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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콘텐츠 개발 허브 역할 강화”

포항시립미술관이 2018년 새해 주요 전시계획을 밝혔다.미술관은 무술년(戊戌年) 새해에는 시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지역미술을 조명하고 다양한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스틸아트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예술을 선도한다.이를 위해 포항 출신으로 한국근현대미술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고(故) 장두건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비롯해 기획전, 연례전, 스틸아트 기획전 등 총 8개 전시를 기획해 선보인다. 또 전시와 연계한 교육 및 이벤트 등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초헌 장두건 화백 탄생100주년 기념 특별전 비롯8개 기획전시와 연계 교육·이벤트로 시민과 소통장두건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삶은 아름다워라!`는 6월 6~9월 9일까지 1층 1, 4전시실과 2층 2전시실, 2층 초헌관에서 열린다. 장두건 화백의 예술업적을 조명하며 장 화백의 회화, 드로잉 및 아카이브 등 150여 점을 전시한다. 이와 더불어 장두건 화백 상설관인 초헌관에서는 3월 8~5월 27일까지 상설전 `Poma Collection`도 마련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회화, 조각 작품 20여 점을 전시한다. 한국의 근현미술사 및 지역미술사 정립에 주요한 흐름을 형성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미술관의 본질적 기능과 소장품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 확산을 기대한다.이외에도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정지현`전 을 6월 6~9월 9일 1층 3전시실에서 연다.스틸아트미술관으로서의 특색을 살리는 스틸아트 기획전에서는 평면과 설치, 영상 작업을 넘나들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종규 작가의 `imaginary embodiment`(가제, 9월~내년 1월)과 `찾아가는 미술관 -포스코 갤러리` `철의 속성과 재료` (3월 28 ~ 4월 15일)전을 연다.박종규 작가는 전시에서 존재하고 인식되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 주변부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노이즈`(noise)라는 현상으로 해석해 이를 미학적 담론으로 끌어내 평면, 조각, 설치, 영상 등의 작업으로 소개한다.`철의 속성과 재료`전은 강인구, 고관호, 윤성필 작가의 평면, 조각, 설치 등 15여 점을 소개해 재료적 전환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신사적 지각변동, 나아가 삶의 새로운 양식적 방향성을 제시해 줬는지를 유형학적 방법으로 살펴본다. 지역 작가 발굴과 육성, 우수성을 알리는 연례전에서는 포항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2018 소장품전`(3~5월)을 시작으로 영남지역 여성작가를 발굴 소개하는`우리시대 여성작가들`전(3~5월) 등의 전시를 마련한다. 장두건미술상은 개인 및 한국미술 발전을 위해 수상자 지원 규모를 확대해 상의 권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장두건미술상 수상자 정지현 작가의 개인전은 6월부터 9월에 걸쳐 진행한다.2018년 새롭게 추진하는 미술과 지역성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는 9월부터 시민들에게 소개한다.미술관은 이와함께 2009년 개관때부터 시작한 도슨트(작품해설사) 교육을 지속해나가는 한편 교육프로그램을 일반대중들을 위한 `POMA아카데미`,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POMA 놀토`, 미술관음악회, 스틸아트공방 체험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한 미술관 문화를 선사할 계획이다.또 스틸아트상품 개발 활성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문화콘텐츠 개발 허브 역할도 강화할 계획이다.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올 한해 미술관은 시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지역미술 조명 기획전시와 다양한 교육 사업 등을 통해 스틸아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2017년에 시작된 포항 스틸아트상품 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포항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되는 미술관, 시민과 함께 도시의 미래를 열어가는 미술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22

남춘모 개인전 `풍경이 된 선(線)`… 대구미술관

한국,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남춘모 작가(57)의 대규모 개인전 `풍경이 된 선(線)`이 23일부터 5월 7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 및 선큰가든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평면으로 만날 수 있었던 작가의 회화를 더욱 과감한 입체, 설치, 다큐멘터리 영상 등 8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해 지난 3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남춘모 작가는 회화에서부터 조형에 이르기까지 `선`이라는 모티브를 이용해 부조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왔으며 `스트로크 라인(Stroke Line·획)`시리즈, `빔(Beam)`시리즈 등 전통과 현대의 개념이 결합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또한 대표작 `스트로크 라인` 생성배경과 상황들을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드러난 작품의 내용을 연구해 소개한다.회화에서 대형 설치미술까지 형태의 근원과 작품의 미적 해석을 통해 현대미술의 시지각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기존에 주를 이뤘던 직선작업과 달리 부드러운 곡선의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입체적인 작품은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비탈 이랑으로부터 출발했다.1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구미술관 전시를 야심차게 준비해 온 작가는 대형 공간에서의 첫 개인전인 만큼 작품 규모를 공간에 맞게 확대했고 평면 회화로 많이 알려져 있던 `스트로크 라인`과 `빔`을 입체 조형물로 표현해 3차원 공간에 전시했다.작가는 이번에 소개하는 기존작업과 신작들을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선이 본질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바가 무엇이고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지를 과감히 보여준다.`풍경이 된 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가가 추구한 선 작업을 마치 풍경을 바라보듯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계명대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남춘모 작가는 그동안 `U`자형의 천을 고체화한 단색조의 줄무늬 시리즈를 발표해 왔으며 대구 리안 갤러리, 독일 안도 파인아트 갤러리, 미국 홀리헌트, 프랑스 이부갤러리 등 한국과 유럽, 미국 등 세계 유수 갤러리와 전시공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22

나쁜 습관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위한 탈출 안내서

오래 굳어진 나쁜 생활 습관은 자주 크게 반성하는 노력을 더해 마음에 한 점도 나쁜 습관이 남아 있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없이 진정 자기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습관의 감옥`(판미동)은 `에버그린` `레인보우 커넥션` 등의 음악으로 오스카상과 그래미상을 받은 저명한 작곡가와 영화 `쇼퍼홀릭`의 시나리오를 쓴 할리우드 극작가가 나쁜 습관과 중독, 심리적 문제들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80여 년 전통의 확실한 중독 치유법을 이용해 일상의 다양한 나쁜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이 책의 저자들은 한때 자신의 삶을 옥죄는 `문제들`에 갇혀 있었다. 유명 작곡가인 폴 윌리엄스는 심각한 알코올과 코카인 중독에 빠져 정신발작을 겪고, 치료를 받은 후 25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맑은 정신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의 동료인 트레이시 잭슨은 쇼핑 중독, 관계 중독, 강박증 등으로 치료와 상담을 받아 왔다. 둘에게는 공통적으로 비만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저자들은 자신의 `문제들`을 이겨 내고,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들은 알코올중독자협회(AA)의 12단계 치유법이 중독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신하고, 이를 쉽게 변형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열쇠`로 정리했다.중독 치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폴은 치유 전문가로 거듭날 정도로 치유의 과정과 성격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트레이시는 극작가답게 관찰과 취재를 통해 사회적·심리학적인 차원에서 다각도로 치유에 접근한다.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현실에 중독된 채 `습관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반복되는 실수, 자신의 한계에 대한 좌절, 벗어나지 못하는 이 평범하고 지루한 삶 자체가 바로 `현실에 중독된 것`과 같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모두에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주체성을 잃고 습관에 얽매인 채로 끌려간다. 습관 때문에 우리는 나쁜 것과 결별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가 진짜 원하던 삶으로부터 멀어지고 만다. 나쁜 습관은 평온한 삶을 망가뜨리고, 목표와 성취를 좌절시키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가 모두 `중독`임을 지적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 가이드를 제공한다. 책에는 자신의 습관이 얼마나 안 좋은지 점검해 볼 수 있는 문항들도 소개돼 있다.책에서 언급되는 변화의 열쇠들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기`, `변명하지 않기`, `부정적인 감정에 굴복하지 않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기` 등이다. 많은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감사와 신뢰, 사랑과같은 개념들을 기반으로 중독의 고리를 하나씩 끊어 나가는 일은 나쁜 습관으로 둘러싸인 일상, 현실의 굴레를 탈피하는 데도 강력하게 도움이 된다.“자기 방해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것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식적이기보다 충동적이며 관리를 해야 할 때 항복해 버리고 욕망으로 직행한다. 같은 맥락에서 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술에 관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술에 손을 뻗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불어 술 대신 무엇이 되었든 일시적인 쾌락(또는 고통)을 주는 것을 찾지 않는 법, 그들이 진정 원하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에 손을 뻗지 않는 방법도 함께 훈련해야 한다”(p. 206)/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8-01-19

포스터모던 대중사회 주체 개인주의 넘어 다시 `부족`

`부족의 시대(Le temps des tribus·문학동네)`는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73)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현재 파리5대학 명예교수인 마페졸리는 일상생활의 실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기수로 불린다. 20세기 유럽의 대표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1929~2007년)의 뒤를 잇는 사회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책은 인류학적 통찰로 시들어가던 포스트모던 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전자 은하계`에서 살아갈 대중의 속성을 시대를 앞서 전망한 예언적 저서다.이 책에서 마페졸리는 개인주의 신화에 종언을 고한다.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부족`이다. 씨족, 혈족 중심의 고대 부족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즉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들로 뭉치며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부족은 언론계에도, 학계에도, 법조계에도 존재하며 학연과 지연에 따른 편 가르기 문화로도 나타난다. 또한 `일베`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정 유명인에 대한 팬덤도 모두 부족화 현상의 단면일 수 있다. 분명 부족주의는 긍정적인 활력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도 발산한다. 하지만 마페졸리는 다원주의, 수평적 네트워크, 감성적 연대, 촉각적 관계에 기반한 신부족주의에서 파괴하고 생성하는 창조적 힘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신부족주의의 행위자는 근대적 주체, 합리적 성인이 아닌 `영원한 아이`이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디오니소스`다. 이 디오니소스는 삶의 아노미적인 것들, 유희적이고 무질서한 측면을 나타낸다.“지나치게 합리화된 우리 사회, 그렇기에 살균된 사회, 필사적으로 모든 위험을 막아내려는 사회, 바로 그러한 사회 속으로 야만스러운 것이 되돌아온다. 바로 그것이 부족주의의 의미다.”(19쪽)/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9

일상의 진솔함… 그 속에 읽을수록 남는 긴 여운

“언제나 안개가 짙은/안개의 나라에는/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어떤 일이 일어나도/안개 때문에/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안개 속에 사노라면/안개에 익숙해져/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보려고 하지 말고/들어야 한다/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귀는 자꾸 커진다/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토끼 같은 사람들이/안개의 나라에 산다” (`안개의 나라` 전문)김광규 시인(77)이 40여 년 시 인생이 담긴 시선집 `안개의 나라`(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그는 1975년 등단한 이후 열 권이 넘는 시집을 출간했다. 4·19의 아픔을 노래한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니다 그렇지 않다` 등의 시편으로 사랑받아 온 그이다. 그의 시는 한편 쉬운 언어와 평범한 생활 소재를 이용해 우리 삶의 일상성 영역을 개척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러니 기법이 있다. 한 평론가는 “그의 시는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읽을수록 마음속에 더 큰 여운을 남긴다”고 평한다. 삶과 현실의 구체적 체험을 평이하고 친숙한 언어로 형상화한 시들이 많은 독자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이번 시선집은 군부의 검열로 배포가 금지됐다 이듬해에 출시됐던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에서 등단 40년을 맞은`오른손이 아픈 날`(2016)까지 총 11권의 시집, 800여 편의 작품 중 시인이 자선한 224편을 묶었다.투명한 이미지와 명징한 서술로 현실 삶과 시대를 통찰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그의 시는 세속의 폭압적 질서에 저항하고 인간 삶의 모순과 허위를 어김없이 짚어내는 그 순간에도 차분하고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외형적 단순성과 내적 비의(秘義) 사이의 긴장을 형성하는 시인 특유의 아이러니 역시 그의 시를 오롯이 감상하려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삶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내밀한 공감과 시 한 편을 맺기까지 수차례 고쳐 쓰는 과정에서 비롯했을 김광규 시의 매력은 국내외에서 크게 인정받아 녹원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편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산문학상, 독일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 상과 한독협회의 이미륵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올해 희수를 맞은 시인은 변함없이 틈날 때마다 이면지에 연필로 몇 줄씩 `끼적거린다`. 40여 년 지속돼온 그의 오랜 버릇은 `오늘도 글을 쓴다`는 말의 정신과 자세의 실천이자, 현대 한국 시사에 의미 깊은 `일상시`의 지평을 여는 데 한몫했다.오랜 세월 시인인 동시에 번역가, 문학 교수로 살아온 김광규는 한 산문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글쓰기의 간접적 지표가 됐다”고 밝히며, “독일 시인 슈테판 게오르게의 비의적 서정시에서 엄격한 언어의 형식을 배우고, 프란츠 카프카의 부조리한 소설에서 난해한 내용과는 달리 즉물적이고 정확한 문장을 사용한 데서 서술의 명징성을 배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김광규, `나의 시를 말한다`, 2001).▲ 김광규 시인 /문학과지성사 제공외적 평이함과 내적 비의(秘義)가 빚어내는 긴장으로 가득한 김광규 시 세계의 연원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인에게는 세상의 메마름을 견뎌내게 하는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말로 위대한 시란 바로 이 근거에 육박하는 물질의 유희이다. 이 믿음이 존재의 근저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고독을 이겨내게 하고 자기 존재의 심연을 열어 보이게 한다.김광규는 한편으로 악이 군림하는 이 세계를 거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심오한 근거 위에 존재하는 이 세계를 포용한다. 그의 꾸밈없는 도덕주의는 무병 신음을 경계하면서도 상처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 상처들을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손을 믿는다. 그것은 꽃잎처럼 가녀린 손이고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손이고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과 같은 손이다.” ―김인환(문학평론가), 해설 `지상의 거처`에서/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8-01-19

종교 단신

△경주 골굴사 설날 템플스테이 운영O…불교의 대표적인 전통무예인 선무도로 유명한 경주 골굴사는 2월 15~18일 설날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이번 설날 템플스테이에서는 난타 페스티벌, 선무도 수련 체험, 민속놀이 국궁, 바닷가 명상수행 및 걷기명상, 명상요가, 스님과의 차담 등에 참여할 수 있다.경주 함월산 자락에 위치한 산사인 골굴사는 조계종 선무도 총본산 답게 일반적인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선무도라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무술이 아닌 심신을 조화시켜 깨달음으로 향하는 전통수행법인 선무도를 바탕으로 `21세기 신(新) 화랑 양성`을 모토로 내걸고 템플스테이가 생소했던 지난 1992년부터 선무도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무도는 스님들의 심신 수련법 중 하나로 신라·고려·조선 승병들의 호국정신의 맥을 이은 전통 무예다.△천주교 안동교구, 교리교사학교 개최O…천주교 안동교구는 오는 2월 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예천군 농은수련원에서 2018년도 초·중고등부 교리교사학교를 개최한다.주일학교 교리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교리교사학교에서는 `말씀 속 미사이야기`를 주제로 율동을 배우는 율동찬양을 비롯해 2018년 교재 소개, 초등부 주보인 `못자리`와 중고등부 월간잡지 `두레판` 연간 계획 토의 등 다양한 강의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교구 관계자는 “교리교사학교는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교리교사들에게 좀 더 많은 보탬이 되고자 다양한 강의와 자료를 준비해 진행된다”며 “이번 교리교사학교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포항중앙교회, 신년 신앙부흥사경회O…포항중앙교회(담임목사 손병렬)는 오는 24일 교회 본당에서 `2018 신년 신앙부흥사경회`를 연다.신앙부흥사경회는 진유철 목사(미국 LA 나성순복음교회)가 강사로 나서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26일 오후 7시30분까지 3일간 오전 5시, 오후 7시30분 하루 2회씩 모두 5회 진행된다.진유철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파라과이 파견 선교사로 파라과이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국경지역에서 6년간 선교한데 이어 브라질 상파울에서 5년간 선교사로 활동한 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후임으로 미국 LA 나성순복음교회에서 11년째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또 미국 베데스다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미국 연합집회 주 강사로 열방복음화에 힘쓰고 있다.진 목사는 이번 신앙부흥사경회에서 특별히 상파울 등 선교지에서 이어진 기적 등을 간증하고 “사울왕이 다윗을 죽이기 위해 3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찾아 다녔으나 다윗을 죽이지 못했다. 세상은 하나님에 의해 움직인다. 순종의 능력으로 살아야 고난을 이기고 역전할 수 있음”을 당부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8

포항 불교·천주교·기독교 첫 신년교례회

포항 지역 불교계와 천주교, 기독교가 처음으로 합동 신년교례회를 갖고 새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 주관으로 최근 포항 UA컨벤션 6층 그랜드볼륨에서 열린`2018년 포항지역 기독교 천주교 불교 신년교례회`는 상생과 화합의 자리로 눈길을 모았다.특히 지역 3개 종교 지도자와 신도들이 함께 모여 신년 하례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종교계가 화합과 상생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국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이날 신년교례회에는 원유술 천주교대구대교구 제4대리구장, 철산 포항시불교사암연합회장, 조근식 포항기독교교회연합회장 등 포항지역 3개 종교 지도자를 비롯한 신자와 박명재·김정재·이철우 국회의원, 이강덕 포항시장과 문명호 포항시의회 의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이 자리에서 단합과 화합을 통해 지진 극복과 포항지역 경제활성화를 이뤄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철산 포항불교사암연합회장 스님은 “2006년부터 천주교 불교가 합동 신년교례회를 시작했고 이번이 좋은 계기가 돼 내년에는 천주교가, 다음에는 개신교가 주관, 계속 행사를 이어가면 불교 천주교 기독교 신자들이 더욱더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돈독히 해 지역사회가 활기차고 발전된 모습을 함께 실현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8

천주교 대구대교구서 새 사제 5명 탄생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새 사제 5명이 탄생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지난 16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2018년 교구 사제서품미사를 봉헌했다.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새 사제 가족, 신자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서품식에서는 4대리구 경주 성건성당 이수환 부제를 비롯한 5명이 사제품을 받았다. 이로써 교구 총 사제수는 497명이 됐다.이날 사제서품식은 환희와 기쁨, 은총과 축복이 가득한 거룩한 잔치로 봉헌됐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교구민들은 새 사제들이 예수 그리스도만을 고백하고 따르며 양떼들을 이끄는 참 목자가 되도록 하느님께서 은총 내려 줄 것을 기도로 청했다.새 사제들은 예식에 따라 후보자로 선발돼 조 대주교 앞에서 평생을 주님께서 주신 소명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전형천, 한지환, 이수환, 유상완, 박준환 등 이날 사제 서품을 받은 새 사제들은 16일부터 21일까지 천주교 대구대교구 5곳 성당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다.2018 사제 서품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전형천(군위성당) △한지환(대명성당) △이수환(성건성당) △유상완(대덕성당) △박준환(범물성당)/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8

기대하시라, 상생·도약·비상 꿈꾸는 포항의 예술과 문화

포항시립예술단에게 2018년 무술년은 `상생, 도약 그리고 비상의 해`다. 그동안 품격 있고 깊이 있는 공연들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립예술단이 대규모 합동공연, 초청공연, 다양한 종류의 정기·기획공연 등으로 상생과 도약, 비상을 꿈꾼다. 시립예술단의 한 해 계획과 공연을 미리 만나보자.포항·경주·울산해오름 문화동맹 위한대규모 합동공연 추진각 예술단 특성 따른다양한 공연 마련문화도시 포항 정착 위한고품격 예술 콘텐츠 기획□ 포항시립예술단의 비전포항시립예술단은 2018년에는 지난해 11·15 포항지진의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포항이 일상으로 돌아가 문화와 예술의 터전 위에서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나고 지속적으로 자생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으고자 한다.또한 포항·경주·울산이 하나 돼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동해남부권 도시공동체의 해오름동맹의 비상을 알리는 한해가 되고자 한다.`시민이 행복한 공연서비스 제공`을 위해 먼저 각 예술단의 화합과 결속을 위한 조직구조 개선과 복무기강 확립으로 단체와 개인의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시립교향악단을 이끌어갈 실력 있는 상임지휘자의 영입으로 구심점을 세우고 공연기획, 홍보, 단원복무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임 사무단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각 예술단의 특성에 따른 정기공연과 대규모 합동공연, 다양한 성격의 기획공연, 알리미공연, 특별공연, 초청공연 등을 유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다음으로 쉽게 즐길수 있는 `클래식의 대중화`와 정통공연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학교, 기업, 복지시설 등에 대한 찾아가는 공연과 `사계절 관광포항`의 명소 곳곳에서 또다른 볼거리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야외공연·기획공연·테마공연을 확대하고 미래 마니아층의 확보와 잠재적 인재발굴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뮤지컬아카데미를 운영해 시민의 생활과 현장에서 문화향유와 체험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다.또한 해를 거듭하면서 명실상부한 포항의 문화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3회 포항뮤직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외 최정상의 뮤지션과 만나고 팝뮤직과 클래식음악이 믹스매치된 체류형 음악축제를 마련한다.마지막으로 포항·경주·울산 해오름 문화동맹의 비상을 선포하는 대규모 야외합동공연과 해오름합창페스티벌 참가, 경북동해안협력도시 알리미공연과 제주국제합창제 초청공연 등을 통해 광역 도시간 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미래성장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의 이미지와 세계속의 문화도시 포항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시립교향악단정통 클래식에서부터 팝뮤직, 대중가요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시민의 자랑으로 포항의 문화발전을 견인해온 시립교향악단은 올해에도 시민의 모든 일상에서 생활예술의 확산과 정착을 주도해 나가고자 한다.4회의 정기공연에서는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을 준비해 정상급의 협연자들과 지휘자들을 소개한다. 44회의 찾아가는 공연과 8회의 특별공연에서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레퍼토리로 시민들을 찾아간다.복지시설과 재난현장을 찾아 시민의 정서안정과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기업과 산업현장 곳곳에서 펼치는 대규모 공연으로 경제와 문화융성의 재도약을 도모하고 청량감 있는 프로그램으로 찾아가는 관광포항의 명소 곳곳에서 수준높은 클래식공연을 선보이며 문화도시의 역량을 펼치고 시민들의 삶에 클래식음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품격 높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 시립합창단지난해 이충한 상임지휘자가 지휘를 맡으면서 다양한 시도와 조직력을 갖춰가고 있는 시립합창단은 3회의 정기공연을 통해 각기 색다른 합창공연을 선보인다.3월 국내 선진합창단과 함께 연출하는 대규모 칸타타의 장엄한 하모니는 다시 시작하는 시민들의 생활에 힘을 더해 줄 것이며 6월 지역에서 선발된 어린이 합창단원 70명을 선발해 120명이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되고 9월 대중가요로 꾸며지는 합창곡을 통해 친숙하지만 색다른 합창 무대를 선보인다.이와 더불어 해오름동맹 합창제와 대규모 문화교류공연에서 포항·경주·울산 3개도시 전문합창단이 연출하는 화합무대를 마련한다.제주국제합창제 초청공연에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에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 합창의 진면모를 선보이게 된다. 이외에도 포항명소 곳곳에서 펼치는 기획공연과 학교, 기업, 복지시설 등으로 찾아가는 문화배달서비스로 시민과 교감하며 함께 시민의 합창단으로 성장해갈 계획이다. □ 시립연극단지난해 형산강 소재의 창조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한 `형산강에 용이 산다`를 통해 포항시민의 정서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젊은 연출가 김지용은 올해에도 단원 개개인의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에 임하는 열정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정기공연에서 만나게 될 첫 작품은 신진 극작가 박훈영의 창작극 `클로즈 업`이다. 스페인으로 7박8일간 여행을 떠나면서 겪게되는 해프닝을 형상화한 왁자지껄한 여행 끝에 성찰을 통해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 작품에서 시민들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젊은 감각의 신선한 재미와 자극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두 번째 정기공연 `철로`는 영국 최고의 극작가로 통하는 데이비드 해어 작으로 기존의 연극과 구별되는 새로운 형식미를 선보이게 될 작품이다. 인터뷰와 증언을 바탕으로 대사가 만들어지는 버베이텀(verbatim) 연극으로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시스템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된다.또 하나의 정기공연은 `파우스트`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전이다.세상의 진리를 밝히려는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실패와 좌절을 겪지만 끝내 진리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로 낭만주의 연극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대규모 출연진과 스펙터클한 무대구성이 연극단의 역량을 한단계 도약시켜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매번 어린이 관객의 환호와 갈채를 받아온 제5기 어린이 뮤지컬아카데미 공연과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리어왕`으로 찾아가는 문화배달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한단계 도약한 새로움과 깊이있는 해석으로 재구성한 전통문학고전까지 자생력을 갖춘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7

도자에 담은 유년의 기억

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는 2018년 신년 기획전으로 경주 출신의 도예가 김판준 도예전을 오는 31일까지 연다.도예가 김판준은 전통 도예의 맥을 이어오는 동시에 시대 변화에 따라 독창적이고 다양한 변화도 함께 추구한다.그는 유년기를 보낸 고향 경주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되새기며 크고 둥근 접시위에 올리기도 하고 도자기 표면에 그리기도 한다.이번 도예전에서 작가는 `유년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의 오랜 작품 경력의 주된 매개체인 어린날의 행복과 기억, 향수를 고스란히 작품속에 투영했다.경주 남산의 풍경이 작업 전반의 모티브로 작용한다. 접시에는 산과 강을 따라 바람이 흐른다. 솟구친 해 사이로 물고기가 노닐고 그 상단에는 꽃들이 즐비하다. 때론 푸른 하늘 위로 물고기가 날고 꽃들이 헤엄을 친다.또 도자기 표면에는 아득한 하늘빛 개울물에 오리 떼가 떠다닌다. 가늘고 긴 수양버들 잔가지는 바람을 싣고 흔들리는 버들잎은 시간을 나른다. 이것은 경주 보문의 풍경이다. 투각과 안료로 마감된 형상들은 풋풋한 지난날의 아련한 향수가 머무는 곳, 가식 없는 내면에 순수가 스민 곳,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스물 스물 배어나오는 기억들이 조각으로 새겨진 곳이다.간직한 크고 작은 위안의 잔상들은 팍팍한 현실에서 안식처로 자리한다. 전시에는 이러한 그의 내면을 담은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김판준 도예가는 대구공예대전·경북미술대전·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개인전 15회와 300여 회의 초대전·단체전, 국제교류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공예학회, 대구도예가회, 계명도예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6

미디어에 중독된 현대인의 자화상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확장된 미디어는 현대인의 감각과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한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경험세계는 우리의 감정, 판단력과 내면의식까지도 마비시켜 놓았다. 경북대학교미술관이 오는 2월 9일까지 전관에서 열고 있는 `미디어 엑스터시(Media Ecstasy)`전은 이렇듯 미디어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현대인들이 맞닥뜨리는 환상, 환각, 중독 등과 같은 심리적 반응들이 인간의 무의식 깊이 침투돼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한 모습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권경환, 권세진, 김기라, 김소연, 김지민, 데비한, 윤정미, 이동기, 이은종, 정치영, 조주현, 최윤정, 하태범 등 13명의 작가는 미디어로 인해 엑스터시스(ekstasis)된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며 그것과 연관된 중독, 환상, 환각을 포함한 다양한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이 지닌 복합적 특성을 바탕으로 정치, 역사, 문화, 인종, 젠더, 자본주의 등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주요 쟁점들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작가들은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기호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정보전달방식을 시니컬하게 비틀거나 그것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데, 이렇게 이끌어낸 결과물은 미디어와 밀접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미디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이자, 그것에 의해 무의식적,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회화, 설치, 영상, 사진 41점이 전시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6

창의력과 바른인성 키우는 행복 배움터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자리한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구 경상북도학생문화회관)은 시원시원한 건물 외관에 초·중학생들이 참여하는 각종 체험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들로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경상북도교육청 직속기관인 이곳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2010년 11월 10일부터 매년 어린이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2010년부터 초등 3~4학년 대상책읽기부터 자신만의 책 만들기문인화 그리기까지 다양한 활동체계적인 독서활동 지원 `호평`대부분 지역 문학인이 독서모임의 강사를 맡아 왔다. 지난해 12월 23일, 2017년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만난 아이들은 지도강사에게 연신 “내년 어린이 독서모임은 언제 시작해요? 내년도 꼭 다시 참가하고 싶어요”등 아쉬움 가득한 모습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미리 예고된 독서계획표에 맞춰 일주일동안 가정에서 책을 미리 읽고 와서 독후 활동을 했다. 책읽기 활동부터 학생들이 직접 자신만의 책 만들기, 라이스페이퍼에 동화 주인공과 한장면 그리기, 한시를 읽어 온 날에는 선비가 돼 부채에 문인화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1년 동안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체험담을 들어봤다.김보민(4학년)양은 “유명하신 선생님과 하는 수업을 왜 방학에 안하냐”고 되물으며 웃었다.양채은(4학년)양은 “너무 즐겁게 다녀서 모든 활동이 공부가 아닌 놀이였다”고 했다. “시집을 읽고 와서 선생님이 제목 맞추기 퀴즈를 내주시면 맞추고 시를 들려주면 얽힌 카드를 먼저 찾기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한다.김가람(3학년)양은 “마지막 수업 때 한자카드게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6학년 언니가 팀장이 돼 두 팀으로 나눠서 했는데 팀워크가 좋아서 자기가 속한 팀이 이길수 있어 좋았다”고 자랑했다.전예원(4학년)양은 “편지형식으로 일상을 전한 `키다리아저씨` 책이 가장 기억나고 좋았다”고 했다. “자신만의 키다리 아저씨 책 만들기를 해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해서 뜻깊었다”고 한다. “키다리아저씨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전혜나(4학년)양은 “마지막 수업 때 선물로 주신 선생님 수필동인지가 제일 인상 깊어서 어머니랑 함께 읽었다”면서 “우리 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더 신기했다”고 한다. “엄마도 모처럼 문학소녀 흉내내던 시절 감성으로 돌아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해서 가족에게 모두 유익한 1년이었다”고 했다.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어린이 독서모임에서 진행되는 독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독서 동기 부여를 위한 것이 아닌 어린이 독서회원이 예의범절과 올바른 인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어린이들의 체계적인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만큼 그림책과 시, 수필 등의 다양한 장르의 선정도서를 읽고 독서토론과 역할극 등의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많은 어린이들이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을 찾고 있다.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어린이 독서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여 동안 진행되며 2월 중순 및 7월 중순에 참가 신청해 참여 가능하다. 문의 245-7768./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6

창작의 산실 포항예총회관 건립 추진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포항지회(이하 포항예총)가 최근 2018년 운영 계획을 밝혔다. 포항예총 산하 8개 예술단체 모두 연례적인 활동은 물론 그 외의 다양한 행사에서도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계획이다. 특히, 진일보한 단합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계획을 실천할 계획이다.포항예술사·새로운 형식의 예술지 발간 계획해외문화탐방 통해 예술적 영감과 역량 강화△해외문화탐방 진행포항예총은 각 단체별 지역 활동 이외에 선진 `해외문화탐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회원들의 예술적 영감과 역량을 강화시켜 새로운 예술문화콘텐츠 개발로 승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새로운 형식의 예술지 발간2017년 현재 통권 12호가 발간된 포항예총 예술지 `예술포항`의 발간 형식을 혁신할 예정이다. 현재 연1회 12월에 발간하는`예술포항`을 무크지 형식으로 혁신한다. 특히 타 지회와 비슷한 형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내용과 자유롭고 풍성한 내용으로 구성해 지역 예술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심도 있는 본격 예술지를 지향할 계획이다.△포항예술사 발간 준비 작업 추진1981년 포항예총이 출범한 뒤 38년을 이어온 지역의 예술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포항예술사` 발간을 위한 준비 작업을 추진한다. 포항예술사의 발간은 무한히 발전해 갈 지역의 예술문화가 지향해야할 좌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예술문화 아카이브 구축작업도 병행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2018 예술인 한마당송구영신의 마음을 담은 예술인 한마당 행사는 자연재난으로 인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으나 창의적인 기획임을 인정받은 지난해 형식을 더욱 개선하고, 울산예총·경주예총과의 해오름동맹 협약을 통한 협력으로 우수한 예술문화 향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예총회관 건립 추진지역 예술인들의 숙원인 예총회관 건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예총회관은 예술단체와 예술인의 창작활동에 있어 더없이 든든한 플랫폼이 될 것이며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지역 예술문화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류영재 포항예총회장은 “인구 50만의 경북 제1도시 포항은 산업도시에서 예술문화 중흥을 기반으로 환동해 거점 문화도시를 표방한 시정을 펴고 있으나 예술문화 발전의 주역인 예술가의 활동 환경이 열악한 현실이다. 경북 도내의 타 시군과 비교해보면, 구미시의 경우는 별도의 예술회관을 신축했고, 경주시나 안동시, 김천시 등 대부분 시 지역은 문화예술회관(혹은 예술의전당) 내에 예총 8개 단체의 사무실이 함께 있어서 장르 간 협업이 용이한 상태”라면서 “포항예총을 비롯한 여러 예술단체의 사무국이 임시공간을 전전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차치 하고서라도 포항이라는 도시 규모와 맞고 효용성이 잘 반영된 예총회관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시급하다 여겨진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5

포항시립도서관 `네 권의 책으로 만나는 우리 고전` 강연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송영희)은 오는 17일부터 2월 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알수록 빠져드는 우리 고전-네 권의 책으로 만나는 우리 고전` 강연을 포은중앙도서관 3층 배움1터에서 개최한다.이번 강연은 우리 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우리 고전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고 우리 고전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마련했다. 시민들에게 우리 고전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사상을 찾는 강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댜. 강연은 고전에 관심 있는 청소년 및 일반시민 50명에 한해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는다.한국고전번역원은 시대를 뛰어넘어 삶의 지혜를 전하는 고전을 살아있는 언어로 번역하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우리 고전을 국민들에게 전파하는 문화학술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고전번역원은 포항시민이 우리 고전과 한층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뜻으로 포은중앙도서관에 150권의 한국고전번역원 발행자료를 기증하고, 4주간의 강의 자료도 무료배부한다.송영희 시립도서관장은 “우리의 기록문화유산 강연을 통해 고전의 이해도를 높이고, 생활 속 우리 고전읽기의 기초를 마련함과 동시에 고전대중화에 기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랐다.이번 강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phlib.pohang.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5

1월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 공연 전통 발라드 `슈가발라더` 보세요

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하는 경주예술의전당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 시리즈의 2018년 상반기 라인업을 14일 발표했다.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은 매달 마지막 주에 진행되는 대형 공연으로 연이은 매진을 통해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경주문화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문화후원 협약 이후 다양한 공연 시리즈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한수원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시리즈와 대형 공연을 지역 메세나 사업을 통해 객석 10%를 문화소외계층에게 제공하는 등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는 공연 횟수를 증가시켜 문화소외계층 초청 범위를 원전 지역민으로 확대 운영한다.1월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은 이현우, 김정민, 김형중이 출연해 발라드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전통 발라드 공연 `슈가발라더`사진를 선보이며, 2월은 거미, 최정원, 남상일이 출연하는 국악을 통해 풀어본 `불후의 명곡`, 3월은 원로배우 이순재, 신구의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가 예정돼 있다.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은 오픈과 동시에 예매사이트 랭킹 1위에 연일 오르며 지역문예예술회관에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R석 5만원, S석 4만원원이며 경주시민 및 경주 소재 학교 학생 및 기업 직원은 신분증이나 증빙자료를 제시하면 전석 2만원에 관람이 가능하다.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gjartcente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경주문화재단 측은 “이번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 2018년 상반기 공연은 지난해 20여 차례 걸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대중공연, 연극, 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 이뤄졌다”며 “앞으로 지역민들의 높은 수준의 문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품격 대형공연으로 공연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5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다

▲ `늙은 여자를 만났다` 최옥정 지음·예옥 펴냄 소설·1만3천원작가에게 `잘 쓰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은 `성실하게 쓰는 것`이 아닐까.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소설가 최옥정(54)은 주목받아 마땅한 사람이다.보통의 작가들보다 늦은 30대 중반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최옥정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마라톤 선수처럼 20년을 질주해왔다. 우직했고 정직했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소설가에게 맡겨진 소임은 `소설을 쓰는 것`.최 작가의 경우엔 소설만이 아니었다. 산문집을 통해 인간의 삶에 새겨진 미세한 흔적들을 관찰했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글쓰기 노하우도 공개했다.최근 1년 사이에 최옥정은 적지 않은 책을 내놓았다. 장편소설 `매창`, 문장을 훈련하고 자신의 생각을 그 안에 담아내는 방법을 알려준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그리고 최근 출간된 작품집 `늙은 여자를 만났다`까지. `늙은 여자를 만났다`엔 살아서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던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동유럽 체코로 떠나는 여자가 등장한다. 또 다른 소설을 쓰기 위해 어디론가 훌쩍 떠날 것만 같은 최옥정을 붙들고 인터뷰를 부탁했다.-새로운 소설집이 나왔다. 이제까지 적지 않은 책을 냈지만 낼 때마다 심경은 다를 듯하다. 어떤 기분인가?“첫 번째 창작집이 나온 지 십 년이 넘었다.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은 나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 편 한 편마다 그 소설을 쓸 때의 내 삶이 보인다. 그래서 애틋하기고 하고 짠하기도 하다.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고 내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는 점은 스스로 격려해주고 싶다. 내가 우직한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늙은 여자를 만났다`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표제작이기도 한데 `늙은 여자`라는 게 단순히 `나이 많은 여자`를 뜻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의미인가?“쓸 때는 뭔가에 이끌려 쓰니까 사실 내 안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 몰랐다. 여덟 개의 작품이 창작집 하나로 묶이니까 내가 삶의 시련과 고통을 몸에 새기면서 늙어온 여자가 가진 생명력에 관심이 많다는 게 보였다.흔히 고생하면서 나이 먹은 여자가 강퍅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만나보면 그들에게는 인간, 특히 약한 인간에 대한 연대감이랄까 연민, 보살피고 보듬어주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나는 항상 그게 신기했다. 겪어본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나를 건너가서 너에게 다다르려는 그 마음에 늘 경탄했다.그동안 내가 이렇게 나이든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운이 좋았다는 건가. 정릉에 대한 소설에도 `육백 살 먹은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조선시대 왕비의 정령이 정릉에 살고 있다고 느끼고 거기서 묘한 위안을 받는다.”-평론가 이경재는 “최옥정의 소설에서 인간은 온전한 삶의 의미나 목적 없이 생존을 이어간다. 작가는 이 허방 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평했다.“나는 줄곧 인생에서 목적이나 의미를 찾고자 애쓰면서 살아온 인간에 속한다. 나를 방치하거나 되는대로 나를 세상 흐름에 맡기는 대범한 사람은 아니다. 늘 애면글면 뭔가를 모색해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소설을 쓰면서 인물을 만들어 나갈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생존에 대한 의지가 삶의 의미에 앞선다는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실패할 줄 알면서 살기 위해 뭔가를 끊임없이 도모하다 부서지는 인간들한테 관심이 많다. 이런 인간들은 자기가 아픈 줄도 망한 줄도 모른다. 그냥 원래 그렇게 살아야하는 줄 알고 힘겹게 하루하루 삶을 이어간다.”-“`소설은 진짜여야 한다`. 얼핏 터무니없는 것 같은 이 말을 바라보며 소설을 써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학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를 짐작케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준다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소설을 어떻게 써야할 줄 몰랐다. 그래서 소위 소설쓰기를 익히고 여러 편의 소설을 써오면서 느낀 건데 삶과 함께 가지 않는 이야기는 결국 실패한다. 내가 아는 것, 내가 몸으로 찾아낸 이 세상의 그 무엇, 그것이 작고 보잘것없고 별게 아니라도 그것만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지어낸 것에서는 금방 먼지가 날리고 진기가 날아가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의 삶에서 추출한 이야기만을 하게 된다. 잘 모르는 이야기는 아무리 교묘하게 만들어도 쓰는 나도 재미없고 읽는 독자도 재미없어 한다.”-대학을 졸업하고 영어교사를 하다가 30대 중반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교사직을 버리고 소설로 옮겨간 계기가 있는가?“교사는 오래 하지 않았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내가 가르친 학생은 모두 영문과에 가고 싶어 하기에 내가 좋은 선생인 줄 알았다. 나는 확실히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선생이었다. 그런데 학교는 시스템이 있고 가르치는 일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지 않을까 하는 패기가 그때는 있었다.작가의 길에 들어선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돈은 못 벌지만 나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읽고 생각하고 끼적거리며 궁리하는 걸 좋아한다. 무엇보다 나는 심심한 걸 잘 모르고 지루해하지도 않는다. 소설 쓰면서 매일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며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도, 다 쓰고 나서 고치고 또 고치는 노동을 힘든 줄 모르고 한다.”-깨물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그러니 어려운 질문이다. 작품집 `늙은 여자를 만났다` 중 딱 한 작품만을 골라 읽을 독자가 있다면 어떤 걸 추천하고 싶은지?“`일요일의 달팽이`다. 잘 써서라기보다 앞으로 내가 아무리 소설을 잘 쓰게 돼도 이런 느낌의 소설은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잘 썼다기보다 이 뜨겁고 맑은 마음, 한 가지를 미친 듯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애착이 간다. 문체도 분위기도 독특해서 이런 시도를 해봤다는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늙은 여자를 만났다`를 관통하는 세계관이나 철학은 뭔가?“세계관, 철학 그런 건 나중에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그때그때 내 앞에 닥친 일,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걸 쓸 뿐이다. 이 소설집에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자기 삶을 사랑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으며 걸어가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아마도 그게 내가 아는 인생일 거다. 나는 아프다고 크게 우는 사람보다 아픈데 아픈 줄도 모르고 울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사람에게 더 공감한다. 그런 사람들 이야기다.”-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 동안 3권의 책을 숨 가쁘게 출간했다. 이번 단편집, 장편소설 `매창`,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까지. `다작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는데, 어떻게 답할 텐가.“다작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책을 못 내다가 계약한 책들이 올해 한꺼번에 나온 거다. 해마다 한 권씩 나오면 좋으련만 출판사마다 사정이 있고 출판시장도 녹록치 않아서 일이 그렇게 됐다. 나는 언제나 글을 쓴다. 거의 호흡처럼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느낀다. 책이 나오는 건 내 리듬이나 작업 결과와는 별개의 일이다.”-`매창`과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해주면 좋겠다. 이 두 권의 책을 쓸 때는 어떤 심정이었고, 어떤 필요성에 의해 출간한 것인가?“얘기했다시피 나는 내가 아는 것, 확실히 갈피를 잡은 것에 대해서밖에 말하지 못한다. 인사동에서 9년 정도 한문고전 읽기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매창`은 그 시절에 모티브를 얻어서 쓰게 됐다. 천재이며 기인이었던 허균의 여자 친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평생 허균과 육체관계를 갖지 않은 소울메이트로 서로를 성장시킨 관계를 맺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빼어난 시를 40편 넘게 남길 수 있었던 시적 재능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지평을 넓힐 줄 아는 천품에 반해서 쓰게 되었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고생도 많이 했고 3년도 더 걸린 작품이라 애착도 가장 많다.`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역시 내가 오십이 되면서 내 주위사람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끼게 됐다. 배울 만큼 배우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퇴직을 앞두고 갑자기 사춘기 아이들처럼 허둥대고 헤매는 걸 봤다. 아, 이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 지금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고 강의를 하면서 그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됐다. 거기에 현재의 내 삶을 담은 에세이를 합쳐서 책을 냈다. 이 책은 나보다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썼다.”-평론가 방민호는 “나는 그녀에게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삶과 문학이 어떻게 아름답게 맞물릴 수 있는지”라는 말로 당신의 문학적 태도를 상찬했다“과분한 말이다. 부끄럽다. 더 열심히 뭔가를 했어야 하지 않나,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작가의 말`에도 썼듯 다만 내가 문학을 포기하지 않고 흔들리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만큼은 칭찬해주고 싶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해준 소설가 최옥정.-30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50대 중반이 됐다. 이제 소설이 무엇이고, 소설가는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됐는지? “여전히 소설 앞에서는 맨 처음의 어리둥절함을 느낀다. 매번 `어떻게 써야하지?` 고민하면서 한 글자씩 타이핑을 한다. 한 가지 좀 분명해진 건 있다. 이 세상에 속일 사람 하나도 없다. 남도 못 속이고 나도 못 속인다. 그냥 정직하게 나만큼만 쓰자, 그런 마음으로 쓴다.”-식상하고 빤한 질문이지만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이 질문에 대한 답은 위에서 충분히 한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얼마 전에 다른 작가들과 한 적이 있다. 당신이 쓰고 싶은 궁극의 소설은 무엇인가? 그때 들은 답이 우문현답이었다. `작가에게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궁극의 소설이야.` 소설을 쓰고 있다면 그 자체로 그것이 최고의 상태인 것이다.”-독자와 세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올해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1-12

詩人의 눈으로 신앙을 성찰하며 쓴 글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후 50여 년간 수많은 시와 에세이 등을 써온 유안진 시인이 그간 사색하고 통찰한 내용들을 독창적인 표현과 유려한 문체에 담아 산문집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출간했다. 사진 책을 낸 가톨릭출판사는 “등단 이후 처음으로, 신자들을 위해 시인의 눈으로 신앙을 성찰하며 쓴 글들도 수록됐다”고 부연한다.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엔 `담쟁이 잎새에도 내려와 준 가을 하늘` `불빛,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응 예술` 등이, 2부에는 `함께 걸었는데, 혼자 걷는다` `80살도 중년기! 인생 최고의 시기` 등의 제목을 단 에세이가 실렸다.`한글, 평화통일의 희망이다` `자식의 은혜로 부모님 은혜까지` 등의 작품은 3부에, `상처, 만나 꽃피우는 장소` `태초에 시인을 창조하셨다` 등은 4부에 실렸다. 마지막 5부는 `아빠 목소리 잊어버릴까 봐 겁나`라는 제목의 산문이 장식한다.책 속에선 아래와 같이 깔끔하고 미려한 문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나는 밤을 더 좋아한다. 밤이야말로 모든 생명체에게 베푸는 신의 최고 자비로움 같다. 낮 동안 핏발 서던 두 눈이 어둠 속에서야 시원하고 편안해지곤 한다. 적절히 가려 주고 숨겨 주어서 어둠 자체만으로도 휴식이 된다고. 눈만이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이 어둠의 덕분으로 비로소 쉴 수 있는 듯….”출판사측은 “유안진 시인은 이 책에서 이기는 것이 지는 것이라는, 또 80세도 중년이라는 경쾌한 주장을 펼치고, 고약한 시어버지와 지혜로운 며느리에 관해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들었음직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사투리와 고유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말로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의 매력을 설명했다.“사랑했고 사랑 주었던 이들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까? 같은 밤에 뜨고 지는 달과 별을 같은 시간에 쳐다보기는 할까? 지금 이 순간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제일이라는 진실에 눈 열려 버린 이 순간이 슬프다”라는 유안진 시인의 문장은 춥고 외로운 겨울을 살고 있는 독자들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유 시인은 1941년 경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미국 유학 중에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 매료돼 30여 년간 전통사회의 여성과 아동 관련 민속자료를 수집해 연구했다.이와 관련해 `한국전통아동심리 요법` `한국 전통사회의 육아방식` `한국여성, 우리는 누구인가` 등의 책을 썼고, `달하`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숙맥노트` 등 17권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월탄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1-11

“남북 고위급 회담 환영…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종교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국내 7대 종교의 화합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는 8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환영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평화 메시지를 발표했다.종지협 공동대표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로 발표된 메시지는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의 일”이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의 의의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이어 종지협은 “남북고위급 회담 개최를 크게 환영하며, 이번 회담이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경색됐던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고 세계평화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위급 회담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순 없겠지만 앞으로 난제를 풀기 위한 추가 협의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종지협은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이번 회담을 지지하고 성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대화를 적극 지지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종지협은 “이번 회담 의제가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이듯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남북관계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도 말하며 “종교인들 역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놓기 위한 일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1-11

교황 “예수 따르는 것은 삶 위한 탈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고귀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매일을 예수 탄생의 날처럼 기쁨 속에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고 당부했다.이번 대축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메시아를 향해 별을 보고, 고난의 먼 길을 걸어 아기 예수에게 예물을 바친 행위에 주목했다. 그들이 바라본 별은 희망과 구원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이를 지목해 교황은 “오늘날의 우리는 세속적인 것에만 집착해 더 이상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미사를 통해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우리는 여전히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볼 줄 아는가? 어떻게 꿈을 꾸고, 하느님을 갈망하고, 그분이 주시는 새로움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는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세상 풍파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방박사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고귀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부연했다.이는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동방박사들처럼 두려움 없이 어두운 길로 나설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안주의 유혹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예수님을 찾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기다리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교황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의례적인 행위가 아닌 삶을 위한 탈출”이라고도 했다.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에는 “아픈 사람을 돌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진심으로 돕는 것이 예수님께서 기뻐하실 예물”이라는 내용과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내어줄 수 있는 선물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권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대축일 미사 다음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34명의 아기들에게 세례를 진행하며 “조부모와 부모는 아이의 신앙적 스승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한편, 교황은 지난 8일엔 국제사회를 향해 “남한과 북한의 대화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이날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을 만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난관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핵 개발과 핵 실험으로 인해 긴장관계가 조성된 한반도 상황도 언급했다. 더불어 남북한 간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이에 덧붙여 교황은 “군비를 축소하고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인류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군비 축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핵무기 확산 방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1-11

왜 하필 비극인가? 인문고전에서 배우는 인간, 그리고 감정

어느 철학자는 “책을 읽읍시다. 독서는 가장 내실 있는 수련입니다”고 했다. 지난해 바쁜 일상에 쫓겨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면 올해엔 정말 책과 친해지는 한해가 되도록 해보자.독서는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물론 힘과 용기를 얻어 변화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독서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을 때는 독서회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럿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책을 훨씬 풍부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읽으면 독서가 훨씬 재미있고 효용도 높아진다.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모임 4곳을 차례로 소개한다.2014년 창립해 4년간 활동`일리아스` `오디세이아``오이스퀼로스 비극전집``그리스신화`까지월요일, 서길원씨가 강의 맡아월요일이면 고전을 읽기 위해 도서관으로 가는 이들이 있다. 포항시립대잠도서관에서 `위대한 저서 목록`에 나오는`인문고전을 함께 읽는 강좌`가 3층 세오녀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한 학기에 한 권의 고전을 읽는 목적은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아닌 라틴어에서 바로 한국어로 완역된 원본 그대로를 완독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내용의 줄임이나 오역이 없는 온전한 이야기 그대로의 고전을 회원들이 강사와 함께 읽어낸다.지난 2014년 창립해 현재까지 만 4년을 활동했다. 그동안 첫 해에`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다음 해에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을 자세히 살폈다. 3년째인 2016년에 `돈키호테` 1권과 `걸리버여행기`를 읽고 지난해 상반기에 `캔터베리이야기`를, 하반기에 `모비딕`을 읽었다. 내년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을 것이라고 한다.고전은 신화를 아는 사람이 읽는 책이라 하니 `그리스신화`가 필독서다.이 모임에 처음부터 참여한 노미영씨에게 왜 고전을 읽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은 사라진 영웅들의 삶을 읽다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소시민으로서 조금은 더 고양된 자신의 삶에 눈을 뜨게 된다고 한다. 불멸의 신을 보며 필멸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고 한다.그런데 왜 하필 비극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은 비극을 통해서 인간의 감정을 승화시킨다고 봤다. 인간 본연의 희로애락은 비극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극이야말로 진정한 문학이라 여긴 그들은 비극경연대회를 열만큼 슬픈이야기에 빠졌고 경연대회에 참여한 이야기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을 호메로스가 정리했다.기원전 1350년에서 1100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 전쟁을 전 세계적인 유명한 이야기로 만든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를 읽다보면 100여 명의 장수가 등장한다. 어느편인지 자꾸만 헷갈려서 집중하기 위해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이름을 종이에 적어놓고 끊임없이 찾아가며 읽어야 했다고 하니 녹록치 않은 작업이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모임의 살림살이를 맡은 총무가 다음시간에 빠진다고 해서 왜 못오냐고 누군가 물으니 헤카톰베를 해야해서 바쁘다고 했단다. `일리아스`를 함께 나눈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했다고 한다. 100마리 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란 의미이니 대부분 회원이 주부인 고전읽기반이라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다.`위대한 저서 목록`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나온 도서목록이다. 이런 깊은 독서를 이끄는 강사는 대구고전읽기모임인 파이데이아에서 오랫동안 간사로 활동한 서길원씨다. 그는 역사교육과를 나와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대구중앙도서관에서도 같은 이름의 강의를 하며 고전에 해박한 지식을 회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3월부터 12월까지 2, 4주 월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 이런 유익한 수업이 무료이며 포항시민 누구나 신청가능하다니 올 봄에는 대잠도서관으로 달려가 봐도 좋겠다. 25명 선착순. 참여방법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 2월 중순부터 신청. 문의 270-5676./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0

대구시향, `2018 새해음악회` 관객과 첫 만남

대구시립교향악단이 `2018 새해음악회`로 관객들과의 새해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고, 연주자와 교육자로 세계를 누비는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협연한다.첫 곡은 독일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설립자이기도 한 오토 니콜라이의 오페라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서곡이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특히 작품의 서곡은 연주회용으로 자주 연주된다. 이 서곡의 밝고 화려한 선율은 작품 전반의 유쾌한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 준다.이어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간주곡과 레온카발로의 오페라`팔리아치`간주곡이 연주된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과 함께`오페라 3대 간주곡`으로 꼽히는 이 두 간주곡은 오페라의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짧은 곡으로 독립적으로 자주 연주된다. 간주곡 특성상 비교적 짧지만 아름다운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고, 두 작품 속 주인공들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듯 공통적으로 애수가 깃들어 있다.다음 무대는 요제프 헬메스베르거 2세의`악마의 춤`을 선보인다. 정열적인 왈츠를 하이라이트로 사용한 흥미로운 춤곡인데, 중세 선법을 통해 악마적인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점차 고조된 분위기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들려주는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으로 이어진다. `집시의 노래`란 뜻의 `치고이너바이젠`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명곡이다. 사라사테가 헝가리 여행 때 그 지역 집시들의 민요와 춤곡을 소재로 만든 것이다. 기교적으로는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무척 화려할 뿐만 아니라 열정이 담겨 있으며, 드라마, 광고 등에 종종 사용되어 친숙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이경선은 1991년 한국인 최초로 워싱턴 국제콩쿠르 1위를 비롯해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등에 연속 입상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2014년 난파음악상을 수상했다. 서울대 음대 졸업 후 피바디 음대에서 대학원 석사 및 아티스트 디플로마, 줄리어드 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세계 각국의 음악제에 초청받고 있으며 콜퍼스 크리스티 국제콩쿠르 등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창원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서울비르투오지그룹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공연의 중반을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빈 왈츠와 폴카 음악이 펼쳐진다. 빈 춤곡의 중심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새해음악회에서는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를 비롯해 그의 두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1827~1870)와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1835~1916)의 작품을 연주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10

대규모 뮤지컬·지역 기반 특별전 등 기획공연·전시 활성화

포항시민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포항문화재단이 최근 2018년 새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출범 2년을 맞아 지역문화 도약과 재단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문화재단의 자생력 및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후원자 발굴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역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대형 뮤지컬, 지역 정체성 연계 특별전시회 등 기획 공연 및 전시를 활성화 한다. 또한 전문가들을 육성지원하기 위한`동네방네 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포항 시민 누구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도시 기반 조성을 위해 구룡포 생활문화센터 아라예술촌 및 생활문화동아리 운영을 활성화하고,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거리공연 활성화 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 포항`활성화로 구도심 문화 재생올해 개최될 `국제불빛축제`국내 최초 불꽃경연대회 신설스틸아트페스티벌·호미곶 축전□ 지역 순수예술의 지원확대, 문 화 재단 자생력 확보를 위한 후원회 구축`동네방네 예술프로젝트`는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지원해 기초예술분야 자생력 강화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사업이다. 2018년 시범 사업으로 10개 내외의 단체에 신작을 중심으로 한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후원회를 구성해 후원의 밤 행사,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재정적 독립기반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재단은 또한 포항지역의 문화예술 진흥 및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주요현안 및 이슈에 대한 논의와 담론을 활성화 하고 나아가 지역의 특수성과 정체성에 기반한 문화정책연구 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포항시 문화공간 활성화방안 연구`를 통해 포항시가 보유한 다양한 문화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포항시 문화공간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비 확보 등을 통한 신규 문화공간 조성 방안을 검토해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 대규모 뮤지컬과 지역 정체성 기반 특별 전시, 다양한 기획 공연 및 전시 예정문화도시 브랜드 형성을 위한 다양한 기획 공연 및 전시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형 뮤지컬 뿐만 아니라 지역 정체성 기반의 전시회 등 시민들의 니즈(요구)를 반영한 시즌별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특히 굿네이버스 협력사업을 추진해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교육을 통해 포항만의 차별화된 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도비 확보를 통해 예술아카데미를 확대 실시한다.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플러스 포항은 영화 관련 전문 기획자를 채용해 프로그램,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해 다양한 독립영화 상영으로 구도심 문화공간 재생 및 육거리를 활성화한다. 더불어 문화예술회관의 안전, 환경, 편의 등 서비스 개선을 통해 시설 이용도 및 고객 친밀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 시민 및 재단 주도형 축제 추진으로 해양관광도시 포항 위상 강화포항 대표 축제의 차별화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제15회 포항국제불빛축제는 국내 최초 포항불꽃경연대회 신설과 불빛 연계 프로그램 강화, 시민의 행복과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프로그램 강화, `마음 속의 빛` 주제의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2018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전 프로그램을 재단이 직접 기획, 운영해 재단 역량을 강화해 축제 수준을 향상시키고, 철강기업체 및 시민참여 작품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향상할 계획이다. 제21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대축전 역시 재단이 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하며, 시민축제기획단의 역할을 강화해 시민참여를 확대한다.이외에도 포항지역 마을축제 컨설팅으로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인 축제전문가 모니터링을 구축해 지역축제의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해 마을 축제를 모니터링하고 중장기 비전과 운영 전략을 수립하여 축제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 시민이 만들어가는 생활 속 문화, 재단 자체기획 제1회 거리예술축제 추진도심공간과 결합한 창의적 거리예술활동으로 제1회 포항 거리예술축제를 마련한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최고의 수준을 지닌 거리예술가를 초청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 상품화와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할 계획이다.구룡포 생활문화센터 아라예술촌은 현 정부의 생활문화진흥 정책과 부응하는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포항의 유일한 생활문화센터로서 성공모델을 창출하고자 한다. 정규 프로그램, 주말 상설 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을 연중 개최할 예정이다.또한 영일대해수욕장, 포항운하 등에서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 수준 높은 거리공연문화 조성을 위해 버스킹 무대 운영 규정을 제정하고 현장 관리감독 인력 운영으로 생활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시민 누구나 문화를 체험하는 생활문화도시 포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전문예술가를 파견해 생활문화동아리 활동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생활문화동아리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시민 주도형 생활문화도시 분위기를 조성한다.박준상 포항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1년 재단 출범 후 조직 안정화와 역할 정립의 단계였다면 올해에는 재단이 본격적으로 독창적 문화사업을 추진해가는 해가 될 것”이라며 “각종 기획 공연 및 전시와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예술인 지원사업, 생활문화 확산 등을 통해 지역의 문화발전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