 반응이다. 특히 한미 공조에 균열이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동맹에 흠집을 내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목적 이외에 대륙간탄도탄(ICBM)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벌려고 하는 의도를 동시에 품고 있다.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기회는 기회대로 살리면서 위기에 철저히 대응하는 냉철한 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며 다투는 정치권의 분란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2018-01-04

동해선 포항~영덕 곧 개통… 동해안 새 시대 연다

과거 동해남부선으로 불리던 부산에서 포항 간을 잇는 광역철도망이 구축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8년이다. 그해 경주~포항 구간이 완공되고 1935년 부산~경주 구간이 개통됨으로써 동해남부선은 완공된다. 구간 길이가 142.5km에 달한다.이후 동해선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장차는 기존의 삼척선(삼척~동해)까지 편입되는 동해안을 잇는 광역철도망으로 건설되고 있다.올해 1월 개통될 포항~영덕 구간은 동해선의 포항~삼척간 철도의 1단계 구간이다. 44.1km 길이에 1조272억 원이 투입됐다. 월포, 장사, 강구, 영덕역 등 4개 역이 신설됐다. 종전 자동차로 1시간 걸리던 포항~영덕간 거리가 열차가 놓이면서 34분으로 단축된다.따지자면 과거 동해남부선의 연장구간이 건설되는데 100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동안 경북권인 동해중부지방은 교통의 오지로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 대륙교통 수단에 연계된 경부선과 호남선에 밀려 이곳의 교통망 확충은 늘 냉대를 받았다. 주민들의 불편함이야 말할 것도 없다. 비록 이번에 포항~영덕 구간 철로망이 신설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 지역은 교통의 섬으로 남아 불편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다.그래서 이번에 개통되는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을 뿐 아니라 내륙과 잇는 철도의 개통으로 일부나마 생활의 불편을 덜게 된 것은 퍽이나 다행이다. 2020년 이후 동해선이 삼척까지 완공되면 현재 포항에서 버스로 약 3시간10분 걸리는 포항~삼척간 이동시간이 1시간20분으로 단축된다. 시간단축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역산업에 또 다른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번 역사 개통으로 국토의 균형발전과 동해안 관광수요의 조기 분담, KTX 노선과 연계를 통한 고속철도 수혜지역 확대에 의한 투자효과 극대화, 세계적인 동아시아 물류관광 거점지 초석 등의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아직은 성급한 판단이 될지 모르나 동해안지역의 산업 및 관광분야에 커다란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포항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지진피해 극복을 위해 모두가 총력을 쏟고 있다. 아픔을 딛고 일어날 동력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비록 일부구간이지만 동해중부선의 개통은 경북 동해안 지자체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된다. 동해선 완성 자체가 신성장 동력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포항의 영일만 신항을 활용하고,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잘 끌어올 수 있다면 동해안은 환동해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번 포항~영덕간 동해선 1단계 철도 개통은 그 무엇보다 이곳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직접적 동인이 된다는 점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겠다.

2018-01-03

TK광역선거 예측 불허… `선거다운 선거` 기대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TK(대구경북)광역단체장 선거가 예측불허의 혼전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경북매일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2천19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와 후보별 적합도가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며 예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조사결과에서 주목되는 요소는 혼전양상 속에 지지향방을 잡지 못한 부동층이 상당히 두터워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앞으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어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판세가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돼,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 속에 더 좋은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기 위한 `선거다운 선거`에 대한 기대를 높여준다.경북도민 1천8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차기 경북도지사 적합도는 한국당 이철우 의원(14.7%), 김광림 의원(13.2%), 민주당 오중기 청와대선임행정관(10.5%), 한국당 박명재 의원(10.4%), 바른정당 권오을 최고위원(6.7%), 민주당 이삼걸 전 행자부 차관(6%), 남유진 구미시장(5.5%), 김영석 영천시장(4.2%) 순이었다. 아직 결정을 못한 응답자는 26.2%였다.대구시민 1천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7%가 민주당 김부겸 행자부장관을 지지했다. 이어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20.2%), 이재만 전 최고위원(10.1%), 이진훈 수성구청장(5.4%), 한국당 주호영 의원(5.1%), 민주당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4.5%)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후보 결정 유보 응답은 19.8%였다.정당 지지도에서 경북도민들은 응답자의 47.2%가 한국당에 호감 또는 지지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25%, 바른정당 5.5%, 국민의당 4%, 정의당 3.5%, 기타정당 2.3% 순이었다. 대구시민들은 한국당 37.9%, 민주당 27%, 바른정당 8.4%, 국민의당 3.9%, 기타정당 3.5%, 정의당 1.9% 순으로 나타났다.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TK표심은 특정정당 일변도의 `묻지 마` 지지 흐름에서 다분히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물론 아직은 제1야당인 보수정당 자유한국당 정서가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후보인물 됨됨이에 따라서 또 다른 선호성향을 드러내는 트렌드의 변화가 역력하다. TK민심을 겨냥한 각 정당의 선거 전략부터 크게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유권자들 역시 연고(緣故)의식의 마법에 갇혀 인물과 정책을 아예 살펴보지 않는 폐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구태가 국가와 지역발전에 얼마나 유해했는지를 반추해야 한다. 올 지방선거에서 TK정치가 새로운 선진 정치문화를 창출해내는 모범을 실천해내기를 고대해마지 않는다.

2018-01-03

국회, `권력투쟁` 끊고 참된 `민생정치` 펼쳐가길

해마다 연말연시만 되면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뉴스가 있다. 시급한 각종 법안을 놓고 주고받기식 조건을 걸어 연중 다퉈오던 여야 정치권이 막판 따가운 여론에 밀려 벼락공부하듯이 무더기로 처리하는 장면이다, 정유(丁酉)년을 넘기면서 우리 국회는 어김없이 45건의 주요법안을 허겁지겁 `땡 처리`하는 낯익은 모습을 연출했다. 새해에는 제발 `민생법안`마저 정치투쟁의 볼모로 잡아놓고 흥정에 몰두하는 구시대적 정치를 청산하길 기대한다. 지난 연말 국민들 사이에 가장 뜨거웠던 민생법안은 `전기용품및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이었다. 전기용품에만 적용되던 KC(국가통합인증규격)인증 취득의무를 의류나 잡화 등의 생활용품까지 확대하는 법안인 `전안법`이 올해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마냥 손질을 미루고 있어서 국민들의 애를 태웠다. 이 법안은 소상공인들에게까지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무한책임을 부여하는 고약한 내용이었다.다품종 소량생산에 매달려 살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KC인증이란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양말을 포함해 의류 하나를 팔기 위해서도 최저 7만원에서 최대 70만원의 비용이 드는 인증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지정한 기관에서 KC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상품판매가 불가능하고, 위반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지난 2016년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1년 유예된 전안법은 위해도가 낮은 상품 중 안전기준 준수대상 생활용품에 한해 KC인증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연말 본회의를 극적으로 통과했다. 당장 새해부터 생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였던 소상공인들은 겨우 한숨 돌렸다. 전안법은 지난해 11월2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국민들은 속이 타는데, 국회에서 정쟁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묶여있는 법안들은 한둘이 아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 미비한 법들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데도 몇 해째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소리를 듣는 모순투성이인 법 규정이 수두룩한 나라에서 정치적 희망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견디다 못한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비명을 질러대야 비로소 움직이는 정치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새해에는 부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권력투쟁의 그늘에 가둬놓고 사익(私益)만을 탐닉하는 구태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진정으로 민생을 헤아리고 국민들의 가렵고 아픈 자리를 찾아 긁어주고 치료해주는 참다운 `민생정치`를 펼쳐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정치뉴스`가 한없이 지겨워진 이 서글픈 `민심`을 마냥 무시하고 이 나라가 나아갈 길이란 없다.

2018-01-02

정치권, 지방분권 정략적 이용 안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인 `국가균형 발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국회의원 45명이 발의한 이 법은 장관임명 반발 등 국회가 정치적 이슈로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종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키 위해 발의했으면서도 여야 정당이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등 실현 의지가 없이 미뤄 버린거나 마찬가지다. 국가의 균형발전에 대한 중앙 정치권의 시각이 대충 이런 수준이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최근 여야 3당은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을 올 6월 말까지로 연장키로 합의했다. 국회 개헌작업이 중단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개헌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각 당의 입장차가 크게 달라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2월 중 개헌 논의를 끝내고 개헌안을 6·13 지방선거에 함께 부치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6월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지방선거와 별도로 투표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반대하고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시대적 요구로 수용하지만 동시선거로 개헌의 중요성이 희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헌투표가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 정치적 셈법 때문에 개헌을 미룬다는 비판이 더 많다.지난해 12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가 지방분권개헌 1천만 명 서명에 들어갔다. 지방분권 개헌을 전국 이슈화하고, 개헌 활동에 소극적인 국회에 대해 압박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올 1월은 지방분권 개헌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달이다. 지방분권 개헌 논의에 소모적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에 대해 투쟁적 대응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모처럼 맞이한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전국시도지사 협의회 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신년사를 통해 “연방제 수준의 분권 개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쇠는 달았을 때 두드려야 한다”고 했다. 개헌의 골든타임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지금 정치권은 개헌 의지보다 소모적인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치권을 믿고 개헌을 기다렸다가는 만사휴의가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특히 정치권은 중앙의 과도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문제보다 권력구조 개편에 더 골몰하는 분위기다. 지방분권 단체들이 벌이는 1천만 명 서명운동과 동시에 국회의원을 압박할 수단을 모두 동원, 올해는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을 얻어내야 한다. 열악한 지방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선 국가균형발전만큼 중대한 국가과제는 없다. 전 지방민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는데 총력을 쏟아야 할 때다.

2018-01-02

삼국유사 목판사업 완료… 가치와 활용도를 높여야

경북도가 역점적으로 펼쳐온 삼국유사 목판 복원사업이 4년의 대장정 끝에 마무리 됐다. 경북도는 지난 27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삼국유사 목판사업 완료 및 경상북도 교감본 추진상황 보고회`를 가졌다. 삼국유사의 역사적 의미를 규명하고 전통기록 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에 조선 중기본과 조선 초기본이 차례로 복원됐다. 인쇄본만 있던 삼국유사의 목판 복원이 사실상 완성된 것이다. 이달 29일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 경상북도 교감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게 되면 4년에 걸친 목판 복원의 대역사는 마무리 된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필수서적 중 하나인 삼국유사의 선본을 저본으로 삼아 서지적 의미의 원형을 상징하는 목판으로 판각하고 이를 인출, 제작하는 사업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학술적 문학적 가치 규명은 물론 목판인쇄 기록문화의 복원이라는 의미와 또 대한민국의 정체성 정립 및 자긍심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삼국유사는 13세기 후반 승려 일연이 지은 사서(史書)다. 1206년생인 일연이 80세를 전후해 편찬한 것으로 전해져 삼국유사의 탄생은 대략 700년 전쯤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동안 매우 제한적으로 읽혀져 와 세간의 주목은 받지를 못했다. 20세기 들어서 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책은 연구자들의 본격적 연구대상이 된다. 중앙승가대학 불교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삼국유사를 연구하거나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물이 최근 100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밝히고 있다.일반적으로 삼국사기와 다르게 야사(野史)란 인식이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 한국고대의 역사, 지리, 문화, 종교, 언어, 미술, 사상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 평가되는 것이 요즘의 정론이다. 경북도의 목판 복원사업의 완료는 문화재 가치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민족의 자존심을 더 높인 사업이다.특히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각사가 우리고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다른 의의가 있다.이제는 목판 복원을 시작으로 삼국사기를 널리 알리고 우리 정신문화 함양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먼저 역사문화의 활용적 측면에서 삼국유사를 매개로 한 관광사업 활성화에 본격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 경북도도 불교계와 협력한 불교성지 순례 상품개발이나 삼국유사 역사문화벨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삼국유사에 숨어져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서둘 필요가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적 의미로 보아 이번 목판 복원사업은 국가가 할 일을 지자체가 한 측면도 있다. 사업의 완성을 계기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더 높일 사업에 국가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도 바람직하다.

2017-12-29

도지사 후보군 동남권공약 러시… `空約` 경계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 경북도지사 후보들이 일찌감치 동남권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북인구 중 동남권 인구가 절반을 넘는데다가 `동남권 소외론`까지 불거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읽힌다. 후보들이 앞 다투어 관련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동남권 구애작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현가능성이나 실익이 없는 무리한 약속을 내놓고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일을 경계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한국당 이철우(김천) 최고위원, 김광림(안동),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 남유진 구미시장 등 도지사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동남권 지역에 선거 사무실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의 현실적인 동기는 포항·경주·경산·영천시 등 동남권 인구가 모두 140만여 명으로서 경북 전체인구 278만여 명의 과반이라는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최고위원·박 의원·남 시장은 이구동성으로 `경북도 제2청사 포항 건립`을 약속했다. 경주 발전과 관련, 이 최고위원과 박 의원은 똑같이 `신라문화 복원과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을 제시했다. 남 시장은 문화융성의 기반을 담당할 `경북문화재단 창립`및 `문화부지사 신설`을, 김 의원은 `전력에너지산업과 첨단신소재산업 활성화`를 내놓고 있다.경주·포항 지진 문제와 관련 이 최고위원은 `일본과의 교류확대를 통한 지진 대응능력 향상`과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원 설립`을 밝혔다.박 의원은 “국가재난안전클러스터 조성전략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국립 지진방재연구원 설립 유치` `국립 안전문화교육진흥원 설립 유치` `사회안전서비스 전문인력양성원 설립` 등을 내세우고 있다.동해안 공약과 관련, 김 의원은 `포항에 4차 산업을 견인할 첨단RD사업 추진`, `원전 안전관리산업벨트 유치`, `울진·영덕·경주 등 원전 소재 지역에 생태관광·해양 등 특성화 성장산업 유치` 등을 다짐했다. 박 의원은 `포항 영일만항 완공`, `포항 영일만대교 건설 등 환태평양 국제물류 거점 육성` 등을 제시했다. 남 시장은 `포항에 일류 대학병원 유치`, `울릉도·독도 포함 유라시아 해양자원산업 허브 조성`을 약속했다. 이 최고위원은 자체적으로 경북도 100대 공약을 만들어, 선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왕성한 공약경쟁을 통해서 지역발전 묘안들을 쏟아내고, 비판과 분석을 통해 완성도 높은 정책을 창출해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열경쟁이 선동전으로 번져 현실성 없는 장밋빛 `헛 약속`들이 표심을 어지럽히는 일은 막아내야 한다. 워밍업이 시작된 지방선거전 속에서 믿고 지방정부를 맡겨도 좋을 신실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살펴내기 위해 유권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때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있다.

2017-12-29

공수처, `독립성 확보`에 사심 없이 합의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공수처법 처리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은 대선 1호 공약이자 여당인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수처 법안처리와 관련 여야는 `독립성 확보`를 보장하는 장치에 사심 없는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공수처`는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을 말한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그 취지다. 지난 10월 법무부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할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자체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법무부의 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위원회가 후보 2인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한 뒤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다. 다만 공수처의 권한남용 견제를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며 `절대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적법적인 절차에 의한 법안 심의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공수처법을 다루기로 하는) 협상의 산물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국민여론은 검찰 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치 방안에 공감하는 쪽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악용에 대한 깊은 우려 때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정치보복에 골몰하는 정권에 또 다른 칼을 쥐어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작금 문재인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에 그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결정적 장치가 관건이다. 미국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10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공수처장 임기와 추천방식 등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괴물로 탄생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아무리 난해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여야 모두 일체의 사심을 버리고 접근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2017-12-28

DGB 금융 인사, 새 출발점 되도록 모두가 합심해야

DGB 금융그룹(회장 박인규)은 26일 임원 인사위원회를 열고 총 18명을 승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파견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이어 불법 비자금 조성 수사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조직의 정비와 분위기 일신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의 의도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박 행장과 함께 등기임원으로 있던 3명의 이사를 모두 퇴진시킴으로써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보복인사는 낭설”이며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중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해마다 이맘때면 임원인사를 단행해 이번 인사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다만 불법 비자금과 관련 입소문이 난 인사들의 퇴진으로 구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체제의 안정과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후속인사가 빠르고 설득력 있게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서 은행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가 있어 왔던 터다. 조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져 보이지 않게 은행 경영에도 마이너스가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은행은 하루빨리 현재의 난국을 떨치고 안정된 경영에 나서야 한다.대구은행이 대구경북에 차지하는 경제적 무게를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경영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박인규 행장의 내부 장악력 강화를 위한 인사란 평가가 있으나 지금의 상황에서 행장이 조직을 장악하지 않으면 조직을 추스러 나갈 수도 없다. 다만 인사의 형평성과 조직 발전성은 인사권자의 역할이고 몫이다. 대구은행은 1967년 창립 이후 지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아 성장했다. 대구시민들의 기대도 컸던 만큼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대구은행 임직원 모두의 몫이다. 또다시 이런 문제로 조직이 흔들리게 된다면 은행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불행한 일이 된다.지금 금융시장은 적자생존의 환경에 놓여 있다. 은행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영은 최고 책임자의 신뢰에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은행 스스로가 통렬하고 비장한 각오로 풀어가야 한다. 그것이 대내외적으로 수긍할 만한 것이라면 지금의 인사 뒷말도 자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구은행의 이번 인사가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다면 퍽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2017-12-28

꽁꽁 얼어붙은 사랑의 온도탑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기부참여 문화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7%로 집계됐다. 2011년 36.4%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는 6년 만에 10% 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통한 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이 전국적으로 대폭 줄어들어 관련단체가 비상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겨울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치면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이웃의 손길을 기다리는 불우이웃들과 복지단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까 염려해서다.지난 25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경북 사랑의 온도가 사상 최저치인 37도에 멈춰 섰다”고 밝혔다. 경북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총모금액은 53억3천여 만원으로 전년보다 16억7천여 만원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사랑의 온도는 52도였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경남, 부산, 울산 등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복지단체 관계자는 “사회 전반의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기부단체 등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딸의 희소병 치료를 위해 도와달라며 모은 10억여 원의 기부금을 자신의 사치스런 생활에 유용한 속칭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소외계층 후원 명목으로 기부된 126억 원을 횡령한 기부단체 사건이 불거진 것도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위축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나타난 기부참여 문화가 낮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배경은 이런 복지단체들의 투명치 못한 경영에 문제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기부단체의 정보공개에 문제가 있다`고 대답한 일반의 인식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자선복지단체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대책이 필요하다. 복지단체 스스로가 이런 사회적 불신해소에 앞장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부는 돈보다 문화적 이해와 더 유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단체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부를 해본 사람의 80%가 “앞으로도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기부를 하지 않은 사람 중 80%는 “기부할 의향이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기부는 돈보다 문화정착이 더 중요하다. 기부문화에 대한 불신감 해소 없이는 기부문화를 진작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되면 이웃돕기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는다고 한다. 나눔과 기부의 정신을 살릴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지금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십시일반의 이웃정신을 중요시해 왔다. 한겨울 추위에 떨 이웃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이웃돕기에 나서는 따뜻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절실하다. 이것 또한 우리사회의 희망이다.

2017-12-27

지방분권 개헌, 또다시 정치권 `정략제물` 위기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기로 약속돼있던 `개헌안 국민투표`가 여야의 정쟁 소용돌이 속에서 이상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 사이에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견해가 갈리면서 대구·경북(TK)지역부터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골든타임을 놓쳐 `지방분권 개헌`이 아예 물 건너가는 낭패마저 우려된다. 당파적 이해관계에 묻혀 동상이몽만 거듭하다가 또 다시 무산시키는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경우, 자칫 `정권 심판론`이 희석돼 지방선거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리실시를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개헌안은 반드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한다고 강변한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분권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선거와 동시선거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중립적이어야 할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내세워서 6월 지방선거를 통해서 땡 처리, 패키지 여행상품 다루듯이 개헌을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반드시 내년 12월 31일 이내에 국민개헌을 국민들의 냉철한 참여와 사회적 논의 속에서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금이 지방분권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으로서 이 시기를 놓치면 지방분권은 영영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방분권 논의 없이 대통령 권력 배분만 놓고 개헌 논의를 한다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이철우(김천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김광림(안동시) 의원은 “일본에서는 한 가지 이슈만 가지고 국민투표를 한다. 여당은 개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명재(포항시 남구 울릉군) 의원도 “홍 대표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개헌추진을 걱정한 나머지 내년 지방선거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실시 자체를 반대하는 전략은 대단히 위험하다. 자칫하면 정부여당의 정략에 고스란히 말려들어가 결국 주도권을 모두 빼앗기고 막바지에 끌려 다니면서 지방선거마저 망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여망을 좇아 `지방분권 개헌안`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여당 역시 주의해야 한다. 지지율 우위에 취해 민심의 실체를 간파하지 못하고 정파적 이익에 맞춰 개헌을 추진해나간다면 역사에 큰 허물을 남기게 된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는 일은 철저히 배격돼야 할 것이다. 시대적 숙원인 `지방분권 개헌`이 또다시 정치권 `정략제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2017-12-27

靑 비서실장 UAE방문 의혹 확산, 정직하게 풀어야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돌아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보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다. 임 실장의 파격 특사행보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임 실장의 대응이`기피`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떳떳하게 나서서 언론과 정직하게 소통하면서 국익을 위해서 꼭 지켜야 될 비밀에 대해서는 차라리 협조를 구하는 게 정도(正道)다.임 실장은 지난 9일부터 2박4일간 UAE와 레바논을 방문한 뒤 12일 귀국했다. 당초 청와대는 임 실장이 현지 군 장병 격려와 외교일정 수행을 위해 UAE와 레바논을 방문한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의 특사파견이 14년 만에 일어난 이례적인 일인 데다가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이미 지난달 같은 부대를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의 해명 스텝은 이후에도 계속 꼬이고 있다.청와대가 임 실장의 파격적인 특사 행보를 놓고 벌어지는 의혹은 `대북접촉설`로부터 시작돼`UAE바라카 원전 관련설`로 번지면서 한없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임종석 실장과 UAE 왕세제와의 면담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의혹의 진폭이 커졌다.뿐만 아니라, 임 실장의 UAE행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다. 야당은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한 무마용 접촉설, 국교단절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급거 특파, 이명박정부의 원전외교 비리를 캐려는 새 정부의 활동에 대한 UAE의 격노를 무마하기 위한 사절 행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청와대는 이처럼 의혹이 번지자 고위관계자를 통해 “모든 추측성 기사와 야당의 주장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때 좋았던 UAE와의 관계가 박근혜정부 들어 소원해졌다고 전하면서도, 그 이유는 속 시원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임 실장이 직접 해명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제기된 갖가지 의혹 중에서 가장 고약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를 캐려다가 UAE의 격노를 불렀다는 대목이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복수심`에 눈멀어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워먹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정권이 그럴 정도로 분별력을 잃었다는 이야기라면 나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문제를 `박근혜 전 대통령 허물`로만 덧씌우려는 용렬한 습성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제기된 모든 궁금증들은 서둘러 석명돼야 한다. 수상한 변명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루빨리 수습되는 것이 옳다.

2017-12-26

대구공항 통합이전 `첩첩산중`이라지만 넘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공항 이전후보지 선정을 위해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등 4개 단체장들이 경북도청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국방부에서 열린 `대구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밝힌 “해당 4개 지자체장이 한 곳의 이전후보지를 합의하면 1월 15일 이전에 두 번째 선정위원회를 열고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논의의 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4개 지자체장은 이전 후보지 결정을 위한 `전문가위원회`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내년 1월 15일이 시한이라 촉박한 일면도 있으나, 공정한 선정기준과 절차를 통해 후보지를 조속히 선정키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이제 대구공항 후보지 결정은 4개 단체장 공동의 몫으로 넘어온 측면이 있다. 김 지사가 “대구 민간 통합공항 이전은 대구·경북의 미래 청사진이 달려있다”고 말한 것처럼 공항이전은 대구·경북의 산업과 문화발전에 직결된 현안 중의 핵심 현안이다. 중요한 만큼이나 관련단체장의 이번 협의는 매우 중요하다.통합대구공항 이전은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여태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먼저 아직 상존하는 반대 여론에 대한 설득과 소통의 문제다. 일부 대구시장 출마자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공항 이전의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약해 자칫 이전 자체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통합대구공항 이전과 관련해 현 정부의 입장도 대구시민 여론통합과 유관한 것으로 보여 시도민 전체를 아우르는 여론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여론 형성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겠다. 이전 후보지의 접근성에 대한 명쾌한 해답도 있어야 한다.통합공항 이전은 이런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렸다. 따라서 합당한 결론 도출을 위한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송 국방장관이 말한 1월15일까지 시한은 촉박하다. 권 시장도 이와 관련 “군 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을 1월 15일까지 결정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아 2차 이전부지 선정위 개최를 늦춰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제2차 4개 단체장 회의에서 연기신청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고 “내년 설 연휴(2월15~18일) 이전에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매우 합당한 생각이라 본다.송 장관이 1월15일까지로 날짜를 못 박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현재의 사정을 안다면 1월 15일을 고집할 이유도 별로 없다고 본다. 관련단체장이 충분한 협의와 절차를 거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다. 모처럼 획기적 전기를 맞은 통합대구공항 이전 문제가 첩첩산중이라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도록 시군민 모두가 합심 노력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통합공항 건설은 지금부터다.

2017-12-26

최저임금 폭증 부작용 속출… 해결책 시급

시간당 최저임금이 기존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되는 새해 1월1일이 가까워옴에 따라 고용시장의 혼란이 점입가경이다. 자동화를 통한 직원 감원, 근무시간 축소, 가족경영 확대, 공장 해외이전, 상품가격 인상 등 인건비 폭탄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방편들이 쏟아지고 있다.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시장혼란이 더욱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됨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근로시간까지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지원한다지만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우선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알바시장에서부터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고용인원 자체를 축소시키는 결단을 내리고 있다. 외국인들을 편법으로 고용하는 일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임금압박을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아예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기로 방향을 튼 기업들도 있다.이맘때면 음식점·편의점 등 아르바이트 구인광고가 쏟아졌는데 올해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을 정도다. 임금 폭증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마저 내보내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인기계를 도입하는 점포들도 느는 추세다. 그러잖아도 힘든 청년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스럽다.시장의 물가에도 당장 반향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리아가 11월말부터 불고기버거(+2.9%), 새우버거(+5.9%)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2010년 6월 이후 7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왔던 놀부부대찌개도 최근 부대찌개류 가격을 종전보다 평균 5.3% 올렸다. 편의점 GS25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핵심 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런 부작용은 새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다. 일자리 안정기금 확보,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일부 보완책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업종별 지역별 특성 고려 등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시행이 턱밑에 닿도록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소상공인들은 당장 하루하루가 더 다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 선순환 구조`는 묘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년에 잘 먹자고 올해 굶으라는 논리라면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여줄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혹독한 장기불황을 타개할 비책부터 내놓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시장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부작용을 타개할 수 있는 뭔가 뚜렷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2017-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