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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차돈 발자취 통해 나아갈 길 고민하자”

“이 세상 가장 귀한 게 사람의 목숨이라지만, 큰 뜻과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두려워해서야 어찌 그를 대장부라 부르겠습니까. 나의 죽음으로 이 땅에 불법(佛法)이 제대로 설 수 있다면 제 목숨을 아낄 이유가 없습니다.”지금으로부터 1490년 전. 불교의 공인이 절실했던 신라 법흥왕 앞에 선 스물한 살 청년 이차돈은 위와 같이 말하며 죽음을 자처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등의 고서를 읽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처형자에 의해 베어진 이차돈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아닌 흰 젖이 쏟아졌고, 머리는 멀리 서라벌 백률사 대나무 숲까지 날아가 떨어졌다. 이런 기적에 놀란 신라의 관료들은 더 이상 불교 공인을 반대하지 못했다.이후 법흥왕은 불교를 이데올로기로 강력한 중앙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기틀을 닦은 것도 이 시기라고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한 사람의 젊은이가 버린 생명이 신라가 `천년 불교왕국`으로 발전하는 길을 열었던 것이다. 이차돈 성사는 서라벌 최초의 순교자(殉敎者)였다.지난 24일 오전 11시. 경주 흥륜사에서는 `이차돈 성사 추모제`가 열렸다. 흥륜사는 이차돈의 순교 이후 법흥왕과 진흥왕의 명령으로 축조된 사찰이다. 왕이 아꼈던 절이기에 지난시절엔 `대왕 흥륜사`로 불리던 곳이다.(사)이차돈·원효 양성사 봉찬회가 주최하고 흥륜사가 주관한 이날 추모제엔 이차돈 성사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그의 발자취에서 오늘날 불교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승려와 불교도 200여 명이 모였다.이차돈·원효 양성사 봉찬회는 `초대의 말`을 통해 “번뇌망상의 고통에서 해탈해 청정한 불심으로 믿음의 끈을 맺어줬다”는 말로 이차돈의 순교를 높이 평가하며, 향후 “하루하루가 성불의 날이 되고 정토가 청정히 빛나도록” 불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추모제를 알리는 타종 이후 연단에 오른 경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강석근 소장은 참석자들에게 이차돈 성사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려줬다.강 소장은 “흥륜사는 이차돈의 큰 뜻이 서려있는 절이다. 그의 순교는 신라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다”며 향후 이차돈의 순교가 가지는 역사적·문화적 의미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이어진 추모시 낭독에는 흥륜사 한주인 법념 스님이 나섰다. 법념 스님은 지난 8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2017 이차돈 성사 학술발표회`에 토론자로도 참여해 이차돈과 그의 사상을 대중들에게 알린 사람 중 하나다.법념 스님의 낭송한 이차돈 추모시에는 젊은 날 목숨을 버린 청년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향후 불자들이 열어갈 우리 사회의 미래까지가 오롯이 담겨있었다.흥륜사 주지 구화 스님의 인사말과 최양식 경주시장을 대신해 경주시 문화관광실장이 읽은 추모사 이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의 법어가 진행됐다.돈관 스님은 “오늘은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날”이라며 “죽음으로 불법을 세운 이차돈 성사를 기리는 이 자리의 의미를 모두가 가슴 속에 새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어 돈관 스님은 “1490년 전 바로 오늘,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며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그 울음 끝에 생겨난 절이 바로 흥륜사”라는 말로 참석자들에게 추모제의 중요성을 한 번 더 환기시켰다.행사의 피날레는 안형수 씨의 클래식기타와 정원영 씨의 바이올린 연주가 장식했다. 두 사람은 한국인들의 귀에 익숙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은 물론, 스페인과 프랑스, 헝가리와 북유럽 작곡가들의 작품까지를 두루 연주해 추모제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추모제를 마친 참석자들은 소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 흥륜사에서 마련한 점심을 들며 이차돈 성사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 흥륜사에서 열린 `순교 1490년 이차돈 성사 추모제`는 기억한다는 것과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동시에 전해준 의미 있는 행사였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9-28

신라 유리왕때 백성들 온 종일 흥겹게 보낸 데서 유래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 추석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으며 조상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가족 친지가 모여 음식과 정을 나누는 우리의 반가운 대명절, 추석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겨본다.수확한 햇곡식으로 제사 지내며 내년 풍년 기원`가배`는 길쌈놀이, `한가위`는 크다 라는 뜻 가져칭칭놀이·강강수월래 등 지역마다 다양한 놀이□어울려 놀며 즐기던 추석의 기원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한가위, 또는 가윗날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가배(嘉俳)라고 한다. 추석이 되면 무덥던 더위도 물러가고 서늘한 가을철로 접어든 때다. 그래서 추석을 중국에서는 중추절 또는 월석이라도고 불렀다.추석의 유래는 신라 때부터 시작됐다. 삼국사기의 유리 이사금 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부터 전국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음력 7월 16일 아침부터 8월 14일 밤까지 한 달 동안 집집마다 돌아가며 한자리에 모여 앉아 길쌈 내기를 시켰다고 한다.이때 왕녀 한 사람이 감독이 돼 그 한 달 동안의 성적을 종합해 8월 보름인 추석날에 발표했다. 그 결과 진 편은 술과 음식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대접했고 이날 종일토록 노래와 춤으로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날이 되면 길쌈을 하는 여자들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함께 즐겁게 지냈다. 이때는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였던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해 덩달아 사람들에겐 푸근한 인심이 넘쳐났다. 특히 왕녀, 귀족, 궁녀들도 호화찬란하게 꾸며 입고 곱게 단장해 하루를 마음껏 놀았다고 전해진다. 백성들은 이 날을 가배 명절이라고 하며 이 날이 되면 온 나라에 만세소리가 울렸는데 이 때의 풍속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추석이 됐다.추석에는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제사상을 차려 조상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차례상에는 내년 농사도 풍년을 이루도록 기원하는 바람이 함께 담겼다. 농경사회에서 결실의 기쁨을 만끽하고 다음 해의 풍년을 바라는 행위는 무척이나 중요했을 터.달이 유난히 밝은 명절인 추석은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길쌈놀이라는 뜻을 가진 가배, `크다`와 `가운데`라는 뜻의 한가위가 그것이다. 가을을 초추, 중추, 종추의 석 달로 구분해 그중 가장 수확물이 풍성한 가운데라는 의미로 중추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추석` 하늘에 제(祭) 올리는 세시풍속추석 무렵이 되면 넓은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어 황금빛으로 물들며 온갖 과일이 풍성해진다. 그래서 이 날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집집마다 햇곡식으로 만든 술과 햅쌀떡에 햅쌀밥을 지어 조상께 제사 지내며 선조의 산소에 성묘를 했다.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이 돌아가신 기제(忌祭)에 드리는 제사 말고도 명절날 차례를 드리는 풍습이 있다.차례(茶禮)는 서양의 명절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것으로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도리 곧 예(禮)를 되새겨 조상님과 후손이 함께 경건하게 치르는 문화다.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끝낸 뒤 술과 햅쌀밥, 송편을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낸다.이날 저녁 어린이들은 만세제끼를 하고, 젊은이들은 칭칭이놀이와 강강수월래 등을 부르며 추석 달빛아래 즐겁게 노는 풍속이 전해져 오고 있다. 특히 경상도와 호남지방, 전라도 여수 부녀자들이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노는것은 매우 색다르고 흥겹다.농촌에서는 달빛아래 꽃송이를 단 고깔을 쓰고 농악을 울리며 즐겁게 논다. 서울 근교에서는 처녀들이 동그랗게 둘러서서 닭놀이 유희를 했다. 그리고 옛날에는 추석 때에도 널뛰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거의 하고 있지 않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지금도 이 풍속이 남아있다.그네뛰기도 추석에 많이 하던 놀이이며 씨름, 줄다리기, 윷놀이 등이 추석 때 많이 하던 놀이였다.□결실의 맛, 추석 먹을거리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명절이다. 차례상을 차려 조상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명절 음식을 가족과 이웃들이 나눠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설날과 구별되는 차이점은 그해 수확한 햅쌀과 햇곡식, 햇과일로 조상에 대한 최고의 예의를 갖춰 차례상을 차린다는 점이다. 술도 햅쌀로 빚은 신도주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결실의 시기이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도 추석은 특별한 가치를 갖는 명절이 된다.이때는 무엇이든 크고 두껍게 만들어 그릇에 가득 차도록 담아냈다. 모자라지 않도록 넉넉하게 만들어뒀다가 돌아가는 친지와 자식에게 나눠주는 게 미덕이었다.추석의 대표적인 시절 음식은 송편이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해 반달 모양으로 만드는데 소로는 콩 팥 깨 밤 대추 등 모두 햇것으로 넣는다.올해 수확한 올벼로 만든 송편을`오례송편`이라 한다. 오례송편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에도 올리는 추석명절의 시절음식이다. 반달 모양으로 만든 송편은 둘을 합치면 둥근 달을 이뤄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고, 각각의 반달은 둥글게 차오르는 미래 지향의 흥성(興盛)의 상징이기도 하며, 보름달만큼이나 꽉 차도록 곡식을 여물게 해 준 달에게 감사하는 달 숭배 사상도 함께 들어있다.송편은 솔잎으로 켜를 하고 찌기 때문에 송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솔잎으로 켜를 하면 솔 향도 좋으려니와 송편이 서로 붙지 않아 예쁘게 만든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있어 좋다. 또한 솔잎에는 항균 성분이 있어 오래도록 상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추석 속담추석날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특히 다음해의 보리농사가 흉작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추석날 밤에 보름달이 보이지 않으면 개구리가 알을 배지 못하게 되고 토끼도 새끼를 낳지 못하며 산골에 심어놓은 메밀도 결실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윤희정기자

2017-09-27

제철별미로 만드는 추석 간식

추억에 기록된 특별한 음식은 단순히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함께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농밀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그 음식을 떠올릴 때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맛과 행복, 그리고 건강이 가득한 제철 별미로 올 추석 간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라면 그 추억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버섯잡채비타민, 단백질,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버섯. 폭신하고 쫄깃한 질감과 독특한 향내는 오감을 자극해 명절음식에 밀린 식욕을 돋워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한창 제철을 맞아 가을 향기도 한껏 느껴볼 수 있다.△재료생표고버섯·불린 목이버섯 3개씩, 애느타리버섯·팽이버섯 100g씩, 새송이버섯 1개, 당근·양파 1/4개씩, 당면 30g, 식용유 적당량, 소금·통깨 약간씩, 당면 양념(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깨소금 1/2큰술, 참기름 적당량, 후춧가루 약간, 물 1/2컵)△만들기1 생표고버섯은 5cm 길이로 채썰고 불린 목이버섯은 한 입 크기로 썬다. 2 애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은 밑동을 썰어 가닥을 나누고 새송이버섯은 길게 저민 뒤 5cm 길이로 굵직하게 채썬다. 3 당근과 양파는 씻어 5cm 길이로 채썬다. 4 당면은 찬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뒤 7cm 길이로 썬다. 5 ①과 ②의 손질한 버섯과 ③의 당근, 양파는 각각 소금 간한 다음 식용유를 둘러 달군 팬에 따로 볶아 식힌다. 6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당면 양념을 만든 뒤 달군 팬에 넣고 ⑤와 ④의 당면을 모두 넣은 다음 고루 버무리면서 볶은 뒤 통깨를 뿌린다.※Tip:버섯을 보관할 때는 적당한 양을 신문지나 종이타월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야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리고 버섯 특유의 맛과 영양을 잘 보존하기 위해 불에 익히는 시간은 되도록이면 줄인다.□녹차약식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곡류인 찹쌀과 카테킨 성분이 체지방의 흡수와 축적을 억제해 주는 녹차로 만든 녹차약식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의 명절 간식에도 제격이다. 녹차는 노화억제, 생체리듬의 조절과 면역력 증진 등 생명활동을 조절하는 기능성 식품이다.△재료찹쌀 1과 1/2컵, 밤 8개, 대추 3개, 잣 3과 1/2큰술, 녹차소스(녹차가루 3큰술, 설탕 1/3컵, 참기름 1큰술, 소금 1작은술, 물 1컵)△만들기1 찹쌀은 물에 2시간 이상 불린다. 2 밤은 껍질을 벗겨 잘게 썰고 대추 2개는 돌려깎은 뒤 곱게 채썬다. 대추 1개는 돌려깎아 돌돌 만 다음 얇게 슬라이스해 꽃 모양을 만든다. 3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녹차소스를 만든 뒤 냄비에 부은 다음 ①의 찹쌀과 ②의 밤을 함께 넣는다. 4 ③을 센 불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인 뒤 15분간 더 익힌 다음 약한 불로 5분간 뜸들인다. 5 ④에 ②의 채썬 대추와 잣 3큰술을 넣고 잘 섞는다. 6 ⑤의 약식을 밤톨만 한 크기로 둥글게 빚은 뒤 ②의 대추 꽃을 하나씩 올린 다음 잣 2알을 올려 장식한다. □단호박식헤단호박식혜는 개운한 뒷맛이 디저트로 좋다. 단호박은 특히 혈액순환을 돕는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며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 또한 풍부해 명절음식을 먹은 뒤 갈증해소에 좋다.△재료단호박 400g, 생강 60g, 엿기름 250g, 설탕 200g, 대추·잣 약간, 물 15컵△만들기1 엿기름은 생수에 넣고 바락바락 주무른 뒤 체에 밭쳐 앙금을 가라앉힌 다음 윗물만 뜬다. 2 단호박은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한 입 크기로 썰고 생강은 껍질을 벗겨 저민다. 3 ①에 물 2컵을 넣고 생강과 함께 우르르 끓인 뒤 체에 거른다. 4 남은 분량의 물에 ②의 단호박을 넣어 무르도록 삶은 뒤 체에 내린다. 5 냄비에 ③과 ④를 함께 넣고 설탕을 넣은 뒤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끓인다. 6 ⑤가 식으면 잔에 붓고 대추를 돌려깎은 뒤 돌돌 만 다음 얇게 슬라이스해 잣과 함께 올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도움말=박순늠 포항외식창업연구소장

2017-09-27

바다가 보이는 호텔 갤러리, 객실에서 누리는 한 폭의 여유

갤러리나 전시장이 아닌 호텔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이색전시회가 열린다.올해로 3번째 열리는 `포항호텔아트페어 2017`이 오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1층 로비와 9층 전층에서 개최된다.유럽과 일본, 홍콩 등지에서 성행해 이색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호텔아트페어는 숙박을 위한 공간이자 쉼의 공간인 호텔 객실과 연회장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함로써 미술 전시가 갤러리에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시를 통해 다양한 공간경험과 색다른 미술 관람의 자리를 마련한다.또한 실제 집에 배치해 감상하는 시뮬레이션 효과를 줌으로써 관람자들에게 재미와 편안함을 제공한다. 갤러리의 개성과 특색이 묻어나는 객실에서는 현 미술시장의 흐름과 주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폭넓은 가격대로 실제 집에 걸기 쉬운 중소 크기의 회화 작품부터 조각, 도예, 사진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포항호텔아트페어는 갤러리와 작가,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미술장터로, 회화, 조각, 사진 그리고 작가의 작품이 들어간 생활소품들이 전시 판매된다.이번 포항호텔아트페어에는 서양화가 임근우, 이존립, 곽연주 등 유명작가와 지역의 중견작가 이철진, 한승엽, 박해강을 비롯 1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서울 나화랑, 부산 아라, 대구 소나무갤러리 등 전국의 18개 갤러리에서 600여 점의 다양한 미술품들을 선보인다.행사가 열리는 호텔 1층 로비와 9층 객실은 갤러리로 변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와 함께 백암 서각촌의 추억을 넣어주는 나만의 컵 만들기 체험코너와 초빈산방의 약차·한차 시음회도 준비돼 있다.개막 행사는 10월 13일 오후 4시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로비에서 열린다.포항호텔아트페어는 지난해까지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가 주관했으나 올해는 포항호텔아트페어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개최하게 됐다.장미화 포항호텔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은 “인연이라는 부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풍경이 아름다운 객실에서 멋진 예술품을 감상하고, 미술품도 구입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트페어(Art Fair)란?미술시장을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보통 몇 개 이상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아트페어는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때때로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간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간의 연합으로 개최된다.미술품 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경매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화랑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꺼려지는 일반인이라면 우선 아트페어에서 시작해 볼 수 있다.아트페어는 다수의 화랑들이 부스를 하나씩 차리고 한 자리에 모여 한꺼번에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미술 장터`다.이 화랑 저 화랑 따로 다닐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요즘 잘 팔리는 작가는 누군지, 어떤 작품이 인기가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인기 작가부터 신인 작가까지, 비싼 작품부터 싼 작품까지 하루 동안 보고 비교하는 곳이다. 비교적 저렴한 소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작품이 빽빽하게 늘어선 장터라서 여유 있게 미술관 전시를 감상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아트페어에 가면 꼭 작품을 사지 않더라도 가격을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26

베르디 `레퀴엠` 영혼의 전율

구미시립합창단이 26일 오후 7시 30분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61회 정기연주회로 베르디가 남긴 세기의 걸작 `레퀴엠`전곡을 무대에 올린다. 베르디의 `레퀴엠`은 그가 남긴 오페라 `아이다`, `오텔로` 등의 수많은 대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작이다.`레퀴엠`이란 죽은 자의 넋을 기리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진혼곡(鎭魂曲)이라 불려진다.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이기에 다른 여러 작곡가들이 남긴 레퀴엠에 비해 오케스트라와 성악 간의 치밀한 구성, 곡 전반을 지배하는 극적인 표현과 선율로 청중을 압도한다.제1악장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et Kyrie)`의 합창으로 시작해 각기 다른 색깔의 7개 악장으로 구성돼 베르디만의 원숙하고 노련한 작곡기법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특히 제2악장 `분노의 날(Dies Irae)`은 장대한 선율과 극적인 전개로 다수의 광고와 영화에 등장했으며 강렬한 오케스트라와 합창 연주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영혼의 전율을 선사할 것이다. 제7악장 `나를 구원하소서(Libera me)`의 격정적인 소프라노의 독창과 이에 더해지는 합창을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끝까지 웅장하고 장엄하게 담아내고 있는 대작이다.이번 연주는 소프라노 이정아, 메조소프라노 백민아, 테너 이병삼, 베이스 전태현 등 정상급 솔리스트와 구미시립합창단과 특별 출연하는 경주시립합창단 등 90여 명이 함께해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할 예정이다.윤동찬 구미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며 경북도립교향악단이 반주를 맡는다.구미시립합창단 측은 “뛰어난 기량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내며 많은 관객들과 합창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구미시립합창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정기연주회를 통해 고품격의 클래식 합창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26

28일 대구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창작 대합창 `대구를 노래하다`

대구시립합창단이 `문화도시 대구`를 대표할 창작 대합창곡을 제작, 첫 선을 보인다.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개최하는 제138회 정기연주회 `칸타타 대구`가 그것이다.`칸타타 대구`는 대구를 대표하는 작곡가 홍신주가 작곡을, 시인 최규목이 작사를 맡았다. 대구를 대표하는 시민정신인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화운동, 그리고 대구의 명소 12경 중 다섯 곳을 소재로 창작됐으며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실용음악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총 4부로 구성했다.혼성 합창을 바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 소프라노 배혜리, 테너 노성훈, 바리톤 제상철의 솔로 무대를 가미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반주가 함께한다. 또한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협연으로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1부 무대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이 지금의 대구 시민의 긍지로 연결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구 시민의 노래에서 주제를 가져온 관현악 서곡으로 시작된다.2부 무대에서는 `2·2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두 곡의 연주가 이어진다. 대구 시민 정신의 표출이자, 국가의 민주화에 선구적 역할을 한 `2·28 민주화운동`을 웅장한 합창 선율에 담았다.3부에서는 대구시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꼽히는 `대구 12경`을 노래한 최규목 시인의 `내 마음의 열두 풍경` 중 다섯 편(팔공산, 신천, 경상감영과 옛 골목, 서문시장, 달성토성)을 주제로 노래한다.마지막 4부에서 `아, 대구여!`는 대구를 상징적으로 노래하는 두 곡, `대구 시민의노래`와 `대구아리랑`을 모든 솔로와 합창이 어우러지도록 해 `칸타타 대구`의 대미를 장식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26

국립경주박물관 가족·중학생·여성 대상 교육프로그램 3종 운영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가족, 청소년, 성인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교육프로그램 3종을 새롭게 개설했다. 가족 대상 프로그램으로 23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부처님 이름이 뭐예요?`를 진행한다.석굴암 본존불, 백률사 약사불 등 다양한 불상의 모습과 역할을 알아보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증강현실로 장창골 미륵삼존불을 만나볼 수 있다.불상 각 부분의 명칭과 수인(手印)에 담긴 의미를 함께 살펴보면서 다양한 불상을 이해하도록 준비했다.청소년 자유학기제를 연계해 진행하는 `똑똑! 박물관 두드림(Do Dream)`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을 알아보는 `박물관 선생님이 들려주는 박물관 이야기`와 문화재 복원 실습인 `나도 학예연구사`로 구성됐다.똑똑! 박물관 두드림은 오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주 화·목·금요일에 열린다.성인 여성 대상 교육프로그램 `박물관 여성문화강좌`가 개강한다.이번 학기의 주제는 `식생활의 역사와 문화`이며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한식의 기원과 역사, 고구려·백제·신라의 식생활, 조선시대 궁중음식, 조선시대 한글 조리서 속 음식이야기 등 세부 강의로 구성됐다.참가신청은 국립경주박물관 누리집(http://gyeongju.museum.go.kr)의 `교육 및 행사-대상별 교육`에서 선착순으로 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25

달구벌·서라벌 유혹하는 아름다운 클래식의 향연

클래식계 음악 거장들이 잇따라 경주와 대구 무대를 찾는다. 풍부한 연륜과 경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정상에 오른 연주자들이다. 10월 22일 `섬세한 열정을 겸비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에 이어 10월 31일 소프라노 조수미가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오후 5시)과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오후 9시)을 찾아 각각 독주회와 독창회를 연다.백혜선의 이름 앞에는 `섬세한 열정을 겸비한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화려한 스케일, 호쾌한 타건과 기교를 뛰어넘는 심오함과 섬세한 서정을 두루 표출하며 매 연주회를 통해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을 주는 연주 때문이다. 클래식 마니아들에게는 늘 관객과 호흡하며 감동을 주는 연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대구에서 태어난 백혜선은 20세기 피아노의 거장으로 불리는 음악가 러셀 셔면을 사사했다. 세계 굴지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메릴랜드윌리암 카펠 국제 콩쿠르에서의 우승 및 리즈 국제 콩쿠르에 입상해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콩쿠르 입상 후 이탈리아의 레이코모에 있는 국제 피아노 재단의 초청을 받아 알리치아 데 라로차, 칼 울리치슈나벨, 로잘린트렉, 알렉시스봐이젠버그등 세계 최고의 대가들과 함께 공부하며 수많은 연주회를 했다. 현존하는 세계 100명 피아니스트에 선정되기도 하며 런던 심포니, 보스톤 심포니, 워싱턴 내셔널, 러시안 내셔널 심포니, NHK 심포니, 모스크바 필 등과 협연했고 최연소 서울대 교수 임용으로 화제를 모은바 있다.2013년 9월부터는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초의 동양인 교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현재는 클리블랜드음악원 교수, 대구가톨릭대학교 석좌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며 부산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이번 대구공연에서는 호쾌한 타건과 기교를 뛰어넘어 심오함과 섬세한 서정을 두루 보여줄 베토벤과 리스트 곡들을 선보인다.1부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걸작인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선보인다. 33개의 작은 소품으로 이뤄진 이 곡은 베토벤 특유의 유머와 비웃음, 고집, 인간미, 너그러움과 자비 등이 표현돼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총망라한다는 평가를 듣는 곡이다.2부에는 리스트의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회상` 등을 연주한다.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기교적으로 최고난도에 속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 잘 알려지기 이전인 1986년, 카라얀을 비롯해 클래식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척박한 타지에서 세계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로 성장한 소프라노 조수미는 한국 출신 세계적 연주자 중 가장 바쁜 연주자 중 한 명이다. 데뷔 이후 30년간 세계 3대 소프라노로 꼽히며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조수미는 실력으로 평가받는 뉴욕 로마 등에서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세계인을 아우르는 활발한 연주 활동뿐 아니라 유엔이나 유네스코 등과 같이 음악을 통한 봉사와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자선콘서틀 펼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은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조수미는 나폴리 존타 국제콩쿠르, 프랜시스 비옷티 국제 콩쿠르, 스페인 비냐스 국제콩쿠르, 프레토리아 국제 콩쿠르, 베로나 국제 콩쿠르 등의 명성 있는 국제 콩쿠르를 우승했다.꾸준한 음악활동으로 1993년 이탈리아에서 그 해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수여하는 황금 기러기 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성악가에게 있어 큰 영광인 푸치니 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선정, 또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게오르그 솔티, 주빈 메타 등과 함께 주옥 같은 명반을 남겨 1993년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은 그 해 오페라 최고 부문에 선정돼 그래미 상(Grammy Award)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으며, 2000년 크로스오버 `Only Love`는 밀리언셀러의 판매기록을 남기기도 했다.이번 경주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를 비롯한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세계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25

미술과 함께 아름답게 물드는 낭만의 영일만 가을

포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계명대 미술대학 동문단체인 계명회(회장 최수정) 정기회원전이 2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린다. 포항지역 처음으로 대학 동문회를 결성한 계명회는 그동안 회원 개인마다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1991년 창립이후 매년 한 차례씩 정기 회원전을 가져 올해로 28회째 정기회원전을 맞았다. 이외에도 대전, 부산, 대구 등 순회전도 가진 바 있으며 회원들은 20대 후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자신만의 작업공간에서 벗어나 모처럼 선·후배가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합동작품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출품작은 30여 점. 한해 동안 열성으로 준비한 창작품 속에선 개개인의 개성이 묻어난다.자연주의적이며 서정적인 풍경화, 내적인 성격을 개성적으로 표현한 인물화, 인간 본연의 심리를 문인화로 표현한 작품 등 서양화, 한국화, 수채화 작품 등 다채롭다.40여 년을 자연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질감으로 그려내고 있는 최재영 작가는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동해 무릉계곡 풍경을 선보인다. 여름 계곡의 풍광을 기교와 테크닉 보다는 단아하게 면과 선, 색의 절제로 동양적인 여백의 처리를 이용해가며 편안하게 그렸다.자유로운 붓놀림과 조화로운 색채의 미감을 보여주는 박승태 작가의 작품 `파랑새`는 무심코 지나쳐 버릴수 있는 자연의 일부분을 서정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했다.삶과 계절 이야기들을 전형적인 인상주의 회화로 표현해 왔던 지중엽 작가의 비구상 회화 `삶의 여정`은 노 작가로서의 삶의 여정과 단상을 과감한 구도감각과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단순화해 심리적으로 현대인들에게 호소하는 듯 독특한 화면을 보여준다.또한 콜라주(Collage·각양각색의 재료를 이어붙이는 기법)를 활용, 페미니즘이 드러나는 강렬한 아크릴화를 출품한 최수정 작가의 작품 `Virgo`는 다양한 오브제와 여성의 섬세함이 잘 표현돼 있다.문인화의 여유와 자적의 삶을 화조화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을 출품한 이나나 작가의 `휴식`도 요즘처럼 힘든시절에 희망을 전해준다.권지영 김신호 김직구 김효정 남영주 목진국 박승태 박홍묵 배금령 백수현 이나나 이상민 이상택 이성은 정은옥 지중엽 최복룡 최수정 최아름 최재영 등 2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25

살아간다는 것, 그 적막한 쓸쓸함에 대하여

조용호(56)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둠이 장악한 인적 없는 강변을 홀로 서성이는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일이다. 터무니없는 생기발랄과 냉소, 엉터리 문장과 조악한 문체가 부끄러움 없이 횡행하는 21세기 한국문단. 조용호는 오늘도 그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2006년 봄부터 2011년 가을까지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7개의 단편. 그것들은 어두운 강물이 일렁이는 표지 안에 발표 순서대로 조용히 줄을 서있다. 생성과 소멸, 외로움과 버릴 수 없는 희망, 떠남과 돌아옴에 관한 조용호의 작품들. 다음과 같은 문장은 마치 오래 암송돼온 시(詩)처럼 독자들의 가슴을 흔든다.`나일강에 해가 진다.종려나무 잎사귀들이 암록으로 어두워진다.모래언덕은 석양에 붉고, 강물은 소리 없이 푸르다.4천 년 전 이맘때도 저 언덕은 오늘처럼 어김없이 붉었을 것이다.`-위의 책 중 `달과 오벨리스크` 일부 인용.이처럼 곳곳이 시적인 문장으로 축조된 조용호의 3번째 소설집 `떠다니네`에 수록된 작품들은 더하거나 덜어낼 것이 없다.가브리엘 마르케스의 `판타지 리얼리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푸른바다거북과 놀다`는 마지막 대목이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책의 서막을 여는 `모란무늬코끼리향로`는 오페라 `카르멘`의 주제 “지독한 사랑은 파멸이다”를 소설적으로 완성도 높게 변주해냈다.이 소설집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연작소설로 읽히는 `베인테 아뇨스`와 `신천옹`이다. 이 두 작품엔 조용호가 시종여일하게 지향해온 `정주(定住)와 유랑은 결국 하나의 것`이란 차갑고 우울한 세계인식이 가장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어떤 이유로 인해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사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누군가 몰래 들어온 흔적이 역력한 집, 히스테리를 반복하는 여자친구, 썩지 않은 할머니의 시체, 세상사에 초연한 늙은 수녀, 말기 암 환자가 되어서야 다시 만나게 된 전처…(베인테 아뇨스)동생들과 처자식 때문에 평생 한 번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중소기업 간부, 살벌한 내용의 붉은 글씨 가득한 도심의 철거민촌, 히말라야 트래킹에서 만난 상처투성이 여자, `바람을 타고 바람을 희롱한다는 새` 앨버트로스가 산다는 남극 인근 캠벨섬, 상상을 뛰어넘으며 거칠게 요동치는 얼음의 바다,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친구…(신천옹)위에서 서술한 것들을 재료로 `세상사 가장 쓸쓸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조용호. 이 지면에서 굳이 줄거리를 구구절절 상세하게 늘어놓지 않는 이유는 조용호가 던져놓은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즐거움을 소설의 독자들에게서 뺏고 싶지 않아서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조용호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 조용호씨.“몸이 뿌리를 내려도 마음은 떠돈다. 붙박였다고 갇힌 게 아니고, 떠난다고 늘 자유로운 건 아니다.” 이 문장은 불혹의 가시밭길을 지나 가까스로 지천명의 강을 건너 이순을 향해 가고 있는 조용호의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깨달음에 다름 아닌 것으로 읽힌다. 맞다. 영원히 머물거나, 영원히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비단 소설가 조용호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그렇다./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17-09-22

“만들어지고 부서지며 떠도는 그대, 낭인이여…”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장자(莊子) 철학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일체의 인위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인간과 사물이 생겨나온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순정하고 담담한 태도.시조와 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학적 이력을 쌓아온 김락기(61)의 시집 `황홀한 적막`에선 바로 이 `장자`와 `무위자연`의 향기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더없이 담백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품격이 느껴진다. 예컨대 이런 시다.`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두어라/가까이 하려 하지 마라//여름 밤하늘 그토록 빛나며 사라지는 별똥별도/가까이 하면 비수가 되어 꽂히는 운석파편일 뿐.`- 위의 책 중 `운석비`(隕石雨) 일부.아름다움은 굳이 제 곁에 두려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법. 이 짤막한 몇 줄의 문장을 통해 독자들은 알게 된다. 김락기 시인은 한 걸음 물러서 관조하며 세상사를 해석하는 태도를 이미 체득하고 있다는 사실을.김락기가 자신의 문학을 통해 보여주는 `무위자연`의 향취는 시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기자가 읽은 백미(白眉)는 `구름 섬 인생`이다. 이런 노래다.`세상은 또한 사람 섬으로 넘쳐나고/사람은 오만가지 생각 섬을 만들며 살아간다/만들어지고 부서지며 떠도는 그대, 낭인이여/이 세상 누군들 구름 섬 아닌 자 있으랴/생멸하는 구름 섬을 저 아니라 할 수 있으랴.`시인에게 포착된 `인간의 삶`이란 외따로 떨어져 서러운 섬과 같은 것. 슬프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김락기는 단 5행의 시어(詩語)로 이 부정하기 힘든 생의 진실을 간파해내고 있다. 높은 시적 경지라 부르지 않기 힘들다.계간 `시조문학`과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락기 시인은 `삼라만상`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고착의 자유이동` 등의 책을 썼다.한편, 이번 시집 `황홀한 적막`을 접한 서울과학기술대 최서림 교수(시인)는 “김락기의 시는 단순·소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배워서 터득된 기교가 아닌 절박함의 기교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 적막”을 김 시인의 특장으로 지목했다.그렇다. 장자가 말한바 `무위자연`의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17-09-22

신간 책꽂이

◆`좋아하는 것을 돈으로 바꾸는 법` · 동양북스책의 헤드 카피가 재밌다. “쓸수록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심리술”이란다. 저자 멘탈리스트 다이고는 “행복해지려면 참지 말고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돈을 쓰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보통의 사람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반찬값도 아끼고, 일확천금을 위해서 없는 돈을 털어 복권까지 사는데….저자는 이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어떻게 절약할지가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물론, 책은 아무렇게나 돈을 낭비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돈을 넘어 행복에 이르는 길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유쾌해지는 책이다.◆`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 다시봄아직도 엄존하는 유교의 그림자.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의 진정한 남녀평등은 아직 먼 길이다. “책으로만 페미니즘을 배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고 이야기하는 저자 서민은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여성 혐오와 차별의 실태를 현실적으로 진단해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브랜드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된장녀`가 되고, 데이트를 하면서 제 몫의 식사비를 계산하지 않으면 `김치녀`로 불리는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좋아하면서도 혐오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책은 여성 혐오의 분위기가 얼마나 큰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조목조목 들려준다.◆`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 · 새움“아내는 더 이상 나를 다정한 눈길로 쳐다보지 않는다. 뿐인가. 아이들은 나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날이 흔하다.” 어디서나 들리는 21세기 아버지들의 푸념이다. 한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침에 만원 전철에 몸을 싣고 출근해 밤이 깊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처진 어깨. 대기업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다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노승후는 자신이 쓴 책을 통해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경로를 거쳐 불만족스러운 아버지에서 `행복한 아빠`가 됐을까? 책은 그 답을 알려준다.◆`영재는 일기를 이렇게 쓴다` · 지식공방`교육학자이자 시인인 최철호가 쓴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15년째 논술학원을 운영하며 얻은 작문의 노하우가 곳곳에 담겼다. 저자는 일기를 “자기표현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글”이라고 말한다. 일기를 잘 쓰게 되면 이후 수필과 독후감은 물론, 더 어려운 논문도 자연스레 잘 쓸 수 있다는 것. 일기를 통해 글쓰기의 기초를 닦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12장으로 구성, 초·중학생들의 일기를 직접적 사례로 들어가며 문제점과 해결점을 제시한다./홍성식기자

2017-09-22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4파전`

오는 10월 12일 치러지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로 4명의 스님이 등록했다. 설정(75) 스님과 수불(64) 스님, 혜총(72) 스님, 원학(63) 스님이 주인공들이다.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설정 스님, 수불 스님, 혜총 스님, 원학 스님이 35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면서 “오는 25일 후보자격 심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후보 등록 접수순으로 기호를 부여하는 게 조계종의 선거법이다. 이에 따라 대리인이 접수가 개시되기 전인 9시 이전에 도착한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은 추첨을 통해 번호를 결정했다. 그 결과 설정 스님이 1번, 수불 스님이 2번을 배정받았다.혜총 스님은 오전 11시에 등록을 함으로써 기호 3번이 됐다. 전 포교원장인 대각회 이사장 혜총 스님은 지난 2013년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때도 출마한 바 있다. 원학 스님이 4번을 배정받았다.경허 선사로부터 시작된 덕숭문중을 대표하는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후보등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종헌종법이 규정한 질서를 존중하고,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공정하고 엄중하게 치러져 종단의 안정과 승가의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원한다”는 요지의 바람을 전했다.부산 범어사 주지를 지냈으며 간화선 지도자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18일 출마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통해 “종단의 위기를 좌시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총무원장 후보에 입후보했다. 수행과 전법 중심으로 종단을 운영해 1천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공약했다.현재 불교계에선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설정 스님은 그간 언론 인터뷰와 자신이 쓴 책 등에서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자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수불 스님은 선거권을 가진 일부 사찰에 대중공양 명목으로 금품을 보내 선거 1년 전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함으로써 종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불 스님은 1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해받을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반박을 내놓았다.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는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등 총 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다. 선거인단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당선되며, 과반수를 얻는 후보자가 없을 경우엔 1위와 2위가 결선투표를 진행하게 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9-21

한국불교문화사업단, 26일 뉴욕서 템플스테이 홍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하 문화사업단)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템플스테이 뉴욕 홍보행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템플스테이와 함께 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뉴욕 대한민국총영사관, 뉴욕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함께 한다.이번 행사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관광, 언론·미디어, 음식·문화 관계자들과 뉴욕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맨해튼에 위치한 아스토센터(Astor Center)에선 26일부터 28일까지 템플스테이 체험과 사찰음식 시식·강연 등이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뉴욕 현지학교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지부채 스탬프 찍기, 스님과의 차담, 사찰음식 시식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사진전과 닥종이 인형 전시도 우리의 고유문화를 홍보할 수 있기에 기대되는 볼거리다.또, 26일엔 뉴욕 현지 여행사들을 초대해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된 강원지역 템플스테이 주요 코스와 사찰음식을 알리는 설명회를 연다. 27일과 28일엔 채식전문 요리학교 수강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시연과 특강이 진행될 예정이다.또한 홍보행사 기간 중 마련될 사찰음식 만찬에는 뉴욕의 한국 협력기관, 언론·미디어, 음식문화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해 사찰음식을 경험하게 된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의 대표적 식재료 감자, 옥수수, 메밀, 잣 등을 이용한 사찰음식은 한국 음식문화의 우수성을 미국에 알리는 기회로도 역할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만찬을 담당하게 될 법송 스님은 사찰음식 교육기관인 `향적세계` 강사로 활동 중이다. 29일에는 미국의 유명 조리전문학교인 CIA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법송 스님의 사찰음식 특별 강연이 진행된다.이번 홍보행사 기간 동안 뉴욕 내 한국 사찰 5곳(뉴욕 원각사·불광선원·조계사·뉴저지 원적사·보리사)에선 `뉴욕 템플스테이 위크`도 진행된다.명상, 사찰음식 만들기, 연꽃지화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고 원하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9-21

천주교 제주 순례길 `이시돌 길` 23일 개장

오는 23일 제주도에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맥그린치 신부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천주교 순례길이 열린다.제주도·제주관광공사·천주교순례길위원회는 최근 “1954년 제주에 온 이후 현재까지 천주의 사랑을 설파하고 있는 맥그린치 신부의 행적이 곳곳에 숨 쉬는 제주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목장을 출발점으로 하는 `이시돌 길`을 23일 개장한다”고 밝혔다.`은총의 길`로 명명된 이 길은 3개의 코스로 만들어졌다.제1코스는 이시돌목장 안에 있는 복음 테마공원인 이시돌센터 전시관에서 출발해 글라라수녀원, 맥그린치로, 새미소 뒷길, 녹원목장 입구, 밝은오름·정물목장, 정물오름 정상, 정물알오름, 엠마우스 후문을 돌아오는 9.4㎞ 구간이다.제2코스는 이시돌센터 전시관에서 맥그린치로를 거쳐 금오름 입구, 4·3 잃어버린 마을, 상명리 입구, 월림리사무소, 월림리운동장, 저지삼거리, 조수공소까지 이어지는 11.8㎞의 길이다.조수공소에서 시작해 바람의 언덕, 청수공소, 낙천의자공원, 고산리 입구, 조산2리 복지회관, 고산성당까지 가는 12㎞ 구간은 제3코스다.제3코스의 종착지인 고산성당은 제주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천주교 순례길인 `김대건 길`의 출발점이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하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했고 한경면 용수에 표착했다. 김대건 길의 종점인 용수 성지에는 김 신부의 제주 표착을 기념하는 성당과 기념관이 위치해 있다.`이시돌 길` 개장식 미사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집전할 예정이다. 미사가 끝나면 참석자들은 3개 코스 중 제1코스를 함께 걸을 예정이다.제주도에서는 지난 2012년 김대건 길, 2013년 하논성당 길, 2014년 김기량 길, 2015년 정난주의 길, 2016년 신축화해 길이 개장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이시돌 길`까지 만들어짐으로써 순례길 조성사업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이와 관련 천주교순례길위원회는 “천주교 신자는 물론 관광객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찾아와 마음의 평안을 얻어가는 순례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9-21

반세기 외길 인생 포항 원로 연극인 김삼일씨 `열정 무대`

▲ 원로 연극인 김삼일씨는 “열심히 힘이 있는데까지 무대를 빛나게 하겠다”라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포항 지역의 원로 연극인 김삼일씨는 대구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늘청춘연극제` 첫 주인공 역을 맡게 된 것을 기뻐했다. 올해 만 73세. 성우로 출발해 배우, 연출자 등 53년의 연극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연극에서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는 악극단 출신 노배우로 분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여전한 연기 열정으로 도전을 감행한 노익장의 활약은 연극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방이후 사회 냉대 겪으며힘겹게 살아 온 악극단 출신신파 배우 일생 사실적 묘사이시대 노년층 외로움 대변19일 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연습 현장에서 김삼일씨와 만났다.`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해방이후 오늘까지 한 악극단 출신의 배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파 배우의 일생을 그린 연극이다. 극중 김삼일씨는 청년기에 데뷔해서 6·25를 지나고, 사회 냉대를 이겨내면서 오늘날까지 슬프고, 서럽게 살아온 배우 서일 역을 맡았다.이번 연극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원로연극인을 무대에 올리는 연극제 취지와 자존심과 양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평생 연극 인생을 살아온 원로배우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근삼 작가의 역작이란 점에 끌렸다고 답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모든 면이 끌렸다”며 “친구로 출연하는 원로연극인 홍문종씨와 이국희 연출자 등 모두 멋진 팀으로 꾸려졌다”고 입을 열었다.“이 작품은 단순히 연극배우의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노배우 서일을 통해 이 시대 대다수 노년층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대변해 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죠. 또한 작품 속에 드러나는 극단 동료 판실이의 장례식, 서일의 죽음, 서일의 어려운 생활상을 통해 이 시대 대다수 노년층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대변하고 우리의 삶도 연극처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이런 작가의 연출 의도를 따라가는 것이다보니 오랜만에 연극의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오는 27, 28일 공연되기 전부터 김삼일씨의 연극무대로의 `회귀`는 화제가 되고 있다.그는 “한 연극인으로서 사회의 냉대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또 다른 배우의 인생을 표현한다고 상상하니 너무 좋았다”며 “같이 출연하는 대구지역 최고 원로 연극인 홍문종씨와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는 더욱 힘이 난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2040 남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기획이 쏟아지는 요즘 연극판에서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70대 배우 김삼일씨가 중심에 있는 흔치 않은 사실주의극이다. 김씨가`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데에는 이 역시 크게 작용했다.김삼일씨는 이번 연극에 대해 “ `나를 사랑한 사람들, 나를 외면한 사람들, 그리고 관객여러분 모두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마지막 독백같이 이근삼 작가는 요즘 연극이 `인간부제`라고 비판한다. 작가의 말을 빌면 `관객을 깜짝 놀라게만 하려다 보니 무대에 쇼적인 테크닉과 화려함만 가득해, 어떤 인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는 없고 사건만 벌어진단 말이야`라고 지적한다”라며 “이렇듯 화려한 뮤지컬과 저급 코미디물에 밀려 점점 더 설 땅을 잃어가는 요즘, 대구연극계와 순수연극에 대한 비판이 평생 연극을 지켜온 노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한다”고 답했다.“아마 서울 대학로에선 좀더 현대적인 노인이야기를 펼쳐낼 수도 있겠고 그런 연극을 하는데 우리는 일단 나이가 들면 그런 기획을 아예 안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연극을 기획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도 좋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김삼일씨의 차기작은 김씨의 전공이랄 수 있는 경산시립극단과 다음달 12~14일 공연할 차범석 작`산불`의 연출이다. 김씨에게 `산불`은 1989년 포항의 극단 은하단원들과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연출상을 안겨준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그는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다.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배우나 이들을 진두 지휘하는 연출자나 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연극인의 일에는 굉장히 새로움이 있다”며 연극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고백했다.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오는 27, 28일 오후 8시 대구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연극인 김삼일씨 프로필△1942년 울산 출생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전속 성우 1기생 △1964년 대구에서 여러 연극인들과 극단 태백산맥 창단,`나는 자유를 선택했다`에 주인공 역으로 연극에 입문 △1965년 포항에서 극단 은하 창단 △포항시립연극단 연출자(1983년~2012년) △`햄릿`,`산불`,`원효대사`,`맹진사댁 경사`등 연극 160여 편 연출 및 출연 △제24회 경북문화상, 1985년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1989년 전국연극제 연출상, 2004년 조선일보 이해랑연극상, 2005년 MBC 제1회 홍해성 연극상, 2007년 경북연극대상, 2009년 대한민국자랑스러운 연극상 수상 △현재 포항시립극단 명예연출자, 경산시립극단 객원연출자, 포항 김삼일자유소극장·경산 판소극장 운영, 대경대 석좌교수/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20

동해안 별신굿 원형 만날 절호의 기회

지역향토예술로서 예술적 가치가 높은 동해안별신굿의 원형을 만나볼 기회가 왔다. 단순한 마을굿이 아닌 완성도 높은 무속음악으로 옛 선조들의 멋과 흥을 느낄 수 있다. (사)한국국악협회 포항지부(지부장 이원만)는 오는 23일 오후 7시 포항 구룡포 아라광장에서 동해안별신굿 공연을 개최한다.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우리가락 우리마당 야외상설공연`에 선정돼 이뤄지게 됐다.동해안별신굿은 부산 동래로부터 강원도 고성군에 이르는 남부 동해안지역일대에서 정기적으로 행하는 마을굿이다. 마을사람의 안녕과 어민들의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축제로 1985년 2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로 지정됐다.공연은 공연장의 부정과 액살의 정화시키는 굿거리 부정굿으로 시작해, 마을의 수호신인 골맥이 신을 청하는 골메기굿, 가정에 자손창성과 명복,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세존굿, 집안의 수호신 중 가장 큰 신인 성주신을 불러와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성주굿, 마지막으로 죽은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초망자굿으로 진행된다.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나오는 축원 사설의 풍부함이 돋보이는 동해안별신굿 명예보유자 김영희 선생과 동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 김용택 선생을 비롯해 동해안별신굿 보존회 회원이 함께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20

사진으로 다시 만나는 1960~80년대 경주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특집전 `소중한 추억, 나만의 보물`이란 주제로 동아일보 경주 주재기자로 활동했던 함종혁 유품 전시회를 개최한다.19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신라미술관에서 2개월동안 개최하는 동아일보 경주 주재기자 함종혁 유품 전시회는 함종혁이 썼던 기사를 비롯해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 등 유품 180여 점이 전시된다.함종혁(1935~1997)은 강원도 양양이 고향이며 1963년 동아일보 경주 주재기자로 경주에 정착했다.`석굴암 최종결정 내릴 제1차 복원공사`,`천룡사(天龍寺) 기와 가마는 사찰 전용`등 200여 건의 기사를 통해 경주를 기록했다. 특히 1970년대 초반 천마총, 황남대총 등 황남동 일대의 신라 능묘 발굴 당시에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특종을 다뤘다. 또한 무관심 속에 방치돼 도굴과 훼손의 위기에 놓인 문화유적에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함종혁은 문화유산 뿐 아니라 경주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신라문화동인회,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에밀레극회, 경주시립국악원 등 경주의 문화 단체 및 예술인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다.이번 전시에서는 `경주를 기록하다. 특파원 함종혁`이라는 제목으로 함종혁이 취재할 때 사용했던 카메라와 촬영했던 사진, 동아일보에 보도됐던 기사 등 유품 30여 점을 전시한다.기사를 통해 그의 남다른 기자 정신을 엿볼 수 있으며 경주의 옛 모습을 꼼꼼하게 담은 사진을 통해 잊혀져 가는 1960~80년대 경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함종혁의 기사에는 1963년~1980년 경주의 모습이 꼼꼼하게 담겨져 있다. 1978년에는 스테인레스가 보급되면서 점차 명맥이 끊기고 있는 놋전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 밖에도 대왕암까지 피서객을 실어 날랐던 봉길해수욕장의 보트나 무리한 증축으로 무너진 관광호텔 기사와 사진 등은 그가 당시의 사회상을 기록하는 데에도 투철했음을 보여준다.이번 전시는 아들인 함지훈씨가 선친의 유품인 카메라와 사진앨범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 전시 모집에 응모하게 되면서 이뤄졌다.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시민과 관람객의 소장품을 전시함으로써 전시를 다양화하고 이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특집전시를 기획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래 전 함종혁의 카메라가 담았던 수많은 추억들이 역사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20

자연을 물들이고 바느질 하다

자연을 물들이고 바느질한 천연염색 작품전이 열린다. 포항시천연염색연구회(회장 이미자)의 제9회 정기회원전 `자연의 색을 탐하다`전이 오는 20일까지 포항시문화예술회관 1층전시실과 로비에서 개최된다.2006년 포항시농업기술센터 학습조직체로 시작된 포항시천연염색연구회는 매년 1년간 제작한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천연염색은 지역의 산과 들녘에서 계절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초목들의 잎이나 꽃, 열매 등을 채취하며 말리거나 보관해 색소를 우려내 천이나 가죽 등에 물을 들이는 것.자연에서 얻은 염료이기 때문에 색감이 부드럽고 은은해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며, 화학 염료로부터 오는 피부 알레르기를 줄이고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을 발휘하는 장점 때문에 웰빙과 친환경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적합하여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생활문화 트렌드다.올해 전시회에는 쪽, 양파, 오배자 등 자연에서 얻은 오방색으로 제작한 스카프, 가방, 신발 등 생활소품과 비단·모시·삼베 등을 이용해 제작한 의류, 침구류 등 공예작품 등 200여 점이 전시된다.젊은 층이 선호할 수 있게 천연염색 티셔츠와 가디건이나 일반 한복에 곁들여 두루마기 느낌으로 입을 수 있게 만든 긴조끼는 전통미의 맵시를 더한다.특히 천연염색 의류나 소품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치면 안될 이유가 있다. 천연염색 체험에 필요한 원단, 의류 등을 현장에서 판매하고 천연염색 의류, 모자, 가방, 신발 등을 60%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이미자 회장은 “이번 전시가 회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천연염색 작품을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관람객들은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건강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19

서양화에 담긴 토속적 고향 동·서양 결합된 독특한 화풍

경주 출신의 고(故) 김종휘( 1928~2001) 화백은 고향의 이미지를 다뤘을 뿐 아니라 서양화의 매체로 수묵 산수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화풍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나라의 흙에서 느껴지는 토속적인 감각이 표출된 토속적인 화풍이다.오는 11월 12일까지 경주에 소재한 솔거미술관 1, 2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김종휘 眞;풍경`전시는 실험적 한국 구상회화의 대표 작가로 평가되는 김종휘 화백의 1950년대부터 2001년 작고할 때까지의 50년 화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다.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홍익대 교수로도 활동하며 한국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김 화백의 대표작 `향리(鄕里)`, `오한(奧閑)`, `취락(聚落)` 등 유족과 국립현대미술관·홍익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김종휘 화백은 경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친을 따라 함경도로 이주한 뒤 고향을 그리는 풍경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예술대학이었던 경주예술학교 마지막 졸업생이었던 그는 풍경화라는 구상회화를 그리면서도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며 쉼 없는 도전과 혁신 정신으로 한국 서양화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김종휘 화백의 작품에는 한국 근현대 서양회화사의 변천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이번 전시는 김 화백의 이러한 형식 실험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보인다.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경주예술학교 시기부터 1977년까지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20세기 거장 세잔의 면 분할과 평면성을 발전시킨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홍익대 재학 시기 그려진 두 점의 수채화는 이른 시기부터 김 화백이 기하학적 해석을 시도했음을 알려주고, 1959년 제2회 개인전에 출품됐던`청관(淸館)`,`만추의 흥취`는 이러한 실험이 대상을 해체한 후 색면으로 재구성하는 분석적인 작업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풍경의 재구성 실험은 1960년대 항공사진 구도를 거쳐, 세잔의 `생 빅투와르 산` 연작의 구도를 재해석하고 평면성을 극도로 밀어붙이는 작업으로 나아간다.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1978년 이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지속된 동양적 평면성을 접목하는 `찬란한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뤄져있다. 세잔의 구도를 실험하던 시기에는 일월오병도와 민화를 참조하는 정도였다면, 이 시기는 화면의 구도, 필묵, 색조까지 전통회화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평면성을 실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 고유의 동양적 색면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풍경화 실험이 이뤄질 뿐 아니라, 마지막 시기에는 그 색면마저 바람과 구름처럼 보이는 붓터치로 해체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광활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또한 첫 번째 전시실의 작품들과 달리 유화와 수채화의 경계가 없어진 유화와 같은 화면 구성을 갖춘 수채화도 볼 수 있다. 또 이 시기부터 `향리(鄕里)`라는 작품명이 점점 더 많아지다가 말기에는 모든 작품명이 `향리(鄕里)`로 통일된다.이애선 평론가는 “김종희 화백은 유년의 산과 일요일스케치 여행에서 만난 자연풍경이라는 구상적인 모티프에서 출발해서 자연 일반으로 끌어올리는 추상작업을 이뤘을 뿐 아니라, 회화가 지닌 평면성을 탐구하는 실험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했다”고 소개했다..한편, `김종휘 眞;풍경`전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재)문화엑스포와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7-09-19

2017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개막

`철의 도시`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인 `2017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지난 18일 개막, 다음달 14일까지 펼쳐진다. 국내 철(스틸) 조각작품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철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공연 프로그램이 더해진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매년 새로운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지난 2015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포스코 등 철강기업 근로자들이 직접 제작한 철 조각작품은 철강 근로자들의 기술적 노하우와 예술가의 상상력을 매칭해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함께 참여의 장을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에도 포항철강관리공단 내 18개 철강기업 근로자들이 직접 제작한 스틸 조각작품 20점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기업체별 특성화된 공정과 생산 재료를 활용한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은 철 조형작품들로 철강기업의 기술적 노하우와 경쟁력을 선보일 예정이다.먼저 서울대 조소과 교수이자 `역상조각`이라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이용덕 작가와 포스코가 공동 작업한 작품 `만남 2017`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역상조각`은 조각이 입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평면보다 오목하게 들어가도록 제작하는 기법이다. 특히 포스코에서 재료와 기술력을 후원해 바다와 인물이 동시에 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과 지역 철강기업체와 작가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사상 최초로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신화테크가 제작한 15m 높이의 `오벨리스크, 포항`작품은 포항의 문화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제철에서는`철, 그 이상의 가치창조`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철제 프레임 `창(窓)`을 제작했다. 축제 기간 동안 포토존으로 많은 관객의 발길을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벨리스크에 철, 과메기, 개복치 등 포항을 대표하는 상징을 새겨 넣었다. 조선내화에서는 노조의 기금으로 노사평화탑인 `기념비`를 제작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회사의 주력 상품과 기술을 이용한 디자인도 돋보인다. 파이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동일산업은 `고려청자`를 자사의 파이프 제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제일테크노스는 상품으로 판매 중인 철골조 제품을 이용해 타원형의 `작용·반작용`을 제작했다./윤희정기자

2017-09-19

메탈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경주와 익산의 조각가들이 경주에서 교류전을 열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야외전시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경주·익산 작가 교류전-메탈리스트(Metalists)`전이 그것이다.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의 `2017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기획전시 선정사업으로 자매결연 도시 경주 (재)경주문화재단과 익산 익산예술의전당이 공동 기획했다.색다른 미술 교류를 하면서도 대규모 야외 전시를 통해 공공미술의 다양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다.이번 전시회는 경주예술의전당 9천㎡ 규모의 야외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야외 전시회로 숲과 분수로 둘러싸인 야외전시장 곳곳에서 스테인레스와 철, 알루미늄 등 금속을 소재로 만든 대형 조각 작품 16점을 감상할 수 있다.경주 작가는 오동훈, 정의지, 최정우 작가가 참여하고 전주에서는 김성수, 문민, 홍경태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조형 작업을 하고 다양한 수상 경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조각가들이다.오동훈 작가는 `버블맨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작가다. 어린아이들의 비누거품 놀이의 무한한 확장성에서 영감을 얻는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크고 작은 원형들을 덧붙여 인체 혹은 동물 같은 형태를 구현한다.정의지 작가는 버려진 사물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버려진 양은냄비를 수없이 두드리는데 버려진 오브제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한 뒤, 새로운 의미와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최정우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집중한다. 작가는 주변의 경험과 사물에서 숨은 의미를 찾고 그 이미지를 다시 형상화하는 작업을 지속한다.김성수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을 발굴하고 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놀이공원` 속 놀이기구를 소재로 세련된 기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을 전시한다. 문민 작가는 철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크기의 원형을 연결해 거대하고 묵직한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다. 입은 사라진 채 딱딱하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이 형상들은 소통과 사회적인 관계성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암시한다. 홍경태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철, 우레탄을 조율하고 변형한다. 기학적이고 다채롭지만 일련의 규칙이 느껴지는 가운데 너트(nut)를 녹여 만든 작품 `몽-하늘에 살다`로 소통과 교류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전시기간 동안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시연계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자세한 내용은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gjartcente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시에 대한 문의는 알천미술관(054-748-7725~6)으로 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18

포항시립연극단 19~21일 가족뮤지컬 `어린왕자` 공연

`너에게 길들여진다는건 행복한 일이야` `중요한건 모두 눈에 보이지 않아.`세계적인 명작 `어린왕자`에서 많이 접했을 감동과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구절들이다.어린왕자를 뮤지컬로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포항시립연극단이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하는 가족뮤지컬 `어린왕자` 공연이다.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가 생텍쥐페리의 원작으로 유명한 `어린왕자`는 비행사였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수많은 명대사와 함께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사랑받고 있는 고전명작이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원작 `어린왕자`를 더욱 빛나게 한다면 포항시립연극단에서 준비한 뮤지컬 `어린왕자`는 아름다운 음악과 풍성한 율동으로 원작 못지않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공연은 지난해 취임한 포항시립연극단 김지용 상임 연출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족 뮤지컬로 더욱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가족뮤지컬 `어린왕자`에는 시립연극단원 18명, 포항시립연극단 제4기 어린이아카데미 단원 23명, 객원 출연 및 스태프 3명 등 총 44명이 출연한다. 특히 이번에 참여하는 포항시립연극단 제4기 어린이아카데미 단원들은 지난 6월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끼와 열정이 넘치는 우수한 학생들로 7월부터 꾸준히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껏 무대를 준비해왔다.가족뮤지컬 `어린왕자`는 바쁜 부모 밑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와 어린왕자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는 어린왕자의 빨간 장미를 보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지만 이내 어린왕자와 헤어지게 되고 어린왕자를 찾으면서 접하게 되는 어른들의 세계에 실망한다. 한편, 장미 숲에 떨어진 어린왕자는 자신의 장미가 유일한 것이 아님에 슬퍼하지만 여우를 만나 길들여진다는 것과 여러 가지 삶의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어린왕자의 장미를 만난 아이는 장미와 함께 어린왕자를 찾게 되지만 병이 든 어린왕자는 하늘의 별들과 함께 떠난다.이미 작품을 접한 이들에게도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주는 명작에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진 가족 뮤지컬 `어린왕자`. 이번 주,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순수한 영혼 어린왕자와 함께 동심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18

가을, 그리고 낭만의 쇼팽

▲ 피아니스트 이성원피아니스트 계명대 이성원 교수의 독주회가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성원 교수는 섬세하고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음악 열정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지역 대표 중견 연주자다.계명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2006년 모교인 계명대 교수로 부임한 이성원은 1994년 뉴욕 카네기홀, 1995년 국제쇼팽협회 초청 폴란드 쇼팽 생가 독주회, 2005년 예술의 전당 독주회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코시체오케스트라, 야나첵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구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 연주를 통해 다양한 음악적 모습을 보여줬다.이번 독주회는 `가을 쇼팽의 낭만을 담아`라는 주제로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폴란드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이며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주옥같은 곡들로 꾸민다.쇼팽은 손가락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모든 곡에서 순수함, 아름다움, 신비감이라는 그 만의 특성을 모두 잘 담아냈으며 19세기 당시의 전통적 방식과 새로운 다양한 구조의 통일성을 잘 결합했다는 평가받고 있다.이처럼 피아니스트 이성원은 쇼팽의 대표곡들인 `야상곡`, `발라드`, `환상곡`, `피아노 소나타 3번 Op.58` 등 쇼팽의 대표곡을 연주하며 다가오는 가을 쇼팽의 곡이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7-09-18

신간 책꽂이

◆`풍수로 공간을 읽다` · 푸른길“어렵고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풍수. 하지만, 풍수지리는 2006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경북대학교 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박성대씨가 `비과학적`이라 홀대받던 풍수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나섰다.“풍수는 전통적 환경사상이자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자연생태학”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풍수 연구를 통해 풍수를 둘러싼 그간의 오해를 풀고, 실생활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애착 교실` · 해냄한국 교육과 학교가 처한 현실을 표현하는 문장이 거칠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결과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 `과도한 학업 부담과 집단 괴롭힘` `OECD 국가 중 사회적 관계 수준은 최하위`….심리학자 루이스 코졸리노는 `애착`(愛着·Attachment)이라는 키워드로 관계 중심의 학교와 학급을 만드는 방법을 탐구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애착이란 아이가 부모처럼 중요한 사회적 인물과 맺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다. 저자는 “애착관계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번역은 서영조씨가 맡았다. ◆`다문화사회에서의 미디어 역할` · 한울`단일민족` `같은 핏줄` 이란 단어는 이제 낡은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배우자를 찾아서, 어떤 경우엔 정치·종교적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든다. 이제 한국사회도 재론의 여지없는 다인종·다민족국가로 변화하고 있다.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동일 국가에서 생활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 통합과 문화적 결속이다.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수범 교수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장성준씨가 다문화사회의 구성원 통합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을 탐구했다. ◆`누구일까? 동물친구` · 이룸아이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아이들은 예외 없이 동물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친밀함을 표시한다. 이를 효율적 학습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 책은 동물의 부분 사진과 초성 글자, 그림자 등을 보여줌으로써 아동의 상상력을 자극한다.재미있게 제시되는 힌트와 퀴즈 놀이를 통해 동물을 상상하고 유추하는 과정은 스스로 사고하는 두뇌 발달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엄마가 함께 읽으면서 칭찬과 격려를 더해준다면 아이들의 성취감은 배가될 것이다. “신비한 동물의 생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구성했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09-15

`성격이 급한 매미는 곧 집을 벗어놓고 떠나갔다…`

시인 황수아(37)에게선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파리를 휘청대며 걷던 초현실주의자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다. 황 시인의 첫 시집 `뢴트겐행 열차`의 저자 서문을 살짝 고쳐봤다.“마음의 발자국을 복원하며 생각했다. 삶은 우연이면서 선택이었고, 너무 쉬운 문제에 대한 오답과도 같았다.”좋은 시인은 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 황수아의 경우도 적지 않은 사회적·문화적 고민 속을 통과했던 청춘이 있었을 터. 그 때문일까. 1920년대 초현실주의자들이 그랬듯 황 시인 역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세계인식을 거부한다. 이런 노래를 통해서다.`성격이 급한 매미는 곧 집을 벗어 놓고 떠나갔다/나는 외로웠지만/행인들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표현했다/매미는 울음소리로 소식을 전해왔다…`- 위의 책 중 `책갈피` 일부.보통의 사람들은 매미에게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만을 읽어낼 뿐이지만,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울음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매미의 짧은 생을 자신의 삶과 동일화시킨다. 깊은 성찰에서 나온 좋은 은유다.이어지는 시 `우리는 실존주의 강의를 들었지`에서는 황수아의 시적 자각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일 년 중 가장 따스했던 날/우리는 실존주의 강의를 들었지/교정에 목련은 만발했고/학습의 목표는 실존이었어/우리의 우상은 한결같이 카뮈였지만/우리에게 실존은/등록금 고지서에 인쇄된 우주의 크기였지…`한 편의 잘 쓰인 소설처럼 기승전결을 갖춘 도입부다. 존재와 실존의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철학자와 청년들의 화두 혹은, 고민덩어리였다.그걸 알베르 카뮈나 장 폴 사르트르처럼 우회의 방식으로 어렵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등록금 고지서`로 직결시키는 황 시인의 위트가 발군이다. 쉽게 쓰인 시 같지만 긴 수련의 시간 없이는 쉬이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문학평론가 고봉준은 “황수아의 시편들 곳곳에는 시인 특유의 자의식, 시에 대한 질문은 물론 시를 쓰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들이 함축돼 있다”고 말한다. 기자는 여기에 딱 한마디만을 더 보태고자 한다.“그 물음들이 황수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다.”/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1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