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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안을 살피는 달, 5월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5-06 17:55 게재일 2026-05-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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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이 차례로 이어지며 우리를 멈춰 세운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익숙함에 기대어 미루었던 마음들을 꺼내 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시선을 돌리라고 조용히 말을 건넨다. 계절은 더없이 온화하고 햇살은 부드러운데, 마음은 그 온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 5월도 평온하지만은 않다. 나라 안은 선거의 열기로 들끓고, 나라 밖은 전쟁과 갈등의 소식으로 가득하다.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긴장과 분열의 장면들을 쏟아낸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끊임없이 따져 묻는다. 그런 북새통 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울타리 안을 들여다 보는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본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나이가 들면서 부모는 점점 더 말이 적어지고 자식은 점점 더 바빠진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줄지 않았는데 표현이 줄어든다. 그런 사이 침묵이 쌓이면서 오해가 늘어난다. 부모가 진정 바라는 것은 거창한 효도가 아니라 짧은 안부 전화 한 통이 아니었을까. 함께하는 식사 한 끼였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은 또 어떤가. 아이들이 어떤 성적을 받는지에는 민감하지만, 그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는 무심하지 않았는가. 아이들도 생각보다 깊고 복잡한 세계를 살아간다. 어른들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 사이에서 스스로를 견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작은 어깨 위에 얹힌 무게를 덜어주는 일은 결국 부모의 몫이 아니었을까. 묻고 들으며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부부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더 쉽게 지나치는 관계. 익숙함은 편안함이 되어 무심함으로 변하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짐작은 오해를 낳는다. 말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른다. 서로의 하루를 묻고 생각을 나누며 작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다.

세상은 늘 크고 중요한 일들로 우리를 당긴다. 정치, 경제, 국제, 기술의 변화까지. 알아야 할 것들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것은 가족이었고, 우리가 가장 오래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가족이다. 가까와야 할 관계가 흔들리면, 제 아무리 큰 성취도 공허해진다.

5월은 기념일의 행진이 아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렬하는 시간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시선을 내 울타리 안으로 돌려야 한다. 밖의 소음이 아무리 요란해도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영역은 집 안에 있다. 울타리가 튼튼해야 거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 포근한 날씨처럼, 우리의 말 한마디와 시선 한 줄도 따뜻해야 한다. 한 번 더 웃어주고 한 번 더 물어보며, 한 번 더 손을 내밀어 보는 것. 그것이 가족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5월은 그렇게, 가장 가까운 곳을 다시 발견하는 달이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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