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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종전선언’ 집착의 무서운 암수 경계해야

등록일 2018-08-02 20:49 게재일 2018-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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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관영·선전 매체를 동원해 연일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배경에는 암수(暗數)의 그림자가 뚜렷하다. 세계적 관심사인 ‘북한비핵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그릇된 접근이다. 종전선언이 북한비핵화를 앞질러가는 일은 결단코 경계해야 한다.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楊潔<FFFC>)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이 지난달 중순쯤 극비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연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종전선언은) 우리의 외교적 과제”라며 “기회가 닿는 대로 추진을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여 남북미 3자가 아닌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용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미가 연합 군사훈련을 묶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에 대하여 단 한마디도 명료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행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종전선언 문제가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서 노동신문은 “종전을 선언하는 것을 마치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처럼 여기는 것은 초보적인 상식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계단을 오르는 것도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이 사라지면 북한은 필연적으로 유엔사령부 및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문제 삼을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 문제까지 엮이게 되어 ‘북한비핵화’는커녕 남한과 미국이 매우 급격한 변동과 혼란이 초래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확인된 현상만으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또 나왔다. 미국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섣부른 ‘종전선언’은 한미군사훈련 재개의 가능성부터 완전히 차단하게 될 것이다. 오죽 고민이 깊으면 “‘종전선언’이 아니라, ‘종전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올까. 부실한 ‘종전선언’이 ‘북한비핵화’를 완전히 망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인 구멍이 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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